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시즈

[카르시즈] Shall We Dance?

하고프 2차 by 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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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18살, 겨울

오늘을 정의 내린다면 카르마는 아주 짧은 말로 나타낼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 라고. 매번 배우는 것은 똑같기만 하고 영 진도가 나가질 않으니 그 어떠한 흥미도 붙지 못했다. 더군다나 관심 있는 분야도 아닌, 모두가 배우는 그렇고 그런 일반적인 것들은 도저히 카르마와 맞지 않는 것이었다.

“난 저런 걸 배우고 싶은 게 아니라고.”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침대로 뛰어들며 혼자 중얼거렸다. 누구에게 알리고 싶어서가 아닌, 단순히 불만을 토해내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래, 누가 듣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카르마는 엎어진 몸을 돌려 쏟아지는 빛을 보며 눈을 잠시 찡그렸다.

어릴 적부터 습득해 온 체념이었다. 10년을 그러고 살았는데 그동안 반항 한번 안 해봤을 리가 있겠나. 8살에 입양되어, 그 이후로 카르마는 제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해봤다. 발악이고 뭐고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전부 다. 그럼에도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스스로 지쳐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다 쓸데없는 데 왜 배우는지 모르겠어.

카르마는 이런 필요도 없는 지식 말고 AI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배우고 싶었다. 원하는 걸 배울 수 있다고 해서 따라왔건만, 정작 약속은 제대로 지키지를 않지. 그는 입 꼬리를 올려 제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었다. AI를 만드는 것에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냥 언제부터인지 흥미가 돋는 바람에. 친구를 하든, 지식 데이터로 써먹든, 뭐든 할 수만 있다면 좋으리라고 생각했다. 좋지, 좋아. 주변에 마땅히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AI와 놀면 참 재밌겠네. 카르마는 다시 한 번 몸을 돌려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지금 배우는 것은, 대체 어느 면에서 써먹을 수 있을까. 어차피, 내게 제대로 말할 기회는 주어지지도 않을 텐데. 머릿속에 이상한 지식만 집어넣어서 뭘 어쩌자는 건지.

몇 분 동안 또다시 중얼거리다가 카르마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전부 부질없는 짓이란 것을 깨닫자 불만, 체념, 그리고 무기력함이 밀려 들어왔다. 혼잣말하는 것을 줄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긴 했으나, 카르마에게는 이것이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었다. 고요한 방 안에서 적막함을 없애기 위한 행위.

“…왜 이러고 있는 거지. 어차피 달라질 건 없는데.”

달라질 건 없다고, 정말. 바닥으로 파고 들어가는 기분을 달래고자 침대에서 양 옆으로 구르다가 벌떡 일어서서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다리를 움직였다. 지칠 땐 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편한 옷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귀찮아….”

옷장에는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옷들이 가득했다. 휘황찬란한 것들에 눈을 찡그렸다. 이딴 옷이 진심으로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사람들은 불편하더라도 반짝이고 화려한 것을 선호했다. 그러니 카르마 또한 자연스럽게 저 옷들을 입어야만 했으며 사람들 앞에서는 상품처럼 평가받아야만 했다. 어머, 이 아이가 그 아이인가요? 생각보다 나쁘진 않군요. 다만… 시선을 너무 곧게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하도록 하세요. 스스로의 위치를 알아야 한답니다. 지끈거려 오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간편한 옷을 꺼내 입었다.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즐거웠던 예전 삶이 더 나았으리라. 이런 삶인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했을 텐데.

이제와 아무런 소용도 없는 후회를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도중 방 안의 공기가 무척 싸늘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 창문이 열려 있었나.

카르마는 활짝 열려 있는 창문을 닫으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어, 아, 저기요! 아직 닫지 마세요!”

“―?!”

뭐야, 저거?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와 이상한 형체 때문에 쾅, 하는 소리가 날만큼 급하게 창문을 닫았다. 공중에 떠 있는 저걸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카르마는 심각한 표정으로 저 형체를 살폈다. 벌레는 아니었다. 벌레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 아닌가. 그렇게 따지자면 곤충, 뭐 그런 것도 아닌데.

머릿속이 뒤죽박죽으로 뒤엉켰다. 겁이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이건 카르마가 단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일이었다.

뭐지? 어디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나? 로봇? 로봇이 저렇게 인간처럼 정교할 수 있나? 일단 붙잡고 정체를 밝혀라, 그런 거라도 해?

