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ShowMustGoOn:Yun

1. 도착지가 이세계라고는 들은 적이 없는데 (3)

…마법이라니, 영 낯선 단어인데.

윤은 실제 자지 않은 채로 시간을 보내다가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 여섯시였다.

새로운 침대의 질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윤 본인이 문제였다. 애초에 긴장하거나 심적 압박을 받거나, 혹은 남은 일이 있거나 하면 쉬이 잠에 들지 못하는 편이었다. 갑자기 상황이 바뀐 와중에 꾸준히 기의 ‘번역’ 작업이라도 해야 그나마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는데, 그런 성질머리에 어찌 잠에 들까. 거기에 더해 봐야 할 것은 더럽게 많았다.

‘술법, 아니… 마법을 쓰는 이들만이 들어오는 학교, 인가. …마법魔法이라니, 영 낯선 단어인데.’

이 곳은 마법, 그러니까 아직은 익숙한대로 말하자면 신비나 이적을 다루는 이들이 들어오는 학교, 였다. 술사로서의 자질은 있지만, 딱히 술사로서의 자각이 있던 것은 아니었던 윤은 한숨을 뱉었다. 단어부터 낯설고, 교육과정은 어떨지 알 수도 없고. 어떤 대우인지도 아직은 감이 오질 않고. 정말로 대여받은, …태블릿, 이 없으면 막히는게 어디 한두개도 아니었다.

와중에 글자는 제대로 읽히지도 않았다. 대지 자체의 통역 마법과 자각해버린 언어의 이질성, 그리고 눈의 특수성이 조합된 사유로, 이 땅에 마법을 건 이가 의도하고 있는 것이 어긋난 탓이 절반일까. 그 조합 중에서는 눈이 특이한 것이 제일의 문제였다. 그래도 통역 마법이 아주 없지도 않고, 개인 소장의 도구도 간신히 활용하면 어떻게든 읽어 주변을 파악할 수 있었긴 했지만……. 이래저래, 이 몇 가지 일을 한번에 돌려야 간신히 상황 파악을 할 있는 와중에 더해지니, 잠까지 챙기는 것이 사치일 정도는 되었다.

소리도 없이 깊은 숨을 뱉은 윤은 기척도 없이 침대 위에 허리를 세우고 앉았다. 마른 세수를 하고, 눈가를 마사지했다. 그리고 늦게 잠든 탓에 깨어날 기색 없는, 처음부터 퍽 기분 좋은 호의를 건네준 동실자들을 살펴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닥을 걷는데 소리를 죽이는 것이야 간단한 요령이다. 윤은 그대로 욕실로 들어가 조용히 얼굴이라도 씻고 나오고, 이내 옷장을 슬그머니 열어 옷을 걸쳐 입는다. 사복과 이 곳의 복식이 그럭저럭 차이 있으니, 일부러 골라 입는 것은 교복의 와 바지. 그리고 그 옆의 겉옷들을 보다가, 한숨을 뱉는다.

그리하여 손을 대는 것은, 마차에 같이 올라탄 덕인지 끌고 온 가방이다. 자지 않고 ‘번역’을 한 덕에, 좀 붙들고 있으면 아마 이 가방의 ‘층’하나는 고정해서 열 수 있을 터였다. 이미 허리가방으로 시험해본 바였고. 그래도 다른 ‘층’을 마음대로 바꾸려면, 지금으로선 택도 없겠지만. 어느 ‘층’을 맞춰둘까 고민하다가, 윤은 결국 생활용품이 있는 쪽으로 결정 내린다. 끌고 온 가방의 ‘층’을 맞추어 열고, 꺼낸 것은 위에 대충 걸쳐 입기 위한 사복 겉옷. 교복의 조끼와 겉옷은 등교할 때로 좋다는 생각이다.

대충 학원 부지의 구성은 인트라넷의 지도로 파악했다. 주의해야할 것은, 아마도 운동부의 아침 훈련. 학기 첫 날부터 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혹시 머리에는 넣어둔다. 기숙사는, 아마도 이 시간쯤이 제일로 기숙사 안이 한가할 것이다. 빌린 물건, 태블릿으로 학내…라기보다는 기숙사 내 게시판을 훑어본 결과 철야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잠들고 있었으니까. 윤은 부러 기척을 죽이고, 귀에 걸린 인식저해 도구의 성능을 최고로 당겼다. 머릿속으로 우선순위를 정리하면서였다.

