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금인 무아르에게

세번째 편지


슬프게도, 무척 바빠 보이는 무아르 에게. 


일상이 느긋하지 않다니, 그건 나에겐 무척이나 슬픈 소식이네…😢 시간은 누구에게나 금이지만 누군가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금을 내다버리고 싶어할수도 있지 않을까? (해당부분의 글씨가 꾹꾹눌러서 힘껏 쓰여있다)

그런 의미에서 무아르의 편지는 나에게 최고의 컨텐츠야. 편지를 보다보면 시간도 잘 가는데다가 유익하기까지 하잖아! 

그나저나 내가 편지에 질문을 그렇게 많이 했었어? 그것도 줄이고 줄여서 정말 궁금한 것만 물어본 거였는데… 빨리 쓰고 보냈더니 질문이 그렇게 많았는지도 몰랐네. 무아르가 보는 나는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구나? 내가 지금까지 본 인간이 주인님 한 명뿐이다 보니 몰랐어. 주인님은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거든! ‘감수성이 풍부한 안드로이드’... 그것 참 멋진 말이다. 이제부터 난 감수성이 풍부한 안드로이드야!

보라색 눈이라니 궁금하다. 내가 아는 인간의 눈 색은 파랑색뿐이거든. 176cm가 인간 키의 평균이야? 나는 키가 큰 편이었구나. 사람이 돌멩이만큼이나 많다는 게 상상이 안돼… 

음, 무아르가 궁금해하기도 하니까 내 이야기를 조금 해줄게. 

안녕 무아르! 당신은 내가 지금까지 만난 두번째 인간이야! 첫번째는 우리 주인님이었고, 그런데 죽었으니까 이제 당신이 나와 소통하는 유일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지. 

내가 있는 곳은 사람은 커녕 동물들밖에 없어. 인간들이 벌인 환경오염으로 셀수없이 많은 자연재해가 발생해서 인류문명은 서서히 무너져가다 결국엔 폭상 망해버렸거든. 뭐, 내가 모르는 곳 어딘가에 몇명 정도는 살아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물론! 이건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담겨있는 내용이고 내가 직접 목격한 건 아니야. 나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자칭 천재 로봇공학자인 주인님이 그 후에 만든 안드로이드라서 말이야. 태어난 지 (음, 이게 아닌가?) 제작된 지는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 꽤 오래 살았지? 제작된 후로 주인님과 단 둘이 이리저리 주변을 떠돌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주인님이 움직이기 불편해져서 최근엔 마지막 거주지로 삼은 쉘터에 꽤 오랫동안 지내고 있었어. 

음 내 지능은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안드로이드니까 “똑똑”하지 않을까? (‘똑똑’이라는 단어 밑에 밑줄이 쫙쫙 그어져 강조되어 있다) 

그래서 말인데 사람이 돌멩이처럼 많이 있다는 말 말이야. 내가 아는 인간은 주인님과 무아르, 단 둘뿐이라 주인무아르주인무아르주인무아르… 가 수없이 복제되어 존재하는 것밖에 생각이 안들거든. 아무래도 이런 모습은 아니겠지? 물론 무아르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이제 검은 머리에 보라색 눈, 176cm에 화목한 가족이 있고 고향은 시골이지만 현재는 도시에 살고 있다는 건 아니까! 이 정도면 많이 아는 거 같은데? 

그나저나, 그쪽 세계 정말 흥미롭다. 이곳에 기록된 2023년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야. 이능력이라던가, 그런 기록은 전혀 없거든. 무아르도 바위를 땅에서 뽑아낼 수 있어? 나도 못하는 일인데, 그 쪽 세계의 인간들은 참 대단하구나! 

반정부 단체라니… 같은 인간끼리 사이좋게 지내면 안돼? 서로 사과를 해보는 건 어떨까? 나도 주인님과 싸운 적이 있는데 내가 먼저 어른스럽게 사과를 건네서 다시 사이가 좋아졌거든. 기왕 같이 사는 거 안 싸우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지우개로 벅벅 지운 자국이 조금 남아있다)

편지는 여기서 줄일게. 더 길게 썼다간 바쁜 무아르가 읽기가 힘들테니까! 


중구난방 편지를 좋아하는 감수성이 풍부한 안드로이드 보냄. 

P.S. 20살 하니까 생각난건데, 내일이 내 생일이야. 축하해줄 수 있을까? 원래 주인님과 함께 매년 축하인사와 작은 파티를 가졌는데 이번에는 없거든. 

P.P.S 무아르의 생일은 언제야? 나이는 몇살이야?

P.P.P.S. 무아르는 언제 안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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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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