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ELEBRITY
연하연상
전편:
벌써 네 번째. 허벅지 위 꽉 쥔 손에 땀이 흥건했다. 제 이름을 호명받고 활짝 웃는 친구들의 어깨를 두드리고 축하하며 애써 태연한 척하려 해도 제대로 웃을 수가 없었다. 오늘 호명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전영중은 자꾸 핸드폰으로 향하려는 손을 깍지 껴 막고 마지막으로 받았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잘하고 와]
담백한 네 글자가 다시 보고 싶었다. 제 이름이 호명되지 않는 경우는 아예 없는 것처럼 말하는 그가 보고 싶었다. 다섯 번째. 또 제가 아닌 이름이 불린다. 괜찮아. 내가 가고 싶은 팀은 정해져 있으니까. 전영중이 마른 입술에 침을 적셨다. 2라운드도 있잖아. 그렇지만 역시 준수 형처럼 1라운드에 불리고 싶은데. 마침내 여섯 번째.
"저희 스피드스터스는......."
멍하니 앉아 있는 저를 주변에서 일으켰다. 축하한다고 등과 어깨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떠밀리듯 나아간 단상에서 연보라색 조끼가 주어졌다. 와, 이걸 양복 위에 입으라고? 진짜 안 어울리겠다. 그러면서도 허겁지겁 조끼에 팔을 꿰었다. 모자를 쓰고 감독님과 나란히 서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그제야 제가 활짝 웃고 있는 걸 깨달았다.
전영중은 평정을 유지하려 입술을 꽉 깨물고 모자를 만지작거렸다. 준수 형, 보고 있어요? 할 말을 생각해 뒀는데 머리가 하얗게 표백된 것 같다. 어...... 마이크 앞에 서서 연달아 침음만 냈다. 체감상 10분은 지난 것 같아 뭐라도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어지러웠다. 문득 고개를 내렸다, 검은색 양복에 덧입혀진 연보라색 조끼가 눈에 들어왔다. 전영중은 속에서부터 울컥 북받치는 무언가를 느낀다. 내가 1라운드에, 준수 형이 그랬던 것처럼 스피드스터스에.......
대뜸 성준수 이름 석 자부터 외치지 않을 만큼의 이성은 있었다. 오랜 기간 제 길을 응원해 주신 부모님...... 상투적인 인사가 길게 이어졌다. 감독님, 코치님, 친구들, 저를 선택해 주신 스피드스터스 감독님과 관계자분들....... 바라던 그 순간을 향해 말이 점점 빨라진다. 마음이 급했다.
"그리고 제 인생의 지표가 되어준 성준수 선수님과 함께 뛸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지막 말을 마친 전영중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드디어 말했다. 드래프트에서, 준수 형의 이름을. 오랜 꿈이 이루어지던 순간이었다.
준수 형, 보고 있어요? 저, 형이 롤모델이었다고 얘기했어요. 대학내일이 아니라 모두가 보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영중이 조끼를 쥐고 어딘가를 보았다. 관중석을 지나, 경기장 너머, 저 먼 곳을.
전영중이 감격에 차 소감을 말하는 사이에 성준수는 뭘 하고 있었냐.
"준수 씨, 다시 한번 갈게요!"
"네."
파도가 몰아치는 아이슬란드 어느 해변에서 화보 촬영 중이었다.
인천공항 입국장 B게이트 앞에 전영중이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뭐지. 걸음을 멈췄다가, 삐거덕거리며 발을 옮기자 시선이 따라온다. 그거 내 거냐? 손가락으로 가슴께를 가리키자 전영중이 끄덕였다. 뭐야?
"나 혹시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고 왔냐?"
"아뇨, 그냥 주고 싶어서요."
일하고 오는데 무슨 꽃다발씩이나 가져와. 꽃다발은 네가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쑥스럽게 말하며 꽃다발로 커다란 얼굴을 가리는 게 웃겨 성준수가 손을 내밀었다. 얘는 처음 봤을 때랑 하는 짓이 똑같네.
레이캬비크에서 런던까지 3시간. 대기 3시간. 런던에서 인천까지 12시간. 도합 18시간의 여정도 꺾을 수 없는 미모의 소유자가 꽃다발에 코를 묻는다. 꽃 같은 사람이 꽃에 파묻혔다. 그 모습에 전영중이 입술을 깨물고 얼굴을 붉히는데 넥타이를 잡아당겨 코를 한 번 더 울렸다.
