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온 프로젝트

Elysion Project (엘리시온 프로젝트)

14화-버스킹(3)

그렇게 어찌어찌 버스킹 하기 적당한 곳을 고르고 휴대용 앰프를 설치 한 뒤 버스킹에서 부를 노래도 골랐다. 사실 골랐다기 보다는 캐논이 거리에 흘러나오는 이브의 노래를 커버하자는 의견을 강하게 내세워서 그러기로 결정 난 상태여서 골랐다기에도 애매하다. 그래도 거리에서 자주 들리는 곡이기에 유행에 어두운 나도 금방 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이제 노래를 부르기만 하면 되는데 문제는 부르는 사람이 다름 아닌.....

"싫어."

"아 왜~!? 그냥 눈 딱 감고 하면 되는 거잖아!"

"싫어. 안 해. 못해."

"리라야......"

"아... 네 맘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 어떻게 좀 안될까? 그냥 눈 딱 감고 하면 되잖냐... 응?"

"아 싫다고,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도 그렇지...! 어째서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버스킹을 해야 하는 건데...?!! 가뜩이나 나는 다른 사람 눈에 띄는 거 딱 질색인 사람이라고....!!!"

하필이면 여기서 버스킹을 하게 된 사람이 다름 아닌 바로 나라는 것이다...

왜 일이 이렇게 되었냐면 일단 버스킹을 하기 전 캐논을 디바이스에 링크 시켜야 하는데 캐논이 영향을 크게 받기 위해서는 우선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과 캐논의 파장이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링크하기 위해서는 일단 성별에 의한 발성의 차이를 고려하여 캐논과 같은 성별이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지온과 노아 선배는 자연스레 제외 되고 나와 미이 둘 중 한명이 불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누가 더 파장이 잘 맞는지 확인 및 비교를 하기 위해 캐논이 수치를 확인 하였는데 거기서 링크의 파장이 잘 맞는 사람이 다름 아닌 바로 나였다는 것이다.

캐논에게 들어보니 파장 일치율이 95%로 거의 99%에 가깝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들은 노아 선배가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참고로 노아선배는 남자인걸 감안해도 72%, 미이의 경우엔 89%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나에게는 뭔가가 있다고 하는데 정확히 이게 뭔지는 아직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거 때문에 파장이 잘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아무튼, 상황이 그렇게 되었고 내가 버스킹을 하게 되었지만 나는 죽어도 하기 싫다고 버티는데 진짜 마음 같아선 다 뒤집어엎으면서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보는 눈도 많아 끓어오르는 분노와 짜증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다.

한편 그렇게 노아 선배는 어째선지 어두운 안색으로 우리들을 바라보는데 그러다 잠시 후. 선배는 갑자기 나에게 다가오면서 미안하다고 고개 숙여 사과하기 시작했다.

"미안해... 갑자기 이런 일을 맡게 해서...."

이런 갑작스러운 선배의 모습을 보고 나는 당황하며 왜 그러냐고 물었다.

"뭐... 뭐에요 선배... 갑자기....."

"갑자기 이런 말 해서 미안해... 하지만, 네가 이렇게 싫어하는데 너에게 이런 일을 떠맡게 한 거 같아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이 일은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러니깐... 이렇게 부탁할게... 이후 책임은 전부 내가 질 테니까.....!!"

죄책감이라도 느끼는지 고개 까지 숙이면서 진심 어린 사과와 부탁을 하는 노아 선배의 모습을 보니 아까까지만 해도 변함 없던 내 마음은 점점 약해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아... 진짜 돌겠네... 아 알았어요!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대신, 이번 한 번 뿐이에요. 알겠어요?"

결국, 그의 부탁에 항복을 하게 되어 스스로 하겠다고 말했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버스킹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노래를 어느 정도 외우고 버스킹을 시작하려는데 그 순간 지온이 잠깐 기다리라고 멈춰 새웠다.

"뭐야, 갑자기...."

"아, 별거 아니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거니깐... 조금이라도 꾸미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말이야."

그러더니 내 머리를 만지면서 무언가를 하기 시작하는데 다른 사람이 머리카락 만지는 걸 싫어하는 나로서 평소였다면 건들기도 전에 뿌리치며 만지지 말라고 했겠지만 억지로 버스킹을 해야 하는 현 상황 때문에 이젠 모르겠다. 그냥 될 대로 되란 심정이라 지금은 얌전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아... 다됐다! 한번 볼래? 맘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잠시 후 지온은 끝났다면서 한 번 보라며 결과물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나에게 보여주는데 작은 연보라색 리본이 달린 머리끈을 이용한 반묶음 머리로 상당히 이쁘게 만들어줬다. 정면 사진도 찍어줘서 보여주는데 단순히 머리 모양만 바꿨을 뿐인데도 나 자신이 이렇게 달라 보인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게 된 것 같았다.

"와.....!!"

"우와~! 뭐야 뭐야? 엄청 잘 어울려!!"