겉으로는 최대한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면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누가 이 상황에서 새로운 생명체야 만나서 반갑다, 라고 인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그래서, 저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일단 처리 가능한 범위인 건 확실한가?

혼란스러운 카르마의 속을 모르는지 무어라 부르기도 애매한 저것은 계속 창문을 두드렸다. 지치지도 않는 건지 일정한 박자에 맞춰서 똑똑똑. 그 정체 모를 것은 눈을 크게 뜨고 카르마를 빤히 쳐다보면서 계속 창문을 두드렸다. 꽤 간절한 표정인 것도 같았다. 진짜 미친 거 아닌가. 카르마는 자신의 상태가 피곤해서 헛것이 다 보이나, 싶은 마음에 무시하고 침대로 돌아가려고 했다.

똑똑똑.

똑똑똑.

똑똑똑.

“아, 미치겠네.”

일정한 박자로 들려오는 소리에 슬슬 짜증 나기도 하고, 더 이상 모른 척해봤자 뭐가 해결될 것 같지도 않았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들어서 카르마는 결국 창문을 열었다. 물론 곱게 연 것이 아니라, 참 지랄 맞게.

“악! 뭐예요, 갑자기!”

“네가 두드려 놓고서는 왜 성질이지?”

“아니, 그건. ……눈앞에서 문을 닫으니까 그러죠!”

“그럼 이상한 게 내 방에 무단침입 하려고 하는데 그냥 쳐다만 보고 있나?”

“아뇨? 그러면 안 되죠.”

“그렇지? 너도 인정했다.”

“아, 잠깐, 잠깐만요!”

양손을 세게 흔들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이 굉장히 시끄러웠다. 본인도 스스로의 행동이 좀 아니다 싶었는지 곧바로 입을 다물긴 했지만, 별 다른 소용은 없었다. 그냥 존재 자체가 거슬려서. 방 안에 누군가가 들어온 건 처음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괴로움 같은 건 단 한 번도 느끼지 않았을 것 같은 여자의 분위기가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카르마는 이것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거북한 존재였다. 

“왜. 무슨 할 말 있나, 무단침입?”

“…그거 혹시 저 말하시는 거예요?”

“어, 그러니까 말하라고.”

“그게, 그, 안 믿기시겠지만, 사실은 제가 정령이거든요…?”

“나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정령 같은 소리 하네, 라며 한 번 비웃어주고는 카르마는 여자를 향해 한심하다는 표정을 던졌다. 정령은 이미 오래전에 전부 사라졌다고 들었다. 인간들의 환경 파괴가 심해지면서 더 이상 그들은 자연에 있을 수 없게 되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전부 사라졌다고 배웠는데, 이제와 정령이라니. 웃기지도 않지. 

“거짓말은 조금 더 그럴싸하게 하는 게 어때?”

“진짜라구요!”

애초에 저 여자에게는 신뢰도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처음부터 창문으로 들어온 것에서부터 이미 잘못되었다는 걸 모르는가? 카르마의 기분이 점점 더 나빠질 때쯤,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저, 그런데요.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아 보이던데 무슨 일 있으신가요? 음, 부모님께 혼났다거나…?”

“…아.”

나지막한 소리를 흘린 카르마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제 인내심이 바닥난 것을 느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오늘 처음 본 사람의 속을 잘도 뒤집어 놓는구나, 싶어서. 모를 수도 있지, 그렇게 이해를 하려다가 모르면 함부로 말을 꺼내면 안 되는 거지, 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바람에 카르마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여자의 대한 판단을 마쳤다. 사랑만 받고 자라왔을 타입이라고. 그래서 저리 행동할 수 있는 것이고,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카르마에게 있어서 무지는 죄였다. 모른다면 말을 꺼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제대로 알았을 때만이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야 맞지 않을 테니, 혼나지 않을 테니, 삶을 이어갈 수 있을 테니.

“혹시 제가 말을 실수했나요…? 앗, 그렇다면 죄송해요. 불쾌하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사과하는 것조차 네겐 쉬운 일인가.

“네 위치를 생각해라. 입양되었다고 하나, 겉으로는 우리 가문의 사람이니. 네 머리는 장식이 아니니 잘 알아들었을 것이라 믿네. 네 이름 뒤에 무엇이 붙었는지 기억하도록.”

