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모모세 아마네의 첫 ■■

살해:해쳐서 ■■는 것.

믿음. 신앙. 이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달랐다.

믿음은 스스로에 대한 것이든, 미래에 대한 것이든. 자신감과 비슷한 그것은 믿는 바에 대한 좋은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믿는 것이다.

하지만 신앙은 오로지 종교적인 뜻, 하나만을 의미했다.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원받기를 원하기에, 신님을 믿는 것이었다.

그런만큼 믿음같은 우스운 단어와는 다르게,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고 그저 신님만을 바라보며 사는 삶을 신앙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신앙이. 그런 삶의 방식이. 모모세 아마네 자신으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에. 단 한 번도 이상하다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모모세 아마네는 스스로의 가족이 행복하고 완벽하더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날, 자신이 ■■을 저지른 날까지도


"도망가자. 아마네."

아버지가 수행을 쌓으러 가신 틈을 타, 나의 어머니였던 여자가 했던 말이었다.

"경찰에게 사정을 말하면 우리를 보호해 줄 거야. 그 사람이 우리를 찾지 못하게 할 수 있어."

"어머니?"

경찰이라느니, 보호라느니, 하교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짐을 놓을 새도 없이 거실로 나를 끌고 온 어머니는 이해하지 못할 소리를 하며 내 양팔을 강하게 붙잡고 정신이 나간 것처럼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내가 또 무언가 잘못을 했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에 어머니는 나에게 벌을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무얼 위해서 신고까지 했는데. 이대로 잡힐 수는 없어."

"어머니. 조금 진정하시는 게…. "

"시끄러워! 너만은 날 믿어줘야지. 내 말대로 하란 말이야!"

어머니는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조급한 얼굴을 했다. 원래부터 조금 불안정하셨으니 이상할 건 아니지만, 아버지를 피하자니. 그런 엉뚱한 소리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마음 같아서는 무슨 소리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다가 맞을 수도 있기에 미소를 지으며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께선 잠깐 여행을 떠나신 거잖아요? 그러니까 여기서 기다려야…."

"그딴 게 아니라고!"

뭐가 심기를 거스른 걸까. 아마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흥분한 어머니가 진정하도록 기다려 주었다. 이런 건 익숙했으니까. 하지만 어머니는 기껏 해준 배려가 무색하게, 내 두 어깨를 아까보다 더 강한 힘으로 잡으면서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건 가짜라고! 그런 건 없어!"

...하?

어머니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을 듣자, 아마네는 순간적으로 입가에 띄웠던 미소를 없애고 표정을 굳히면서 눈앞에 어머니를 바라봤다. 그녀는 내 굳은 표정을 뭐라고 생각한 건지, 주저리주저리 말을 덧붙였다.

"그래. 어린 너에게 그동안 심한 짓을 했던 건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어머니."

"그 사람이 같이 집에 있는데!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도 없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어!"

"잠깐만요. 어머니."

아마네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방금 어머니에 입에서 부정하는 말이 나온 게 맞나? 내가 환청을 들었다던가. 사실은 이게 내 꿈이었다던가….

"…읏."

"대답해. 아마네. 내가 말하는데 어디를 보고 있는 거야."

살을 파고드는 손톱에 의해서 느껴지는 고통은, 이것이 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꿈이라고 도피하려던 나에게 주는 벌 같기도 했다.

평소였다면 무릎을 꿇고 울면서 죄송해요. 라고 사과를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틀리지 않았으니까. 신앙을 부정하는 어머니가 틀린 쪽이었으니까.

어머니께서는 도대체 왜 갑자기 신앙을 부정하시려는 걸까. 아버지가 여행을 떠나서 믿음이 약해지신 걸까? 아니면 스트레스가 평소보다 심하신 거여서 마음에도 없는 말씀을 하시는 걸까?

고민하면서 어머니가 이러시는 이유를 생각하던 아마네는 불현듯 깨달았다.

아. 이건 시험이구나. 아버지가 없으신 동안에 내 믿음이 약해져 버렸을지 시험하시려고 일부러 그런 거짓을 입에 담으면서 고생해 주시는구나. 그 사실을 깨닫자 혼란스러움은 사라지고,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아마네는 어머니가 신앙심을 부정하는 것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 난 이제 괜찮다고. 이러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다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 아버지가 여행을 떠나셨다고 해도 제 신앙심이 약해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하?"

안심하라는 의미로 말을 한건데. 어쩐지 표정을 보면 더 화가 나신 것 같다. 지금 이 말로는 표현이 부족했던 걸까. 하지만 별다르게 증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네는 맹세를 입에 담았다.

"하나, 사람은 운명을 살아라. 하나, 사람은 천한 것을 버려라. 하나, 믿음에 헌신해라. 하나, 길을 벗어나지 말고 끝내라."

"아악! 그만둬! 그만두라고!!"

자신은 맹세를 했을 뿐인데, 어머니는 마치 못 들을 것을 들은 것처럼 날뛰셨다. 발음이 틀렸나 되짚어 봤지만, 틀린 것은 없었다. 그럼 어째서 어머니는 저러시는 걸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없다고! 네가 믿는 신 따위는 없단 말이야!"

그와 동시에 어머니는 나의 두 어깨를 밀쳤다. 힘을 빼고 있었던 탓에 나는 벽에 등을 강하게 박았지만, 그런 건 아프지도 않았고,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어머니의 말만이 재생될 뿐이었다.

