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처음이자 가장 소중한 친구
나는 그런 너를...
점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4교시 수업을 진행하던 수학 선생님이 교무실로 돌아가신 우리 교실에는 다시 활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학생들은 저마다의 무리를 만들고 학생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혼자서, 누군가는 다른 이들과 함께, 누군가는 다른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이에 해당한다.
“뭐해?”
내가 잠시 책상에 앉아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그녀가 다가왔다. 내가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다.
“네 생각.”
그녀는 어머 하고 살짝 놀란듯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고선 이내 활짝 웃어보이며 나를 일으켰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늘은 내가 어제 말했던 대로 도시락을 싸왔으니 옥상에 올라가서 먹어볼래?”
“좋아, 네 요리는 항상 기대가 돼.”
우리는 손을 잡고 함께 옥상으로 향했다. 우리 학교의 옥상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꽤나 공들여 관리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 곳에 방문하는 학생들은 꽤 많은 편이다. 많지는 않지만 우리처럼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 학생이나 아니면 식사를 마치고 이 곳에서 쉬려는 학생들이 주로 이 곳을 찾는다.
우리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나와 유리가 평소에도 자주 찾아오는 곳으로, 식물들이 우거진 곳이라 주변의 시선도 차단되고, 햇빛도 막아줄 나무도 있었다.
“오늘은 금강 네가 좋아하는걸로 준비 해 봤어.”
그녀가 준비해준 내 몫의 도시락을 열어보자 볶음밥과 반찬들이 있었다. 반찬은 소시지를 비롯한 없는 식욕도 다시 돋울만한 맛있어보이는 반찬들이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내 코를 찌르며 후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아침에 만들었다고 해도 지금은 분명 식었을텐데도 방금 막 만들었다 해도 믿을 정도다.
“둘이 있을 땐 이름으로는 부르지 말아달라니까…”
“왜? 난 좋은데.”
“여자애 이름이 금강이 뭐니, 좀 더 예쁜 이름도 많았을텐데.”
“금강석은 다이아몬드를 말하는거잖아. 난 네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넌 항상 빛나고 있거든.”
“쳇, 말은 잘해요. 밥이나 먹자.”
잠깐 동안의 수다를 끝내고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했다. 우리가 밥을 먹고 있던 중, 점심 식사를 일찍 마치고 이 곳을 찾아온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조금은 큰 소리로 떠드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시끄럽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처음 이 학교에 전학왔을 때, 나는 반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 하고 겉도는 느낌에 친구가 생기지 않았다. 그런 내가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을 지내는 장소가 이 곳이였다. 어느날, 평소와 같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옥상 정원으로 향했고, 그녀를 만났다. 분명 나무 때문에 항상 그림자가 지던 곳이였지만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둘도 없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가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자, 그녀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미안,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한 것 같네. 하지만 난 너를 만나고 싶어서 찾아왔어. 너 말이야, 교실에서 항상 혼자잖아?”
“겨우 그런 이유로 여기까지 날 찾으러 온거야?”
“응. 겨우 그런 이유로.”
그녀는 나에게 다가오며 말을 이어나갔다.
“내 이름은 유리, 김유리. 너의 첫 번째 친구가 되고 싶어서 널 찾아왔어.”
그녀는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찾아왔다. 사실 나는 같은 반 학우들을 조금은 멀리하고 있었다. 멀리서 전학 온 나는 그들에게 있어서 이방인이다. 낯설게 느껴질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그들도 나에게 선뜻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아마 내 외모 탓도 있을 것이다. 어렸을 적 부터 조금 사나운 인상 탓에 친구가 많이 없었다. 나도 그 사실을 잘 알기에 굳이 남과 엮이지 않으려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이방인인 나를, 남들이 무서운 인상을 하고 있다며 피하는 나를,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성큼 다가왔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나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름은… 내 이름은 유금강이야.”
“잘 부탁해, 금강아.”
그렇게 우리의 우정은 시작됐다. 그녀는 항상 나와 함께 했고, 우리는 많은 것을 이루었다.
지금 나는 둘 도 없는 친구이자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그녀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오후 수업이 뭐였는지 까먹어서 그래.”
“바보, 5교시는 국어 시간이잖아.”
“그, 그렇지. 나도 참! 그런걸 다 까먹고 말이야.”
“나 없으면 대체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거야~”
“그러게나 말이야. 네가 없으면 이렇게 맛있는 도시락도 못 먹었을테니까~”
네가 없는 미래는 없어. 왜냐면 나는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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