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명조]「A record of chaotic holiday」~먼지투성이 휴가 일지~

온통 불확실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꼭 지금처럼.

반야로 트친 합작 ~Four Seasons Dream Gigs~ :: https://byrseasonsgigs.creatorlink.net/%EC%97%AC%EB%A6%84

여명조 :: 블레이스트+히마와리


20XX년 8월, 미국.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텟페이, 좀 더 이쪽으로 와서 서봐.”

“사람을 햇빛 가리개로 쓰지 말아주십쇼, 츠바사 선배. 저도 더워 죽을 것 같으니까요…….”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 선 동시에,

 

“더워…….”

“미안, 소스케. 물이 한 병밖에 안 남아서 지금은 못 줘. 그래도 조금만 더 가면 편의점이 있을 테니까 참아! 그치, 마세?”

 

예열한 오븐처럼 아지랑이가 머리끝까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위에 드러누운 다섯 사람.

 

“……아니, 나도 얼마나 더 가야 사람이랑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공항에서 나온 지 정확히 40분 만에 미아가 되다.

 

 

「A record of chaotic holiday」~먼지투성이 휴가 일지~

 

 

네 명의 소년과 한 명의 튜너는 차도 옆 잡초가 무성한 구석에 줄지어 앉았다. 일본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넓은 도로에는 한참 전부터 지나다니는 차 하나가 없었다. 이 정도면 도로 한가운데에 누워도 되겠는데. 히마와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야마토가 불쑥 고개를 들었다.

 

“그럼 한번 해볼까?”

“해본다니 대체 뭐를? 힘 빼지 말고 앉기나 해.”

 

츠바사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반면에 “알았어!” 하며 도로 쏙 고개를 집어넣는 야마토는 체력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벌써 배터리가 절반 아래로 떨어진 휴대폰 액정을 내려다보던 히마와리가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히마와리는 자신이 블레이스트와 함께 미국으로 오기까지의 경위를 되짚었다—……

 

 

* * *

 

 

“갑자기 웬 미국?”

“텟페이네 아빠하고 한 판 붙으러 가!”

“텟페이를 경품처럼 걸고 말이지.”

“여기서 패배하면 세상이 멸망하는 건 시간문제다. 이 새끼의 얼굴에는 그만한 파괴력이 있으니까.”

“누가 인류 말살용 최종병기 마왕 페이스라는 거냐! 그리고 애초에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님다!”

 

시작부터 다른 방향으로 새는 대화를 능숙하게 한 귀로 듣고 흘린 히마와리가 은은하게 웃었다. 이 일련의 대화에서 귀담아들을 요소라고는 맨 처음, 블레이스트가 미국에 갈 예정이라는 정보와 뜬금없이 언급된 텟페이의 아버지뿐이었다. 어린 텟페이를 혼자 두고 도망쳤다고 했던가. 그대로 소식이 끊긴 부모의 행방을 찾은 모양인지, 언제나처럼 세 소년에게 태클을 걸어대는 텟페이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들뜬 기색이 배어났다. 드디어 만날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설렘이리라.

이야기를 들어보니 텟페이의 아버지 소식을 전해준 건 페어리 에이프릴인 듯했다. 브레이커 스코어를 얻기 위해 날아간 미국에서 텟페이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을 만났다던가. 그 소식을 들은 블레이스트는 곧장 미국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비행기 티켓을 살 돈이 없었고, 마스터에게 돈을 빌리려고 했다가 대차게 까였다고 했다. ……뭐, 마스터라면 당연히 안 빌려줬겠지. 제 고용주의 지독한 인색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히마와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알바한다고 바빴던 게 그거 때문이었나 보네.”

“응! 크림슨이 시급을 많이 줘서 금방 모았어.”

 

당장 몇 달 전까지 피 튀기게 대립하던 진영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라…….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도 잠시, 멀지 않은 기억을 떠올린 히마와리가 말없이 눈만 데록 굴렸다. 모든 싸움이 끝난 후 빅터가 반쯤 농담 삼아 스카우트 제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제시한 연봉은 대충 계산해 봐도 지금의 N배…… 하긴, 그 정도 돈이면 해야지. 히마와리는 돈 앞에서 쉽게 의견을 꺾는 경향이 있었다.

