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커플링(Non-CP)

[09ㅣ카야노 미코토] 카야노 미코토의 이야기

IF 카야노 미코토의 추가 심문

밀그램 by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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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야노 미코토는 어떤 사람인가.

“살인마, 해리성 인격 장애, 위험 대상, 실실 웃으며 의지가 되지 않는 남자, 양산형..”

카야노 미코토의 죄는 무엇인가.

“해리성 인격 장애에 의해 생겨난 존재에 의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무분별한 살인”

카야노 미코토는 누구인가.

“......”

에스는 걸음을 멈췄다. 몇 번이나 봤다고 벌써 익숙해진 문 앞에서.

“지금부터 그걸 알아볼 차례인 거겠지”

끼익, 도대체 뭘 위해서인지 상당히 좋은 감옥 시설에도 불구하고 매번 열 때마다 소리가 나는 문을 고치지 않는 이유는 뭘까라고 잠시 고민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잠들어있는 건지 눈을 감고 있는 미코토가 보였다. 나참, 죄인이 간수를 기다리게 하다니. 하지만 이쪽으로서도 아직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좋은 기회...는 무슨, 에스는 그가 앉아 있는 의자를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아팟...!!”

우당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넘어진 미코토가 볼폼없는 비명을 질렀다. 익숙한 비명이었다. 1심 때도 분명 저렇게 비명을 질렀었지. 정말로 모든 요소가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 전부가.

“낮잠은 잘 잤나?”

“아프다고, 간수 군... 험해... 엣, 그보다 여기 어디..심문실? 내 심문, 끝났지 않아? ...설마 꿈?”

“아아, 꿈이 아니니 안심하도록. 너한테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서 말이지. 말하자면 추가 심문이다”

“그게 뭐야...”

어쩐지 억울한 것 같기도 했다. 나쁜 의미의 특별 취급이라고 여기는 거겠지. 틀린 사고는 아니라 딱히 정정을 해주지는 않으며 적당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평소에는 위압감을 위해 일부러 죄수들을 의자에 앉게 하고, 서 있는 편이지만 어차피 지금 미코토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으니까.

“신경 쓸 것 없다. 넌 내 질문에 답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까. 노래의 추출은 추가적으로 하지 않으니 안심하도록”

“...아무래도 좋지만 말이야, 이 쇠사슬.. 역시 풀어주는 건 안 되는 거지?”

“그래”

단호한 대답에 고개가 바닥으로 내려갔다. 정말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죄수로서는 옳은 태도일지도 모른다. 특히 지금 제멋대로 구는 녀석들이 워낙 많은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럼 심문을 시작하지. 기억은 언제부터 있지?”

“응? 그야 방금 간수 군이 깨운...”

“틀려. 네 기억의 첫 지점을 묻는 거다. 네가 기억하고 있는, 카야노 미코토가 가진 첫 번째 기억”

그 물음에 미코토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가, 이윽고 왼쪽 위로 시선을 옮겼다. 확실히. 과거를 생각할 때, 사람의 눈은 왼쪽을 바라본다던 말이 사실인가 보군. 쓸데없는 잡지식을 확인하면서 그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했다.

“보통 기억이란 건 애매하지 않아? 성인이 되면 어린 시절 기억은 대부분 지워지고”

“상관없다. 뭐든 좋아. 네가 기억하는 가장 옛날 기억이라도 꺼내봐”

“으음... 그렇게 말해도...”

잠시 기다려봤지만, 아무래도 기다려봤자 쓸모 있는 답변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눈까지 감고 신음을 내고 있는 모습을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정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네 이야기라도 해보도록. 시간은 없으니 요약하면 더 좋고”

“평범하게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나와서, 훌륭한 회사에 취업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데”

“그 정도로 줄이라고는 하지 않았어...학교 생활은 즐거웠나?”

“...응. 즐거웠어. 평범하게 공부하고, 친구들하고 놀고, 여친도 사귀고”

전혀 즐겁다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미코토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맴돌았다. 습관적으로 짓던 미소도, 힘없이 짓던 미소도 아니야. 저건 진짜다.

“평범한 인생이로군”

“그렇네. 하지만 평범하다는 건 좋은 거잖아?”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행복하다. 불과 얼마 전에 들었던 확신에 찬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비정상의 범주에 속하려 노력하는 자와, 어떻게해서든 사회의 정상에 있고자 하는 자. 어느 쪽이 옳은 지는 모른다. 애초에 밀그램조차 아마네가 말했던대로 평범하지 않으니까. 내가 판단할 수조차 없는 노릇이겠지.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생각할 시간은 나중에도 있어.

