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ending

blending 2화

생존본능

'....이게 뭐야..'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왜 내 입에서 저 노란색 촉수가 나온것이며 저 촉수는 계속 꿈틀거리며 왜 내 몸에서는 이 고통이 멈추지 않은것이냐.

이유는 하나였다.

'블렌딩 현상...!'

무언가와 '섞이는' 정체불명의 현상, 한 1800년도에 시작했다는데 2003년 8월 12일인 지금도 계속해서 일어나는 현상, 이제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블렌딩 현상은 5명중 2명정도만 되는 현상인데..왜 하필 나지..?'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도 낮은 확률은 아니였다. 우리 가족이 4명이니 이론상으로도 한명을 블렌딩 현상을 겪게 되지만... 그게 왜 굳이 나였어야하는걸까...?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고 머리가 꽝꽝 언듯이 멈춰버렸지만

"으아아!! 블렌더다!!!"

"씨발!! 도망가!!"

주변에 있는 노숙자들의 소리로 난 다시 다리를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도.. 도망치자.'

빠른 판단을 마친 후 난 갈림길의 오른쪽으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중간에 왼쪽 신발이 벗겨저버렸지만, 또 중간에 쓰래기통에 부딪쳐 쓰래기를 뒤집어 썼지만, 또 아까 신발이 벗겨저서 일까 넘어져서 무릎과 팔꿈치가 까졌지만.

내 다리는 멈출줄을 몰랐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내가 이제 더이상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것에, 이제 더이상 저 무리에 같이 있지 못한다는것에, 이제부터는 '블렌더'로 살아야하는것이 무서워서 도망쳤던거 같다.

아무도 쫒아오지 않은걸 알지만 그래도, 내가 이렇게 뛴다고 바뀌는게 없더라고, 이미 난 블렌딩 되었다는걸 알았지만 난 도망쳐야했다.

"..아....빠.."

그제서야 아까 냈던 신음소리가 뭔지 알았다. 그건 아버지를 찾는 소리였다. 아니 '아빠'를 찾는 소리였다. 매일 늦게 집에 와서 인사하고, 날 반겨주고, 주말만 되면 나에게 손하트를 버릇처럼 하던 아빠를 찾던거였다.

"하아...하아.....하아..."

가쁜 숨을 고르고 나니 난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도착하고 말았다.

"..윽...아...으..."

아까 뛰었던게 효과가 있었는지 블렌딩 되면서 생기는 고통이 잠시 무뎌뎠지만 다리를 멈추자 한번에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블렌딩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숨길만한곳....빨ㄹ...리..'

온 몸을 부여잡은 다음, 아무도 없는 아주 어둡고 음습한 아까 들어갔던 뒷골목같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서 난 온 몸에 힘을 풀었다.

꾸륵꿀륵

그러자 온 몸이 촉수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팔, 다리는 기본이며 귀, 손가락, 가슴, 배 등 다른 모든 부위가 노란색 촉수가 되어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난 황급히 주변에 있는 신문지를 들고 몸을 가렸다. 촉수가 움직이면서 옷이 조금 찢어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날 스켜지나가면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으... 그지놈"

난 그말에 정신이 나갈뻔했다. 그야 아까까지만 해도 내가 처런 말을 할 수 있었던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이 블렌딩 현상때문에 아까같은 말을 들었어야했다. 너무 치욕적이고 화가나며, 슬펐다.

"..씨....발...."

욕이 저절로 나오는 상황일 수 밖에 없었다. 난 정신력이 강한 사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난 또다시 슬픔에 빠져버렸다. 이러면 안되는걸 알지만 눈물은 그런 날 무시하듯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기만 했다.

'...정신차려, 텐타큘럼'

뽈록

난 촉수로 변해벼려서인지 강하게 내 뺨을 떄렸지만 이상한 소리만 나고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끈적끈적한 그 촉각은 정신을 차리기에는 좋았다.

그렇게 서서히 진정하자 다시 내 팔이 평범한 사람의 팔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노랗고 꾸물꾸물한 촉수가 아닌 살구색의 손가락이 5개 달린 사람의 팔로 말이다.

"아...진정하면...바뀌는..건...가?"

어느정도 방법을 찾은 난 눈을 감고 서서히 숨을 고르며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떳을때는 말 그래도 인간의 팔, 다리를 한 내 모습이 보였다.

'...일단 살았다..'

이제겨우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온 난 다음으로 내 등뒤에 나온 거대한 촉수들을 바라보았다.

쉬지도 않고 꿈틀꿈틀거리면서 내 등뒤를 침식한 녀석들...

'조용해보자..내 능력이니까..'

그렇기에 난 이번에도 눈을 감고 촉수에 집중해보았다.

[아들아, 가끔 무언가에 집중할때가 올꺼다.]

갑자기 들려오는 아빠의 목소리는 지금은 무시하-

[그때는 아빠를 떠올려]

'.....'

그리고 다시 눈을 떳을때는 내 뒤에 촉수는 없어지고 그저 등 뒤에 구멍뚫린 후드티와 또다시 마음에 상처가 드러나버린 내가 있을뿐이었다.

그렇게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꼼짝마!"

"으익!"

국가소속, <체인>이 왔다.

※ ※ ※

그 이후로는 빠르게 일처리가 되었다.

[아, 아들!]

국가에서 관리하는 체인에게 붙잡힌 난 먼저 가족들과 만남이 있었다. 마치 다시는 못볼것처럼 말이다.

[지금부터 블렌딩 등급 시험을 시작합니다.]

그리고서는 바로 블렌딩 등급을 확인하게 되었다.

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블렌딩 현상이 심하게 나타난거고...

3등급부터는 격리, 2등급은 감금, 1등급은...

'사살'

죽고 싶지 않다.

이건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다. 그리고 나도 욕망이 있었다.

'살고 싶어'

솔직히 난 알고 있었다. 내 등급이 뭔지 직감적으로 말이다.

'1등급 블렌딩갓...!'

온 몸이 촉수며 언제든지 촉수를 만들 수 있으며 그런 촉수를 조종하는 능력? 무조건 사살할거다. 하지만 아까말한듯이 난 살고 싶다. 너무나도.

[아들, 어서와]

왜 이럴때 이딴 환청이 들리는거야!!

"ㅅ, 싫어.."

무의식적으로 뱉은 말이지만 다행이도 아무도 못들은거 같았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은 전혀 다행이 아니였다.

"21번, 나오세요~"

그야 내가 21번이었기 때문이다.

난 천천히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면서 안내자분이 안내해주는곳으로 따라갔다. 솔직히 말하자면 안내자분이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 무슨 옷이었는지, 블렌더였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아니 그냥 받아들이기 싫었을지도 모른다. 그 일을

"자, 전정하시고 한번 능력 써보세요.최대한 진심으로. "

난 패닉에 빠져버렸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파해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이 상황을 벗어날 수 는 있을걸까?

아니면 그냥..

[아들, 같이 가자.]

아빠랑 같이 놀러갈까..?

"..흐...흐흐.."

난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왼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꾸륵

그 팔은 촉수가 되었다.

'살거야, 무조건'

이건 내 생각에는 이거다. 하나의

----------<생존 본능>----------

난 너무나도 살고 싶었다. 설령 아빠를 보지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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