 

“근데 너희끼리 가도 괜찮아? 엄청나게 걱정되는데.”

“그러게나 말이다. 안 그래도 어나더 드리밍 일로 제법 인지도가 올랐는데 해외에서 허튼짓이라도 했다간 국제적 망신이라고.”

 

갑작스럽게 대화에 끼어든 마스터가 말을 마치고는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누가 봐도 수상한 눈길로 빤히 시선을 맞춰왔다. ……어라, 이거 어쩐지 전에 한번 당해본 상황 같은데. 해외의 라이브 이벤트에 네 밴드를 보내놓고선 사고 칠까 걱정된다면서 나를 뒤따라 보낸 그——

 

“그러니까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마세.”

“이럴 줄 알았어……!”

“비행깃값은 나랑 라모가 절반씩 부담할 테니까 걱정 말고.”

“아니, 난 가겠다고 하지도 않았—”

“고마워, 마세! 참고로 비행기 출발 시간은 오늘 밤이야!”

“미친 거 아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보니 오전 11시를 막 넘긴 시간이 눈에 들어왔더랬다. 마스터가 무작정 들이미는 일을 거부하는 선택지 따윈 없었으므로, 그대로 에덴을 뛰쳐나가 급하게 짐을 싸는 것만이 히마와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옷가지 몇 장과 서랍 어딘가에 처박아둔 여권을 간신히 찾아 가방에 쑤셔 넣기까지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짐을 다 챙기고 나니 블레이스트를 태운 라모 씨의 차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 마세 양~. 혹시…… 머리 잘랐어?”하는 친근한 인사와 함께.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야 히마와리는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정확히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여행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네 사람 모두 비행기 푯값만 간신히 마련했던지라, 당장의 식비며 숙박비 따위는 땡전 한 푼도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미 공항에 도착한 뒤였다.

 

“혹시 이거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시험하는 여행인가?”

“괜찮아~. 우리한테는 마세쨩이 있잖아.”

 

반쯤 체념한 히마와리의 어깨에 팔을 걸친 츠바사가 걱정 말라는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웃었다. 그 왜, 있잖아. 오시리스 사람들이 뮤비 찍었을 때, 제작비 다 떨어졌는데도 마세쨩 덕분에 비용 충당해서 촬영 완벽하게 끝낸 적도 있고. 튜너인 마세쨩만 있으면 듀얼 긱으로 경비 정도는 금방 구할 수 있다니까. 청산유수로 흘러나오는 말에 히마와리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랬던 적이 있긴 하지. 블레이스트에서 유일하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책략가의 말이라 그런지 더 설득력 있게 들렸다. 묘하게 사기꾼 같은 느낌도 들지만서도. 어찌 되었든 그렇게 히마와리가 납득한 것을 끝으로 비로소 다섯 사람의 가진 것 하나 없는 여행은 시작되었다.

 

츠바사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은, 듀얼 긱도 관객이 있어야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 * *

 

 

미국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마스터가 챙겨준 비상금으로 생수 몇 병을 산 후 남은 돈을 탈탈 털어 택시를 잡았다. 츠바사가 휴대폰 화면에 띄운 위치를 보여주면서 여기로 가 달라는 의미로 손짓발짓을 하자 얼추 말이 통한 것처럼 운전사의 표정이 개운해 보였다. 중간에 뭐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한데, 히마와리는 물론이고 블레이스트 전원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재는 없었다. 그렇게 택시를 탄 지 정확히 20분이 되었을 때, 다섯 사람은 길 한가운데에서 내쫓기고 말았다. 갖고 있던 비상금은 모조리 택시비로 뜯긴 채.

패닉도 잠시, 네 소년을 책임지는 건 제 몫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은 히마와리는 차분하게 택시 운전사와의 대화를 곱씹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말에는 응당 발화자의 감정이 담기는 법. 지난 대화에서 엿본 택시 운전사의 목소리와 그것의 색을 되짚던 히마와리의 입에서 아, 하고 얼빠진 바람 소리가 새었다.