“그럴지도. 기억이 난다고 확신할 수 있는 시기는 고등학생 시절부터인가?”

“아니, 중학생 시절까진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 시절 말이지...? 부모가 이혼했던 그즈음... 초등학생 시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 부모가 이혼했고, 그 이유는 전해들었다고만 했었지”

“기억력 좋네. 간수 군”

딱히 칭찬처럼 느껴지는 말투는 아니었으나, 아무래도 좋았다. 굳이 대답하는 것보다는 계속 말하게 내버려두는 편이 효율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 에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 예상대로, 잠시 숨을 고르던 미코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적당히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고 생각해. 반 아이들과도 그럭저럭 잘 어울리고. 평범한 초등학생일까나”

“특별히 기억이 나는 인물은 없나?”

“글쎄. 보통은 점점 연락도, 소식도 끊기니까. 그러고 보니 그때 즈음에 친한 친구가 한 명 있었던 것 같은데”

“친구?”

“우리 집에서도 같이 놀았...아니, 아닌가. 그때도 나는 친구들 집에 놀러가는 편이었으니까... 뭐,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걸 봐서는 상상 친구였을 수도 있겠네”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함인지 미코토는 마른 웃음을 내뱉었다. 상상 친구, 애매한 기억, 어린 시절. 에스는 그것이 핵심 내용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뭘 하면서 놀았는지 기억하고 있나?”

“그림? 아니, 퍼즐이었던가. 뭔가 바닥에 펼쳐놨던 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는데”

“무슨 대화를 했지?”

“.........부모에 대해서...?”

눈빛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목소리의 끝이 떨렸다. 뭔가의 이상을 알아챈 걸지도.

“...이상하네. 나, 분명 그때도 잘 숨기고 다녔던 것 같은데. 아무한테도, 응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그리고?”

“그리고... 학교 생활에 대해서. 친구들에 대해서. 잔뜩 이야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언제나 그 애가 듣는 역할, 내가 말하는 역할”

“그 애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나?”

“아니. 그건 아니었다고 생각해. 분명 대화를...대화를... 했었는데...”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지만 더 기억나는 게 없는 모양이고, 슬슬 숨이 가빠져 상태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말려야 할 때이다.

“어이, 미코토. 정신 차려. 숨을 제대로 쉬어”

“...미안, 간수 군. 더 기억나는게 없네”

“괜찮아. 어차피 더 궁금한 건 없으니까”

“엑... 그래?”

“그런 거지”

미코토는 고작 이게 궁금했냐는 식으로 쳐다봤으나 에스는 괘념치 않고서는 밖으로 나가려고 걸음을 돌리다가 멈춰 섰다가 다시 미코토에게 다가갔다.

“...가기 전에, 미코토”

“응?”

“날 때려라”

“에엑!?”

꼴사나운 비명의 목소리가 심문실에 울렸다. 쇠사슬에 묶여있는 것도 잊고 움직였다가 부딪힐 정도니 말은 다 했지.

“시끄러워”

“아니아니, 갑자기 그런 요구를 들으면 누구라도 놀랄 거고? 혹시 간수 군 그런 특수한...?”

“억측이다. 됐으니까 적당히 쳐봐”

“쳐보라고 해도...”

나, 쇠사슬에 묶여있는데...?

“귀찮긴”

“아니, 간수 군이 묶어뒀잖아...!”

에스는 몸에 조금 힘을 주고는 카야노 미코토에게 다가갔다. 딱히 지난번 경우를 떠올리며 긴장한 건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단순히 제 가설이 진짜였을 경우를 생각했을 뿐이다.

“어디를 때려?”

“아무데나”

“진짜 때린다?”

“그래, 빨리 해”

몇 번을 재촉하자, 드디어 각오했는지 눈을 질끈 감고서는 손을 휘둘렀다. 찰싹. 에스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에스는 뺨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으아앗, 최대한 힘을 뺀 건데...! 간수 군 괜찮..”

뺨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둔통도, 앞에서 떠들어대는 목소리도, 아무래도 좋았다. 나를 때렸다. 카야노 미코토가. 그가.

“그렇게까지 아픈... 아니, 애초...”