"응! 특히 머리끈이 굉장히 예쁜 데다가 리라 하고도 잘 어울려."

"하하, 내가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 이것도 취미로 만든 거고. 쓸데가 있을까 해서 항시 챙기고 다니는데 이게 이렇게 쓰이게 될 줄 몰랐네.

이야~ 그건 그렇고 확실히 본판이 좋아서 그런지 단순히 묶은 것 뿐인데도 엄청 반짝거리는 게 확실히 장난 아니네~"

이렇듯 모두 감탄 및 칭찬을 쏟아내는데 그걸 들으니 왠지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나를 이렇게 만든 지온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 

"고마워... 그리고 이거 끝나고 나서 바로 돌려줄게."

"됐어. 단순 취미로 만든 거고 애초에 난 남자라 머리핀이면 모를까 그런 거 가지고 있어봤자 쓸 일도 없으니깐. 대신 열심히 하라고 알았지?"

"으응......."

지온은 이후에 할 반납을 거절하고 대신 버스킹을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해줬으며 나는 그 격려에 보답하기 위해 하기로 했다. 비록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한 적이 없지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일과 이번을 위해 도와준 그들을 위해서 말이다.

*

한편, 쇼핑몰 어딘가에 누군가가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으며 SNS에 올리고 있었다.

"후훙~! 오늘도 SNS에 하트 잔뜩 받았다~! 홍보도 잔뜩 되고~ 그야말로 일석이조~"

오늘은 오랜만에 찾아오는 비번날. 여기 오고 나서 그동안 계속 고생한 만큼 오늘은 쇼핑몰에서 실컷 쇼핑하며 군것질도 하면서 마음껏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로인 만큼 SNS에 셀카를 비롯한 다양한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홍보랑 활동도 빠지지 않고 확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휴일이라도 이 정도는 해줘야 하니 말이야~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잠시 쉴 겸 카페에 가서 음료를 구매한 뒤 근처 테라스에 앉아 그것을 마시며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데 몇몇 사람들이 어딘가로 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야, 저기서 누가 버스킹 하나 봐! 우리 한 번 가보자!"

"그러자!"

"응?"

버스킹? 신기하네, 설마 여기서 버스킹을 사람이 있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배짱이 보통 아닌데?

평소였다면 별로 신경 안 쓰고 그냥 구경만 했겠지만 다른 곳도 아닌 이곳 에덴에서 배짱 좋게 버스킹을 하는 누굴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 그들을 한 번 따라가 가서 봐보기로 하였다.

"저 애는......"

 버스킹을 하고 있다는 곳에 도착하고 그 광경을 본 나는 내심 깜짝 놀랐다. 설마 버스킹을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저 아이'일 줄......

"굉장하다... 엄청 잘해!"

"응! 이브가 부르는 곡이랑 같은 곡인데도 분위기가 전혀 달라!"

확실히 같은 곡이라 할지라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상당히 곡의 이미지가 달라지기 마련, 그래서인지 지금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이브가 부르는 것과는 다르게 꽤 파워풀하달까... 청순한 이미지가 강한 이브에게서는 나오기 힘든 박력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단순히 그뿐만 아니라 비주얼도 굉장히 좋은 편이고 카리스마도 장난 아닌 게 다른 사람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창력이나 박자감, 그리고 비주얼은 꽤 좋은 편이지만... 그거 빼면 완전 생초보네... 특히 무대 경험 같은 건 아예 없는 거 같고......'

전체적으로 일반인 치고는 제법, 아니 상당히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거나 한건 아닌지 노래할 때 생목으로 부른다던가 성량 조절이 미숙한 점, 그리고 종종 스텝이 꼬이는 실수를 하는 걸 보아 전반적으로 재능은 있지만 프로로서는 한참 모자란 햇병아리 수준밖에 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잘만 갈고 닦으면 최고의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다이아몬드 원석이나 다름 없는 존재라는 뜻! 왜 이브가 유독 저 애를 보고 맘에 들어 했는지에 대해 이걸 보니 알 것 같았다. 

"...........!!"

허나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것도 있는데 그것은 그녀가 다른 사람도 아닌 '그'와 같이 있다는 것이었다... 설마 여기까지 오다니... 그 말은 즉 그 뿐만 아니라 '그 것'도 같이 왔다는 뜻이잖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눈앞에 나타난 것에 2차로 놀라고 그 탓에 바로 전에까지 그녀를 보고 느꼈던 환희는 그를 보자마자 싹 사라져 버렸고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이거 상황이 복잡해졌는데... 하필이면 저 녀석이랑 같이 있다니... 그렇다는 건 완전히 우리의 적이 되었다는 뜻이 되는데.....

하지만 상관없어. 설령 그가 이곳에 왔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없을 테니깐!! 우리의 목적은 변하지 않아!

"그런고로... 이 무대가 끝나면 이 선전포고에 대한 대답을 해볼까나~? 마침 시험 할 것도 있으니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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