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겸대만/슈터의 손
나는 그것보단 네가 더⋯.
커플링은 편의상 표기했습니다. 원하시는 쪽으로 소비하세요.
김수겸과 정대만이 소꿉친구 사이라는 설정입니다.
공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경쾌했다. 김수겸은 공을 튀기는 정대만을 봤다. 정대만은 오늘 계단에서 대차게 구른 사람 답지 않게 쌩쌩했다. 보고 있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김수겸은 기억을 곱씹었다. 분명 멀쩡했다. 김수겸이 내려갈 때까지도 아무렇지 않았었다⋯.
수겸대만/슈터의 손
약속 장소는 육교 앞이었다. 김수겸은 육교 밑에 있었고, 정대만은 계단을 막 내려오려는 참이었다. 김수겸을 발견한 정대만이 손을 흔들었다. 김수겸도 마주 인사하려 손을 들었다. 아직 손을 흔들기 전이었다. 정대만이 내디딘 계단이 깨졌다. 밟을 땅을 잃은 몸이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그대로 계단에서 굴렀다.
그만해도 환장할 일이었는데, 김수겸은 더한 걸 봤다. 정대만은 구르는 와중에 양손을 가슴에 품었다. 반사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분명 손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돌계단에서 구르면서, 멍청한 녀석이.
계단 끝까지 굴러온 정대만은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김수겸은 옷을 털어내려는 손을 붙잡아 멈추게 했다. 어지럽지 않은지부터 물었다. 괜찮다는 말을 믿을 수 없어서 병원으로 끌고 갔다. 가볍게 농구 한 판 하자던 약속은 안중에도 없었다.
다행히 정대만은 멀쩡했다. 머리부터 발끝부터 다친 곳이 하나도 없었다. 멍조차 들지 않았단다.
정대만은 놀라지도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놀란 사람은 김수겸이었다.
멀쩡한 정대만을 보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농구나 하자는 태평한 말에 맞장구칠 수 없었다. 결국 볼썽사납게 언성을 높였다.
"바보야, 머리를 감쌌어야지!"
정대만은 소리를 지르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가쁘게 숨을 토하는 김수겸을 의자에 앉혔다.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여상스럽게 김수겸을 다독였다.
"놀랐나 보네. 쉬어라."
정말이지 추태가 따로 없었다.
정대만이라 그랬다. 그때 김수겸은 정대만이 다쳤다는 것조차 몰랐으니까.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병문안은 무슨, 위로를 하기에도 늦은 때였다. 그렇게 정대만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2년이 흘렀다.
김수겸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공이 튀는 부자연스러운 소리가 났다. 고개가 번쩍 들렸다.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자리를 박찼다. 김수겸은 쓰러질 듯이 달려와 정대만을 붙들었다.
"어디 아파?"
"아니⋯, 그냥 실수한 거야."
정대만은 떨떠름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세상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김수겸을 봤다.
김수겸이야말로 황당했다. 천하의 정대만이 드리블 실수라니, 말도 안 됐다. 김수겸은 불신과 두려움으로 명령했다.
"잼잼 해봐라."
정대만은 질색했다.
"내가 애야? 괜찮다니까."
"알겠으니까 해 봐. 잼잼."
정대만은 손을 접었다가 펴기를 두 번 반복했다. 김수겸은 굽었다 펴지는 손가락을 뚫어져라 봤다. 정대만이 인상을 찌푸리며 타박했다.
"뭘 겁내는 거야? 아프면 어련히 아프다고 하겠지.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김수겸은 대답했다.
"바보 맞잖아."
"이젠 아니야."
"뭐? 전에는 그랬다는 거냐?"
"잘못 말했다."
"설명해. 피하지 말고, 정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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