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ett
2편이 있습니다
편안히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다, 티켓 2장이 내 눈앞에 들이밀어졌다. 이름도 모르는 작품의 발레 공연의 티켓이었다. 티켓을 들이민 내 친구란 작자는 그 잘난 입꼬리를 올려보이며 말했다.
“ 티켓을 실수로 두장이나 샀지 뭐냐. 마침 나한텐 내 친구 에안이 있어서 망정이었지, 안 그랬음 난 돈을 날릴 뻔 했다. ”
그리 말하곤 소리내어 웃는 그를 보자 이상하게 마음 한켠 속에 짜증이 올라왔다. 왜 내가 같이 간다고 확신하는거지? 그렇게 생각하는 내 마음도 모르고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뭐가 그리 재밌어서 웃는건지 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늘 저녁 8시에 발레 공연을 시작한다는 내용이 금색 글씨로 쓰여진걸 보았다. 저기가 대단한 발레단이었던가. 발레에 관심을 주지 않으니 발레단의 이름을 보고도 흥미가 돋구어지지 않았다. 가서 즐길 것도 별로 없을 거같았고.
“ 힘들게 A열로 구했다, 이 말이야. 가까이서 발레리나 누나들을 볼 수 있는 찬스지. 안그러냐. ”
“ 누나가 아니라 네 조카뻘아니냐. ”
“ 뭐 어쨌건. ”
“ 이번 기회에 발레에 관심 좀 가져봐. 예술활동에도 좀 관심 좀 가져보라고, 워커홀릭아 ” 하며 웃는 그를 뒷전으로 하곤 난 옷을 챙겨입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은색 셔츠 위에 흰색 넥타이를 매곤 검은색 자켓을 입었다. 자켓의 단추를 잠그곤 위에 코버트 코트를 한겹 더 입고 가죽 장갑까지 꼈다. 그러곤 고개를 들어 제 방을 훑어보았다. …제 친구도 이제 갈 준비가 다 된듯 방에서 나가 있었다. 닫힌 방의 문고리를 잡곤 그것을 오른쪽으로 돌려 문을 열었다. 바닥에 있는 붉은색 카펫이 오늘따라 더 붉어보이는건 왜인지 모르겠다.
“ 오늘은 사채업자 컨셉인가? ”
“ 다물어. ”
복도에서 나를 보며 장난스레 말 건네는 친구의 머리칼은 빛을 받아 노란 빛으로 빛났다. 눈 한쪽에 박혀있던 붉은 보석도 빛났고.
“ 자. 얼른 가자. ”
그러고선 나를 끌고 저택 홀로 내려와 곧 그 홀을 빠져나왔다. 뒤따라가는 나도 얼마 안가 그를 따라잡으려 홀을 빠져나왔다. 홀을 빠져나와 저택 대문까지 걸어나왔다. 저택 대문 벽에 자라난 덩쿨들이 눈에 들어왔다. 5월에는 장미들이 만개하던 장미 덩쿨이었다. 붉은색 장미들이 화하게 자라나면 칙칙한 회색 저택에서 유일한 붉은 물감이 뿌려진듯 보였다. 난 그게 나름 마음에 들었다. 창문 밖에서도 잘 보여서 익숙해진 탓이 더 커서 그런가.
마차에 한켠에 몸을 올리곤 마차의 문을 닫는거까지 보곤 마차에 시선을 두었다. 어두운 붉은색의 시트에 둔 시선을 이내 커튼을 걷은 창으로 돌려졌다. 바깥 풍경만 보다보니 친구가 건네는 쫑알거림은 이제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내 머리속에서 생각나는건 발레공연이 시작할 시간이 아직 안되었는지에 대한 거였다. 우리가 나간 시간은 6시 17분이고, 여기서 공연장 까지의 거리가… 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10마일, 아니. 11마일 쯤 갔나, 1시간쯤 걸리자 어느 공연장 앞에 도착했다. 화려하고 큰 공연장이었다. 전체적으로. 공연장을 보고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보고 웃음을 띈 그는 나에게 곧 시작하겠다는 말을 남기곤 먼저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도 뒤늦게 그 뒤를 따라갔다.
공연장 안은 넓고 쾌적했다. 바닥 카페트는 붉은색이고, 금색의 장식들이 이곳저곳 장식되어 매우 화려한 느낌을 주기엔 충분했다. 딱히 이런거에 좋다 싫다를 따지며, 평가를 내리는 성격을 내가 가지고 있진 않지만, 그 공연장은 감탄사가 터져나오게 할만큼 아름다웠다. 그리고 공연장에 들어오고 나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나오는 복도로 걸어가면, 왼쪽에는 문이 있는데, 그 곳은 3번 홀이라 부르는데, 멋진 발레 공연들이 많이 올라오는 곳으로 이야기가 자자한 모양이지.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 공연을 볼 홀이기도 했다. 홀 문을 열고 들어가 보인 곳은 꽤나 화려하고 커다랬다. 일반좌석들은 넓게 펼쳐져있고 천장쪽에는 박스 석이 있었다. 무대는 크고 넓었으며, 조명들도 여럿 보였다. 그렇게 홀을 둘러보다 내가 앉아야할 좌석을 찾아 그곳에 앉았다. 내 옆자리엔 그 친구가 앉았고. 잠시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다 곧 발레공연이 시작한다는걸 알리기라도 하는듯 조명에 있던 은은한 불이 꺼지고 쳐있던 커튼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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