제 잘못이 있다고 한들 사과 하나 제대로 입에 올리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와 비교되는 탓에 카르마의 기분을 나락까지 끌어내리기 충분했다. 역시 나랑 안 맞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뭐라고 말하는 여자를 무시하고는 다시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인내심은 딱 여기까지였으니. 

“너.”

세상 편하게 살아온 사람, 그 정도의 첫인상. 그래서 끔찍하게도 싫었다. 계속 얘기를 나누어봤자 불쾌하기만 할 텐데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당장,”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지독하게 숨이 막혀서.

“나가.”

이런 유형의 사람과 엮일 바에야 차라리 혼자인 것이 나았다. 이미, 수없이 실패를 반복했는데 무얼 기대할 수 있을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카르마의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왜 혼자 있어? 가족 없어?”

“…무슨 말을 하, 시는 겁니까.”

“아, 혹시 진짜라면 미안해! 내 생각이 짧았어.”

“아닙니다. …있습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있잖아, 부모님 기다리고 있는 거야? 돌아오실 때까지 나랑 놀지 않을래?”

“함께 놀기에는 제 신분이 너무 낮지 않습니까.”

“뭐야, 눈치챘구나! 괜찮아,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손을 내밀며 배시시 웃는 아이의 모습. 세상 무서울 것 하나 없어 보이는 당당한 말투와 행동들.

“제 주제도 모르고. 기껏 거두어 줬더니 네가 무어라도 된 것 같으냐?”

“…아닙니다.”

“아니면, 그 애가 널 구해줄 것 같더냐? 우습구나. 생각하는 것조차 수준 낮지 그지없어. 그 옆은 너 같은 것이 있을 자리가 아니다. 제 위치도 모르는 것을 보아하니 역시 천박한 핏줄은 어디 안 가는구나.”

“알고 있습니다."

“되었다. 방으로 올라가. 집사, 당분간은 이것에게 식사도 주지 말거라. 앞으로는 시중도 없을 것이야.”

기억이 계속해서 밀려 들어왔다. 두 번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이라 묻어 놓았더니 제 발로 돌아오는군. 의식적으로 기억을 막으며 카르마는 다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바라봤다. 

여자는 카르마가 한 말에 꽤 놀란 것 같았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표정을 살피다가 머뭇거리더니 창문 밖으로 나갔다. 뭐, 들어오는 것도 잘 들어왔으니 나가는 것도 잘하겠지.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그거면 되었다고, 더 생각하지 말자고.

카르마는 한숨을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아주 오랜만에 흘러넘치려는 감정에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탓이었다.

짜증이 나는 걸까, 화를 내는 걸까. 그렇다면 무엇에 화를 내는 거지? 아까 그 여자와 스스로의 처지가 너무 비교되는 바람에 생각이 마구잡이로 날뛰었다. 자유롭겠지, 어디든 갈 수 있을 텐데. …아, 행복하려나.

예전에 저 여자를 만났더라면, 그때에는 꽤 기뻐했을 것이다. 정령이라고 하니 이것저것 말을 걸며 따라가려고 했겠지. 카르마는 제가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가관이네.”

자조적인 웃음만 나왔다. 지금 상황이 우스워서. 그래서 미칠 지경이라서. 제 모습이 얼마나 한심한지 하나하나 셀 수 없을 정도라며 스스로를 비웃었다. 자기 비하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 처음부터 자존감이 낮았던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서 살다 보면 결국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루 종일 노력을 해도 들려오는 말이라고는 ‘왜 아직도 이것밖에 못하는 것이냐’ 일 게 뻔한데.

명예도 그렇고 정치에 대한 것도 하등 그와 관계되지 않은 것들이다. 어차피 카르마는 제대로 된 아들로 입양된 것도 아니었으니. 본인들의 아들이 그렇게도 소중해서 힘든 일은 못 시키겠고, 그래서 더러운 일을 시키기에 적합한 평민, 카르마를 선택했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에 18살이면 충분한 나이이지 않은가. 어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칼날 위를 걷는 것과 같은 삶을 살아오면 눈치가 무척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카르마는 침대에 엎어진 채 이불에 고개를 파묻었다. 자는 거야, 그냥 이 상태로 잠들자. 하루가 빨리 지나가도록. 그리하여 빨리 내 삶이 끝나도록. 

그러다가 몇 분이 지나고서는, 꿈조차 꾸지 않을 정도로 깊게 잠이 들었다.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겨울밤이었다.

