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ster of the hunt

오로메 × 켈레고름 | …인데 챌린지 위해 시작만

rhindon by 댜

전승의 대가들은 기록하지 않는 일들이 있었다.

예컨대.

서녘 하늘에서 처음으로 달이 떠올랐을 때 그것을 가리키며 틸리온의 이름을 말한 것은 켈레고름이었다. 그와 틸리온을 친구라 하기는 어려웠으나 그들 둘은 오로메의 사냥 부대에서 같은 피를 마시고 사냥감을 나눈 바 있었으며, 천상과 대지 사이의 거리마저도 켈레고름의 예리한 감각을 완전히 가리지는 못했다.

예컨대.

태양이 출현한 이래 하루하루 이지러지던 완전히 사라지던 밤, 미스림에 정착한 엘다르 가운데 유일하게 두려워하지 않은 것 역시 켈레고름이었다. 그는 열나흘간 달의 궤적이 보인 경향성만으로 태양의 배의 선장을 유추해 냈다. 틸리온은 언제나 아리엔을 갈망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 갈망에는 별들의 선회와 같은 규칙성이 존재했다.

“다음 월출은 이른 아침일걸.”

켈레고름은 납빛으로 질린 쿠루핀에게 예측했었다.

“해가 진 뒤에야 달빛이 좀 보이겠지만 말이야. 틸리온은 나름 믿을 만하거든. 앞으로는 저 자식으로 역법을 세워도 좋을 거라니까?”

“맙소사, 형, 형답지 않게 굴지 좀 마. 가뜩이나 놀로핀웨 때문에 피곤해 죽겠는데!”

그리고 세 번째 예를 들자면, 그로부터 한 ‘달’째 되던 날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후, 하늘을 가로지른 오색 빛깔을 처음으로 가리킨 것도, 뻔하게도, 켈레고름이었다.

페아노르의 아들들이 발라르와 사이가 틀어진 것은 꽤 오래된 일이었다. 그러나 켈레고름은 아직 오로메의 방식에 익숙했다. 당시의 그에게는 자신이 세운 가설의 근거를 설명할 방법은 없었지만, 적어도 그걸 주장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어쨌든 켈레고름은 말을 꺼내기 전 두 번 생각해 보는 성품도 아니었다.

“난 이게 그가 지은 다리라고 생각해.”

비가 씻어낸 미스림의 공기는 평소답지 않게 깨끗했고, 그 속에서 놀도르의 왕이 흘려내는 목소리는 유난히 청명하게 번졌다.

“확신해?”

“형이 올로레 말레이르모 페안투르의 솜씨라고 믿는 만큼은.”

마글로르는 작게 웃었다.

“그것보다는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지. 나는 로리엔의 저택에 머문 적도, 그에게서 모든 꿈의 기술을 전수받은 적도 없는걸.”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꿈이 마글로르의 영역이라면, 사냥은 켈레고름의 영역이었다. 그가 내보낸 부하들은 누구 하나 창공의 다리가 땅에 내린 접점을 찾아내지 못한 채 돌아왔다. 켈레고름은 그들의 실패를 웃어넘겼다. 그 자신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었던 까닭이었다.

※ Book of Lost Tales의 무지개를 만든 발라가 오로메라는 설정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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