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케루 편과 ㅁㅁ 님의 망상글에서 이어집니다. 조악한 주술일수록 형태가 명확하지 않다. 그럴수록 술법이 어떻게 발동할지는 술자에게 달려있는 법인데, 야마토가 주문서를 태우면서 생각한 것은 단지 불에 타 흩어지는 모습이었으므로, 폭 넓게 생각하자면 주문서에 담겨 있던 마력이 야마토의 마력과 섞여 공기 중으로 흩어졌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아니, 분명
“어, 귀 뚫었네?” 학교에 가던 중에 야마토의 변화를 눈치 챈 타이치가 아는 척을 해 왔다. 술사들 중에서는 액세서리와 같은 금속을 이용해 기운의 운용을 돕는 경우가 많다고 했으니 특이한 경우는 아니었지만 얼마 전 야마토는 제 힘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는 귀걸이가 짜증 난다며 모두 빼지 않았던가. 귓바퀴에 새로 걸려 있는 작은 피어싱이 아침 햇살을 받아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해, 야마토. 어머니에게 들은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결국 자신이 감정적이라는 소리다. 다른 선생들에게서도, 아버지에게서도 지긋지긋하게 들었다. 손 위에서 일렁이던 불꽃이 삽시간에 꺼져버리는 것을 보고 야마토는 괜히 발밑을 세게 찼다. 바닷가의 모래가 먼지를 일으키며 공중을 부유한다. 짜증이 났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보다 약
야마토는 오염된 시신이 더 상하지 않도록 하는 술식을 미간에 적어 넣고 기운을 불어넣었다. 시신 두 구에 사람 하나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해야 할까. 몸 어딘가를 관통당한 자국들이 지저분했다. 날카롭지는 않다는 뜻이겠지. 야마토가 구역질을 참으며 시신을 살펴보는 동안 살아남은 사냥꾼이 말하기를 그것은 마치 새처럼 생겼다고 했다. 매처럼 날아와 까마귀처럼
틈으로 들어간 사냥꾼 한 무리가 사흘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야마토는 타이치에게 주기 위해 사 왔던 스무디를 만지작거리면서 제게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남자의 의도를 모르는 척하고 싶었다. 자신은 타이치의 훈련이 끝나면 영화를 보기로 한 약속 때문에 집안에서 사냥꾼들을 가르치는 이곳에 잠시 들렀을 뿐이었지, 일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하고 싶지
“생각해 봤니?” 야마토는 어머니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어렵지 않게 눈치 챘다. 이전에 받았던 서신은 혼담이 들어왔다는 내용이었고 그에 대해 자신의 아버지도 제게 넌지시 말한 적이 있었다. 야마토가 지난번보다 일찍 어머니가 지내고 있는 마을에 방문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혼담이 들어온 곳은 야마토도 익히 들어 아는 가문이었다. 공격적인 술법을 사용하는
야마토는 종종 어머니를 뵈러 갔다. 정확히 말하면 어머니를 뵈러 갔다기보다 그 일족을 방문한다는 쪽에 가까웠다. 주기적으로 오는 서신들에 답을 보내는 것 대신 직접 찾아가는 것이 야마토의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돌아올 때는 꼭 과일이나 고기 같은 것을 양손 가득 들고 왔기 때문에 타이치는 가끔 야마토가 제 어머니에게 다녀오는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타
오염은 살아있는 것들의 부정함이 뭉쳐서 생겨나고 짐승은 그로부터 태어난다. 부정에서 태어난 짐승의 발길이 닿는 곳은 다시 부정으로 오염되며 그것을 해치우고 씻어내는 것이 사냥꾼의 일이다. 사냥은 두 명 이상이 하는 것이 보통이며……. “타이치.” 난간에 몸을 기대고 어린 사냥꾼들의 수업을 보고 있던 타이치의 옆에 야마토가 다가와 섰다. 대답 대신 타이치
틈이 찢어진 사이로 기어이 몸을 욱여넣어 빠져나가는 짐승을 보면서 타이치는 생각했다. 분명 녀석에게 혼이 날 거라고. 넘어진 몸을 일으켜 짐승을 따라가면서도 타이치는 자신의 이름을 호되게 부를 목소리에 대해 생각했다. 타이치, 똑바로 안 할래? 그리고 또 뭐라고 할까. 매번 이런 식일 거냐고 단순하게 추궁 할까, 아니면 늘 하던 대로 힘이 있어 봤자 쓸 줄