 

“혹시 그때…… 거기까지 가기에는 돈 부족한데 중간에 내려줘도 상관없냐고 물어보는 거였나?”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인적 하나 없는 이국의 땅만이 눈앞에 가득 펼쳐져 있었다……

 

——해서 다시 현재. 도로 옆 황무지에 솟아난 선인장의 그늘에서 간신히 더위를 피하면서 히마와리는 생각했다. 마스터, 국제 망신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지금 국제 미아 되게 생겼어. 어떡할 거냐고 이거. 그러게 누구 맘대로 이렇게 급하게 사람을 끌고 오고…… 아니지, 내가 없었으면 블레이스트 넷이서 똑같이 이러고 있었을 게 분명해. 갈 곳 잃은 원망 끝에 튀어나오는 건 익숙한 형태의 체념과 깊은 한숨이었다.

 

“……단테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왔으면 좋았을 걸. 단테는 영어 잘할 텐데.”

“마세쨩, 지금 사향을 통역으로 못 써서 아쉬워하고 있는 거?”

 

어이없다는 듯이 대꾸하는 츠바사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하기야 아직까지 쌩쌩한 야마토가 이상한 것일 테다. 햇빛은 따가울 지경에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뜨겁고, 저 멀리 지평선을 향해서 달려가는 소스케의 환영 같은 게 보일 정도로 더워 죽을 것 같으니까. ……응?

 

“내가 드디어 헛걸 보나…….”

“저기 있는 소스케 얘기라면 진짜야, 마세! 아까 오아시스를 발견했다면서 달려갔어.”

“더위 먹은 거잖아! 텟페이, 야마토랑 같이 마키소 다시 잡아 와!!”

 

소스케가 더위에 약하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런 만큼 더위를 먹으면 정신머리가 이상해진다는 것도. 안 그래도 이상한데 더 이상해지면 정말이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두 사람의 손에 질질 끌려오는 소스케의 모습을 바라보며 히마와리는 초연하게 웃었다. 이제 어쩌지. 지금이야 마키소 한 명이지만 계속 이러고 있으면 네 명 다, 어쩌면 나까지 더위 먹고 나가떨어질지도 모르는데. 내 앞가림도 자신 없는데 네 명을 어떻게 다 챙기지. 심지어 그 네 명이 블레이스트야. 내 인생에서 어디로 튈지 모를 사람 랭킹 부동의 1위!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해버리면 앞으로 또 어떤 사고를 치고 다닐지 몰라…… 물론 그것도 사고를 칠 체력이 남았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머릿속의 푸념은 길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이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건 제 몫이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분명히 존재했으므로, 히마와리는 뭍으로 건져 올려진 해파리처럼 축 처진 소스케의 팔다리를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일단…… 계속 걸어볼까. 차도가 이렇게 길게 나 있으니까, 중간에 주유소가 하나쯤은 있겠지.”

 

사실은 잘 모른다. 차라리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바람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으로서 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희망이기도 했다. 차가 다니는데 주유소 하나 없을 리가 있어? 동의를 구하듯 츠바사에게 힐끔 눈짓을 주자 긍정적인 소식에 안광이 돌아온 녹색 눈이 반짝였다.

 

“그러네. 우리가 걸은 지 두 시간이 좀 안 됐으니까 슬슬 뭐라도 나올 때가 됐지.”

 

자자, 그렇게 됐으니까 가자. 텟페이는 소스케 챙기고. 먼저 몸을 일으킨 츠바사가 손뼉을 치며 셋, 아니 두 소년에게 채근했다. 땀범벅인 손바닥이 내는 소리는 그다지 경쾌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걸음을 재촉하기에는 충분했다. 힘 빠진 심벌 소리 같은 그것을 신호로 네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저 너머, 무엇이 있을지 모를 머나먼 지평선을 향해서.

 

“근데 햇볕 진짜 뜨겁다. 양산이라도 가져올 걸.”

