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햄릿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최종장
오필리아가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 햇살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강물 위에 익사한 여인, 허나 그 모습 또한 익사체답지 않게 우아하며 고매하다.
햄릿: (강물을 따라 오필리아가 사라지고 난 이후, 한참 동안 앉아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서글픈 낯으로 소리친다.)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웅장하게 울리던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별안간 뚝, 끊긴다.
햄릿: (햄릿은 꿇어 앉아있던 다리를 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어떤 무대도, 가상도, 희곡도, 소설도, 허상도. 실제보다 아름답지 않다면 어찌 해야 하지? (모은 손을 천천히 떼어낸 그는 무대 위에서 자신을 비추는 조명을 바라본다.)
햄릿: (조명을 향해 손을 뻗자 손 그림자가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다.) 하지만 날 태우는 태양이 그저 무대를 비추는 조명일 뿐이라 해도 극은 이어져야 해.
햄릿: 하지만 그건 내가 해야 할 복수인가. 뻔하고 흔한 가상이라 하더라도 나는 쫓아가야 할 운명을 지녔는가. 그러니 또다시 사느냐, 죽느냐. 있느냐, 없느냐. 존재하느냐, 부재하느냐. 고민해야 하는 것인가....
무대 위 모든 조명이 꺼진다. 암전 후, 그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온다. 불이 켜지자 무대의 모든 장치가 스태프들로 보이는 사람들에 의해 치워지는 모습이 보인다.
햄릿: 살든, 죽든, 있든, 없든, 존재하든, 부재하든, 결국은 하나의 흔적으로 나, 햄릿이 이곳에 있노라.
무대 위를 비추던 조명이 천천히 무대 전체를 비추자 무대장치가 물결에 흘러내린 오필리아를 다시 무대 위로 옮겨놓는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햄릿의 검을 들고 무대 밖으로 걸어나간다.
으아악!!!
무대뒤의 비명과 함께 오필리아의 밝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햄릿은 무대 뒤로 가는 대신 천천히 무대의 계단을 통해 객석을 스쳐 지나가며 극장 밖으로 나선다. 오케스트라는 그때부터 마지막 연주를 시작한다.
이렇게 파라디소가 개편한 햄릿은 막이 내린다. 파라디소는 스스로 ‘옛날이야기인 만큼 큰 반전이 없도록 개편하고 싶었다’ 라는 의견을 내어놓았으며, 그가 쓴 희곡 중 가장 큰 호불호를 탄다. 그의 소설은 항상 난해하기로 유명했지만 이번 글은 난해하다기보다 이해가 쉬웠고 그만큼 애매했다. 꼭 있지도 않은 햄릿을 위해 쓴 것 같다는 평도 있었다. 물론 그에 대한 가십은 늘 그렇듯 쉽게 사그라졌다. 남은 건 햄릿에 대한 재해석의 유행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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