‘지리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제일 우선해야할 것은 일단 교내 매점, 구매부가 새벽 짧은 장사를 열자마자 찾아서 들어가는 것. 그 곳에서 프리페이드 단말… 선불제의 통신기를 구하는 것이 제일 목표. 공간 확장과 무게 감소의 술법이 걸린 허리가방 안에도 쓸 수 있는 ‘재료’는 많다. 창고를 연결한 문을 꺼낼 정도는 아니고. 여하튼, 교내 매점에서 물건도 어느정도 매입해주는 모양이고, 최소한의 자본금을 먼저 확보해야지. 신분은 건네받은 만년필… 매지컬 펜이라고 불리는 이 물건의 마나 집적 광석… 마법석으로 증명하는 모양이었다. 전반적인 기술 수준은 고향보다 높은, 그러나 술법… 이쪽의 마법은 몇가지 특이성으로 인해 오히려 덜 발달한 감도 있지만. …금이, 대충 비슷한 가치인 것은 위안일까. ‘같은’ 물건일지는 가서 봐야겠지만, 언어의 유사점을 빗대어 보면…….

그런 생각을 하며, 윤은 소리도 없이 문을 열었다.

밤을 새도 담화실에 있는 일은 역시 드문 듯 기숙사 내는 한산하다. 지난 날부터 살피기해 확실히 사람을 꺼리는 기색이 있는 편으로, 윤은 새삼스럽게 먼저 말을 건 동실자와 같은 방이 것은 퍽 운이 좋았다고 판단한다. 거기서 조금 더 있었으면 직접 말을 걸었겠지만, 역시 먼저 말을 걸어진 것과는 대화의 양상이 달랐을테니까.

기숙사의 거울을 넘어 서면 각 기숙사의 출구가 모여진 공간, 거울의 사이다. 윤은 빠르게 지도를 떠올리며 겉옷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움직였다. 원래 있던 곳 마냥 기숙사에서 교사까지 별개의 교통수단이 있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걸어야하는 위치─그것도 오르막길까지 있는 것을 새삼 다시 확인하니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일단 그것만을 확인하고 콜로세움, 그라운드, 온실… 지도에도 딱히 알려져있지 않던 낡은 건물까지. 대충 훑은 윤은 이제 막 연듯한 구매부로 들어갔다.

정갈하거나 교내의 매점이라기엔 다소 위화감이 있는 점내다. 규모가 있다고 할까. 윤은 눈만 굴려 물품을 살핀다. 그런 윤을 경쾌하게 부르는, 점주의 목소리.

 

“Hey, 소귀쨩. 아침부터 일찍이구나! 급하게 찾는 물건이 있을까?”

 

윤 자신과, 나이가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을까? 짙은 화장이라 짐작은 어렵지만, 그래도 다섯살 이상 차이가 나지 않을 듯한 젊은 점주다. 윤은 후드를 내리며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기숙사의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부러 머뭇거리던 말투를 여기서까지 붙일 필요는 없을 듯해, 윤은 나직하지만 단정한 말씨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신입생입니다, 만. …개인 단말이 쓸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급히 선불제 요금의 기기를 구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다만 현금이 넉넉치 않기 때문에… 혹시, 물품의 처분도 일부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맞을까요?”

“프리페이드 단말, 물론 IN STOCK NOW! 단말을 가장 먼저 구하다니, 이그니하이드일까? 다만 매입 물품은, 확실히 조금 고르는거야. 먼저 단말을 보겠어, 아니면 물품을 보여주겠어?”

 

“그럼, 먼저 물건을 보여드리겠습니다…만..”

 

이곳의 활용되는 이적기술의 수준은 본래의 장소보다 다소 낮은 정도. 그러나 기술은 보다 더 발전된 정도. 이적융합기술─이곳에서 이르는 마법과 병행하는 공학 기술도 만만치 않은 것 같고, 아마 신비 그 자체라기보다는 실용기술의 영역. 보석의 가치는 마력이 담기지 않는다면 원래의 세계보다도 . 다만 귀금속류는 큰 차이가 없음. 윤은 타인의 기기로 취득한 정보를 대충 머릿속으로 다시 휘저으며, 허리가방에서 무게 대비 그리 크지 않은 물건을 잡았다. 꺼내 들기 전에, 다시 한번 묻는다.

