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나는 by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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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밴드부였다. 보컬. 입학하고 얼마 안 된 시점에 밴드부 담당 선생님의 과목 수업에서 장기자랑으로 노래를 불렀다가 스카우트 됐다. 동아리 오디션 때 실수를 꽤 많이 했는데, 담당 선생님이 나를 무조건 뽑으라 했단다. 동아리 선배들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나는 ‘선생님이 미리 점 찍어 놓은 그’ 신입생이라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타이틀을 갖게 됐다. 감사는 한데 그렇게까지… 싶다.

난 노래를 잘 한다.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다. 재수 없어 보이지만 사실인 걸 어떡하는가. 어디서 노래를 배웠냐길래 엄마 뱃속에서 배웠다 했더니 짜증난다고 했다. 우리 엄마가 노래 잘 부르는데 어쩌라는 건가 싶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켜 놓고 발표하는 건 엄청나게 떨렸지만 노래하는 건 하나도 안 떨렸다. 근거 있는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져 있었다.

동생이랑 노래방을 자주 간다. 나는 주로 고음을 내지르는 노래를 부른다. 아마 그날 불렀던 것이 ‘그대가 살아서’였던 것 같다. 노래를 부르고, 백 점을 받아 무료로 한 곡 서비스를 받고 나서 SNS를 켰다. 동생이 글을 남겼다. ‘우리 언니 노래 너무 잘 하는 거 아닌가??’ 웃겼다. 자기는 춤을 잘 추면서. 이렇게 말하니 꼭 예술가 집안 같다. 아마도 엄마의 노래 실력은 내가 물려 받고, 박자 감각은 동생이 물려 받은 것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내가 박치란 소리는 아니고.

재능에 대한 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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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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