무슨 뜻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밀그램은 죄수의 폭력만을 규제한다. 죄인이 아닌 다른 인격은 간수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내가...”

즉 카야노 미코토는, 이 인격은 죄수가 아니다.

그렇다면 내 앞에, 카야노 미코토라는 이름을 자칭하고 있는 이 남자는, 카야노 미코토의 일생을 살아왔을 이 남자는 대체 누구인가.

카야노 미코토는, 죄인 번호 9번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차라리 에스는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게 진실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에스는 인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심판해야 한다. 그것만이, 오직 그것만이 에스에게 주어진 길이다.

“어이”

미코토의 미성이지만 어딘가 짐승의 것을 닮은 듯한 날카로운...

제 앞에 있는 대상을 깨달은 에스는 다급히 몇 걸음 물러났다. 그건 본능에 가까웠다. 다만 상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존,인가?”

“그럼 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데?”

“뭐, 됐어. 미코토...에게 궁금한 건 전부 물어봤으니까. 질문해도 되나?”

가 널 때릴 수 있었던 이유?”

“...알고 있군”

뭔가를 아는 듯한 모습에 에스의 머리속에 한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만약 원래부터 그 녀석이, 「미코토」가 죄수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 그렇다면 이전 심문에서 내게 했던 말들이 전부 거짓말이라는 건가?

배신감, 그것과 비슷한 감정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속았다는 분노에 가까울 수도 있고.

“몰라. 그런거”

“하...?”

나를 지키기 위해 태어났다고. 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너도 알고 있잖아. 에 대해서밖에 몰라. 일방적으로 그쪽에 대해 알고 있을 뿐이고, 평소에는 잠들어있으니까. 이외의 인격이 있든 없든 가 알 리가 없는게 당연 하잖아”

확실히. 해리성 인격 장애, 그건 여러 가지로 세분되어 있다. 인격끼리 서로를 인지하고 있느냐, 아니냐부터 대화, 기억 공유, 인격끼리의 갈등, 몸의 통제권 유무까지. 그런 의미에서 존의 말이 맞다면, 그는 명백히 후자에 가깝다. 미코토와 존의 말에 모순은 없으니, 진실이라고 믿는 편이 옳을 것이다.

“애초에 그게 중요해? 결국 살인을 저지른 건 야. 다른 인격이 있다 하더라도 그 녀석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그런가”

“그래. 이미 그때 이야기를 끝냈었잖아”

“그랬지”

에스는 그때의 절박했던 그를, 존을 떠올렸다. 그것만이 제 존재의의라는듯이, 그걸 위해서라면 자기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얼마나 노력했다거나 그것 때문에 미움을 받는다거나는 상관없다는 듯이,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자신에게 소리치던 모습을.

자신과 닮았지만 달라. 그 행위는 의무도 무엇도 아니야. 그저 사랑이다. 한 사람을 향한 일방적이고 방대한 애정. 자신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고귀한 것.

이해할 수 없다. 공감 또한 가지 않아. 그 절박함을 모르는 건 아니다. 유일하게 주어진 것에 대한 집착은 알아. 하지만 간수 직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을 때, 이 복장을 강제로 뺏겨야만 하는 때가 올 때, 자신은 과연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윽...”

익숙한 두통이 마치 자신에게 경고하는 것 같았다. 그럴 일은 없다, 생각하지 말아라. 죄인에 대해서, 판단에 대해서만 사고해라. 에스는 이를 악물었다. 두통 따위 없어도 알고 있어. 도망갈 생각 따위도, 뺏길 생각도, 맡겨버릴 생각도 없으니까.

“하아...”

“뭐야, 아파?”

“아니, 신경 쓰지 마”

자신은 저 편리한 녀석과, 제 죄로부터 도망가고,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맡겨버리기만 하는 녀석과는 다르다. 전혀. 끝날 때까지, 3심까지 자신은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므로.

“용서해달라,라고 했지. 네가 사라지는 대가로”

“그래. 죄를 가 짊어지고 가준다고. 그거면 됐잖아”

똑같은 말투, 억양, 목소리. 틀림없는 존이다. 적어도 에스로서는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

“그 전에, 다른 인격들이 죄를 저지르지 않은 건 확실한 건가?”

“적어도 가 아는 선에선”

“...시체의 뒷수습은?”

“뭐?”

