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챌린지(9/22~)

100일 챌린치_1일차 [박사팬텀] sing with you

Ranunculus by 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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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22 1일차 2023자

  • 쓰면서 들은곡: prep<Who's got you singing again>

  • 주의: 해당글에는 글쓴이의 정확하지 않은 의료적인 주제(심리치료기법 및 치료과정)에 대한 추측성인 내용이 약간 함유되어 있습니다. 해당내용은 오로지 내용의 진행과 재미를 위한 용도이며 의료적인 정보로 참고하는데 바람직 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팬텀! 이제 준비 끝났대! 한번 마이크에 대고 말해볼래!"

분주하게 돌아가는 방음 스튜디오의 격리창 너머로 박사가 크게 손짓을 하며 팬텀에게 신호를 주었다. 팬텀은 한참 꼼지락 거리던 손을 정돈하고는 스탠드에서 마이크를 들었고 털이 나지 않은 매끈한 귀에 올려진 스튜디오 헤드셋의 신호에 귀를 기울였다. 삐이이. 테스트 시그널이 울린다. 몇번이나 연습한 멘트와 목소리의 톤을 떠올린다. 어쩐지 익숙하지 않다. 당연하다. 장치를 쓰지 않아도 그는 무대에서 충분히 압도하는 연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성질이 다르다. 어쩌면 이 행동들은 팬텀의 삶에서 기억이 있는 이래로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될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라디오 방송이었고 또 팬텀에게는 "재활 치료"였다.

처음 팬텀에게 이 치료방식을 권유한 건 아주 의외의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우선 그 뜻밖의 사람에 대해 말하기 전에 더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있을 것이다. 로도스에는 오퍼레이터이나 환자들의 심신안정과 정서적인 안정 그리고 대다수가 원하는 친목교류을 위한 작은 동호회나 단기 프로젝트를 내건 클럽들이 있다. 그중에서 괴담연구회라는 누가 봐도 수상쩍은 프로젝트 동호회가 있는데 박사가 생각하기에도 팬텀이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그 괴담연구회의 동아리원들도 잘 생각해보면 놀랍게 그지 없었는데 이 치료를 추천해준 인물인 위스퍼레인 또한 박사가 생각하기에 괴담연구회라는 곳에 있을 만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박사는 이 치료를 추천해준 위스퍼레인에게 팬텀에 대해 이런저런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첫날 부실에 위스퍼레인이 들어왔을때 팬텀의 그림자가 같이 흘러와서 부원들에게 뜻밖에 점수를 땄다던가, 팬텀의 낸 아이디어가 꽤나 이번 프로젝트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사실 박사는 팬텀에게 새로운 일상의 영역을 넓혀준 그녀에게 감사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약간의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박사도 시간이 된다면 팬텀과 위스퍼레인이 한다는 그 괴담연구회의 프로젝트 발표회에게 참석하고 싶었지만 당장에 그런 일상에 머물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고 생각보다 박사는 인위적인 공포괴담에 놀라는 감각을 그다지 썩 좋아하지 않았다.

위스퍼레인이 팬텀에게 이 치료를 추천해준건 괴담연구회의 기념비적인 프로젝트 발표가 끝난자리였다고 한다. 당시 괴담연구회의 프로젝트 발표는 방탈출이란 주제의 사이코드라마*였는데 괴담연구회란 수상한 동호회 이름과 다르게 발표회 테마를 심리치료에 적용될 만한 즉흥예술로 잡아서 박사 또한 후에 녹화영상을 보고 심리치료의 예술적 방식의 접근에 흥미로움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 로도스에서도 심리치료에도 꽤나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었다. 아무래도 광석병이 주는 것은 신체적인 불편감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광석병을 가진 사람들이 받는 차별과 광석병이 주는 내적인 심리적인 변화는 광석병을 연구하고 그것의 근원을 파혜쳐 근절하고자 하는 로도스의 이념에 어쩌면 중요한 한축이 될 수도 있을것이다. 그러고보면 괴담연구회에는 의료부 인원들도 꽤나 있었는데 그들의 이러한 최근 관심주제가 프로젝트에 반영된 결과가 이 발표회의 테마가 아니었나 싶다. 위스퍼레인이 팬텀에게 이 치료를 제안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을것이다. 팬텀에게는 태어난 이상 똑같이 누릴 권리가 있는 일상이라고 하는 감각이 부족헀다. 그건 박사가 아닌 팬텀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동의할 사실이었다. 팬텀의 광석병의 가진 성질은 이와 과연 얼마나 연결되어있을까? 팬텀은 목에 광석병 결정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모니터링 장치를 쓰고 있지만 일상에서 대화를 하는데에 어느정도 문제가 없었다. 이는 그가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기까지 적응하는 과정도 있었겠지만 대화라는 일상에서 뺴놓을 수 없는 행동이 광석병에 의한 변질에 긍정적으로 적응한 사례가 될 수 있을것이다.

이번 치료를 위해 준비한 프로젝트는 사실 박사에겐 매우 실험적인 도전이었다. 그리고 박사와 팬텀의 이 도전이 다른 광석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동기가 있었기에 의료부의 정식인가와 회계부의 예산도 크진 않지만 받을 수 있었다. 박사 또한 이번 치료를 위해 앞서 밀려있던 일들을 빠르게 치우는데 애를 썼다. 그만큼 이 프로젝트는 박사에게 기대가 큰 일이었다. 그리고 사실, 사실은 이게 가장 박사에게 큰동기가 될것인데 박사는 팬텀에게는 이 치료라는 과정이 치료가 아닌 일상의 새로운 경험이 되고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길 바라기도 했다. 박사는 그에게 일상이라는 감각을 주고 싶었다. 설령 이 앞에 자신이 해줄 수 없는 부분이 늘어나더라도 좋았다. 그가 빛이 비추는 길을 걷길 박사는 원했다. 그러니 박사는 여력이 되는 대로 팬텀과 그 과정을 함께 하고 싶었다.

방음 스튜디오에 라디오 엔딩곡이 박사의 귓가에 들렸다. 저 창너머로 마이크를 내려놓고 호흡을 가다듬는 팬텀이 보인다. 박사는 손에 들고 있는 물통과 손수건을 꽉쥐었다. 당장이라도 스튜디오의 격리문밖으로 뛰쳐나가 정말 잘해냈다고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비룩 이번 방송은 로도스 공식적인 방송망에 송출하기엔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언젠가 멀지 않은 날에 박사는 이 모든 난관을 해결하고 로도스에 팬텀의 목소리가 자신과 모두의 평온한 오후를 장식하는 일상이 찾아오길 바랐다.

*사이코드라마: 정신과 의사 J.L. 모레노의 이론에 기반한 심리치료요법으로 즉흥적인 방식의 연극을 통한 집단상담치료에 사용된다.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의 링크를 읽어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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