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터 셜록 홈즈 소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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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XX.XX. 레이시프트의 현실과 서번트 소환의 이해 담당 교수 시노하라 아이 (篠原愛)가 작성함.
이 기록을 작성하고 있는 것은, 한때 인류 최후의 마스터였으며, 지금은 시계탑에서 “레이시프트의 현실과 서번트 소환의 이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시노하라 아이다. 해당 실험은 나의 자그마한 이기심과 호기심으로 인한 시작임을 우선 기록해 둔다.
본인의 이야기를 짧게 해 두자면, 한때는 지식도 마력도 일반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오로지 레이시프트 적성 하나만 특출나 끌려온 마스터였다. 하지만 한 사건으로 인해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따로 기입할 예정이다.- 나는 마스터로서 *서번트를 소환해 특이점들을 수복하고, *이문대를 격파하며 -격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보다 어울리는 단어는 없을 것 같다.- 살기 위해 달렸다.
* 서번트; 본래는 사역, 소환이 불가능한 서번트를 성배가 60년간 지맥에서 축적한 막대한 마력의 보조와 제3마법의 일부를 응용한 강령으로 소환시킨 존재.
* 이문대; 간이 정지된 가능성을 **이성의 신이 억지로 2018년까지 끌어올려 고정한 흐름.
** 이성의 신; 이성(理性)이 아니라, '다른 별'을 뜻하는 이성(異星). 그 이름에 걸맞게 지구 밖에서 온 외계의 신적 존재.
결국 나는 살아남았으며, 인리도 지켜내는데 성공을 했다. 나에겐 씻어낼 수 없는 상처가 남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시간은 없었다. 나는 나의 의지로 협회의 감시 하에 공부를 시작했다. 부끄럽지만, 인리를 구하느라 공부를 놓은지 오래인지라 완전히 기초부터 다시 쌓아올렸다. 다만 타인의 시선을 받는 것은 영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것이라서, 두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고 지식이 쌓인 나는 그놈의 빌어먹을 비밀 유지 때문에 마땅히 갈 만한 곳도 없는 탓에 노움 칼데아에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칼데아에 들어오기 이전에 시계탑 소속이었던 마커스에게서 -그는 모든 일이 끝난 후 시계탑으로 돌아갔다.-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혹시 괜찮으면 내가 겪었던 그 여정들을 알려주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나는 수요가 있나 싶은 의문이 들었으나 협회의 끈질긴 감시에 질렸었던 터라 그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나는 현대과의 레이시프트의 현실과 서번트 소환의 이해에 대해 가르치게 되었다.
내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 어느 날, 학생 중 한명이 내게 물었다. 그 날은 캐스터 클래스 적성을 가졌으나 다른 클래스로 현계한 서번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날이었다.
" 로드, 만약에 캐스터 클래스 적성이 있었지만 다른 클래스로 현계한 서번트가 원래의 클래스를 되찾으면 어떻게 될까요? "
이 실험은 그것을 나 스스로가 경험해보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함이며, 동시에 그 질문으로 인해 생겨버린 내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함임을 다시 한번 적어둔다.
만일 이 실험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된다면, 해당 기록은 파기될 것임을 미리 명시한다. 이 기록을 누군가가 보고 있다면, 해당 연구는 아주 완벽한 성공을 이루었음을 의미한다.
우선 캐스터의 적성을 가지고 있는 영령 중에 다른 클래스로 현계하게 된 서번트는 그리 많지 않아 폭을 줄이기는 쉬웠다. 나는 룰러 클래스의 셜록 홈즈, 얼터에고 클래스의 아시야 도만 정도가 떠올랐으나, 이전 칼데아에 존재했었던 아시야 도만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은 힘들 것 같아 셜록 홈즈의 소환 준비를 했다.
소환하는 과정을 서술하기 전에 셜록 홈즈라는 영령에 대해 가볍게 설명하자면, 그는 본래 캐스터 클래스 적성이 있는 영령 중 한 기이다. 실제로 카멜롯의 아틀라스원에서, 그리고 아종특이점의 신주쿠에서 봤을 때 까지만 해도 그는 캐스터 클래스를 달고 있었다.
클래스가 다르게 소환 된 이유는 칼데아에서 계약을 맺으면서 영기에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하며, 홈즈는 룰러의 영기가 부여된 이유에는 인류사를 유지하기 위하여 모든 진실을 파헤치지 말고 진실을 조정해 만물을 재정하라는 누군가의 뜻이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추리했다.
룰러 클래스의 셜록 홈즈는, 탐정의 성정이 강한 자이다. 이것은 무슨 말인가 하면,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기능 소시오패스의 성질이 강한 대신, 날카로운 감식안과 뛰어난 두뇌, 냉철한 판단력이 더해져 세계 제일의 탐정이라는 호칭이 과언이 아닌 자였다. 아예 감정이 없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지만.
아무튼, 서번트의 소환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 우선 소환하고 싶은 영령과 관련된 촉매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유명한 아서 왕을 소환하고 싶다면 촉매로 촉매가 없으면 자동적으로 소환자를 촉매로 삼아 모든 영령 중 '소환자의 성격이나 환경' 또는 '영령과 소환자의 정신적·육체적 상성'이 맞는 상대가 소환된다.
두번째는 소환진과 주문이다. 마법진은 피, 보석, 수은 등 뭘로 그리든 구색만 맞추면 된다. 주문의 경우에는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기술하진 않겠다. 하지만 사실 서번트 소환시 주문이나 소환하는 마법진의 양식은 딱히 정형화 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시작의 세 가문의 비원이 담겨있는 만큼 효과는 있을 것이다.
소환만 한다고 전부가 아니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불안정한 존재이기 때문에 쐐기가 필요하며, 소환과 동시에 마스터와 서번트 사이에는 마력공급용 패스가 만들어지며, 마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물론 마스터의 마력 소모 없이 쐐기 역할은 가능하지만, 마력이 없다면 서번트의 소멸은 가속화된다. 애시당초 서번트는 마력으로 현현하고 기능하는 존재인 데다가, 보구나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도 마력이 필요하다. 물론 정 급한 상황이라면 체액 교환, 영혼 포식 등 외부에서 마력을 획득할 수는 있으나 효율은 영 좋지 않다.
아무튼, 이번에는 셜록 홈즈만을 노리는 소환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촉매를 준비했다. 물론 룰러 클래스가 소환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이전 칼데아에서 그와 마력 패스가 연결된 적이 있기에 캐스터 셜록 홈즈를 소환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는 것은 할 수 없어서, 사냥모자와 바이올린 정도를 준비했다. 사실 코카인 같은 것이 더 효과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범법을 저지르긴 싫은 나의 최선이었다.
나는 가장 강한 촉매인 나의 피로 소환진을 그리고, 사냥모자와 바이올린을 둔 뒤에, 소환 주문을 읊었다.
제대로 소환 주문을 읊는 것은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다행히도 제대로 먹혔는지, 왼쪽 손등에 수없이도 본 3획짜리 영주가 생기고, 무지갯빛이 나를 부드럽게 감쌌다. 금테의 캐스터 클래스 카드였다. 새하얀 빛이 가시고 눈이 겨우 익숙해지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자기소개가 필요한가? 나는, 셜록 홈즈. 탐정이지. 영웅을 바랐다면 아쉽게 되었다고 할 수밖에 없겠지만, 탐정이나 추리가를 소망했다면, 자네는 좋은 카드를 뽑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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