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2016년 이전 / 메이즈 러너 - 민호 드림
민호는 끈질기게 따라붙는 시선에 기분이 좋아졌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손에 향해진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난 후부턴 괜히 그녀에게 더 닿고 싶어졌던 것 같다.
마치 지금처럼.
“아.”
“왜 그래?”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은근슬쩍 테이블 밑에 손을 잡자 건너편의 뉴트가 무슨 일이냐는 듯이 물어왔다. 그녀는 괜히 뉴트의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했고, 이에 뉴트의 시선이 그에게 닿자 천연덕스럽게 자신은 모른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민호는 슬쩍 그녀의 손을 더 꽉 잡았다.
“뉴트!”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뉴트는 저 녀석들 또 저러네, 하면서 슬쩍 찡그리듯이 웃어보이고선 테이블 앞을 떠났다. 정말 두 사람만 남게 되자 민호도 그녀도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단지, 민호의 손이 그녀의 손을 깍지 끼어 잡았을 뿐이었다.
“오늘은 뭐 했어?”
“…그냥 토마토나 따고….”
“응, 또.”
천천히 눈을 맞춰가며 묻자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흐릿한 불빛 사이로 어렴풋이 보였다. 처음엔 그녀에게 닿는 것 자체를 마음 한 구석에서 두려워하고 있어서, 언제나 눈으로만 그녀를 쫓았다. 그러다가 닿기 시작하고, 자신이 닿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는 그녀에게 닿고 나서야만이 자신이 이 곳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네가 마중 나와 주는 게 좋아.”
“그야…, 걱정됐으니까….”
“미로 안을 뛰어다니면서 네가 여기서 누구와 뭘 하고 있을지 항상 생각해.”
그녀가 없었던 글레이드는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처음 그녀를 마주했을 때, 그녀를 온전히 마음에 품었을 때.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자신을 향했을 때 민호는 희열을, 살아있음을 느꼈다. 이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 속을 뛰어다니면서도 꼭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도 전부 그녀덕분이었다.
“…민호.”
“왜?”
“좋아해.”
움찔, 돌연 들려온 말에 민호는 포크를 떨어트릴 뻔했다. 다행히 다시 포크를 잡은 민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고 애썼지만 심장이 말도 못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이 글레이드 안에서 자신에게만은 마음을 터놓고 있다는 것을 그도 잘 알았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기로 마음먹기도 했었다.
실은 지금도 그랬다. 그녀가 말하는 좋아와 자신이 품고 있는 좋아가 같은지 끊임없이 고민하던 민호의 고민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그녀가 그의 손등 위에 입을 맞추면서.
“실은 알고 있었지.”
“…뭘?”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거 말이야.”
민호는 잠시 주저하다가 그녀의 입술이 닿았던 손등 위에 다시 입을 맞추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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