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동댐뿅/친해지길 바라

아 배고프다

  • 새우 껍질을 비롯한 갑각류는 일반 쓰레기로 버립니다.

  • 최동오, 정대만, 이명헌 셋이 동거함.

집이 없었다.

 

최동오는 군대를 제대한 복학생이었다. 입대 전에는 하숙 생활을 했었으나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강원도 본가에서 통학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이명헌이 동거를 제안했다. 동거인이 한 명 있는데 수락은 받았다면서.

 

동거인이 정대만이라는 걸 알았다면 차라리 노숙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의 정체를 알았을 때는 개강 사흘 전이었다. 최동오는 하는 수 없이 짐을 풀었다.

 

정대만과의 동거는 예상외로 편안했다. 정대만은 성실한 체육인이었다. 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으며 주말에도 훈련으로 바빠 밖으로 나돌았다. 평일에는 학교에서 날밤을 까고 주말에는 집에 틀어박히는 최동오와는 정반대였다. 같이 사는 것 같지도 않았다.

 

좋은 날은 길지 않았다. 말끔하게 손질된 대하 새우 한 상자가 집에 도착했다. 보낸 이는 최동오의 부친이었다. 그들 중 요리가 가능한 사람은 정대만 뿐이었다. 최동오는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절망했다.

 

동댐뿅/친해지길 바라

 

정대만은 말했다.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그러면서 프라이팬에 은박지를 깔았다. 최동오는 돕겠다고 나섰다가 부모님께 감사하라며 거절당했다. 정대만은 안절부절못하는 최동오 대신 이명헌에게 말했다.

 

"설거지는 네가 해."

 

정대만은 못 봤지만, 최동오는 봤다. 이명헌은 고개를 모로 끄덕였다.

 

식사는 정대만과의 겸상에도 불구하고 즐거웠다. 굵은소금이 튀며 타닥타닥 소리가 났다. 고소한 냄새가 온 집 안에 풍겼다. 정대만이 빨갛게 익은 새우를 뒤집었다. 짠맛이 스민 새우에서 대하의 단맛이 났다.

 

양껏 먹은 정대만이 화두를 던졌다. 확인차 묻는 말이었다.

 

"새우 껍질은 일반 쓰레기지?"

 

이명헌이 대답했다.

 

"먹을 수 있으면 음쓰."

"그래, 일반이네."

"먹을 수 있는데 왜 일반이냐, 뿅."

 

그 말대로 이명헌은 새우를 껍질까지 먹었다.

 

최동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개껍질은 일반 쓰레기잖아. 새우도 갑각류니까 일반 아닐까?"

 

이명헌이 반박했다.

 

"조개껍질은 못 먹으니까. 새우랑 다름, 뿅."

"그런가?"

 

정대만이 끼어들었다.

 

"그런가는 무슨. 동오 너도 껍질 안 먹었잖아. 새우 껍질은 못 먹는 거야."

"먹었다, 뿅."

"그러니까 너를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넌 수박 껍질도 먹잖아. 이걸 아기 돼지가 먹는다고 생각해 봐라. 아기 돼지한테 새우 껍질을 먹이고 싶냐?"

 

새우 껍질 먹는 아기 돼지를 상상하자 마음이 불편해졌다. 최동오는 말했다.

 

"수박 껍질은 음식물 쓰레기야."

 

이명헌이 정대만을 비난했다.

 

"아기 돼지한테 음쓰를 먹이겠다니 정대만 그렇게 안 봤는데 상종 못 할 인간이었다, 뿅."

 

이명헌은 말을 끝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자연스럽게 현관을 나섰다. 정대만이 뒤늦게 이명헌을 쫓았다.

 

"야! 너 치우기 싫어서 도망가는 거지!"

 

그렇게 최동오 혼자 남았다. 그는 새우 껍질을 한곳에 모았다. 정대만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 했지만, 뒷정리라도 해야 마음이 편했다. 그릇을 전부 설거지통으로 옮겼을 즈음 밖에서 이명헌의 괴성이 들려왔다.

 

최동오는 조금 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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