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졸카
짧게 아무말
웃고 떠드는 소리가 저택에 공허히 울렸다. 아무도 그것이 부족하다 느끼지 않는다. 갖춰 입은 손님이 줄줄이 들어오는 파티가 아니다. 무대를 받들고 관객 앞에서 펼치는 공연도, 색칠된 문 뒤에서 거울을 들여다 보며 진행되는 ‘치료’도 아니었다. 한 쌍의 새가, 종도 생김새도 다른 카나리아와 앵무새가 서로를 향해 정답게 지저귀는 평화로운 한때였다.
숲 속에서 잎과 나뭇가지로 교묘히 가려져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엽총을 든 사냥꾼들은 알지 못했다. 특히 그들은 카나리아의 노랫소리를 듣기 위해 숲을 뒤졌고, 총을 매단 끈을 꽉 붙잡고 입맛을 다셨으니 새는 더더욱 깊은 숲으로 숨어들었다. 그 옆에는 긴 꼬리털의 붉은 부분이 인상적인 앵무새가 카나리아의 옆을 지켰다.
그 둘의 관계를 언어라는 사회적 약속으로 ‘친구’라 불렀다. 그 덕분에 디터스도르프의 막내딸이자 여주인인 이졸데는 자신의 친구인 카카니아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책임과 사명으로 덧댄 가족의 초상화를 떠올렸다. 축축한 채로 더는 숨쉬지 않는 어머니와 관자놀이에 커튼 핀이 꽂힌 아버지, 입가에 피가 흥건한 트리스탄이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타버린 테오필은 온갖 물감을 섞은 것처럼 혼탁했다. 오로지 자신만 온전했다. 그러고는 기괴한 그림 앞에 카카니아가 서서, 저 자신을 바라본다. 다정한 눈길,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말과 태도,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혹은 그럴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착각이 뭉쳐져 디터스도르프 가문의 초상화를 불태웠다. 파멸의 망상이 아름다워 웃는다. 동시에 자신도 그리 끝날 운명에 너무나도 두려워 떨었지만, 의사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왔다. 이졸데는 사랑에 겨워하고, 기뻐하며 자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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