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드림

[밀레르웰] 잠수

단편

*퇴고없음

*오탈자 검수 없음

*월루하면서 썼습니다.

기타 현을 튕기는 소리가 나른하다. 정적 속에서 난향이 느리게 통기타를 연주한다. 가끔 흥얼거리는 콧노래마저 감미롭다. 차라리 목소리를 내어 노래라고 불러주면 좋으련만. 르웰린은 애석한 이의 얼굴만을 가만 바라보았다.

곱게 감긴 눈에 길게 내려온 속눈썹은 떨리는 법을 몰랐다. 눈 앞에 놓인 이를 의식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설령, 르웰린이 헛기침을 하고 요란하게 기척을 내도 밀레시안은 연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말을 걸어도 답해주지 않으리란건 뻔한 일이다.

의식이 몸을 떠나 무아지경에 이르른 상태. 밀레시안의 언어로 ‘잠수’라고 부르는 행위에 난향은 심취해있었다.

그들은 서로 무지 바빠 시간을 내는 것조차 어려워, 얼굴을 마주해도 제대로 된 데이트는 커녕, 휴식조차 취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매주 목요일, 루나사에 아발론 게이트 망루 근처 나무그늘 아래에서 만나 서로의 온기와 존재 유무를 느끼는 것조차 버겁다는 의미다.

이젠 매번 설명하기도 번잡스러울정도로 반복된 일정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밀린 대화를 전부 나누기도 전에 해는 늘 저물어버렸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르웰린이 일을 해야할 때는 적막속에 몸을 기대는 게 고작이었다. 난향은 늘 불평없이 르웰린의 편의를 봐주었다.

조용히, 곁을 지켰다.

난향은 쉬는 법이 없는 밀레시안이었으므로. 그를 기다리는 순간에도 일을 했다. 조용히, 끊임없이, 바삐 손을 움직이며 물물교역에 필요한 물품이나, 포션, 마기그래프 필기구, 때로는 음식을 만들었다.

그때마다 난향은 이렇게 말했다.

‘’나 잠수 타고 있을게. 내가 네 말에 대답하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말아줘.’

잠수가 무엇인가. 생소해 할 르웰린에게, 난향은 늘 밀레시안의 문화를 친절하고 세세하게 설명해주곤 했다. 르웰린은 명석했기에 난향의 말을 금방 이해했고 받아들였다.

사실은, 꽤나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곁에 있는 이를 신경쓰지 않고 방치해야한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객관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더없이 효율적인 행위라고, 신시엘라크는 받아들였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르웰린은, 그것이 부쩍 외롭고 불합리하다고 느꼈다.

난향이 곁에서 함께 스샷을 찍자며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이런 저런 옷을 순식간에 갈아입으며 새로운 모습을 구경시켜주지 않는 것이. 자신을 바라보며 사랑스럽게 미소짓지 않는 것이.

이질적이었다.

기계부품의 톱니바퀴가 굴러가듯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름다운 풍경, 흔들거리는 음악 속에 동떨어진 기분이었다.

‘잠수하는 동안 당신의 의식은 어디에 가 있는겁니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르웰린의 날선 질문에도 늘 상냥하게 대답해주던 난향이었지만, 이 질문에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알 수 없이 불안해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끝끝내 르웰린이 질문을 거둘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지금도, 난향의 의식이 어디로 향해있는지 르웰린은 알지 못했다.

신의 축복을 받은 감각도 해답을 주지 않았으니.

한참을 멍하니, 연인만 바라보던 르웰린이 입술을 달싹였다. 부디 지금은 ‘잠수’한 것이 아니기를, 그저 연주에 심취한 것이기를 바라며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난향 님.”

대답은 없었다. 팔라라가 저무는 순간까지. 오래토록.

“…”

흥얼거리는 콧노래와 알 수 없는 연주만이 길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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