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온 프로젝트

Elysion Project (엘리시온 프로젝트)

8화

"여기야? 그 애가 입원해 있다는 병실이?"

"틀림없어. 간호사분이 그렇게 얘기하셨으니깐."

우리는 무사히 병원에 도착하였고 접수처에 가서 미이가 입원해있는 병실에 관해 물었다. 간호사분은 우리에게 병실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셨고 병실 문 앞에 서 있다.

그렇게 병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지온에게 한가지 말하는 것을 잊었다는 것을 깨닫고 일단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였다. 

"아, 맞다. 깜박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는데 미이 한테 되도록 안대랑 눈에 대해서는 아무 말 하지 마. 알았지?"

"? 갑자기 그런 얘기는 왜... 혹시 그 애 눈에 무슨 장애라도 있는 거야?"

"나도 그건 몰라.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고 어제 다시 만났을 때도 계속 안대를 꼈었거든. 그걸 생각하면... 뭔가 사정이 있는 거 같아. 그러니......"

"아, 오케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어. 확실히 그런 거면 말 안 하는 게 좋지."

지온은 내 말을 이해하고 알았다고 말해주니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우리는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 리라야."

병실에 들어가 보니 미이는 정신을 차렸는지 어제 우리를 치료해주셨던 의사 선생님과 같이 있었는데 우리를 보자마자 손을 흔들어주며 맞이해주었다 여전히 한쪽 눈에는 안대를 찬 채.

의사 선생님은 미이의 상태를 확인하려 왔는데 우리가 오기 방금 전에 정신을 차려서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미이가 정신을 차린 후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기분은 어떤지, 혹시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하나하나 상냥하게 물으셨다. 그런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미이는 다행히 불편한 점은 없다고 하며 혹시 모르니 일단 상태를 보다가 간단한 검사를 한 뒤 이후 아무 이상이 없으면 퇴원해도 될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병문안 온 우리들이 미이의 상태를 보기로 하였고 의사 선생님은 다른 환자들의 상태를 보기 위해 병실을 나가셨다.  

의사 선생님이 병실을 나가시고 병실에는 몇 분 정도 침묵이 흘렀는데 혹시 지온 녀석이 있어서 낯을 가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처음 만났을 때와 더불어 다시 만났을 때도 그랬으니깐.

"어, 혹시 내가 있어서 불편하면 나가 있을까? 초면이라 많이 불편해하는거 같은데......"

"아......그건......아니야....."

지온 본인도 자기 때문에 미이가 불편해하는 건가 싶었는지 혹시 자기가 있어서 예기하기 불편하면 나가주겠다고 했는데 그녀가 말하길 그건 아니라고 한다.

"사실은 그게... 가족들 외에 다른 사람이 병문안 와준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아, 그런 거였구나. 그거라면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되. 애초에 병문안 하러 온 건 우리잖아."

"맞아, 그렇게 치면 우리는 집주인을 찾아온 손님 포지션이니깐. 그러니깐 집주인씨는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있어."

"후후... 응."

그런 우리의 말을 듣고 조금 웃으면서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다행히 이때부터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렸는지 조금 굳어있던 미이의 표정이 많이 풀어졌고 말투도 평상시로 돌아왔다.

"저기, 그런데 말이야. 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되?"

"???"

지온은 갑자기 미이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는데 아까 병실에 들어가기 전에 눈에 대한 얘기는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으니 그것에 대해선 묻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니 일단 한 번 들어보기로 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좀 마당발이라서 말이야. 그래서 학교에서도 웬만한 선배들이랑 동급생하고 친한 편이고. 그런데 너는 지금까지 학교 다니면서 얼굴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말이야. 그래도 리라한테 들은 너에 대한 예기를 듣고 여기서 직접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누군지 전혀 몰라서 말이야....그래서, 혹시 괜찮다면 그거에 대해 말해줄수 있을까......? 물론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고."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공원에서 다시 만난 것을 제외하면 나도 지금까지 한 번도 미이를 학교를 본 적이 없었다. 나야 뭐 주변에 하도 관심을 갖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아니, 것보다 유지온 쟤도 여러모로 참 대단하다. 대체 얼마나 친화력이 좋으면 며칠만에 마당발이 된 거야......?

"그랬구나..... 사실은... 조금 사정이 있어서........"

"사정?"

그 순간, 미이의 표정에 조금이지만 안색이 어두워지고 그늘이 졌는데 그 모습에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응... 실은 나... 여기 오기 전부터 학교를 안 다니고 대신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었거든... 여기에 와서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그래서 학교에서 날 못 본건 어찌 보면 당연할 거야. 여기에 와서 지금까지 한 번도 등교한 적이 없었으니깐....."

미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저 자기 손만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 우리들은 그녀에게 뭔가 여러 가지 사정이 있다는 것을 단순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고 싶었지만 괜히 그런 얘기를 했다간 분위기만 안 좋아 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 주제에 대해서는 넘어가자고 서로 수신호를 보내며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구나, 그럼 나이는? 학교에 안 다닌다면 적어도 몇살인지는 아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 물론 말하기 싫으면 말 안 해도 되지만... 자꾸 대답하기 힘든 질문만 해서 미안."

