연성교환
반 헤 벤젤 드림
흰 눈바람이 살갗을 날카롭게 스쳤다. 산속에 은둔하는 반역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과 함께 주변을 탐색하기 위해 나갈 채비를 했다.
본래는 부하 직원들이 처리하는 업무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잔당은 이미 소탕했지만 정신적 지주가 남아잇는 이상 다시 반란을 도모할 위협이 존재하기에.
문을 열자 살을 에는 냉기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이런 날씨에 바로 명령하다니. 테쎄라란 윗놈들은 앞뒤가 꽉 막힌 게 틀림없다. 뭐 그들은 권력존속이 중요할 테지.
투덜거리는 나의 말에 반이 살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돌아와서 맛있는 디저트라도 내어줄게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날이 춥던데..바닥에 끌리는 그런 옷만 입어셔도 되겠어요?"
"괜찮아요, 추위를 잘 안타는 편이라서."
내 옆을 걷는 반의 청색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겨울이란 추위가 모든 소리를 흡수해버린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도 외부에서는 눈치채지 못하는 사실.
그와 함께 걷는 발자국 소리조차 차디찬 바람속에 뭍혀버렸다. 어떤 짓을 해도 아무도 모를정도로. 한번 장난좀 쳐볼까? 눈길을 걸으면서 뇌리를 스친 생각에 호기심이 생겼다.
"반 수장님. 오늘 안에 꼭 해야하는 일이에요..?"
"돌아가고싶어요?"
".....음.."
나보다 한참 키가 큰 그를 올려다 보았다. 손을 뻗어 추위를 막기 위해 목을 감싸고 있는 그의 목도리를 당겼다. 당기는 힘이 컷던지라, 반의 몸도 함께 내쪽으로 가까이 붙어왔다.
의도한 행동이라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의 얇은 손은 허리를 감쌌다. 옷을 두껍게 입었음에도 느껴지는 손길은 뜨거웠다. 얼굴에 피가 몰리면서 화악 달아오른다.
분명 내가 먼저 시작했는데... 가늘게 뜨인 눈 사이로 그의 미소가 보인 것 같았다. 당신도 나도 지금 일 할 생각은 없는거잖아.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정적이 흐른다.
눈을 질끈 감으면 그의 입술이 이마에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
"어떻게 할까요?"
추운곳으로 냅다 보내버린 테쎄라가 괘씸해서라도 월루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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