"향수 뿌렸어?"
"어, 네, 그, 형이 이번에 화보 찍은 브랜드 신상이요. 노던 앤타크틱......."
"무슨 꽃향기가 이렇게 화한가 했다. 냄새 별로네."
"......샘플 받아서 뿌려봤는데 별로죠? 저도 뿌리고 후회했어요."
버려야겠다. 전영중은 제 화장실에 놓인 40밀리 향수병을 떠올리며 빠르게 결정했다.
꽃다발을 받느라 캐리어를 놓은 사이 전영중이 낚아채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 날을 위해 빌려온 엄마 차였다. 짙은 회색 그랜져에 옷가방을 싣고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매너까지 선보였다.
"얼씨구?"
"빨리 타요, 형. 피곤하죠?"
"너 운전도 하냐?"
"당연하죠."
형 태워주려고 하루 한 시간씩 열흘 동안 사설 운전 연수를 받았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 잔뜩 긴장해 딱딱하게 굳은 어깨와 앞으로 쏠린 몸이 영 믿음직스럽지 않았지만 일단 올라탔다.
삐걱거리며 차가 출발한다. 어째 불안한데. 운전 경력 10년이 넘어가는 성준수의 눈에 이번 여름 급하게 면허 딴 녀석의 운전이 눈에 찰 리 없었다. 영중아, 좀 크게 돌아. 아니, 누가 주차장에서 그렇게 악셀을 밟아. 천천히 가. 사람 오잖아 미리 감속해야지. 브레이크 미리 밟—악! 이렇게 되니까 미리 조금씩 밟으란 거야. 사람 다 지나가면 가. 왼쪽 보고, 야, 차! 차!
"내려."
"네......."
주차장을 다 나가기도 전에 교체당했다. 그 와중에 우울하게 문부터 열었다가 차가 빠앙 클락션을 울리며 지나갔다. 미친 새끼야, 차 안 오는지 보고 열어야지! 죄송해요....... 3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잔소리에 얻어맞은 탓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나운 얼굴로 운전석에 올라탄 성준수가 심호흡하더니 핸들에 머리를 박았다.
"......미안."
"아니에요."
"피곤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졌나 보다."
"운전 못 한 거 맞잖아요....... 저 그냥 운전 안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뭘 그렇게까지 하냐. 나도 처음엔 운전 못했어. 연수 하다 보면 나아질 거야."
"그럼 형 저랑 주말마다,"
"돈 내고 전문가한테 받아."
"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성준수가 네비를 만졌다. 얘 어머니 차랬으니까 집에 데려다주고 택시 불러 가는 게 낫겠지. 그런 생각이었는데 전영중이 핸드폰을 가린다.
"그냥 형네 집으로 가면 안 돼요?"
"너 혼자 못 갈 거 아냐. 데려다주고 가야지."
공항까지 혼자 몰고 왔는데요. 엄청 조심히 운전하긴 했지만. 평가절하당한 제 운전 실력에 입술만 비죽였다.
"저 형네 집 가고 싶어요. 할 말도 있고."
할 말 있음 지금 하면 되지? 흘끔 본 옆얼굴이 운전대를 잡았을 때처럼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아, 설마?
형, 저 프로 가면 고백할 거예요. 구단이랑 계약 하면 고백할게요. 드래프트 있는 바로 그 날이요. 대학생 전영중은 틈만 나면 제게 종알거렸다. 그러든가. 그래서 바라는 대로 애인도 안 만들고 놀아줬더니 뭔 수절하는 것처럼 안전거리 30센치 딱 지키고 살더라. 성실한 건지, 미련한 건지. 먼저 조건을 내걸었으니 깨기도 뭐하고, 정말 연애한다고 운동 설렁설렁하는 놈이랑 사귀기는 싫어서 안 건드렸더니 손끝 닿는 것도 조심하는 게 웃겼다. 귀엽기도 했고.
성준수가 네비를 전영중의 집 주소로 입력했다. 소꿉친구도 아닌데 서로 집 주소 당연하게 외우고 입력하는 것부터가 뭔가 이상하지 않나? 이 녀석 진짜 아무 생각 없나? 시무룩한 녀석의 뒤통수를 쓰다듬고 전영중이 안고 있는 꽃다발 사이에 손가락을 손가락을 넣었다. 막 봉오리가 올라온 장미 한 송이가 뽑혀 나온다.