"으응... 아니야 괜찮아. 신경 쓰지 않아도 되... 아, 나이는 열일곱... 올해 17살이야."

"......뭐?!"

자, 잠깐만... 내가 지금 잘 못 들었나? 열일곱?! 그 말은 즉......

"미이 너... 나랑 동갑이었어?!"

"에? 그게 무슨... 아, 혹시.......?"

"?? 뭐야? 너희 둘 왜그래?"

그 순간 나와 미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굳어버렸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지온은 너희 둘 갑자기 왜 그러냐며 물었다. 

"아니 그게... 사실 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미이를 대략 중학생 정도로 생각했었거든... 근데 설마 나랑 동갑이었을 줄은 전혀 몰라서......"

"사실 나도... 난 반대로 리라를 지금까지 언니로 알고 있었어... 키도 크고 엄청 이뻐서 분명 언니인 줄 알았었어......"

"아아~ 확실히 얘가 다른 애들보다 키도 크고 외모도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우니깐. 미이 네가 그런 생각 하는 건 무리는 아니지. 나는 얘 처음 만났을 때 복학생인 줄 알았다니깐?"

"뭐 인마?"

야 이 개... 뭐가 어쩌고저째?? 유지온 너 병실에서 나오고 나서 두고 보자.......

하지만 그 말에 괘씸하단 생각이 들고 너무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게 지온의 귀를 확 잡아당겼다. 본인도 잘못한걸 아는지 잘못했다며  미이는 그 모습을 보며 재밌는지 웃기 시작했다.

그 후에도 우리 세 명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이가 입원한 병실에는 그녀 밖에 없는지 다른 환자는 그녀외에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병실에서 큰소리를 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너무 시끄럽지 않는 적당한 선을 지켰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가 잠시 기지개를 피려는데 그 순간 온 몸이 다시 욱신거리는 것을 느껴 순간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학교 보건실에서 한숨 푹 잔 덕에 이제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완전히 다 나은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리라야 왜그래? 괜찮아?"

"으응... 난 괜찮아."

"너... 또 몸 상태가 안 좋아 지기라도 한 거야? 너스콜로 간호사분 부를까?"

그러나 오전의 내 상태를 알고 있던 지온은 또 몸이 안좋아진거냐고 의사 선생님을 부를까며 걱정해줬는데 이때 미이는 그의 말을 듣고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는데 그 질문에 지온은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 설명을 듣고 미이는 무척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랬구나... 정말 미안해... 그때 나도 어떻게 해야 했는데..........."

"아... 신경쓰지 마. 그때는 상황이 상황이었으니깐. 그리고 난 정말 괜찮아. 비록 몸에 조금 멍이 들긴 했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

그 말을 하자 내 몸의 멍 수준을 잘 알고 있던 지온은 그 말을 듣고 '과연 그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일까...'라고 눈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기에 그의 시선을 간단히 무시해버렸다.

"그렇지만... 그때.....그때 난 정말로 네가 죽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때 그 괴물들... 너를 때릴 때 진심으로 죽일 것 같았으니깐....."

".....!!!"

아뿔싸......

"잠깐, 괴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그것보다. 강리라 너 나한테는 분명 불량배한테 얻어맞아서 그렇게 된 거라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에.....?"

미이는 순간 본인도 모르고 사실대로 말해버렸고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 지온은 본인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사실을 듣고 나에게 이게 무슨 상황이냐며 물었다. 순간 당황해서 변명이라도 해볼까 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변명따윈 통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에 결국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하기로 하였다. 바로 그때.....

[흠... 역시나. 설마하고 따라왔는데 역시 그랬던 거로군.....!]

그 순간. 어디선가 무척이나 맑고 청량한 음색의 목소리가 우리 셋의 귀에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순간 이브가 온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이브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음색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병실에 갑자기 빛이 나는 무언가가 날아들어왔는데 처음에는 커다란 반딧불인가 싶을 정도로 밝은 빛을 내는 구체로 보였지만 얼마 안 가 빛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모습은 대략 1/8 피규어 정도 되면서 목소리 만큼이나 이브와 비슷한, 하지만 연한 갈색의 긴 생머리와 푸른눈을 가지고 청순하면서 어딘가 성숙한 이미지의 이브와는 달리 백금색 중간길이의 투 사이드 업, 그리고 밝은 분홍색 눈동자를 가진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가진 대략 10대 중반정도 되는 소녀 모습을 한 무언가였다. 

"뭐야... 너는......"

"Hello everybody~! 내 이름은 '캐논'! 잘부탁해!"

알 수 없는 무언가의 등장으로 우리들은 당황했지만  그런 우리와는 달리 그녀는 자신을 캐논이라 칭하며 해맑게 자기소개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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