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빈칸

고죠우타

Dusk by 니아
95
1
0

결론 없는, 뒷맛 나쁜 짧은 이야기


우타히메가 사라졌다.

고죠가 그 사실을 눈치챈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다.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도 아니고, 좁은 주술계에서 이따금 들리는 풍문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사이. 고죠 사토루와 이오리 우타히메의 사이란 그런 것이었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소식이 들리면 들리는 대로, 들리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상을 지탱하는 것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아무 일도 없기에 아무 소식도 없는 것이라는 당연한 믿음이었다.

도대체 몇 번째란 말인가. 이 의미 없는 당연함에 속아 넘어간 것이.

 

“그러고 보니, 우타히메는 요새 어때?”

별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다. 도쿄와 교토라는 거리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이에이리 쇼코는 우타히메와 자주 연락하는 사이였으니까. 이런 질문도 처음이 아니었다.

“……누구?”

“그러니까, 우타히메는 요새 뭐하냐고. 도통 소식이 없네.”

평소에도 쇼코는 고죠가 우타히메에 관해 물으면 대답해주기 싫다는 듯 답을 얼버무리거나 빙빙 돌리고는 했다. 이번에도 그런 종류의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쇼코가 정말로 어이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을 때.

“누굴 말하는 건지 모르겠으니까 이름으로 말해줄래?”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우타히메의 이름을 모르는 척하는 농담 따위를 쇼코가 내뱉을 리 없었다. 한순간 피가 쭉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말이 막히는 것은 그에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창백해지는 고죠의 얼굴을 바라보는 쇼코의 표정이 단번에 진지해졌다.

몇 마디의 대질, 조사, 검토 끝에 나온 결론이 이것이었다. 우타히메가 사라졌다. 실종 같은 것이 아니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아무런 흔적도 없이, 이오리 우타히메는 사라졌다.

 

자신이 사라진 세상은 어떨까, 고죠는 상상해본 적이 있었다. 탄생이 그러했듯 죽음 또한 세상을 변화시키리라. 탄생조차 하지 않았다면 분명 이 세계는 지금과는 많은 것이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 고죠 사토루가 갑작스럽게 사라진 세상이란 존재할 수 없었다.

우타히메는 그렇지 않았다. 우타히메가 없어도 세계는 무엇하나 바뀌지 않는다. 우타히메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았지만, 결국 그 정도의 공백이었다. 누구라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틈.

고죠의 생활에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우타히메가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우타히메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기에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아주 오랜 기간을 우타히메가 없는 채로 지내왔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데 왜. 그저 그 자리가 사실은 비어있었다는 것을 의식한 것만으로 정신이 산란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 무언가가 바뀌었다. 그리고 가장 괴로운 것은, 그 누구도 이 사실에 함께 괴로워해 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죽음이 아니기에 애도조차 할 수 없다. 아니, 정말로 존재했던 것인지도 이제 와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고죠 사토루가 미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 모두 자신을 놀리는 게 아닐까 하는 가능성을 버리지 못했던 고죠는, 그즈음부터 우타히메에 대한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게 되었다.

정말로 미친 게 아닐까. 누구보다 그렇게 의심하는 것은 고죠 자신이었다. 어렸을 때 만든 환상의 친구, 그런 거 아니야? 그렇게 묻는 쇼코의 말에 비아냥은 조금도 없었다. 불가해한 문제에 답을 내려보려 애쓰는 동기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죠는 화를 내고 말았다.

“그 기억이 진짜라면, 왜 너한테만 남아있는 걸까? 그 사람이랑 특별한 관계였어?”

“……전혀.”

우타히메를 잊는다 해도 고죠 사토루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정도의 관계였으니까. 그에게 품었던 어떤 감정 몇 가지는 잊는다 해도 문제없는 것들이었다.

“차라리 나도 잊었으면 좋았을 텐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던 그 날 고죠는 한동안 화장실에 처박혀 헛구역질을 했다.

원하지 않아도 분명 잊게 될 것이다. 그 존재를 증명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을 무슨 수로 붙들어 놓는단 말인가. 그러나 정말로 우타히메가 이 세상에 있었다면. 그가 입 밖으로 낸 것은 그의 영원하고 절대적인 죽음이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물론 주령이었지만, 이렇게 광범위한 저주를 흩뿌릴만한 주력을 가진 주령이 존재할 리 없었다. 아니, 존재한다면 그것은 이미 ‘주령’을 벗어난 것이다. 고죠 사토루조차 어찌할 수 없는, 그야말로 ‘신’의 영역.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던 것처럼 다시 갑자기 나타날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이 고죠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무력감이었다.

차라리 죽음이었다면. 모두가 ‘이오리 우타히메’를 기억하고, 기리고, 추억할 수 있다면. 그래서 보내줄 수 있다면. 이렇게 고독한 허무에 휩싸일 일은 없었을 텐데. 이것은 분명 죽음보다 더한 저주였다.

그리고, 그제야 고죠는 깨달은 것이다.

동창이자 선배, 직장동료. 단지 그뿐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를 잊지 못한 것이라면 이 역시도 얼마나 일그러진 저주인가.

이 상실감만이 지금으로서는 우타히메가 존재했던 유일한 증명이었다. 기억이 옅어져 간다 해도, 갑작스럽게 비어버린 마음의 공간에 서서히 무언가가 들어찬다 해도, 결코 메꿀 수 없고 아물지도 않을 구멍이 언제까지나 그의 안에 존재할 것이라는 선명한 직감이 일었다.


♬ ハチ(하치) - ドーナツホール(도넛홀)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H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