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들이 내게 뭔가를 숨기고 있다

머저리들

곡식창고 by 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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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직 내 잠입부 간부 직을 맡고 있는 라디안이라고 합니다. 사실 요즘.. 고민이 좀 있습니다. 바로 제 직속 선배님들에 대한 것입니다. 제가 이 조직에 처음 들어오게 되었을 때 보스께서 배정해 주신 에이트 선배님, 샬렌 선배님 말입니다. 본래 두 분은…

“정말이지 그대를 대상으로 연구부에서 한 번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될 거 같아. 신기한 인간이야.”

“응? 그거 칭찬이지?”

“대체 뇌구조가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사고가 그리 짧은 지 의문이 드는군. 한 번 열어보기를 권장해. 속이 비어있어 그런 것이라면 큰 문제니까.”

“와~ 꼰대가 드디어 정신이 나갔구나~ 난 언제 나가나 싶었어~”

뭐, 친하다면 친하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이상한 주제로 다투고는 했습니다. 너무 자주 싸워 두 분이 절연이라도 하면 난감해질까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두 분이 이상할 정도로 사이가 좋아지신 겁니다. 전 처음에 두 분이 벌칙게임이라도 하는 줄 알았습니다. 최근 샬렌 선배님께 대하는 에이트 선배님의 말투는 한결 부드러워지고, 샬렌 선배님은 틈만 나면 에이트 선배님의 사무실에 가 앉아있고는 합니다. 원래대로라면 쫓겨나서 제게 꼰대는 너무 차갑다니까~ 라고 징징거리는 것이 맞는 일인데 말입니다.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누구나 두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두 분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요… 혹시 이상한 걸 먹었다거나.. 아니면 타 조직에서 두 분으로 위장했다거나…”

“어어, 글쎄요.. 그렇다기에 잠입 흔적은 딱히 없었는 걸요.”

잠입부, 제 부하로서 힘써주고 계시는 조직원 분입니다. 부서 내에서 특히나 정보력이 빠른 분이지요. 이 분이라면 뭔가 이유를 알까 싶어 찾아가 보았으나 역시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그럼, 제가 지금부터 한 번 알아보죠. 때마침 할 일도 없는데 잘 되었네요. 그리고 우리 간부님이 이렇게 불안해 하시는데 가만 두고 볼 수만은 없고요.”

“아아…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한 번 두 분이랑 대화를 해봐야겠어요.”

저는 그 분께 꾸벅,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다음날, 점심식사를 마치고 저는 제 사무실이 아닌 다른 층으로 향했습니다. 샬렌 선배님 사무실에 한 번 들려보려고요. …선배님이 과연 제자리에 계실지는 모르겠지만요.

“어? 꼬맹아, 마침 잘 만났다~”

제가 샬렌 선배님 사무실에 도달한 순간, 다행히도 문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시는 길인 모양이었습니다. 선배님은 종이봉투를 흔들며 말했습니다.

“간식 사왔어~ 꼬맹이 너 단 거 좋아하잖아. 하나 골라 봐.”

“아…! 감사합니다.”

아, 이런. 간식에 정신이 팔려 하마터면 샬렌 선배님을 찾아뵈려 한 이유를 까먹을 뻔했습니다. 전 자그마한 컵케이크를 하나 빼들며 선배님께 말했습니다.

“선배님, 그런데… 요즘 에이트 선배님과 사이가 좋아보이시네요…?”

“으응? 우리가 언제 사이가 나빴던 적이 있었나~ 난 늘 좋았거든? 에이트 그 녀석이 날 일방적으로 싫어하는 것에 가까웠지.”

“이름도 더 자주 부르시고요…”

“아? 그런가?”

선배님이 뒷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제가 예민했던 걸까요? 하기야, 같이 지낸 세월이 오래 되었으니 이젠 서로 가까워지는 것이 맞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지금껏 사이가 좋지 않음에도 함께 일해 온 것이 더 놀라운 일이지요. 그 때 에이트 선배님께서 계단을 내려오며 선배님을 불렀습니다.

“샬렌.”

에이트 선배님은 샬렌 선배님 등 께의 옷자락을 슬며시 잡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당신은 정말이지 강아지마냥 쏘다니는 것을 좋아하는군. 내가 분명 일이 없으면 내 곁에 있으라고…”

“저, 저! 그 에이트… 그… 그.. 꼬맹이…”

샬렌 선배님이 에이트 선배님의 말을 자르며 다급하게 웅얼거렸습니다. 에이트 선배님은 샬렌 선배님을 한 번 쳐다보고는 옆으로 돌아나와 저를 보곤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늘 그랬듯, 큰 변화없이 눈썹만 조금 움찔했지만요.

“아. 이 덩치에 가려져 라디안을 보지 못했군. …방금 들었나?”

“아… 아니요. 뭐라 말 하셨었나요….?”

저는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분명 둘이 무언가 있는 모양입니다. 당신이라니! 저는 에이트 선배님이 그 단어를 보스 외에 다른 이에게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요, 선배에게 있어 그 단어는, 애정을 가득히 담은 표현이란 말입니다! 무언가, 무언가 저 몰래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 아하하. 꼬맹아, 그럼 난 일이 있어서~”

“...나도 일을 마무리 지으러 돌아가 봐야겠군.”

두 분은 어색하게 돌아 다른 방향으로 가버렸습니다. 전 그 길로 계단을 뛰어내려가 어제의 그 조직원 분을 찾았습니다. 

“라인 씨!!!”

“에? 간부님?”