-네가 믿는 신 따위는 없단 말이야!

존경하는 어머니의 입에서 신앙을 부정하는 말이 나오다니. 그런 거….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하잖아.

나에게는 규칙을 어겨서는 안 된다고 해놓고. 믿기만 하면 된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그런 것 따위 전부 거짓이라고?

"……그런 건 잘못됐어. 이상해."

내가 잘못됐을리가 없잖아. 이제껏 배워온 게 틀렸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이 가르침을 주신 것도 어머니와 아버지인데. 부정해버리면 그건 가르침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아마네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지금까지 의심 없이 믿어왔던 지식이 흔들렸고, 옳다고 믿은 어머니는 지금껏 아마네가 해왔던 믿음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럼 나는 지금껏 틀린 일을 해왔다는 건가? 그렇다면 내가 받은 벌에 의미는 뭐지? 사랑받기 위해 해온 일들은 뭐란 말인가.

그 순간,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부서지는 기분이었다. 지금껏 나를 유지하던 무언가가 사라진 것만 같은 기분.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해온 일이 잘못되었을 리 없다. 잘못된 쪽은….

아마네는 고개를 들어 어머니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기가 밀쳤으면서 마치 자기가 맞기라도 한 것처럼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런 어머니를 아마네는 빤히 바라보았다.

저 사람은 나의 어머니다. 존경해야 마땅한 분이다. 하지만 신앙을 져버리셨다. 아마네는 그것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렇다고 의건을 구하기에는 아버지는 부재중이시고, 어머니는 저런 모습인 탓에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신님에게 물었다.

신님. 교리를 저버린 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신을 믿지 않는 자는 어떻게 해야만 하나요.

그런 내 기도에 신님은 명쾌한 답을 내게 알려주셨다. 내가 당했던 것처럼, 어머니에게도 벌을 내리라고.

신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아마네는 머릿속에 가득했던 안개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것 같았다.

이 사람은 나의 어머니가 아니다. 내가 평생을 존경해 왔던 분이 아니었다. 그저 신앙을 믿지 않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죄인일뿐.

규칙을 지키지 않는 어머니는 이제는 필요 없다. 규칙을 어겨버린다면. 그에 맞는 제재를 가할 뿐.

손에 들린 우산을 꽉 쥐면서 아마네는 그녀와에 거리를 계산했다. 이 몸은 육체적으로 부족한 만큼,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성인 여성도 똑바로 제합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한방에 급소를 노려야 한다는 생각에, 떨고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던 아마네는 어머니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여자는 방심하고 있던 탓에 아무런 반항 없이 내게 당헤버렸다.

들고 있는 우산이 어머니에 목을 꿰뚫었지만, 아마네의 머릿속은 그저 두 번째가 생기지 않도록, 받은 남큼 돌려주도록 하자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규칙을 어기면 벌을 당연한 거니까. 신님을 부정하는 건 그 어떤 잘못보다 제일 큰 중죄였다. 그러니 벌이 강한 것도 당연한 거겠지.

"무...!"

아마네는 여자에 비명 소리를 들으며 제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은 것을 알고, 두번 다시 목소리를 높일 수 없도록 제대로 목을 부쉈다. 여자의 입에서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피가 흘러나왔지만, 아마네는 그것보다 스스로의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규칙을 어긴 저 여자를 죽여라.

규칙을 어긴 저 여자를 죽여라.

규칙을 어긴 저 여자를 죽여라.

규칙을 어긴 저 여자를 죽여라.

규칙을 어긴 저 여자를….

"죽여라."

아마네는 여자의 의미 모를 단말마를 들으면서, 신님을 만나서라도 그녀가 신의 존재를 인정하기를 바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사랑했던 어머니였던 만큼 마지막에서는 신앙을 관철하길 바라면서.

숨이 완전히 끊어진 그녀를 보면서, 아마네는 어째서 어머니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죽어버린 사람에게서 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고, 신님에게서도 답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신 따위는 없단 말이야!

그 말을 떠올린 아마네는 저도 모르게 표정을 굳혔다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밝고 해맑은, 어란아이같이 순수한 미소였다.

아니, 어머니는 나보다 믿음이 부족했던 것이다. 완벽해 보였던 어머니는 의지할 아버지가 없어지자, 심적으로 불안했던 걸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평소라면 입에 담지도 않았을 그런 말을 해버린 거겠지. 그럴 수 있구나 싶지만 딱히 공감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흔들려버릴 믿음이라면 처음부터 부족했던 것일 테니까. 분명 아버님이 돌아오시면 잘했다고 칭찬해 주실 것이 분명했다.

"하나, 사람은 운명을 살아라."

"하나, 사람은 천한 것을 버려라."

"하나, 믿음에 헌신해라."

"하나, 길을 벗어나지 말고 끝내라."

아마네는 맹세를 중얼거리면서, 돌아오실 아버지께, 이 상황을 보고 계실 신님에게 받을 칭찬을 기대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분명 이 행동으로 내 믿음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아마네는 여자에 시체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하얀색이었지만 이제는 붉은 우산을 보며 눈을 감았다.

아버지. 신님. 난 틀리지 않은거죠? 내가 한 행동은 옳을 거라고, 그렇게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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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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