 

“귀금속류도 괜찮습니까?”

“액세서리나 보석류라면 과연 보증서정도는 필요할까? 또 귀금속이라면 보증료가 추가로 붙을거고, 수수료도 챙길거라 바깥의 마을에 있는 보석점이 나을거야.”

“─아뇨, 그런 여유는 없으므로.”

 

윤은 빠르게 손에 쥔 것을 꺼내놓았다. 가로 3cm, 세로 5cm. 두께도 그다지 두꺼운 것도 아니고 결코 크다고 할 순 없지만, 가치를 따진다면 충분한 부피를 가진 물건에 점주가 과연 조금은 당혹하는 것도 같다.

 

“어떠한 마크도, 뭣도 없는 단순한 순금 100g입니다. 1할, 이런저런 수수료와 보증료로 내놓지요.”

“…과연 이것은, 정말로 의외인데, 소귀쨩.”

“그렇겠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전금, 바로 받을 생각도 없습니다. 혹시나 충분한 성능의 단말이 있다면, 하나. 적당한 성능의 단말을 하나 더. 후자는 넷에만 연결 할 수 있다면 전화나 문자 등의 통신이 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먼저 후자를 주신다면 전자로 제대로 개통할 예정이고. 김에 …퍼스널 컴퓨터도 하나 구하고 싶으므로, 반 가량을 적당한 물건으로 받게 되겠지요? 금액을 생각했을 때 아무래도 빠르게 급처하면서도 적당한 가치를 바로 산출해 낼 수 있는 게 이것이었을 뿐으로, 원하신다면 적당히 쪼개도 됩니다.”

 

금은 가장 간단한 부다. 다행히 세계선을 넘어도 그것이 같았다. 공방을 이사해야 해서 물건을 모조리 정리해 든 채 세계를 건넌 것이 새삼 천운이라, 희귀금속도 몇은 있었지만 금만큼 가치적으로 ‘쉬운’ 것도 없다. 이 손쉬운 치부致富의 상징은 검색만으로 값을 얻을 정도로 가격이 정해져있는 편이었으므로, 계산이 어려울 것도 없었다. 세공을 한 것도 몇개는 있었지만, 이쪽의 가치와 동향, 추세 등을 모르는 상황에서 제 작품을 팔고 싶지 않은 장인의 고집으로, 재료로서 확보해 뒀던 금을 내밀었다.

점주가 가져가는 것을 보면서, 윤은 말없이 기다렸다. 금을 판에 긁어서 용액으로 간단한 시험, 방식은 같다. 결과도 쉽게 통과다. 금속공예도 손대던 입장에서, 금속을 제대로 분류하는 것 또한 일이었으므로. 내민 것에 일절 거짓은 붙이지 않았다. 세계를 건넜으니까 그 차이만이 의문점이었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번역’으로 생각보다 쉽게 이전의 술식이 적응하기는 것도 그렇고, 관에서 깨어났을 때 호흡이 문제 없던 것과 같다. 말하자면, 다른 세상이지만, 아주 차이나는 세상은 아닌 것이 확정이다.

 

“…과연! 확실히 금이야. 적지 않은 크기니 좀 더 전문적인 쪽에 의뢰는 하겠지만, 보증인까지도 필요없겠지! 이 곳의 학생이니까 잠깐 매지컬 펜을 확인하는 걸로 좋아. 그것으로 충분한 보증이고. 반 이상이 물건이라면 지급도 간단하지. 다만, 잔금의 지급은 확실해진 후에, 계좌로 좋을까? 물론 이그니하이드인 것을 감안해서, 단말은 바로 줄 거야.”

“네, 물론 좋습니다. …계좌는 바깥의 마을에서 만들 수 있을까요?”

“그래! 매지컬 펜은 이 현자의 섬에선 충분한 신분증이니까, 확실하게 학생 신분에 얽매이는 계좌 정도는 금방 만들 수 있겠지. …금이고, 꽤나 복잡한 사정?”

 

대놓고 찔러 들어오는 질문이다. 수면도 부족했고, 그렇게까지 수를 주고 받고 싶은 생각도 없는 윤은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외모만으로도 답변이 되는 것이 많다.

 

“아… 뭐,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문화권이 상당히 다른 것 같아서, 현금이나 은행의 계좌가 통할지 의문이었기 때문에. 금에 대해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확실히 안전한 개인 재산이므로.”