야마토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보기 드물게 푹 잤다. 잠에서 쉽게 깨지 못해 억지로 일으켜서 욕실로 밀어 넣어야 할 정도이니 푹 잤다라는 말보다는 잠에 취했다는 말이 더 맞겠다. 야마토가 이렇게 된 지는 6 개월이 조금 넘었다. 원래 야마토는 잠에 드는 것도 한참 걸리고 겨우 잠에 든다고 하더라도 인기척이 들리면 귀신같이 깼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일도 없
베란다에 걸어둔 야마토의 손수건이 바람에 따라 살랑거렸다. 바닥에 누워 만화책을 읽던 타이치는 작은 천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다가 읽던 만화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과 옷에 튀었던 초코우유를 급하게 닦아내고 손수건을 다시 건넸을 때, 야마토는 그것을 받아들고 아직 젖지 않은 부분으로 제 뺨을 문질렀다. 아침부터 정신 못 차리네. 장난기인지 걱정인지 모를 것
꿈에서 야마토는 무척이나 다정했다. 비 맞은 자신에게 하늘색 손수건을 건네주었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품에 안고 아이에게 장난을 치듯 웃으며 기우뚱거리기도 했다. 품이 따뜻해서 가슴 한켠이 간질거렸다. 당연하게 손을 잡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척이나 듣기 좋았다는 느낌은 남아 있었다. 잠에서 깬 타이치는 몽롱한 와중
마지못해 나간 소개팅에서 야마토를 마주친 건 예상 밖이었다. 당연한 일인데 이리 생각하는 이유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던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타이치는 나쁜 일을 하다가 들킨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고 내내 무슨 정신인지 모를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울려대던 휴대 전화에 대해 여자가 묻자 별거 아니라면서 꺼버렸던 것은 그 내용을 보기가 두려웠음이다
“진실 게임 하자. 대답 못하겠으면 마시기.” 야마토는 대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화학 공학을 전공한다는 한 학번 아래의 여학생이 일주일 전에 자신에게 고백한 것에 대해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지 않았나? 성적도, 태도도 좋아서 그쪽 교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눈 여겨 보고 있는 학생이라는 것부터 원래 짧은 줄 알았던 머리가 저번 학
거울 속에서 보이는 목 위로 난 잇자국이 형형했다. 야마토는 물이 묻은 손으로 목 위에 난 자국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선명하게 파여진 자국 위로 직접 손이 닿을 때마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인다. 무식하게 짓씹으면 다인 줄 아냐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우습게도 정말 그게 다였다. 자신이 그걸 받아들였다. 피를 보지 않았지만 멍이 들 것 같았다. 약을 바르는
“형.” “응.” “싸웠어?” “아니.” 타케루는 야마토의 오른 뺨 위로 난 수상한 자국에 대해 상상했다.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을 성격은 아닌데. 불 위에서 간장이 녹진하게 달구어지는 향이 태연하게 야마토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얼굴 위로 넓게 난 자국은 곧 멍이 되기 직전처럼 붉어서 하얀 피부 위에서 두드러졌다. 뺨이 아픈지 양파를 썰던 야마토는
이시다 야마토가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는 건 누구도 보기 드문 경우다. 아니, 적어도 우리 중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과 단 둘이 있을 때도 취할 것 같다고 잔을 내려놓는 녀석이 겨우 대학 동기들 모임에서 이렇게 취했다고? 왜? 누가 자존심을 건드리기라도 했나? 어릴 때도 그랬지만 누군가 약점을 건드리면 쉽게 열이 오르는 면이 있다. 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