“봤다고. 심상에서”

에스는 다시 한 번 답변을 예상했다.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여러 가지 떠오르는 가능성 있는 추측도 있으니 그중 하나를 내뱉기만 해도 괜찮다.

“뭘?”

이유가 아니라 질문, 거기서부터 에스는 뭔가의 불안감을 느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듯한... 뒷부분을 생각하기도 싫은 무언가.

“살인부터 시체를 버리는 과정 전부”

납득할 수만 있다면, 이 이상 사고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그렇다면.

“...하아, 귀찮네”

존도, 미코토의 것도 아닌 다른 무언가의 것처럼 이질감이 느껴지는 목소리. 차분하지만 기력이 없진 않고, 자신감이 있으나 감정이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다시 한 번 에스의 의심이, 단 한 번의 조심성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에스는 무표정을 짓고 있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미코토의 미소도, 존의 일그러진 표정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마치 죽은 지 오래된 동물의 것과 비슷한 저 눈동자는... 감정 한 자락 찾기 힘든, 무엇보다도 메마른 눈동자였다.

“넌...대체... 뭐지?”

“뭐라니, 말이 심하잖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목소리로, 마치 카야노 미코토의 흉내라도 내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그것이 지은 표정과 태도는 미코토의 미소와 아주 조금 닮아서, 오히려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일단 카야노 미코토,려나”

“네가 진짜 카야노 미코토라는 건가?”

“글쎄... 지금에 와서 그런 걸 따지기도 좀 그렇지 않나?”

어쩐지 비협조적인 건 물론 가벼운 태도다. 이쪽에 관심이 없다...? 아니, 들킨 김에 아무래도 상관 없어진 건지도. 미코토나 존은 차라리 뻔히 보여서 편했는데. 2심 끝에 와서 새롭게 관찰해야 할 상대가 생길 줄은.

“말해. 이건 심문이다”

“...그렇네. 적어도 미코토가 가지고 있지 않은 기억, 그 녀석이 말했듯 부모가 이혼하기 전에는 (ボク)도 있었어”

“그렇다면 미코토를 만든 건 너인가?”

“그렇지. 편리하니까”

“편리..라고?”

미코토 본인의 입에서 나왔어도 열받았을 발언이다.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 합리화도, 변명도, 무엇도 아니고 그저 편리라는 저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에 에스는 아주 오랜만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기분을 경험할 수 있었다.

미코토가 얼마나 참아왔는데,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것 때문에 존이 태어났는데,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고작 말하는 것이 저런 거라고?

“너도 알잖아. 카야노 가의 풍경. 지긋지긋했다고”

“안다. 하지만 불행하니까 이해해 줘,라고 말하는 걸 들어줄 정도로 무르진 않아”

“딱히 그런 건 아니야. 설명을 할 뿐이지. 조용하게 지나가는 적이 없을 정도로 사이가 나쁜 부모, 그 와중에 태어난 동생, 장남이라고 거는 기대를 가장한 본인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요구들까지. 모든 간에 지겨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미코토에게선 들을 수 없던 이야기다. 정말 그가 미코토에게 주인격을 넘긴 원래 인격이라면...

도 살기 위해 그 녀석을 만든 거야. 그 녀석도 기뻐하며 했잖아. 기꺼이 카야노 미코토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였잖아”

“그 결과가 살인이다”

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단순히 카야노 미코토의 삶과 이름을 넘겨줬을 뿐이지. 그런 미코토를 망가트린 건 사회야. 부모로서의 책임을 미코토에게 떠넘기며 기대오는 어머니, 미코토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동생, 끊임없이 미코토를 부정하는 주변... 그 녀석은 살기 위해 모습을 바꾼 거야. 스스로의 일부를 잘라낸 거라고. 그런데 사회는 끊임없이 뭔가를 요구하고, 그 바보 같은 녀석은 그게 옳다고 생각하며 계속 맞춰주고. 반복이 됐을 뿐이라고”

어딘가 귀를 울리는 듯한 낮은 목소리. 과거를 회상하며 읊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지만, 타인에 대해 설명하는 것처럼 내용은 객관적이며 무감각하다.