#02. 19살, 가을 

검술을 배우는 것 또한 카르마의 일과 중 하나였다. 몸을 지키기 위해 모든 귀족들이 필수적으로 배우는 것이라고 하는데, 딱히 죽어도 상관은 없을 것 같아서 카르마는 대충 하곤 했다. 여기서 이렇게 살아가나 죽나 그다지 다를 것은 없어 보였다. 단지 제가 숨을 쉬고 있나, 안 쉬고 있나 그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검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하는 것이 몇 가지 있었지만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몸에 익숙해진 자세로, 익숙해진 패턴으로 몇 번 검을 휘두르고 있는데 갑자기 손에서 힘이 풀리며 검을 놓쳤다.

아, 요즘 몸 상태가 나쁘긴 했는데…. 

얕은 한숨과 함께 떨어지려는 검을 잡으려다가 손잡이가 아닌 날카로운 칼날 부분을 잡고 말았다. 당연하게도 손을 베었고, 검에 베인 상처가 생각보다 깊어서 그는 곧바로 지혈을 했지만 멈추지 않고 피는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언제쯤 그칠까. 안 멈추면, 과다출혈로 죽을 수 있나? 

카르마는 제 상처를 빤히 바라보며 지혈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저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자주 있는 일이다 보니 딱히 아프다는 건 잘 모르겠어서 불편할 것도 없고. 어차피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들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서였다.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는가 보구나. 내 너에게 투자한 돈과 시간이 얼마인데, 고작 이 정도로 아프다 말하다니. 네겐 절박함이 없는 듯한데, 그런 네 상처를 치료해주고 싶지는 않군. 죽지만 않으면 된 것 아니냐. 자리로 돌아가거라.”

자주 있는 일. 카르마는 쓴웃음을 짓다가 검을 완전히 내려놓고 시간이 멈춘 듯 자리에 서서 가만히 있었다. 한 방울 두 방울, 바닥에 점점 피가 고여 갔다. 

“뭐예요!”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서 카르마는 고개를 들었다. 누구지, 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익숙한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정면을 쳐다봤다.

“다쳤어요?!”

놀란 듯 화난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시즈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카르마의 손 근처로 자신의 손을 뻗었다. 상처를 만지면 더 안 좋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애매한 거리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을 동동 굴렸다. 쓸데없이 착한 녀석, 카르마는 시즈를 그렇게 생각했다. 첫 만남 때 무단침입이라 부르며 내쫓았는데도 꼬박꼬박 잘도 찾아왔다.

“너, 지겹지도 않냐. 왜 찾아와?”

“글쎄요. 그러고 싶어서요…?”

“그만 찾아와, 난 지겨워.”

“에이, 전 안 지겹다구요. 아, 친구 없죠? 성격 보니까 딱 알겠네.”

“진심으로 싸우자고 하는 말인가?”

“농담이요, 농담!”

“하…….”

“아무튼, 잘 지내봐요!”

덕분에 지금은 친구 그 비슷한 관계로 지내고 있지만. 짧은 생각을 마친 카르마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시즈를 보면서 조금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정령은 원래 사람을 좋아하나? 아니면 얘가 그냥 이런 건가?

유독 친근하게 다가오는 시즈에게 괜찮다는 말을 해주며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피가 나잖아요….”

타인의 아픔이 마치 자신의 아픔인 것처럼 같이 고통스러워해 주는, 괴로워해주는 그런 사람. 시즈에 대한 정의는 그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처음 받는 동정과 연민, 공감과 위로.

제 삶에 이토록 다정한 사람이 있었나 생각하다가 카르마는 저보다 작은 시즈를 내려 봤다. 시즈는 어지간히 속상한지 얼굴을 찡그리다가 아프겠다, 라는 말을 하고는 누구를 찾는 것인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 해?”

“정령 찾아요.”

“네 친구들? 왜?”

“걔네라면 치료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카르마는 꽤 순진한 시즈의 모습이 답지 않게 웃음이 나왔다. 내가 만약 나쁜 사람이었으면 어쩌려고 이리 쉽게 마음을 내주건지. 제 능력을 알고 실컷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생각하지 않는 건가. 

“너는 날 믿나?”

아무도 날 안 믿는데. 카르마는 꺼내지 못할 말을 입 안에서 작게 굴렸다.

“당연히 믿죠!”

시즈가 웃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그가 원하는 가장 완벽한 대답을 들려줬다.

