𝐓𝐡𝐞 𝐉𝐮𝐝𝐠𝐦𝐞𝐧𝐭 : 가시왕좌

[예레미야] 불에 녹지 않을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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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차 by 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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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애정을 이르기로 하자.

***

알레테이아 S. 헌팅턴에게.

이번 방학에는 동부에 갔어. 최근 1년 왕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깨닫기를, 나는 밤하늘을 어디든 좋아하는데, 그 모든 하늘을 다 아는 이들조차 유독 로뷔스테의 밤하늘만큼은 특별히 이르니 흥미가 깊었지. 일전에 라에간에게 묻자니 사막에서만큼은 별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다고 하더군. 너 또한 그랬을까?

두서가 없었구나. 그러나 네가 이해하리라. 네게 건넬 수 있는 말이 많지는 않다. 전날의 토로가 일방적이고 매끄럽지 못했던 것 안다. 네가 이별을 고했다는 것도. 너와 함께 보낸 시간은 산개한 듯이 펼쳐져 맞물리게 여미기 어렵구나. 이것은 네가 도통 내 고백을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노파심은 아니다. 그저, 한 가지 단계가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

네 계시는 듣지 못했다. 오직 네게서만 들은 이국의 언어는 귓전에서 온전히 성립되지 못하고 겉돌았으니 내가 진정 안다고 하거든 거짓이다. 네게 더 고할 거짓은 없다. 그러나, 알레테이아. 네가 말하는 소리를 알지 못하면서도 네가 어떤 종언을 고했는지는 알 것 같더군. 미지에 부딪히거든 어김없이 휘말릴 뿐.

너는 계시로써 내게 한 가지 선고를 내렸겠구나. 네가 원했던 번제의 확증으로.

계시받은 적 없는 자가 아뢰기를, 계시란, 진정 욕망을 위해 쓰인다.

불신자에게 계시가 깃들거든 그것이 네 원하는 바이리라. 내가 그러했듯. 그러니 사라지지 말라, 던 내 부탁은 과연 내가 간구할 만한 것이었구나. 너는 오직 사라질 준비로 분주한 자라 내 말이 거스러미처럼 툭툭 불거져 느껴졌을 것이므로, 그래서 기어이 나머지를 내게 실토했을 것이므로. 내가 알아듣지 못해 피하지 못할 형식일지라도.

열쇠는 여전히 목에 걸고 다닌다. 네가 들려줬었지, 알레테이아. “언제든 집으로 돌아와.” 내가 그 말만큼은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건, 네가 곱씹어 네 안에 기록해둔 흔적이기 때문이었으리라. 네가 사라지지 않겠다는 증거로 내게 열쇠를 건넸을 때, 돌려받지 않을 것이므로 그 약속이 소멸했다는 뜻을 선언했을 때.

그 이후로 나에게도 한 가지 심상이 깃들어 너의 돌아갈 곳을 궁리한다. 너는 언젠가 나에게 돌아오겠다고 했고, 나는 기다리겠지. 그러나 네가 예비해둔 끝이 있거든 그조차 한 줌으로 나눠 받는 것일 뿐. 그렇더라도, 다정한 알레테이아. 염려며 자책으로 불안한 알레테이아. 네가 허락하기 전에 무도하게 나는 너를 찾아가려고 한다.

우리는 다시 만날 거라고 이야기했으니, 또다시. 네 건네준 한마디를 지표로 삼아 사라지지 않은 너를 찾으마. 나는 계속 너를 붙들어두려고 무심코 이르다가 진정으로 불안을 알고 말았구나. 네가 진실로 사라지고자 하는 자였으므로, 기어이. 그러니 내 애정, 우정의 값은 끈질긴 불안을 네게 묶어두마. 네가 나에게 안배했던 것처럼.

네가 태어나 자라, 낮은 데서 올려다보았을 밤하늘은 아름다웠어. 오직 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맞더군. 낮은 데서 별을 바라보며 자란 너에게 별빛을 물으러 가마. 네가 허락받지 않고 턱없이 천진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네게, 언제든 돌아오라고 속삭이던 이들의 다정이 그러했듯이 너의 안위를 바라면서, 확인하러.

그리하여 네가 동부의 여행자를 받아주기를 바란다. 곧 만날 너의 친구가.

***

열쇠는 가지고 있어도 좋아요. 그러나 당신에게 의미 없는 것이라면 불 속에 버려요.

문을 나서며, 예레미야는 빠트리지 않고 열쇠를 목에 걸었다. 남겨진 서신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친애아는 제레마이어가, 라고. 똑같은 표기를 알레테이아만이 아는 발음으로 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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