“소스케로 가려줄까? 나랑 텟페이가 들 테니까.”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야마토 선배, 그러다 소스케 선배 진짜로 죽슴다…….”

 

 

* * *

 

 

다섯 사람이 주유소를 발견한 건 그로부터 30분을 더 걸은 후였다. 히마와리가 보이지 않는 차의 엔진 소리를 들은 것을 기점으로 발걸음이 급해졌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즈음에야 비로소 지평선 위로 솟은 표지판이 드러났다. 아무리 영어에 서툴다고 해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주유소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표지판과 함께 차츰 선명해지는 건물의 윤곽에서 확신했으므로. 장장 세 시간이 넘는 방황 끝에 드디어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사—람이다——!”

“소스케, 정신 차려봐. 우린 이제 살았어!”

 

히마와리는 휘발유 냄새 따위를 단 한 번도 감미롭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반가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다섯 사람의 꾀죄죄한 몰골을 의아하다는 듯, 그리고 조금은 수상쩍다는 듯 바라보는 주유소 직원에게 성큼성큼 다가간 히마와리는 띄엄띄엄 영어 단어를 발음했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건 여전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극한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게다가 바디랭귀지는 만국 공통의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던가. 손발을 크게 허우적거리는 히마와리의 얼굴에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우리, 물도 없고, 돈도 없다. 세 시간 걸었다, 공항으로부터. 도움! 도움! 제발!

마지막으로 두 손바닥을 모아 비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팔짱을 낀 채 잠깐 생각하는 것 같던 직원은 이내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오케이를 난발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가 다시 나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직원의 품에는 생수가 잔뜩 안겨 있었다. “물이다!!” 차라리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과 함께 득달같이 달려온 블레이스트가 생수병을 가로채다시피 가져가 급하게 들이켰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직원의 얼굴에는 측은함과 동정심이 가득했다.

……그렇게 심한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인 히마와리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온통 흙먼지투성이인 신발이었다. 그 위로는 땀에 젖어 후줄근한 옷이 다리며 팔에 들러붙어 있었고. 그러고 보니 땀을 많이 흘렸는데 냄새나려나. 히마와리가 상의 끄트머리를 들어 킁킁거리자, 직원이 무어라고 이야기하더니 또 쏜살같이 모습을 감췄다. 뭐라고 한 거지, 너무 빨라서 못 알아들었는데. 웨이트라고 했던가? 기다리라고? 알아들은 단어 하나에 매여 우두커니 서 있기를 몇 초, 직원은 호탕하게 웃으며 무언가를 끌고 나왔다. 뱀?……은 아니고, 길고 굵은 줄 같은데 뭐지. 빤히 보고 있자니 직원이 본인 손을 가리킨다. 손아귀에는 분무기의 그것처럼 잡아당길 수 있는 손잡이 같은 게 있었다. ……분무기 맞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직후였다.

 

“!! 물——이다———!!!”

 

직원이 손잡이를 당기자 굵은 물줄기가 쏟아져 나온다. 생수병을 받아들 때와는 또 다른 음성으로 물이다 하고 외친 야마토가 신나게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 뒤로 츠바사도 설렁설렁 다가왔고, 마지막으로 텟페이가 소스케를 끌고 오자 직원은 기다렸다는 듯 호스를 이리저리 휘둘러 물을 넓게 흩뿌리기 시작했다. 씻으라고 뿌려주는 거겠지, 이거. 다섯 사람의 온몸이 쫄딱 젖었으나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땀에 젖었던 몸이었으니까. 히마와리는 어린아이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들뜬 몸짓으로 손장난을 했다. 시원한 물줄기를 손바닥에 받아다가 머리 위로 던지고, 쏟아지는 물의 방향을 슬쩍 틀어 텟페이의 얼굴에 쏘고, 흥건하게 물이 고인 바닥을 괜히 찰박거리며 지나가다 미끄러질 뻔하고…… 블레이스트는 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양동이를 하나씩 들고 물을 받아 서로에게 뿌리고 있었다.