"우리팀 막내 된 거 축하한다."
꽃다발을 무릎에 내려놓은 전영중이 장미를 받았다. 제 손보다 한참 작은 것을 양손으로 조심스럽게도 쥔다. 축하가 성의 없다고 하려나. 전영중은 꽃을 쥐고 한참이나 조용했다.
"형이 모르는 줄 알았어요. 축하한다는 말이 없길래."
"얼굴 보고 축하해주려 했지."
입을 꾹 닫은 녀석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그게 뭐라고 목뒤까지 빨개질 일인가. 제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분홍 장미 꽃망울이 달랑거렸다.
"너희 집에 주차해 두고 택시 타고 가자. 올라가서 옷 갈아입고 와. 괜히 양복 같은 거 입지 말고."
"별로예요?"
"넌 어른스러운 것보다 귀여운 게 잘 어울려."
아무렴 머리 넘기고 쓰리피스 정장에 넥타이 매 봤자 열 살 어린애가 갑자기 멋있어 보일까. 평생 제 눈엔 귀엽게 보일 테다. 연하는 이런 말 싫어하려나? 슬쩍 보자 전영중은 가느다란 장미 줄기만 문질렀다. 한참을 그러더니 소곤거리듯 작게 묻는다.
"......저 귀여워요?"
참을 수 없어 웃음을 터트렸다. 저 작은 꽃이 뭐라고 세상 귀한 것처럼 받드는 모습 하며, 제 말 한 마디에 저렇게 기뻐하는데 어떻게 안 귀여울 수 있지?
오늘을 애타게 기다린 건 분명 전영중만이 아니었다. 인정한다.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추고 전영중을 돌아보았다. 분명 행복에 겨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겠지.
그걸 너도 알까.
"엄청."
집 근처에서 산 케이크와 샴페인. 소박하지만 전영중의 프로 진출과 연애 1일 차를 축하하기에는 충분했다.
전영중이랑 사귀면서 하루가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냐 하면 당연히 아니다. 성준수는 서른셋이었고, 고작 애인 하나 생긴다고 갑자기 세상에 로맨스 필터가 씌여 핑크빛으로 보인다든가 우연한 실수로 입술이 맞닿는다든가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았다. 성준수에게 연애는 호감의 연장선이었고, 연인은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낼 고정 파트너였다. 취향이 맞으면 좋은 거고, 안 맞으면 서로에게 맞춰가며 익숙해지는 사이 그런 거.
그렇지만 이건 너무... 안 변하지 않았나?
전영중에게 축하 선물로 커플 농구화를 사줄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몹시 좋았다. 그래, 솔직히 말하겠다. 갑자기 키스 갈기고 싶은 기분도 들었는데 참았다. 성준수는 무려 열 해나 더 산 어른이었고, 자신의 팬이었던 애한테 예고도 없이 입술 맞댔다 앞날이 창창한 애 심장마비로 저승 보내기는 싫었다. 우람한 덩치를 보면 고작 입술 비빈다고 죽진 않겠지만, 전영중은 죽을 것 같이 굴었으니까.
'세상에 어떻게 커플 신발을 신고 운동해요!'
웬만한 사람 얼굴보다 큰 신발을 끌어안고 그딴소리를 지껄이는 걸 보면 그랬다. 전영중은 커플 농구화 신고 운동하자는 게 무슨 파렴치한 희롱이라도 당한 것처럼 굴었다. 영중아, 생각해 봐라. 죄다 농구화 신고 뛰는 놈들에 코치님도 신으시는데 우리 둘이 디자인 겹친다고 무슨 큰일이야 나겠니. 색도 겹치는데요? 이 색... 하, 영중아. 귀엽고도 짜증 나는 연하의 어깨를 꾹 누르며 말했다.
'닥치고 내일 신어.'
스피드스터스 최고참의 명령에 못마땅한 표정으로 잔기스 하나 없는 농구화 신발 끈 묶는 모습도 귀여워 보이는 게 중증이라면 중증이었다. 눈치 빠른 녀석 몇이 제 눈치를 보다 전영중 등을 툭툭 치며 '영중이는 좋겠네' 하고 가면 내심 기분 좋기도 했고.
하지만 이건 아니지.