“양쪽에서 그 녀석을 밀어 넣고 있잖아. 가족이라고는 가장의 역할과 심리적 지지를 그 녀석에게 강요하고, 회사는 또 엄청나게 블랙 기업이라 스트레스를 주고. 그렇게 양쪽에서 짓눌리다가, 쾅!하고 짓눌린 거라고. 결국 그 녀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이 용서하네, 용서하지 않네... 멋대로 떠드는 곳까지 와서는”

“마치 남의 일처럼 잘도 말해대는군”

“실제로 전혀 다른 존재니까. 그 녀석은 가 바랐던 이상적인 존재야. 끊임없이 헌신할 수 있는, 주위의 기대에 맞춰줄 수 있는, 늘 웃고 있을 수 있는, 랑은 정반대지”

상대는 구속구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바로 귀 옆에서 울릴 텐데도, 눈 하나 끔뻑 하지 않는다. 여유롭고, 평온한 무표정. 도저히 속내를 읽을 수가 없다.

“존도 자기가 미코토의 이상적인 존재라고 말했었지”

“글쎄, 그 녀석의 결핍이라고 하는 편이 옳지 않겠어? 누구나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잖아. 포기해야만 했던 것, 아쉬운 것... 그 녀석이 포기하고 쌓아두고, 뒷전으로 미뤘던 것들이 합쳐진 게 그거라는 거지”

“그런데도 비슷한 말을 하는 건 너희의 가치관 자체는 비슷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군. 확실히 넌 그 둘과는 전혀 달라. 어디까지고 냉정해”

“그거 고맙네”

“칭찬이 아니야”

“알고 있어”

하아... 그나마 별 쓸모없는 기싸움이 없는 건 다행인가. 아니면 너무 직설적이라 문제인가. 어쩐지 머리와 위가 아파지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에스는 당분을 찾았다. 당분이 필요해...

“그 둘은, 존과 미코토는 확실하게 닮아 있어. 존이 스스로 미코토와 선을 그은 것 역시 판결을 위해서겠지. 하지만 넌 달라. 너희 모두 카야노 미코토인 것만은 틀림없는데도 넌 계속 그 녀석거리면서... 타인을 부르듯 하고 있어”

“아까도 말했듯 전혀 다른 존재니까. 그 녀석들을 나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가 존이라면, 그 녀석은 카야노 미코토. 주인격은 그 녀석이니까. 도, 그도, 카야노 미코토의 이름을 자처할 수 없어. 그걸 빼앗을 수 없지. 어떻게 해도 이질감이 느껴질 테니까. 이제는 갖고 싶어도 가지지 못해”

“그렇다면 어째서 살인의 뒷정리를 했지? 어찌 되든 상관없는 존재잖아”

“아아, 봤다고 했지. 편리한 힘이네. 그거야 단순해. 감옥에 들어가긴 싫었거든”

…고작, 그것 때문에? 불호 따위로 뒷정리를 했다고? 차라리 처음이라면 이해했을 것이다. 제 인생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인정하고 싶은 사람 따위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 이후에 대처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존이 살인을 하지 않게 막는 것도, 미코토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뒷 수습만 했다고?

아무리 본인이 직접적으로 한 게 아니라고 한들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없어보이는 건 둘째 치더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 회로다. 저 태도는 신물이 올라올 정도로 불쾌해.

“...아까도 말했지만 너희들의 가치관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살인을 택한 것 역시, 네 영향인가?”

“글쎄. 어린 시절 기억은 애매해서. 애초에 결국 그 방식을 직접 택한 건 그 녀석들이잖아”

제 3의 벽 너머에 있는 듯한, 관객의 태도와도 닮은 그것에 에스는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짜증나. 멀리서 구경하는 듯한 그 태도는 어쩐지 참을 수가 없다.

“너는, 책임져야 할 것은 모두 미코토에게 떠넘기고는 관망하려고만 하고 있군. 이제 그 태도는 버려라. 밀그램에 온 이상, 네가 죄인인 이상, 너는 그 인격들의 뒤에 숨지 못해. 카야노 미코토라는 이름은 너다. 그리고 그 둘이지. 누구 하나로 특정할 수도, 묶어서 하나로 취급할 수도 없어. 넌 죄수 번호 9번이다”

“...그런가”

댕―― 댕――

종이 울렸다. 거기까지 하라는 경고에 가까운 규칙.

상대는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다. 에스는 지금 심상 추출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다. 드디어였는데.

“그럼 를 잘 찾아봐. 간수”

그 말에 시선을 내리자, 눈을 감았다가 뜬 카야노 미코토가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말했다.

“간수 군?”

“...그래, 미코토”

카야노 미코토는 누구인가.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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