와, 정신없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히마와리의 입가는 가벼웠다.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과 장소를 찾고 물을 마시다 못해 온몸을 식힐 용도로 적시기까지 하니 비로소 실실 웃음이 나왔다. 이러고 있으니까 꼭 휴가 온 것 같네. 아까까진 진짜 국제 미아 되는 줄 알았는데. 히마와리는 편안해진 마음으로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호스까지 쥔 소년들 사이에 끼었다간 물에 젖은 생쥐 꼴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이제 슬슬 빠질까 싶어 뒤로 물러나자, 그늘에서 쉬고 있던 선객과 눈이 맞았다.

 

“마키소, 드디어 살아났네?”

“뭔 소리야. 그럼 내가 죽었다 살아난 좀비라도 된다는 말이냐?”

“아니, 아까까진 분명 말라비틀어진 숙주나물 같은 상태였잖아.”

“아아? 네놈 지금 말라비틀어진 숙주나물을 무시하는 거냐?”

 

너야말로 뭔 소리여. 헛소리를 하는 걸 보니 완전히 회복한 모양이었다. 여상스러운 시비조의 말을 무던하게 넘기며 멀쩡해 보여서 다행이라고 말하려던 찰나, 소스케 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뭐, 방금까지 말라비틀어진 상태였던 건 확실하지.”

“지금이라도 물 마시고 뿌릴 수 있어서 다행이구만.”

“그래. 나는 지금까지 물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거다.”

 

……응? 어쩐지 대화의 흐름이 이상한데. 히마와리가 이상함을 감지하거나 말거나, 소스케의 말은 이어졌다.

 

“물이라는 건 생명의 근원. 지구에만 인간이라는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유도 물이 있기 때문이지. ……이제까지 그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어.”

“……어어…… 맞는 말이긴 한데…….”

“훗,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잖냐.”

 

보이는 것 같다. 머리는 어깨까지 길러서 하나로 묶고 위아래로 온통 하얀 옷만 입고 다니는 마키소의 미래가. 물 사업을 하면서 자신을 포함해 블레이스트 멤버들에게까지 물을 영업하고, 어쩐지 수상한 사이비 종교인의 느낌을 폴폴 풍기는…… 아주 불안하기 짝이 없는 미래가 보였다. 괜한 걱정이겠지? 히마와리는 언젠가 정말로 직접 보기라도 했던 것처럼 선명한 머릿속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좋아, 이번 여름의 특별 신곡 주제는 이거다.”

 

……진짜 괜한 걱정 맞겠지? 히마와리는 의욕에 찬 소스케를 애써 무시했다.

 

 

* * *

 

 

한바탕 물장난이 끝나고, 다섯 사람은 손에 대걸레 하나씩을 쥐고 섰다. 그리고는 물로 엉망이 된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물이 너무 시원하고 기분 좋아서 정신없이 노닥거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주유소는 도저히 손님을 받을 만한 상태로 보이지 않았다. 직원은 어차피 손님이 잘 오지 않는 곳이라 상관없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밀대를 다루는 건 에덴에서 청소를 도맡았던 히마와리에게 정말이지 익숙한 일이었다. 또한 블레이스트의 네 사람도 의외로 능숙해 보였다. 학교에서 당번일 때마다 하는 일이라서 그런가 싶었지만 츠바사와의 대화로 제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비행기 푯값 번다고 알바했잖아. 그거 크림슨 건물 청소였거든. 그래서 몸에 밴 것 같단 말이지~.”

“오…… 크림슨은 청소 알바 쓰는구나.”

“그런가 봐. 다 같이 대걸레로 바닥 밀고 쓰레기통 비우고…… 빅터가 키우는 화분에 하루에 한 번씩 물 주다가 뿌리가 썩기도 하고, 야마토는 건물 밖에 매달려서 창문 청소하다가 떨어질 뻔했던가?”

“뒤로 갈수록 뭔가 이상하지 않아?”