찰칵. 제 앞에서 전영중이 마빡에 해골 단 고양이 카드케이스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저거 뭐랬더라. 무슨 일본 캐릭터였는데. 카드케이스 안에서 홀로그램으로 발광하는 성준수를 보며 성준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쟤는 왜 꼭 먹을 거 앞에서 내 트레이딩 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지?
"그건 왜 찍는 거야?"
"형이 훠궈 사주는 기념이요."
"그럼 훠궈만 찍음 되잖아?"
"준수 형이랑 같이 먹는다, 내가 준수 형을 이렇게 좋아한다, 티도 내고?"
"그럼 날 찍지 왜 굳이 사진을?"
좋아하는 거 실물이 바로 앞에 있는데? 사진 들고 음식이랑 찍기는 전영중이 (새삼스레) 팬이라 밝힌 이후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늘 하는 행동이었다. 그래, 사귀기 전이야 그렇다 치자. 사귀는 사이에 왜 실물을 놔두고 굳이 카드를 찍어?
그러면 전영중은 카드케이스를 안주머니에 넣으며 수줍게 말하는 것이다.
"그건 좀 부끄럽잖아요."
대체 뭐가.
역시 잘 모르겠다. 같이 있는 자리면 역시 멈춰있는 카드 보다는 나랑 훠궈를 찍는 게 낫지 않나? 사귀지 않을 때야 귀여웠지만—물론 지금도 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얼굴을 붉히는 게 귀엽지만—굳이 실물을 앞에 두고도 안 찍는 건 자존심 상하잖아.
살아있는 성준수가 그깟 사진보다 못났을 리 없다는 자신감이었다. 당당하게 찍어. 사귀는 사이잖아? 인스타에도 업로드 하고. 태그도 하고. 누가 성준수 선수랑 친해요 물어보면 사귀는 사이에요 대답도 하고. 어떻게 하면 사진 말고 날 찍을까. 짧은 고민 끝에 23년간 유교에 길든 부분을 공격하기로 한다.
"근데 사진을 음식 사이에 놓고 찍으면 제사상 아냐?"
그러자 전영중은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니에요. 미안해요, 형. 기분 나빴죠.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어요."
"뭐가?"
"제사상이라는 거....... 진짜 그런 의미 아니었어요. 그냥, 나는 맛있는 거 먹으면서 형 팬이라고 티내고 싶어서......."
"니가 왜 내 팬이야."
진지하게 내뱉은 말도 아니었는데 전영중은 많이 당황한 것 같았다.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이후로는 카드 대신 자기를 찍겠지 싶어 나름 만족스러웠다. 보글보글 끓는 훠궈 냄비에 야채를 밀어 넣는다. 뒤늦게 집게를 가져가려는 녀석의 손을 밀어내고 양고기까지 익혀 앞접시에 덜어줬다. 전영중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남자 친구지."
그러면 전영중은 입을 꼭 다문다. 애인 된 지 한 달 됐구만 얘는 아직도 팬이란다. 물론 남자 친구와 팬은 다른 역할이니 둘 다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팬보다는 남자 친구 포지션이 훨씬 이득 아냐? 애인으로서 자아를 더 크게 둬야지. 봐, 지도 좋아서 입꼬리 간수 안 되는 구만.
그럼에도 성준수가 미쳐버리겠는 건,
"그건 아직 좀 이른 거 같아요."
바라는 대로 커플 템도 맞추고 손도 잡아놓고 이런 소리나 지껄여서다.
사실 손만 잡는 것도 문제다. 진도가 거기서 멈췄다. 이게 맞아? 다 큰 새끼가 연애하면서 손만 잡는다고? 저야 이제 성욕이 한풀 꺾인다는 서른을 넘겼다지만, 쟤는 한창 때잖아? 물론 통계가 그렇다는 거고, 성준수는 아직도 성기발랄하다. 침대에서 팬티까고 만나는 것까진 안 바라도 입술 비비는 것까진 바랐단 소리다.
"혹시 너 안동 전씨니?"
"아뇨, 정선 전씨인데요. 안동 전씨도 있어요?"
몰라. 근데 니가 존나 보수적이라 청학동 출신 아니면 말이 안 될 거 같아서. 니 투표도 빨간 데다 하냐? 묻는 대신 입을 꾹 다물고 전영중이 시키는 대로 따봉을 했다. 형, 웃으세요. 너 같으면 웃음이 나오겠어? 포토 부스에 덩치 둘이 구겨져 들어온 와중에도 제게 영겨붙지 않는 전영중이 괘씸했다. 아니 씨발, 이게 어떻게 커플끼리 찍는 사진이야?