이유 없이 호의를 내비치는 너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누가 잘해주면 곧바로 넘어가는 게 아닐까, 하며 고민을 하다가 결국 도착한 생각은 그저 시즈와 계속 만났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 관계가 어떻든 무리한 것을 바라지는 않을 테니 카르마는 그저 지금과 같은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랐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바람이 몸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아, 응. 이 시람 좀 치료해 주세요!”

시즈는 정령 친구가 온 건지 갑자기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네, 네. 앗, 고마워요!”

따뜻한 바람이 포근하게 카르마의 손을 감싸자마자 서서히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베인 적도 없던 것처럼, 아주 말끔하게. 

“…….”

“왜, 왜요?”

“아니, 그냥….”

카르마는 몇 번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꾹 다물었다. 감사 인사를 표현하는 게 어색했다. 왜지, 그냥 고맙다고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그게.”

“네.”

“그러니까.”

“듣고 있어요.”

“…고맙다고.”

시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짓더니 그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다시 물었다. 

“네? 뭐라고요? 죄송해요. 바람 때문에 잘 안 들려서.”

지금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지? 카르마는 시즈가 저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쟤도 나만큼 성격이 나쁜 것은 아닌가, 생각하다가 말을 툭 내뱉었다.

“내가 두 번 말해줄 것 같나?”

“부끄러워서 그러죠? 전 다 알고 있다구요.”

“시끄러워, 너.”

“제가 어디가 시끄러워요!”

시즈는 카르마의 말에 불만이 많은지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감정을 숨기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건지 대충 보기만 해도 다 읽혔다.

하여간에, 웃기는… 정령이라니까.

카르마는 꽤 오랜만에, 저가 보기에도 낯설게 느껴질 만큼 부드럽게 웃었다. 가을의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는 날이었다.

#03. 20살, 여름 

달빛이 땅으로 쏟아져 내렸다. 결코 차갑지 않은 달빛이 투명한 호수에 내려 반짝거리게 했다. 연회장에는 눈이 아파 제대로 볼 수 없을 만큼 화려한 조명과 빛나는 장식들이 가득했다. 창문 너머로 즐겁다는 듯 웃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다가 디저트를 먹고는 춤을 추며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행복해했다. 그게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보이는 것은 무척 행복한 풍경이었다.

잠시 그것에 시선을 두었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사람 한 명 없는 정원에서 카르마 처음으로 제 속내를 털어놓았다. 타인의 얘기를 하 듯 담백하게. 너무 긴 시간 동안 하나 둘 마모된 감정들이 가볍게 툭툭 털어져 나왔다. 

“지루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지루해. 왜 저러고 사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무슨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저렇게 웃는 이유도 모르겠어. 왜 즐겁지도 않은 일에 웃어야 하지? 가식을 내비치며 웃어대는 게 과연 쓸모 있는 일인가? 의미 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내 삶을 이렇게 보내고 싶지는 않다고, 나는.”

귀족의 삶은 이해할 수 없었다. 꽤 오랫동안 그 속에서 생활했음에도 카르마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아까까지 없던 시즈는 어느새 그의 옆으로 와서 쭈그려 앉아 있었다.

“너는 저 사람들처럼 사는 게 과연 옳다고 생각하나?”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인간과 정령은 다르니까.”

“그렇지. 그러네.”

땅을 바라봤다. 풀잎들이 발목 근처에서 가볍게 살랑거렸다. 평소 하면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겠지만 자신의 기분이 문제인지 괜히 짜증이 났다. 몇 번 손으로 꾹꾹 누르다가 결국 화풀이라는 것을 깨닫고 손을 떼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다가 말을 꺼냈다. 몇 번이고 떠올렸던 생각을.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은 적 없는 말을.

“차라리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면,”

“…….”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꼭 조종받고 있는 기분이었다. 인형이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의 의지라고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시키는 대로만 살아가는 삶이 인형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카르마는 제가 떠올린 생각에 헛웃음을 내뱉으며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엇에 숨이 막히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그냥, 삶에서 숨을 쉬기가 이제는 정말로 버거워져서. 

“…있잖아요.”

“응.”

“뜬금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춤출래요?”

“…뭐?”

카르마는 한 박자 늦게 다시 되물었다.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그게, 연회장에서 음악도 들려오겠다, 기분도 별로겠다, 이럴 때는 움직이는 게 최고라구요.”

“…….”

