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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색곡점

해우 by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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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무지개란 것은 계절에 구애 받지 않는다. 한 차례 비가 쏟아진 이후라면, 빛이 산란하기 좋을 정도의 충분히 맑은 날씨라면. 그리고 약간의 행운을 가진 날이라면 어느 빛이 닿는 구석에서 소소한 무지개를 쉽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무지개를 발견하는 것이 준비물 중 하나로 약간의 행운을 명시했다만, 사실 내겐 무지개란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운으로 여겨진다. 욕실 한 구석이나, 버스 정류장 앞 물 웅덩이에 우연히 만들어진 마블링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그 어떤 이유와 값도 없이 자연스럽게 기분이 고양하는 바. 이런 사사로운 모습과 사건들에서 우린 무수히 많은 인생의 변곡점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돌이켜보자면 기분을 좌지우지 하는 사유들엔 기억에 오래 남는 큰 사건들도 분명 존재했지만, 당장 며칠 전 내 기분이 그리 우울했는지도 희미하단 사실이 짧게나마 살아 온 인생에서 느낀 바이다. 날 우울하게 만들었던 사유란 애초 중요하지 않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며 마음에 기쁨을 보답 받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일 터다. 도시의 밤 야경과 시원한 맥주 한 캔, 그리고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듣고 있는 플레이리스트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같은 것. 소소하지만 분명히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것들. 사소한 욕심이지만 난 그런 것들을 더욱 찾고, 더욱이 알아가며 나의 행복 곡점을 유연히 사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더운 여름이다. 햇빛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시기가 조만간 찾아올 것이고, 그만큼 일상 속에서 자그마한 행운을 발견하게 될 확률도 늘어날 것이다. 무기력한 일상에서 계절을 환기할 수 있는 소소한 선물을 자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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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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