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

상디는 자신의 앞에 앉아서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원래 그녀는 이 배의 정식 크루가 아니나, 종종 부탁 받아 임시로 그들의 배에 지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해적도 아니고, 세상에 더러운 면모라고는 그녀의 보호자가 보여주지 않고 곱게 키워왔던 터라 마치 처음 내린 눈과 같은 사람이었다.

“맛있어.”

그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인 상디는 자리에서 일어나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그릇을 씻으며 나는 소리에 그녀는 부엌의 자그마한 창 너머에 내리고 있는 하얀 눈에 시선을 빼앗겼다. 곧 섬에 도착할 것 같다더니 벌써 근처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있지, 상디 군.” 

“네.”

 “남자들은 어떤 여자를 좋아해?” 

돌연 들려온 질문에 상디는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손을 움직였다. 

이런 질문은 답하기 어려웠다. 거기다가 자신이 상대를 좋아하는 상태에선 더더욱. 한 참을 뭐라고 대답해야하나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단어를 골라낸 상디는 겨우 말을 내뱉었다.

“그야…, 이렇게 귀여운 레이디라면, 누구나 다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죠!”

 “그런 대답 말고. 구체적으로.”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기셨나요?” 

그녀의 보호자가 그녀를 애지중지 키운 것도 이해가 됐다. 

어릴 적부터 아는 사람이라고는 그녀의 보호자 둘 뿐인 그녀를 덜컥 남의 배에 맡기기도 어려웠을 것이 분명했다. 낯을 많이 가리는 터라 처음에 친해지기까지 자신도 무척 시간이 걸렸으니 말이다. 친하지 않았을 때엔 뭐라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피해 다니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 정도로 대답을 해주던 그녀가 이제는 어미를 쫓는 병아리처럼 상디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에 무척 감격하긴 했지만,

“응.”

잠시 눈앞이 아찔해졌다.

물론 상디와 그녀의 나이차이는 그렇게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기껏 해봐야 다섯 살 정도 차이 나는 터라 사실 그녀에게 첫사랑이 왔다 지나갔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기도 했다. 물론 머리로는 납득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슴으로 느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떤 사람인지 물어도 될까요?”

 “엄청 멋있는 사람이야.”

멋지지 않은 사람이면 그녀가 반할 리가 없지.

그녀가 하는 말에 상디는 하나하나 마음속으로 대꾸하면서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가 만나 본 사람에 대해서는 상디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야 그녀의 보호자가 그렇게까지 큰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녀를 맡기는 곳도 한정적이었을 것이다.

“상냥하고 배려심도 깊고, 보고 있으면 그냥 웃음이 나.” 

“…좋은, 사람이네요.” 

“응, 그 사람이랑 같이 라면 잔뜩 눈을 맞고 감기에 걸려도 좋을 것 같아.”

 “감기는 그녀가 좋아하지 않을 걸요.”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자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필시 그녀의 보호자가 들었다면 ‘그 사람’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녀를 감기에 걸리게 하다니, 보호자가 너무 굉장했던 터라 그녀 하나 지키는 것은 일도 아니었던 터라 그녀는 거의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무엇이든 뚝딱 해내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할 필요도 없었고, 그녀가 무언가를 시도해서 다치거나 하는 것보단 말없이 자신이 해내는 타입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 사람도 날 좋아해줬음 좋겠어.” 

“당연히 좋아하죠. 이렇게 귀여운 레이디인걸요.” 

“그럼 상디 군도, 내가 좋아?” 

“그럼요! 당연하죠!”

상디의 대답에 그녀는 살짝 자신의 손을 꾹 잡았다. 

낯을 많이 가리는 그녀의 성격상 처음 이 배에 왔을 때에도 그녀의 보호자의 뒤에 숨어서 그들과는 간단한 인사 정도 밖에 나누지 않았다. 보호자가 떠나가고 나서는 어쩔 수 없이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하면서 의사소통을 하긴 했지만 거의 방안에만 있고 밖으로 나오질 않았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그녀를 신경 써준게 상디였다.

“그러니까, 아주 많이, 좋아해. 상디 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