 

어쨌거나 다섯 명 모두에게 쉬운 일이었으므로, 청소는 빠르게 끝이 났다. 언제 흥건했냐는 듯 말끔해진 바닥에 뿌듯하게 미소 짓던 히마와리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우뚝 솟은 건물 하나 없는 황야의 노을을 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낯설고 새로운 기분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반갑다는 생각이 빠듯하게 들어찼다. 어디든 해 질 녘의 색은 비슷해서, 그게 꼭 한결같은 블레이스트의 음색 같아서.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히마와리는 반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방금까지의 자신처럼 하늘을 바라보는 야마토를 발견했다. 사무실 앞의 간이 의자에 앉아서, 묘하게 차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야마토, 뭐해?”

“앞으로 어떡할지 생각하고 있었어.”

 

너도 이런 상황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실례되는 말을 속으로 삼킨 히마와리는 야마토의 빈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등받이에는 다섯 사람 중 누가 썼는지 모를 수건이 걸려 있었다.

 

“있잖아, 마세. 여기 직원이 우릴 돕는다고 해도 경찰서나 공항에 데려다주는 정도겠지?”

“으응, 뭐…… 보통은 그렇겠지.”

“하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잖아.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는 없는걸.”

 

그들이 미국에 온 이유는 텟페이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도착하자마자 난관에 부딪쳤지만, 목표는 여전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이런 상황에 가능할까. 히마와리는 은연중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야마토는 달랐다. 이런 상황이라도 포기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그 올곧음이 썩 야마토다워서, 히마와리는 느슨해진 입꼬리로 말을 받았다. 그럼,

 

“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생각해 봤는데, 여기서 일하는 건 어때?”

“일? 여기 주유소에서?”

“응! 일하면서 텟페이네 아빠가 있는 곳까지 갈 돈을 모으는 거야.”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막연한 야마토의 말을 멍하니 주워 담던 히마와리는 이내 기억해 냈다. 애초에 돈 없이도 걱정 없이 미국에 온 이유부터가 이곳에서 직접 돈을 벌어 쓸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듀얼 긱으로 벌 생각이었지. 관객이 되어줄 사람 하나 없는 황야에 와버리는 바람에 산산조각이 난 계획이었지만…… 야마토의 계획은 돈을 버는 방법만 다를 뿐이었다. 그럼 이걸로 괜찮은가? 히마와리는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근데 여기에 알바생이 5명이나 더 필요할까? 아까 그랬잖아, 여긴 손님이 잘 안 온다고.”

“그러니까 우리가 필요한 거지.”

“무슨 소리……”

“라이브를 하면 되잖아!”

 

여길 들르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할 만큼 최고의 무대를 보여줄 테니까, 그거면 분명 손님도 늘고 일할 사람도 더 필요해질 거야!

……정말이지 터무니없고 낙관적인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야마토의 말을 반박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아서, 히마와리는 입술만 두어 번 달싹이다 이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소년의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따위의 이유가 아니었다. 그저, 그에 응하고 싶었다. 세상일이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안다. 멋대로 기대했다가 멋대로 실망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대하고 싶었다. 정확히는, 기대하는 소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다. 가능하면 그 기대가 꺾이지 않게 돕고 싶었다. 그러니까 허울 좋은 말뿐인 계획이라도 올라타고 싶은 것이다. 후, 짤막한 한숨과 함께 속을 가다듬은 히마와리가 야마토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좋아, 다 좋은데…… 여기에 악기는 있어?”

“있던데? 아까 저기 창고 들어가서 봤어.”

“……주유소에 악기가 왜 있지.”

“몰라. 누가 음악 활동을 지원하겠다면서 선물로 주고 갔다는데, 한 번도 쓴 적은 없대.”

 

그거 왠지 어디서 들어본 얘기 같은데. 묘한 기시감에 고개를 기우뚱 기울인 것도 잠시, 히마와리는 소년과 눈을 맞추고 샐쭉 웃었다.