우리도 인생네컷 찍자. 성준수 나름 회심의 제안이었다. 남들이 못 보는 곳에서 포즈 취하다 뽀갈이든 키갈이든 하겠지. 전영중은 또 환하게 웃으며 형이랑 해보고 싶었던 포즈가 있다며 냉큼 들어갔다. 그래. 너도 바라는 게 있긴 했구나. 나름 흐뭇하게 생각했는데.
"나도 하트 하면 안 돼?"
"안 돼요."
"왜 나는 따봉이야?"
"그런 컨셉이에요."
이게 대체 무슨 컨셉인데. 성준수는 욕설을 뱉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란히 서서 몸을 반쯤 숙이고는 전영중이 반쪽짜리 하트를 만들어 제 쪽으로 내밀길래 당연히 반쪽 하트로 이어 붙였더니 그게 아니란다. 나는 죽어도 따봉을 해야 한단다.
그다음은 나란히 서서 은은하게 웃으며 같이 따봉 하기. 개 같은 따봉. 드디어 하트를 만들라기에 반쪽짜리 하트 만들었더니 내 손 아래에 붙인다. 엇나가도록.
"니 진짜 뭐하냐?"
"저 이거 진짜 해보고 싶었어요."
찰칵! 성준수가 빡치든 말든 사진은 찍힌다. 마지막 네 번째. 다음 포즈는요.... 인내가 한계에 달한 성준수가 팔뚝을 잡았다. 어, 형? 못 움직이게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말하느라 벌어진 입에 혀부터 집어넣고 입술을 붙인다. 도망가는 녀셕을 끌어당기고 편한 각도를 찾아 자연스레 고개가 비틀린다. 찰칵!
그랬더니 삐졌다.
본인 말로는 화난 거라는데, 성준수의 눈에는 영락없이 토라진 어린애였다. 그 와중에 한 장씩 나눠 가진 사진은 접히지 않게 잘 챙긴 게 마음에는 든 거 같은데, 자세히 보려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집어넣으라고 난리다. 그 엿같은 따봉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얘기라도 듣고 싶은데 말도 못 꺼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전영중의 논리는 이랬다.
"형은 공인이라는 자각을 좀 해야 돼요."
내가 무슨 공인이니 농구선수지....... 기가 막힌 논리에 힘이 빠져 습관처럼 내뱉던 욕설이 절로 삼켜졌다.
"형 비시즌에 찍는 방송이 몇 갠데요. 이번 여름에만 공중파 세 개에 유투브 다섯 개, 광고 두 개였잖아요."
내가 그렇게 바쁘게 살았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얘는 그걸 왜 다 세고 있지. 아니, 그리고 방송한다고 죄다 공인이냐고.
"형 어제도 사인 부탁받았잖아요."
쏘가리매운탕집? 거기 사인 백 개 걸려있는 거 못 봤냐? 너도 농구선수인 거 알면 받아 갔을 걸?
"이, 이런 사진 막 찍었다가 디스패치가 형 남친 있다고 뉴스 내면 어떡하려구요."
이런 사진이 대체 뭔데....... 그렇게 말하는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네 컷 중 고작 한 컷 박힌 키스가 뭐 어떻다고. 너도 좋다고 혀 넣었잖아. 아주 쪽쪽 빨고 난리더만.
"형 이러다 애인 있다는 소문 퍼지면 자필 사과문 올려야 할 수도 있어요."
그럴 리 없다. 아니 웬 사과문? 연애한다고 경기 조진 것도 아닌데. 이러다 결혼 발표 나면 결혼버프 기대해도 되냐고 오히려 좋아하더만. 그리고 내가 남친 있는 게 뉴스거리나 되겠니. 차은○가 남친 있다 이래야 이슈가 되는 거지. 우리 구단에서나 이슈가 됐다. 얼굴값 한다고.
"잘생긴 애들만 골라 사귄다던가? 대현이가 잘생겼냐? 난 잘 모르겠던데."
움찔, 전영중의 두꺼운 눈썹이 모이려다 만다. 어라, 방금 뭐야? 농구선수의 동체시력이 놓치지 않고 그걸 포착했다. 실마리를 잡은 기분에 더 파보기도 전에 전영중이 길게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남... 애인 얘기는 하지 마세요. 사람들 보기 그렇잖아요."