“본인이 얼마나 허약한지 모르죠? 피부는 창백하지, 팔은 꼭 뼈밖에 없는 사람처럼 가늘지. 이래서 사람이 집에만 처박혀 있으면 안 되는 거예요.”

꽤 험한 말이 들려온 것 같았지만 착각이겠거니 싶어서 무시했다. 시즈는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상관하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횡설수설한 듯했지만, 어쨌거나 카르마의 기분을 달래주려고 한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춤추자구요. 저 이래 보여도 잘 추니까.”

“…하하, 하.”

허탈했다. 그런 기분이었다. 정말 뜬금없는 말이지만 그럼에도 위로받은, 세상 모든 심각한 일이 아무것도 아닌 듯 해지는, 그런 기분.

정령이라서 생각이 단순한 건지. 그게 싫은 건 아니지만. 너는 언제나 내가 모르는 방향으로 길을 바꾼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서 내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어떻게 싫어할 수 있을까. 어떻게, 너를.

카르마는 제 입을 꾹 다물었다. 제 감정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혹시라도 이상한 말이 나올까 봐. 그래서 다시 어색해질까 봐. 

“흠, 흠!”

시즈가 목을 가다듬더니 손을 뻗었다. 새하얗게 내려오는 달빛 아래에 서서,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웃으면서.

처음 만났을 때 그토록 싫어했던 모습이 이젠 날 구해주고 있다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카르마는 시즈를 올려다보며 뻗어오는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우리 춤출까요?”

“…그래.”

여느 멋진 신사처럼 달콤한 대답은 하지 않았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그가 전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진심이었으며, 시즈가 바라던 대답이었으니.

“어때요? 이 정도면 나름 잘 추지 않아요?”

달빛을 받으며 즐겁다는 듯 까르륵 웃으며 시즈가 물었다. 한 바퀴를 빙그르르 도니 시즈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갈색,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그저 그러한 색이 달빛을 받으니 더 밝은 색으로 빛났다. 그게 뭐라고 왜 그렇게 특별해 보이는 걸까. 

“못 춰.”

“단호하시네요. 너무해요.”

“알잖아. 네가 이해하던가.”

“아니, 그 성격 좀 착하게 바꿀 수 없어요?”

“있겠나?”

“…….”

솔직히 말하자면 잘 추긴 했다. 못 춘다고 대답한 것은 인정해주고 싶지가 않아서. 인정해 주면 또 엄청 으스대겠지. “제가 이런 정령이라구요!”라고 소리치면서 말이야. 그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요?”

“네가 너무 못 춰서.”

“─!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사실을 말했는데.”

“거짓말 치지 말아요.”

“이게 거짓말인 것 같나?”

카르마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면서 살짝 비웃었다. 시즈는 인상을 찡그리더니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로 퉁명스레 말을 던졌다.

“아, 진짜 기분 나빠요!”

“그래? 그거 유감이네.”

“…뭐, 오늘만은 넘어가드리죠!”

몇 번을 더 돌았다. 빙그르르, 빙그르르. 지치지도 않는 건지 계속해서. 아까보다는 기분이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 시즈, 썩 울림이 좋다고 말할만한 이름은 아니었지만 카르마는 이 이름을 좋아했다. 

시즈, 너는. 

너는 날 구원해 줄 수 있나? 이 지긋지긋한 세계에서 말이야. 

카르마가 사는 세계. 지겹고 숨 막히는 그런 세계에서, 시즈만이 유일하게 그를 꺼내올 수 있었다. 죽을 것 같을 때마다 언제나 나타나서는, 어렵지 않게 제 기분을 바꿔 놓으며 배시시 웃는 시즈.

시즈.

그는 묻지 못한 말을 입안으로 삼켰다. 지금은 이걸로 충분했으니까. 아직은 시즈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여름치고는 꽤 선선했던 밤이었다.

#04. 21살, 봄

카르마는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고개는 땅바닥에 처박아두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다시 말을 내뱉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 그래서 그게 대체 뭐냐구요! 아까부터 계속 그 말만 반복하고 있으시거든요?”

“…아, 젠장.”

“지금 욕한 거예요? 제가 화냈다고?”

“아니, 너한테 한 거 아니다.”

나한테 한 거라고…. 

연습할 때는 잘만 나오던 말이 지금은 입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카르마도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왜 이렇게 안 나오니. 내 뇌는 제대로 생각하고 작동하는데 몸은 왜 이러지? 어디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 미치겠네, 라는 말을 연신 내뱉고는 그는 마른세수를 했다. 