 

“그럼, 지금부터 한번 연주해 볼래? 악기 상태도 볼 겸.”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신이 나서 직원에게 뛰어간 야마토는 곧 오케이 사인과 함께 창고에서 잠들어 있던 악기들을 하나둘 꺼내왔고, 그 모습을 발견한 나머지 셋도 슬금슬금 다가와 본인 파트의 악기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기타의 현은 녹슬거나 끊어지지 않아서 음을 조율하면 쓸 수 있는 수준이었다. 텟페이에게 드럼 튜닝 키를 빌려줬다가 돌려받은 히마와리가 주변을 주욱 둘러보았다. 스피커가 에덴에 있는 것보다 좋지 않아서 어디까지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야 튜너인 자신이 어떻게든 손을 쓸 수 있는 수준일 테다.

텟페이가 드럼 앞에 앉고 츠바사가 베이스의 넥을 쥐었다. 소스케가 피크를 꺼내 들었으며, 마지막으로 야마토가 마이크 앞에서 아아 하며 목 푸는 시늉을 했다. 지평선 아래로 숨어버린 태양 대신 주유소의 투박한 조명이 단출한 무대에 내리쬐고 있었다.

 

“울부짖자, 블레이스트!”

 

붉은 천을 맨 손바닥으로 마이크를 움켜쥔 소년이 외쳤다. 그 외침이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드럼이 박자를 헤아렸고, 빠르게 두들기는 스네어와 심벌 소리 뒤로 현란한 기타와 베이스가 이어졌다. 그 음색만으로 뜨겁게 달궈진 노을빛 하늘을 눈앞에 덧그리던 연주 위로 소년의 노랫소리가 깔린다. 유독 낮은 톤으로 시작하는 노래였다. 원하는 것 따위 이 지평선 위에는 단 하나도 없다고, 꿈을 꾸는 까마귀는 하늘로 사라졌어.

 

「Dreamer」. 아마 블레이스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일 것이다. 또한 블레이스트에게 있어서도 가장 익숙하고 자신 있는 곡일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낯선 땅, 낯선 공기 속에서 낯선 악기를 쥐고도 이 노래를 고른 거겠지. 모든 것이 생경한 무대에서조차 ‘블레이스트’의 색을 가장 선명하게 칠할 수 있는 노래니까. 그 무엇에도 지지 않을 황혼처럼 뻗어나가는 노랫소리를, 히마와리는 한 움큼 쥐어 세상을 향해 덧칠하고 가사를 따라 흥얼거렸다. 앞으로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됐어.

 

악기를 꺼낼 때만 해도 긴가민가하는 표정이었던 직원도 어느새 네 사람 앞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 눈에는 보이지 않을 노을 색에 잔뜩 물든 채로. 사랑하는 색의 면적이 넓어지는 건 언제나 즐겁고 또 뿌듯한 일이라, 히마와리는 해사하게 웃어 보였다. 동시에 노래했다. Never forget what I’m fighting for! 익숙한 후렴구와 함께 노래가 끝나가고 있었다.

 

세상이 나를 시험하고 있어.

다시 일어설 이유라면 여기에 있어.

 

아, 저 가사 묘하게 지금 상황이랑 어울릴지도. 히마와리가 키득거리는 와중에도 연주는 이어졌다. 분명 단상 따위가 아닌 같은 높이의 땅을 밟고 있는데도 블레이스트가 있는 자리는 유독 높아 보였다.

확실하게 헤아릴 수 있는 관객이라곤 두 명뿐인 라이브는 몇 곡 더 이어졌다. 중간중간 목 축이는 시간을 가져가면서. 그동안 날은 완전히 저물었고, 야마토가 기어코 생수 한 병을 다 비운 그때였다. 부르릉거리는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인가? 히마와리가 고개를 돌린 건 순전히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그랬는데,

 

“꽤 괜찮은 연주구만. 이래서 악기 지원을 관둘 수가 없다니까.”

 

어?

 

“고마워, 아저씨! 근데 누구야?”

“뭐, 그냥 지나가던 나그네다. 겸사겸사 주유소를 찾은 손님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거 굉장한 우연 아니냐.”

