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루예나
총 15개의 포스트
모든 이야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나는 너의 생을 가지고 싶었다. 바라는 것이 없어도, 감히 욕심내지 못하겠다 말해왔어도, 단 하나 그것만을 바랬다. 오랜 세월을 세계와 함께했으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내 몸이 부서지는 것처럼 아팠다. 지난 모든 일을 없던 것으로 돌리고 싶다고 하기엔 너무 먼 길을 떠나왔다. 뒤로 갈 수 없는 길을 계
타탁, 타닥. ……타닥, 타타닥. 노트북의 납작한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가 이어지다 끊기고, 다시 이어지다 끊기길 반복하며 두 사람만 있는 거대하고도 호화로운 집무실 안을 맴돌았다.방주인인 에르아는 도대체 이게 뭐 하자는 일인가 싶었다. 30분 전쯤에 쳐들어온 동생은 옆구리에 하늘색 케이스를 씌운 노트북을 낀 채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젖히곤, 이렇게
기도의 순간 긴 세월을 사는 동안 수많은 일을 스쳐 지나갔지만, 단 하나만 기억나는 순간을 꼽아보라 한다면… 그건 누가 뭐라 해도 단언컨대, 그 애를 만났던 때일 것이다. 그래서 그 애도 같은 마음이길 빌었다. 내가 너에게 가장 강렬한 순간으로 남고 싶다고, 너도 내가 그런 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신도, 뭣도 믿지 않는 남자가 그렇게 기도를 시작했다
그의 막간의 식사 왜 이 자리에,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더라. 루시엘라 웨드거가 자리에 앉자마자 한 첫 번째 생각이었다. 그리고 눈앞의 만찬은 자리에 걸맞게 호화스러운 구성으로 빛나고 있다. 따뜻한 김을 내뿜는 크림수프와 스테이크, 여러 가지 소스로 맛볼 수 있게 준비된 소스 그릇들과 신선한 야채. 식탁 중간에는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의 곁을 레몬 조
한가로운 날이다. 아니, 루예나만 그렇다. 아니, 정확히는 루예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쨌든. 오늘은 한가로운 날이다. 메인 스토리 시즌 : 생사 너머의 반짝임 다도회에는 율무차를 준비해주세요, 루예나! Garden Teatime at the Temple of the Moon [ 아몬드 쿠키와 크랜베리 치즈 케이크, 초콜릿 아이스
에르아는 루예나를 죽이고 싶었다. 모든 일의 원흉 되시는 분이 쳐웃으며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저 꼬라지는 당연스럽게도 기가 막히도록 얄미웠다. "으하, 으하, 으하하하!!! 으하하하하!!!!!" 우렁찬 웃음 소리가 방안을 쩌렁쩌렁 매우다 못해 신전 건물을 왕왕 울렸다. 지금 어지간히도 웃긴 모양이지, 이게? "이게??? 웃어???? 너는 지금 웃기냐,
아무것도 없었다. 남은 것은 잿더미 위에 반쯤 타버린 나의 몸. 다른 가족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알아야 하는데, 알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도망쳤다. 그렇게 모든 게 점점 희미해져 갔다. 내가 누구였는지, 어떻게 우주를 떠도는지, 왜 이러고 있는지… 차츰 사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겨우
약혼이라니, 약혼이라니, 약혼이라니! 죽어도 싫어! 내가 무슨 도구야? 이런 고리타분한 집안이 있는 줄은 알았지, 근데 그게 우리집일거라고는 생각도 안했지! 왜 나야? 차라리 내가 가업을 물려받는게 낫겠다! 아무튼 싫어! “얘, 메르!!! 메르!!!!!” 약혼? 다 망해버려라, 이런 날에는 탈주다! 메인 스토리 시즌 : 영원찬미자 자유의 상
엔스파일의 옛날 옛적, 루네트라는 제국에 몸 바쳐 일하는 귀족은 몇 없었는데 그 몇 없는 귀족가 중 하나인 오드졸리아 후작가에 멋진 영애가 있었어요. 뭐든지 곧잘하고, 성격도 좋고, 머리도 뛰어난데다가, 외모까지 출중했던 오드졸리아 영애는 다음 후작이 되기로 벌써 예정되어 있었답니다.그러던 어느 날, 오드졸리아 영애가 바다 쪽 마을로 시찰을 나갔다가 만월
언젠가, 그 애와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 그건 대화였다. 그 순간만큼은,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장미도, 달도, 정말 아무것도. 그저 인간과 인간이 아닌 무언가일 뿐이었겠다. 초연하게 그 시간만을 오롯 즐기던 네 모습을 기억한다. 그리고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더, 다신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우리의 순간을. 鏡花水月
그 짧고도 길었던 시간은 꿈이었을까, 환상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기적이었을까. 마법이었을까. 두 번째 월광, 래디아타 우주에 피어난 캄파뉼라 하나 어느 생엔가 문득 세상에 홀로 던져져 월광을 듣는 밤은 미칠 수 있어서 미칠 수 있어서 아름답네 오랜만에 상처가 나를 깨우니 나는 다시 세상 속에서 살고 싶어라 김태정, 월광(月光), 월광(月狂)
Look. This is the truth, this is the providence. When the time came and the day judgment came, the line of people will cry. Poor ones, when I groan over them and give them my hand, I never said it
정원의 꽃은 춤춘다 살기 위한 춤은 늘 그렇듯 찬란하게 빛나고 사람들은 햇빛 속에서도 얼마든지 불행해 보이고 이야기를 몰라도 이야기처럼 산다. <영화관, 김상혁>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시작했기에 이토록이나 길게 이어져 내려온 것일까. 시작이 무엇이었는지조차 헷갈릴 만큼, 수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긴 밤의 시간에는 새벽이 도시에 흘렀고, 돌아
시간은 돌고 돌아 아마도 이것은 해피엔딩의 이후 우리는 훨씬 오래 산다, 하지만 덜 명확한 상태로 그리고 더 짧은 문장들 속에서. <책을 읽지 않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그것이 마지막일 줄, 귀띔이라도 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오늘도 지난 나날들처럼 헛수확일까 싶었다. 다른 손님들과 함께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고, 인파에 쓸리고,
우리의 마음을 담아, 달빛 아래의 캄파뉼라가 평안하기를. 안녕하세요, 어딘가를 여행하시다 흘러 들어오게 된 분! 도시를 조사한 오늘의 모험은 재밌으셨나요? 부탁받아 찾는 사람은 찾으셨고요? 아, 아직이라고요… 그래요. 그럴 수 있죠, 뭐! 어때요, 삶은 원래 실패의 연속이라잖아요? 음, 이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었나… 아직 인간의 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