"뭔, 니가 내 매니저라도 되냐? 왜 그런 걸 단속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형 매니저는 이런 거 단속 안 해요?"
"운동선수한테 매니저가 왜 있어?"
"왜 없지?"
"있겠냐?"
"그럼 광고 계약이나 방송 출연하면 계약서 검토는요?"
"엄마랑 아는 법무사가 같이 검토하는데. 아니, 영중아. 왜 이런 게 궁금하냐? 우리 지금 키스한 걸로 싸우는 중 아니었어?"
전영중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키, 킷... 그거, 저는....... 무슨 키스라고 말하면 죽는 사람처럼 입술만 씹다가 개미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이랑 그런 마음으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맙소사.
성준수는 이마를 치는 대신 엄지기둥으로 꾹꾹 눌렀다. 이 새끼, 설마 했는데 아직도 저를 애인 위치에 집어넣질 않고 있었다. 그럼 이건 뭔데. 팬서비스? 팬미팅?
"그런 마음이 뭔데?"
사납게 묻자 전영중이 발개진 얼굴로 눈을 마주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는데, 느리면서도 소름 끼치는 시선이었다. 받아내기 버거워 시선을 피하려다, 어쩐지 자존심 상하는 기분이라 꿋꿋이 마주 보자 보자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코를 틀어막았다. 붉은 피가 손 안쪽에서부터 뚝뚝 떨어져 내렸다.
뭐야 진짜?
"......너 어디까지 생각했냐?"
"아니, 형, 그냥...... 어제 과제 하느라 잠을 좀 못 자서......."
"니 개꿀잠잤다고 아침에 너구리 임티 보냈잖아."
이렇게 보면 또 마냥 순진한 건 아닌 게 확실하고. 입을 딱 다문 연하를 보니 견적이 나왔다. 음험한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고, 그걸 어디까지 조절해야 할지 몰라서 손도 못 대는 거 같은데....... 이녀석 연애 경험이 없나? 저 얼굴로?
슬프게도 전영중은 어떤 남자의 뒤를 쫓느라 정말로 연애 한번 안 해봤다. 애초에 연애할 생각 말고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 한 게 본인이거늘.
아무튼, 성준수는 지상고 감독 시절 이현성이 남긴 명언을 떠올린다. 열등감, 질투. 다 자기가 좋아하는 에너지라고. 이현성이 들었다면 이럴 때 쓰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며 반박하겠으나 애석하게도 이곳에 없었다. 그래,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트리거로 열등감과 질투만 한 게 없다.
"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성준수는 카페 냅킨을 두둑이 챙겨 건네주며 부러 여상히 말했다. 대놓고 도발하는 말투보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게 때로는 상대방을 더 열받게 하기 좋은 법이다.
"키스 정도는 대현이랑 사귄 지 한 달 만에 했어. 네가 왜 고작 키스 가지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잠깐 중요치 않은 인물 한 명만 짧게 짚고 넘어가자.
정대현. 전영중이 여자 중에서만 애인을 색출하던 탓에 '성준수 애인' 레이더를 통과한, 편견으로 지켜준 사생활의 당사자. 키 190센치에 남자배구계 꽃미남이라 불리는 동갑내기. 성준수의 가장 최근 엑스로 작년 은퇴. 성준수는 인정하지 않지만 헤어진 당시 플옵 성적을 조진 원흉. 성준수가 게이인 거 알고 나서 보니 그 자식이 인스타에 유독 성준수를 많이 태그했더라. 아주 럽스타를 하셨네. 아니, 헤어졌다면서 왜 삭제 안 해?
전영중은 준수 형이 아름답고 깨끗한 사랑만 했길 기도했다. 다 큰 성인이 그럴 리 없다는 걸 이성으로 알고 있으나 감성은 끝까지 그의 순수와 순결을 바랐다.
"그리고 키스만 해봤겠냐?"
당연하게도 성준수는 감성의 기대를 박살 낼 예정이었고. 놀라 고개를 들자 후드티의 귀여운 곰돌이 프린팅 위로 피가 후득 떨어진다.
"걔 승부 속옷이 뭔지도 아는데."
그걸 형이 왜 알아요?
"우리집에 두고 간 거 중요한 경기 있대서 내가 시간 맞춰 경기장에 배달한다고, 어후 시발."
