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태웅호열 / 호열태웅백호 현대 / 한국 대학생(2학년) 시점 서태웅은 친구가 적다. 아니, 적다고 하기도 민망하다. 서태웅의 친구는 단 한 명, 강백호뿐이었다. 그는 주변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서태웅은 무수한 관심을 받으며 살았다. 외모, 키, 농구 실력. 어디 하나 눈에 띄지 않는 요소가 없다. 그는 자신을 향한
백호태웅호열 / 호열태웅백호 현대 / 한국 대학생(2학년) 시점 강백호. 그는 친구가 많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지인' 정도로 불렀을 관계도 그는 허물없이 친구로 만들어 버린다. 자신의 벽을 낮추고, 타인의 벽은 깨부수었다. 그렇게 부정하더니 학년이 바뀔 즈음 되어서는 서태웅도 슬쩍 친구 보따리에 집어넣었다. 호열이도 친구, 여우 녀석도 친구. 친
생각날 때 마다 적습니다. 한달에 한 번 사쿠라기 군단은 모여서 술자리를 만들었다. 처음 몇 번은 모르겠으나 회차가 두 자릿수가 될 무렵부터 술에 찌든 사람을 집에 던져다 놓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날은 요헤이가 좀 취한 수준이었고, 하나미치는 어쩐지 요헤이를 데려다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요헤이는 웃었다. 날이 추우니까 돌아가는 길에
-호열 백호 서로 모르는 사이. -정장 걸친 호열이랑 점프수트 입은 백호 보고싶어서 썼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눈이 마주치자마자 우렁차게 인사하는 청소부에게 호열이 미소를 지으며 마주 인사했다. 보통 환경미화원은 중장년의 여성들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기하게도 이 건물에서 일하는 미화원은 커다란 체격의 젊은 남자였다. 어
활자 안에서는 모든 것이 분별 없이 물결친다. 백호의 첫 음절은 첫 숨에서부터 약 백여일 전후. 분이 떨어지는 나비보단 참매미의 덩이줄기 벼린 것 같은 날개가 부벼지며 나는 뭉특한 옹알이. 살덩이 두개를 마찰시켜 낸 최초의 시이다. 벚나무 아래를 포대기에 쌓인 채 산책하는 백호는 타고난 문학가이다. 노을에서는 붉은 홍옥을 보고 베어문 과육 시큼한
괜찮아? 응. 괜찮아. 뼈 아프진 않구? 으응. 호열이 폭신폭신한 침대 위에 길게 엎드려 누워서 말했다. 베개를 가슴 아래에 끼우고 있어서 어쩐지 꾸욱 눌린 목소리가 났다. 일전이라면 겹쳐누운 몸의 무릎을 집어들어서 가슴을 누르느라 나야 하는 야한 소리인데 베개를 끌어안고 있느라 야하기는 개뿔이 그저 오갈 곳 없는 병자의 신음으로만 들려서 죽을 것
가끔 거대한 기억을 남기는 날이 생기지 않아? 예를 들어 파도와 바다가 어디에서 분리되는지 같은 것 말이야, 내 최초의 기억은 해변가의 포말이었어. 바위의 으슥한 틈새나 심해의 그림자 따위는 모르는 가벼운 공기. 그래서 말이야, 내가 태어난 장소가 어디다 라고 정확하게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게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같이 말을 하게 되면 더 답
봄의 제전 미토 - 사쿠라기 요헤이는 올해 쉰 여섯이 되는 미혼 남성이다. 가나가와 토박이었는데, 젊을 적 친구의 뒷바라지를 한답시고 도쿄에 올라간 지 몇십년, 청년으로 장성한 요헤이는 절친한 친구 - 사쿠라기 하나미치와 함께 돌아왔다. 하나미치는 어쩐지 더 큰 것 같았다. 기실 문제가 되는 것은 별 거 없어 보였으므로 요헤이는 하나미치와 길게 살
너의 신중치 못한 행동이 좋아. 벽에 등밖에 붙일 수 없을 정도로 꼼짝없이 몰렸을 때에 되려 큰 소리를 치는게 좋아. 단정하지 못하게 옷을 흩어놓곤 와서 허리띠를 만져달라 하는 말이 좋아. 아랫턱에 힘을 주고 입술을 삐죽이는 모양이 좋아. 집중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몸을 기울여서 가까워지는 얼굴이 좋아. 꽃을 고를 때엔 철에 맞는 것을 고르려 용을 쓰는
대양과도 같은 모래의 산을 보았다면 당신은 이 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는 많은 일을 엮었지만 이런 일에 대해 많은 시간을 소요한 것에 비하여 그 정도로 긴 글을 남기지는 못했다. 이것은 후일을 도모하는 인간 최후의 필서이므로, 모쪼록 이 글을 얻은 후 당신의 일을 이어가주길 바란다. 고. 호열은 모친의 글자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사구의
…결혼 오 주년의 겨울날, 퇴근시간을 맞춰 택시를 잡아타고서.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화사한 디너를 먹으면서. 서로서로 준비한 약소한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웃으면서. 시내의 랜드마크가 보이는 높은 호텔의 창 앞 테이블에 앉아 술을 나눠 마시면서. 그 모든 일을 보내는 내내 웃었지만 태양을 보지 못한 식물처럼 파리하고 조금씩 말라가는 남편의 옆얼굴을 보며
야, 요헤. 하루코 씨가 그러는데 연애 하면 한 장씩 사진 나눠 가진다더라. 으응. 학생증 옆에 끼워두게 한 장 내 놔. 어? 나 사진 없는데? 요헤이는 꽤나 얼이 빠진 얼굴로 턱을 괸 채 앉아있었다만, 당당하다면 지나칠 정도로 당당한 하나미치의 말에 더 정신이 나간 것 처럼 보였다. 진짜 바보같은 낯짝이어서 하나미치는 으엑, 소리를 내며 냅다 한쪽에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