“두 분, 두 분이 확실히 이상해요…! 아까 전에 에이트 선배님이…”

“아아, 저도 확실히 이상한 거 같아서 좀 알아봤는데, 증언을 들을수록 더 수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조직원 분은 제게 헤드셋을 내밀었습니다. 그것을 끼자 에이트 선배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업무를 끝마치려면 한참 걸려. 당신은 일도 없어?”

“응~ 아까 아침에 보고서 쓰는 게 다였어~”

“검토를 해보고 수정을 해야겠군.”

“아? 나 이번엔 열심히 썼는데?”

“이.. 이게…?”

“아까 점심 때 에이트님께서 잠깐 자리를 비우셨길래 몰래 도청기를 붙이고 왔어요. 제가 괜히 잠입부는 아니라니까요?”

“이… 이래도 괜찮은 거겠죠…”

“그럼요! 간부님은 간부님께 비밀을 만든 두 분이 괘씸하지도 않으세요?”

괘씸한 것은 아닙니다. 조금.. 섭섭할 뿐입니다. 두 분은 늘 제게 친절히 대해주셨고, 모든 걸 공유하는 사이니까요. 저 홀로 버려진 거 같아 두렵고 섭섭한 감정만이 뭉그적, 피어오릅니다. 저는 어두운 생각은 얼른 그만두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에이트 선배님의 어투가 부드러운 것을 빼면 지극히 평범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 때 우당탕, 하는 소음이 들려왔고, 뒤이어 샬렌 선배님의 말이 들렸습니다.

“에이트, 일을 대체 언제 끝낼 셈이야? 기다리기 힘드네.”

“기다리기 힘들다, 하는 말은 이것부터 놓고 말하지. 당신은 정말이지 참을성이 없어.”

“음~ 이 정도는 연하의 애교로 봐줄래?”

“언제는 내가 봐주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군. 2시간이면 끝나니까 조금만 참아.”

“2시간? 키스해주면 잘 기다릴 자신있어.”

저는 제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뭘 해주면 기다리겠다고요? 저것이 두 분 사이에 오갈 수 있는 대화 주제가 맞는 걸까요? 그러나 제가 들은 것이 맞는 모양이었습니다. 조직원 분이 헤드셋을 꼭 쥔 채 놀란 토끼눈으로 저를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당신은… 제멋대로야. 그 점마저 사랑스럽기 그지없지만.”

“아… 안되겠어요.”

저는 벌떡 일어서 헤드셋을 집어던지고 그 길로 에이트 선배님의 사무실로 뛰어갔습니다. 사무실에 다다르고 문을 열어 젖히려다 저는 멈추어 섰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두 분의 사생활인데 이리 감정적으로 행동해도 괜찮은 걸까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침울해져 버렸습니다.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더니 샬렌 선배님이 튀어나왔습니다.

“응? 꼬맹아, 네가 왜 여기있어?”

“아아.. 아…..”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두 분을 엿듣고 있었다는 건 더더욱이요!

“에이트 보러 온 거야? 왜, 뭐 문제라도 생겼어? 어어, 잠깐만 꼬맹ㅇ..”

샬렌 선배님의 질문을 뒤로하고 전 사무실 안으로 뛰쳐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저를 맞이한 것은, 목덜미와 귓볼이 잔뜩 빨개진 채 겨우겨우 타자를 치고 있는 에이트 선배님이었습니다.

“라디안? 갑자기 왜…”

“두 분 뭐에요??”

저는 저도 모르게 빽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되었지만, 왜인지 속상한 마음이 한가득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날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왜 저한테 아무것도 말해주시지 않았어요…? 두, 두 분.. 저한테 감추고 있는 거 있으신 거잖아요. 그렇죠? 두 분 관계가 눈에 띌 정도로… 어색하단 말이에요….!!”

샬렌 선배님은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웃으며 제 어깨에 팔을 둘렀습니다.

“으하하, 꼬맹아, 미안해. 한동안은 모두에게 비밀로 하려 했거든. 그래도~ 너한테는 미리 말해줄 걸 그랬다. 이렇게 서운해할 줄은 몰랐는데~~”

“서… 서운한 거 아니에요….! 저는… 저..”

“응, 그래그래. 알았어. 사실은 말이지~ 며칠 전부터 에이트랑 만나기로 했거든. 에이트가 밤에 대뜸 불러내서 고백을 하더니~”

“그만, 샬렌 그만 말해.. 안 그래도 후회 중이니까….”

“뭐? 후회? 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과 만나기로 한 것에 후회한다는 게 아니고… 아니야.”

“우, 아닌 거 당연히 알지~ 장난이야, 장난~”

아까보다 귓볼이 더 발갛게 달아오른 에이트 선배님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조금 떨며 웅얼거리자 샬렌 선배님은 그런 에이트님을 보며 싱긋 웃더니 다가가 등을 토닥였습니다.

“자… 잠시만요. 그럼 진짜로.. 두 분이 연인이 되었다, 이 말인 거에요…?”

“응, 그렇지?”

샬렌 선배님이 활짝 웃으며 제게 답했습니다. 혼란스럽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두 분이 행복하시다면, 전 그걸로 됐으니까요.


 …정말 아무 문제 없겠죠?


머저리들!

논야람, 킹시키와 함께 만든 이능력 마피아 세계관입니다. 원래 샬렌이랑 에이트가 혐관인데 최근에 사귀게 되어서... 쓴 연성. 가볍게 아무렇게나 쓴 거라 글이 조금 난잡하네요.. 아무튼 라디안이 늘 안타깝습니다. 예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던 선배 틈에 있다가 이제는 커플 사이에 껴서 염장질을 보고 있으니.. 음.... 아무튼 이번 백업 후기는 여기가지 끝끝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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