그걸 왜 형네 집에 두고 가요?
간접적으로 치솟는 수위에 전영중은 눈만 크게 떴다. 생기를 잃고 흰자위가 다 보이도록 치켜뜬 눈이 서늘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성준수가 쫄았냐? 당연히 아니다. 바라던 데로 전영중의 속을 들쑤셔놨으니 만족했다면 모를까.
"전남친 얘기 하지 마세요."
"전남친도 아니지 뭐. 헤어진 지 삼 년 넘었는데. 걔랑은 이제 친구로 잘 지내고 있어."
"그 사람이랑 연락하지 마세요."
"왜?"
"그 사람이 무슨 흑심을 품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형 곱게 헤어진 거 아니잖아요. 그 사람이랑 헤어지고 플옵때 힘들어했잖아요. 아니라고 하지 마요. 그때 형 안색 진짜 안 좋았다구요. 어디 아픈가 싶을 정도였어요. 근데 왜 그런 사람이랑 계속 연락해요? 그 사람은 무슨 염치고? 자세한 사정은 형이 말 안 해줬으니까 모르겠는데, 헤어지고 나서 형이 그렇게 힘들어한 거 보면 좋은 사람 아닌 거 같아요. 왜 그런 사람이랑 계속 연락해요."
전영중이 코를 누르던 손을 치우고 종알거리며 말을 이었다. 흥분하면서 멎었던 코피가 다시 주륵 흘러내려도 냅킨으로 대강 닦는 게 다였다. 보기 흉하게시리. 성준수는 다정하게 물티슈를 가져와 하도 문질러 발개진 인중을 닦아주었다.
승자의 여유였다. 이 빌어먹을 꼬맹이. 발작 버튼 한 번 누르기 힘드네. 그러나 쐐기를 박기 위해 평정을 유지하며 부드럽게 말한다.
"네가 뭐라고 사람을 만나라 마라야?"
그러자 제 콧잔등을 꾹 누르는 손을 감싼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다, 다시 저를 겨우 마주 봤을 땐 처연하게 올려다보는 표정을 짓는다.
"저 형 남자 친구잖아요."
너 이 새끼, 니 입으로 인정한 거다?
그 이후의 일은 빠르게 요약한다. 옷 버렸으니 일단 우리집으로 가자 발언. 성준수는 태생이 승부사였으니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일단 윗도리 벗기고, 그 김에 아랫도리 벗기고, 속옷마저 벗기면 게임 끝난 거지. 제가 아끼는 후드의 귀여운 곰돌이가 피투성이가 되어 속상했던 전영중이 좋아요, 하고 수락. 자주 놀러 왔으니 새삼스레 경계하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전영중이 후드를 벗으려 옷을 말아 올린 사이 빠르게 바지 탈의. 그 이후로는 뭐.......
형 이러지 마세요! 영중아, 원래 처음이 어렵다니까. 저 형이랑 이럴 생각 없어요! 원래 인생이란 게 생각대로, 계획대로 흘러가질 않아. 이건 너무 이른 거 같아요! 임마, 원래 키스랑 섹스는 세트야. 마음의 준비 좀 하고 하면 안 돼요? 니 아들은 마음의 준비가 다 됐다는데? 거기 그만 보세요! 오우, 우리 영중이 실하네?
흘러내리는 바지를 움켜쥐고 버둥거리다 끝내 자빠지고. 성준수가 이때다 싶어 끝을 잡고 쭉 잡아당겼다. 꺄아아아악! 제 바지가 벗겨졌는데 성준수의 바지가 벗겨진 것처럼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 정신 차리고 팬티를 움켜쥔다.
형, 형! 이건 진짜 안 돼요! 우리 천천히 알아가요! 이 새끼야 우리가 천천히 알아가는데 지난 삼 년이면 족하지 않았냐? 너 이미 내 머리부터 발 끝까지 알잖아. 모르는데요! 내 옷 사이즈 몇이야. 투엑스요. 신발은. 이백팔십오요. 혈액형. B형이요. 거봐, 다 알잖아! 형의 성격이라든가? 내 엠비티아이 뭐야. ISTJ요. 이 새끼야, 여기서 더 궁금할 게 있어? 형의 사주? 지랄 작작 해라. 니가 애인 만들지 말래서 삼 년을 수절했는데 니 아들 실물 한 번 못 봐? 아아아아아악!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아냐 맞아! 시발 난 이럴 자격 있어! 분노가 실린 실랑이에 드디어 코끼리, 가지, 해삼 등으로 대체되는 그것의 실물을 영접하는 순간.