“진짜 어떻게 하지….”

“대체 뭐 때문에 그러시는 건데요? 말을 해주셔야 제가 알죠.”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안 나와.”

“사실 안 하고 싶은 거 아녜요?”

“죽고 싶나, 정령?”

“미쳤어요? 전 오래 살 거라구요.”

카르마의 말에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리던 시즈가 무릎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번 몸을 통통 뛰더니 가만히 있어서 그런지 몸이 굳은 것 같아요, 라고 말을 하며 카르마를 쳐다봤다. 

“저 이제 가야 해요.”

“왜?”

“그야 바쁘니까요…?”

“네가?”

시즈의 팔을 붙잡았다. 말투는 퉁명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렇다고 차마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옷을 꽉 붙잡으면서 시선을 맞췄다.

“진짜 갈 거야?”

“네.”

“날 버리고 자기 혼자 떠나겠다, 이 말이군?”

“그게 왜 그렇게 해석되는 건데요?!”

“내 마음이다.”

시즈의 옷이 늘어나는 건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얘가 정말 가나, 안 가나, 이거였지. 

“가지 마.”

가장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연기하는 건 원래부터 익숙하기도 했고, 이젠 표정을 움직이는 게 꽤 자연스러웠다. 

“아, 알았어요. 안 가면 되잖아요. 이럴 때 보면 꼭 애 같다니까?”

“너보다는 애일걸. …조상님이라 불러야 하나?”

 “정령 사이에서는 아직 젊은 편이거든요!”

“어쩐지. 애 같더라.”

시답잖은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해가 점점 저물어가고, 붉은 석양빛이 언덕에 닿고, 시즈와 카르마에게도 닿았다. 시즈의 갈색 머리에 붉은빛이 섞였고, 그 빛에 녹아든 모습이 인간 같지 않아서 다시 한번 정령이라는 것을 카르마는 새삼스레 깨달았다. 고개를 기울이며 시즈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렸다.

아. 해가 저물어가기 전에, 말을 해야 하는데.

…이젠 더 이상 늦출 수 없지.

“야, 시즈.”

“…네? 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나요? 이름으로?”

“제대로 들은 거 맞고. 너, 너….”

“…?”

“⋯앞으로도, 나랑 같이 있어줄 수 있나.”

 “네? 그거야 당연하죠.”

“그런 의미 말고.”

“어, 어…. 그거.”

시즈가 눈동자를 크게 떴다. 젠장, 석양빛한테 감사해야겠네. 가뜩이나 피부가 창백한 편이라서 붉어진 게 잘 표시 나는데, 대충 변명할 거리는 생겼잖아?

“네가 생각하는 그 의미 맞다. 멋들어지게 말하는 거에 내가 약하다는 거 알잖아.”

“하지만…, 전 정령,”

“그런 거 다 고려해서 한 말이야. 내가 말을 쉽게 내뱉을 사람으로 보이나?”

“아니, 그건 아니죠….”

“그래. 나는 다 상관없으니까, 너만… 너만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전 여전히 젊을 거예요. 제가 죽는 순간까지 평생 이 모습일 거라구요.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 못하는데. 그래도 괜찮아요, 정말?”

“당연한 거 아니냐.”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이 상황에서도 카르마의 뜻을 먼저 물어보는 바람에. 그게 또 웃음이 날 정도로 다정해서.

괜찮지. 이렇게나 다정한 너인데 괜찮은 게 당연하지. 

“괜찮다고 하신 거예요? 나중에 가서 딴 말하기 없어요?”

“하, 너나 말 바꾸지 마.”

“정령은 거짓말 안 해요.”

“나도 안 해.”

“제 말 반복하지 마시죠?”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아, 짜증 나요!”

화내는 모습도 좋다면 그건 내가 미친 거겠지.

카르마는 이 평범하기만 한 대화가 행복해서, 무척이나 행복해서 따스했다.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칼을 헤집어도 기꺼이 반길 수 있을 만큼.

나의 사랑스러운 정령. 

20살, 그 어떤 여름날에 하지 못했던 질문은 이제 필요치 않게 되었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충분했다. 결국 너는 날 구원했어. 이 지긋지긋한 세계에서 날 벗어나게 했어. 매일이 즐겁겠지. 널 떠올리며 웃겠지.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처음으로 찾아온 완연한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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