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카와 미우 - 나의 인생이 변한 날,

그리고, 마지막 기록.

은혼 드림 by 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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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있는 무용수 집안,에도에서 하루카와의 이름을 댄다면 100이면 100, 그 집안의 무용은 참 아름답지-라며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런 집안의 막내로서 태어난 나는 그런 집안에 대한 이야기가 싫증이 났었다. 아주 어릴 적, 나의 첫 기억부터 시작하여 내가 자라며 들어온 이야기라고는 내 위의 언니들과의 비교도 모자라 어머니와도 비교당해왔기에, 내 춤 실력이 아무리 좋아져도 칭찬보다는 아쉽다는 평가만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유일하게 나를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는 이가 있다면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지내며, 내가 살아가며 가족만큼이나 오래 봐온 소꿉친구- 나와 단 1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야마자키 사가루였다.

“미우! 나와 나랑 배드민턴 치자!”

매번 대문 밖에서 해맑은 얼굴로 나를 부르는 야마자키는 언제나 나를 이 집안에서 벗어나 평범한 여자아이같이 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였다. 물론 평범한 여자아이라기엔 내 주변의 친구는 야마자키, 단 한명 뿐에 다른 이들은 친구라기엔 부모가 붙여준, 나에게 있어 가장 피하고 싶은 존재들이었으니 말이다. 바보 같고, 약한 데다가 남자면서도 나에게 지는 바보지만… 매번 내가 싫다면서도 찾아와서 날 집안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

내 삶의 대부분은 좋아하지도 않는 무용과 꽃꽂이를 배우며 집안에 의해 무대에 오르기를 강요당하고, 사람들은 날 부족하다 평가하면서도 무대에 오르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 같이 굴어왔기에, 어쩌면 내 삶에 있어 네가 특별해지는 건 마치 운명과도 같이- 당연한 일이었지 않을까. 이제 와서 그걸 깨달아 무슨 의미냐 하겠지만, 지금이었기에 이런 생각도 가능한 것이 아니냐며 나 자신에게 변명을 해본다.

“야마자키, 나중에 우리 둘 다 커서- 결혼할 상대가 없으면 우리끼리 하는 거 어때? 평생 결혼 못 하는 것보다는 괜찮을 텐데! 다~ 널 위해 하는 이야기거든~”

어릴 때부터 결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남자라곤 야마자키 빼고는 다 내 춤을 보고 싶어 하며, 현모양처가 되어주길 원하는 바보들 뿐이었으니까.까. 그런 바보 같은 남자들과 함께 살며, 가장이라는 이름 아래에 내 삶을 버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애당초 그런 남자들은 전부 나의 춤 하나만을 보고, 나의 집안만 보고 나에 대한 환상을 가진 이들 뿐이었으니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남자들은 금방 사라져버렸기에 더더욱 결혼에 대한 나의 인식은 좋을 수 없었다. 우리 부모라면 언젠간 결혼은 해야만 할 텐데, 나에게서 도망을 치거나, 어떻게든 날 조용히 만들려는 것들과 나의 한 평생을 지낸다니,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적어도 결혼을 한다면… 그게, 야마자키라면 나도 조금은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졌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랬기에,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 같은… 제대로 되지도 않은 고백을 네게 했었겠지. 그게 좋아한다는 감정이었을지, 그저 하루카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었는지 모를 고백이었지만.

“아앙? 내가 왜 너랑 결혼하는데?! 아니 그보다 왜 내가 결혼을 못 한다는 전재로 이야기하는 거 같은 건데!!”

“그야 야마자키는 야마자키고, 나는 하루카와잖아? 내가 결혼할 확률이 더 높다고~”

“하아-?! 그래 그럼 두고 보자고 누가 결혼하는지! 내가 못하면 너 같은 여장부랑도 결혼해 준다!”

그래서였을까, 삐뚤어진 네가 내 제안을 끝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승낙하였을때 기뻤던 것은.

이제는 닳고 닳은 치기 어린 사춘기 소녀의 감정, 4년 전 네가 진선조에 들어갔을 시기. 양키가 되었던 네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을 때는 조금, 그때와 같은 감정을 가졌었던 것도 같았지. 지금은… 지금의 내 감정은 어떤 것일까.

진선조에 들어가 내가 아는 모습이면서도, 내가 모르는 너로 변해가는 것을 보았을 때. 나 또한 더 이상 구조를 원하기보단 스스로 나아가기 위해 검을 들었다는 것을 넌 알고 있었을까.

그럼에도 결국, 내가 하루카와를 떠나 진선조에 머무를 수 있던 것이 네 덕분이었을 때의 그 무력함을 너는 알고 있을까. 어릴 적 생각했던 그대로- 믿음직하지 못하고, 바보 같은 넌 과거부터 지금까지도… 나의 구원자였다는 사실을 너는 알지 못하겠지.

“미우… 미우!”

나는 말이지, 네가 없었더라면 아마 그곳에서 절대 버티지 못했을 거야. 영혼 없는 인형과도 다름없지 않았을깢 불만은 많으면서도, 용기는 부족한 난 가출할 생각조차 못 했을 테니까. 네가 있기에 나는 강해질 수 있었고, 내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어. 나답게 살 수 있게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한때는 좋아했을지도 모를 네게, 감사한 마음뿐인 네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될지 나는 모르겠지만… 네가 날 진선조에 넣어줬기에, 우리가 결혼하지 않았기에… 네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았기에, 이제는 진심으로… 널 응원해 볼까 해.

“바보…! 왜… ………하지 않아도! ……”

미안, 정신이 흐릿해져서 잘 들리지 않아,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나도 모르겠어. 그저… 나의 억지로 너와 했던 약속이 네 발목을 붙잡지 않았으면 해서, 나 때문에 끌려다닌 네게 미안해서, 이제는… 자유로워졌으면 했기 때문일까.

백마 탄 왕자님은 아니었지만, 내 삶에 왕자님이 있다면 그건 너였을 테니까. 제발 이 끔찍한 상황 속에 네가 살아줬으면 했을까. 너를 향한 감정도, 내가 행동한 이유도 그 무엇도 모르겠지만…

“살아줘, 사가루… 결혼하고, …행복해. 그리고… …미안, 다… 미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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