빡!
지상고 전설, 클러치 슈터, 스피드스터스 최고참 성준수가 뒤로 넘어간다.
"아으윽......."
"형? 형 괜찮아요!?"
버둥거리던 전영중의 발꿈치에 제대로 맞았다. 왼쪽 어깨를 쥐다 신음을 흘리며 손을 뗀다. 많이 아파요? 전영중이 손도 대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다 나지막이 119를 읊조리는 소리에 핸드폰을 찾았다. 어디, 얻다 뒀더라? 허둥거리며 자켓 주머니와 소파 틈을 뒤지다 벗겨진 바지에서 찾았다. 119 세 자리를 누르는 손가락이 형편없이 떨렸다. 거기 일일구죠, 제 애인이 잘못 맞... 넘어졌는데 못 일어나고 있거든요. 머리가 다친 건 아닌 거 같고, 가슴이....... 주소요? 훌쩍. 주소가.......
"여기 주소 뭐였죠?"
당황한 전영중이 주소마저 까먹고는 눈물을 매달고 물었다. 저 씨바거....... 성준수가 어른스럽게 바톤을 넘겨받았다.
"스피커폰으로 돌려."
전영중이 무릎 꿇고 스피커폰으로 돌린 전화기를 갖다 바친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도 성준수가 또박또박 집주소를 말했다. 네, 거기 사백삼십일호....... 팔이 안 움직이고 어깨와 가슴 쪽에 통증이... 가만히 누워있습니다. 네네.
엠뷸런스에 실려 가며 동네 사람들에게 얼굴이 팔리고, 성준수가 곧 죽을 것처럼 전영중이 울어댔던 이 해프닝은 3개월 후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저 군대 가요."
그게 졸업식에서 할 말이니.......
부모님, 친구들과도 잠시 떨어져 한적한 곳으로 데려와서는 하는 소리였다. 영장 나왔구요, 한 달 후에요. 하늘을 보고 길게 한숨을 뱉자 꼭 담배 연기처럼 입김이 길게도 피어올랐다.
한 달 후인데 머리는 왜 벌써 빡빡 밀었냐. 너 나한테 시위해? 아니 씹, 나한테 서운할 게 뭐 있는데? 내가 많이 참아준 건 알아? 내가 존나 밑지는 연애였다고 이거. 그래 이 빡빡이 새끼야, 모르는 사람이 니 졸업식 사진만 봐도 졸업하자마자 군대 간 거 알겠다. 어린 연하의 기강을 바로 세워줄 말들을 한가득 내뱉을 수 있으면서도 결국 참고 만다. 오늘도 내가 사리 하나를 쌓는구나.
"이게 미쳤나."
구라다. 언어가 되지 못한 분노는 폭력성으로 표출됐다. 성준수가 끝내 참지 못하고 꽃다발로 괘씸한 연하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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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유영하는 수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렇게 밀당해놓고 군대로 튄다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떡해 준수 몸에서 사리나올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중아... 영중아...!!!!!!!!!! 하지만 귀엽다................ 하.... 저 의도치않게 앙큼한 연하빵 진짜 어쩌면 좋지요......... 개열받아요진짜...(POSITIVE)
놀라는 백조
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밌어요
고요한 페럿
로코의 신… 로코의 신…. 로코의 신… 저는 진짜 둘둘님의 개그센스가 미친듯이 부럽고 그 재능이 질투날정도로좋고 아무튼너무좋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너무최고예요어떡하지 아흐흐흑 선생님 오래오래 빵준개그물써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성적인 사슴
아미친 ㅋㅋㅋㅋㅋㅋ 망섹...? 이걸 망섹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깔깔 웃다가 저도 숨 넘어갈뻔 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다음편이 있다니 너무 좋아요. 준수 군대도 쫓아갈꺼니? ㅋㅋㅋㅋㅋㅋㅋ
전설의 기니피그
오우 우리 영중이 팬이었을때 준수 열애설 났으면 자필 사과문 요구하려고 했구나... 하다 마지막에 기절 준수 득도하겠다 영중아ㅠ
잠자는 토끼
ㅋㅋㅋ영중아...군대런은 아니지...
논리적인 판다
이미친.. 너무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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