 

트럭에서 내린 중년과 시선이 맞자마자 히마와리는 돌이라도 된 것처럼 굳고 말았다. 마세? 야마토가 그 눈앞에 마이크 든 손을 휘적이고 어깨를 흔들어도 반응이 없다가, 이내 시간이 다시 흐르기라도 하듯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눈동자에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들어차 있었다. 야마토, 우리……

 

“……우리, 여기서 일 안 해도 돼.”

“헤?”

“——제이크 아저씨, 우리 좀 도와줘!!!!!”

 

제이크라고 불린 중년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모자를 한 번 고쳐 썼다. 그리곤 이내 어이쿠 하는 추임새와 함께 선글라스 너머로 퍽 곤란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 * *

 

 

“헤에, 마세쨩이랑 아는 사이였구나.”

 

트럭 위에서 츠바사가 중얼거렸다. 히마와리의 이야기가 막 끝난 참이었다. 언젠가, 그러니까 크림슨과의 싸움이 끝나기 전 오시리스와 함께 미국에 왔던 일과, 그 과정에서 제이크를 만났던 일 따위의 이야기들. 그때 잠깐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난 것도 모자라 도움을 받기까지 하다니, 아무래도 제법 질긴 인연인 듯했다.

 

“감사합니다, 제이크……씨? 신세를 지게 됐슴다.”

“됐다. 나도 너희는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거든.”

“에, 우리를 알아?”

“알다마다. 그 크림슨한테 한 방 먹인 밴드잖냐. 블레이스트라고 하면 아는 녀석들은 다 알 거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도 크림슨에 반감을 갖고 있었지. 음악 활동 지원도 크림슨 소속이 아닌 사람들한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고. 히마와리는 조수석 팔걸이에 턱을 괴며 생각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괴한 같은 녀석들이 시시때때로 덤벼왔는데, 지금은 평온하기만 하다. 분명 다들 돌아간 거겠지, 원래 있던 곳으로. 그들은 한때 메이저 데뷔를 꿈꾼 밴드맨들이었다고 했다. 크림슨의 억압이 사라진 지금은 다시 꿈을 꾸고 있으리라. 완전히 놓쳐버렸다고 생각한 꿈을.

 

“그런데 마세 너 말이다…… 조난을 당했으면 911에 전화라도 하지 그랬냐.”

“……아니, 엄청 급하게 오느라 폰 로밍도 못 했거든요? 그래서 전화도 못 하고 인터넷 연결도 안 돼.”

“어? 우린 로밍 했는데?”

 

응……? 상큼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목소리 톤과는 매치하기 힘들 만큼 충격적인 내용에 히마와리가 고개를 돌렸다. 어쩐지 목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방금 누구야. 뭐라고 했어……?

 

“우리는 넷 다 로밍 했다고. 근데 다들 비행기 안에서 배터리 다 쓰는 바람에 주유소 가서야 다시 켰지.”

“……와, 나 방금 설마 로밍까지 된 폰을 두고 그 고생을 한 건가 싶어서 소리 지를 뻔했어.”

“참 나, 그때나 지금이나 정신머리 없는 건 여전하구만.”

 

제이크의 혀 차는 소리를 끝으로 대화는 끊겼다. 트럭이 거친 차도를 가로지르는 소리만이 선명했다. 그러다가 살짝 연 창문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 소리와, 이내 조금의 침묵도 견디지 못하는 네 소년의 소란스러운 말소리로 트럭은 다시금 떠들썩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 모든 소리는 충분히 귀에 익은 종류의 것이었으므로, 히마와리는 그 소동 속에서도 꾸벅꾸벅 졸음에 취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 너무 길었어……. 오히려 한참 늦게 찾아온 감이 있는 피로에 잠식된 채 히마와리는 눈을 감았다. 내일은 어떤 일이 생길지, 내일모레는 또 어떤 사건에 휘말릴지. 온통 불확실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꼭 지금처럼. 제가 생각하기에도 정말이지 무책임한 이야기라, 히마와리는 문득 비식거리며 웃고 말았다. 그리고 그대로, 아주 달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덥고 습한 어느 여름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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