“하하, 동방계의 쇄국 국가 출신일까? 금의 나라라던가! 어쨌거나, 그 정도면 확실히 곤란하겠어. 그럼 소귀쨩, 이쪽으로. 프리페이드 폰은 고성능이 적어. 나중에 그래도 프리페이드 라인 안에서 고성능기기의 팜플렛을 주도록 할게. …다만, 이그니하이드라면, 가볍게 쓸 프리페이드라도 가장 고성능을 집어가는게 좋아, 고객에게의 팁이란다.”

“그럼 말씀하신 대로, 제일 고성능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얼마 안가 윤에게 적당한 크기의 단말이 손에 들어왔다. 같이 들어온 설명서를 들고, 구매부의 안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아 처리하기를 몇 분. 와중에 운동부로 보이는 이가 들어와서 윤을 보는가 싶다가, 점주에게 다시 집중하고는 무언가를 사간다. 제대로 된 통신 알람이 뜨는 것을 확인한 윤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소귀쨩.”

“네.”

“남은 건 언제 확인하러 올 거니?”

“일주일 후, …이 시간으로 괜찮겠습니까?”

“좋아, 그럼 다음에 보자.“

“예, 그럼. …아, 잠깐. 혹시 적당한 간식거리가 있습니까? 프리페이드 단말을 여기서 살 수 있다고 전해준 사람에게, 간단한 답례를 두고 싶어서요.”

“…그래? 음, 선금의 물건에 일차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으니까, 그 정도로 작은 것이라면! 이쪽의 물건에서 골라가면 좋아.”

“…예, 그럼. 이렇게.”

“후후, 그래.”

“예,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 태도는 묘하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나가는 윤의 뒤에 손을 흔들어주면서, 점주는 매지컬 팬을 스캔한 결과를 본다. 제대로 이그니하이드라고 표시되지만, 정작의 이름이 글자가 깨져있다. 소문은 들려왔다, 라고 할까. ‘친구’들도 그랬고, 교내의 직원 사이에도 조금씩 말이 있었다. 거울사에서 이름이 불리지 않았던 학생이 하나 있다고. 이름마저 단 한 음절, 성씨도 쓰지 않는 듯한 낯선 이국의 소년. 숨을 고르는 듯한 침묵 끝에 이그니하이드에 배정된 학생. 그가 단말이 통하지 않고, 쓸 수 있는 계좌가 없는 채로, 금을 거래하러 왔다. 앞의 두 절이라면 슬럼이라고 생각을 해보겠지만…….

‘금을 그렇게 턱 내놓는 슬럼이 어디 있을까.’

점주는 그런 생각으로 웃음을 흉내냈다.


원작캐만 나오면 말투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네. 써놓고 올리는데 시간 걸린 것은 대개 그 탓. 정식 번역 없으니까 괜히 단어를 어케 써야할지 헤메고 사실 어차피 정발판 있어도 헤메긴 할 건데. 어떻게 2차창작을 하는거지 대단하다……. <-원래 나홀로 자캐놀음만 하던 1차 글러

코오니쨩 어케 말해야하냐고 작은 도깨비, 이라고 할까 소귀 단어 일본에선 고블린 느낌으로 쓰지 않던가? 영문은 뭐였지 리틀 뭐시기였던거 같긴 한데. 임프였던가. 임프면 소악마나 악동 감이 있는 단어인데, 영어로는. 하지만 이미 헤이! 하는 걸 당돌하게 Hey로 썼다 하지만 한글 헤이! 하고 Hey는 뭔가 다른 느낌이고.

정발 번역 가지고 싶다. 그나저나 재빠르게 절판된 만화책에 샘 나왔던가, 뒤져보고 있으면 나중에 수정하도록 하자…….

여튼 사실 이 편에 쓴 내용을 포함해 그럭저럭 적응하는 설정놀음 내용이 있지만, 실질 의미 있는 내용 없고 말만 길게 하는 거라 건너뛸까 고민하고 있다. 대충 한 문단으로 정리해서 건너뛰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 어차피 자기만족적 적응기고 전반적으로 여담처리 해도 낫지 않을까…….

포타에는 그냥 밑에다 붙였지만, 뭔가 분량 붙었으므로 각 편 TMI를 별도 빼 두기로 했습니다.

링크는 이 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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