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키스
2016년 이전 / 메이즈 러너 - 민호 드림
민호는 언제나 들려야할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자신이 미로에 가 있는 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글레이드 안에 들어서면 ‘민호!’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고 곧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아오는 손길을 받으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는 것이 그와 그녀의 일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민호가 미로에 나갈 때면 언제나 그랬다. 그래서 오늘도….
“어디 갔어?”
“아…, 민호! 그게, 음….”
빨리 말을 하라고 독촉한 민호는 거의 멱살을 잡을 기세였기에 그들은 얼른 민호에게 그녀가 있는 곳을 알려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를 들어본 바로는 낮에 갤리와 투덕거리다 높은 곳에 올라간 그녀가 발을 잘못 디뎌 떨어진 모양이었다. 의료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 민호는 침대에 누워서 뉴트와 하하 호호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지금 웃음이 나와?”
“민호야.”
“네가 안 보여서 내가 얼마나 걱정했을지 생각이라도 했어?”
다짜고짜 큰 소리를 내는 민호에 뉴트는 커플 싸움에 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선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애절한 눈빛으로 뉴트를 붙잡긴 했지만 괜히 끼어 있다가 봉변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못 본 척 자리를 비켰다. 잠시간에 침묵이 이어지고 먼저 입을 연 것은 그녀 쪽이었다.
“미안.”
“…아냐, 내가 더 미안. 너무 흥분해서 그랬어. 다친 곳은?”
“그냥 좀 긁힌 정도야. 다들 과보호라니까.”
슬쩍 보기에도 그녀는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아 민호는 크게 안심하며 의자에 앉았다. 미로를 뛰어다니다 온 터라 땀 냄새가 날 법도 하건만 그녀는 몸을 기울여 민호를 끌어안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로 민호는 그녀가 곁에 없는 것이 몹시 불안했다. 미로에 나가있는 시간에도 미로를 외우면서도 틈이 나면 그녀가 생각났다. 미로에서 돌아올 때에는 몸은 무거워도 마음만은 가벼워 자신을 마중 나왔을 그녀를 한껏 끌어안고 싶었다.
“다음부터 갤리랑 놀지마.”
“…갤리랑 딱히 논 건 아닌데.”
“알았어?”
“응….”
다시 몸을 바로 세운 그녀는 조심스럽게 민호의 손을 잡았다. 이 단단한 손을 맞잡고 그를 끌어안을 때마다 그가 오늘도 무사히 미로에서 돌아왔음을 실감하기 때문이었다. 미로에 가서 돌아오지 못한 러너들은 종종 있었다. 그녀도 그것을 보았고, 그럼에도 민호를 미로로 보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싫었다.
“네가 러너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응.”
“하지만 너 밖에 없다는 걸 알아서 말릴 수가 없어.”
“그래….”
“…그러니깐 꼭 다시 돌아와 줘.”
손등 위에 꾹 입을 맞추자 민호는 꼼꼼히 그녀를 살폈다. 얼굴에 작은 생체기가 났고, 옷 아래 혹은 담요 아래에도 더 상처가 있을 것 같았다. 보여 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애써 스스로의 말을 삼켰다. 그녀의 입술이 떨어진 자신의 손등을 쳐다보던 민호는 그 위에 다시 자신의 입을 맞췄다.
“진짜 뽀뽀하는 것도 좋은데, 우리 둘 만의 특별한 약속 같아서 이게 더 좋아.”
“나도.”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었을 때에도 그랬다. 그녀가 먼저 민호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민호가 잠시 주저하다가 그녀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진 손등 위에 입을 맞췄다. 간접키스에 처음엔 얼굴이 화끈 거렸었다. 간혹 그녀가 혹은 민호가 먼저 서로의 뺨 혹은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경우는 있었지만 하루에 한 번은 꼭 이 손등 키스를 했다.
“오늘도 무사히 돌아 와줘서 고마워.”
“오늘은 나 없는 곳에서 다쳐서 벌을 줄 거야.”
“딱밤은 안 돼, 네 손 진짜 맵단 말이야.”
맞잡지 않은 손으로 얼른 이마를 가리는 그녀의 행동에 민호는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의 뺨을 꼬집었다. 그렇게 아프게 꼬집은 것도 아닌데 그녀는 아야야야 하면서 엄살을 부렸기에 금방 손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또 그럴 거야?”
“아니! 절대로! 이제 갤리가 도발해도 안 넘어 갈게.”
“갤리가 그러면 나한테 말해.”
“응.”
손가락을 걸자는 제스처에 얼른 그녀가 민호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 위아래로 두어 번 흔든 뒤에야 그녀는 민호에게 얼른 씻고 밥을 먹으라며 그를 밀어냈다.
“다시 올게.”
“응, 다녀와.”
오늘도 글레이드의 하루는 그렇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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