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은 별에게

[플레이브] 나를 잊은 별에게 (6)

그 날 연습은 어딘가 어수선했다.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 노아도 몇 번 박자를 놓치고, 목이 잠긴 예준의 시선이 악보가 아닌 어딘가를 자꾸만 부유하고, 맏형들이 흔들리자 곧장 밤비고 은호고 할 것 없이 흔들렸다. 뭐가 문제지? 땀에 젖은 머리칼을 넘긴 은호는 잠시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숨을 헐떡였다.

“진짜 휴식. 더 하다가는 손이 터질 것 같아요.”

은호가 드럼 스틱을 쥐고 있던 손을 내보이는데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였다. 어지간해서는 다시 한 번 가 보자고 하려던 밤비도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연이은 연습 탓인지 노아가 물을 열다가 말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공주 너무 힘들다. 그 말을 듣고서야 예준은 정신을 차린 얼굴로 물병을 열어 노아의 곁에 앉아 건네주었다. 자연스럽게 받아서 마신 노아가 도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기타를 쥐고 있던 하민의 시선만이 잠시 스치는 손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우리 준이, 브릿지에서 박자 조금 밀린 거 알지?”

“알지….”

“오늘 이상하게 집중 못 해. 어?”

“형 컨디션 안 좋으면 오늘은 연습 마무리 할까요?”

그래도 괜찮긴 한데, 하고 옆에 기타를 안고 앉아있던 밤비가 고개를 살살 흔들며 말했다. 공연이 코앞인데, 하는 데까지는 하고 가면 좋겠어요. 소년은 거기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노아가 마시던 물병을 잠시 받아 목을 축였다. 예준은 몇 번 목을 풀고 자기 뺨을 가볍게 두들기고서는 상기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시작하자는 말인 줄을 알고서 노아가 바닥에 잠시 엎드린 채 가련한 얼굴을 하였으나 금방 키보드 앞에 서서 몇 개의 건반을 눌러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스듬하게 선 노아의 곁에 선 예준이 마이크를 쥐었다.

“아 잠깐만요, 형.”

오늘을 위해서 제가 준비한 게 있는데요. 하고 은호가 머리띠 하나를 꺼내왔다. 하늘색 바탕에 떡하니 ‘나는 겁쟁이입니다.’ 하고 박혀있는 화려한 펄감을 자랑하는 머리띠의 자태에 예준이 이마를 짚었다. 맙소사.

“이거 벌칙 아냐?”

“에이, 그럴 리가요.”

“근데 이건, 맞는 말이잖아.”

얌전히 서 있던 예준의 머리 위로 가만히 머리띠를 씌워주자 그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으나 은호의 손을 밀어내는 대신 덜 아픈 각도로 고쳐 쓰는 정도로 작은 이벤트를 마무리했다. 흐트러진 머리칼을 하민이 옆에 와서 가만히 정돈해주자 소년이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내리깔았다.

“머리 많이 엉망이야?”

“아니요, 그냥….”

“별 거 아닌 거지? 알았어, 연습하자.”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세상 천지에 다시 없을 대겁쟁이가 마이크 앞에 서고, 다시 한 번 노아의 반주가 시작되었다. 마무리 되지 못한 문장을 하민이 마무리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이며 ‘하겠습니다.’ 하고 작게 말하는 사이 더듬거리며 소년이 등 뒤로 손을 뻗었다. 잠시 틈을 낸 하민이 엉거주춤 뻗어진 예준의 손을 잡았다. 갑자기 소리가 비는 느낌에 돌아본 밤비가 미간을 좁힌 채 그들의 사이에 손을 넣어 휘저었다.

“아 뭐하세요옥!”

“아, 그게, 알았어. 알았어, 집중할게.”

웃음소리에 은호가 패달을 밟는 박자가 조금 어긋났고, 결국에는 멤버들 전부 웃음을 터트리며 잠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 오늘 진짜 정신 하나도 없다. 대겁쟁이 시선강탈 장난아니야. 소년이 또 댓발 입술이 나온 채 멤버들을 돌아봤다. 안돼겠다, 싶었는지 밤비가 허리에 손을 얹고 복식으로 소년을 다그쳤다.

“남예준 씨!”

“예!”

“오늘 연습 마칠 수 있습니꽈!”

“있습니다!”

“좋아요, 연습합시다.”

아니, 근데 먼저 너네가 놀렸잖아. 또 불어터진 물만두 얼굴을 하는 것에 하민이 다가와 속삭이며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대신 연습 끝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우리. 응? 예준이 형. 소년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고, 그는 하민에게로 눈길을 주는 대신 마이크를 꾹 쥐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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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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