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창작 시리즈

[페르세포네x하데스] 어떤 의뢰

밴드

머리없는 집 by 박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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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스’는 저승에서 가장 유명한 장례 업체다. 사장 하데스는 1만 년간 이 회사를 운영하는 신비한 인물로, 악명 높은 타나토스를 지난 1만 년간 단 한 번의 위기에 빠트린 적 없이 잘 운영해 왔다. 하데스에 관한 소문은 타나토스만큼이나 위상이 높으면서 무성했다.

 

대부분 얼토당토않은 소문이었지만 무료하고 지루한 저승에서 하데스에 관한 소문은 재미있는 일 중 하나였다. 그 소문은 대체로 이러했는데 영원한 생을 위해 악마와 영혼을 교환했다는 말이나(그가 저승의 왕임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무좀 때문에 발가락 양말을 10개나 신고 다닌다거나 뒤끝이 심하다는 자질구레하지만, 더러운 이야기가(이젠 소문이라기보다는 그저 누가 더 재밌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냐가 일과가 돼버렸지만.) 늘 저승 주민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했다.

 

타나토스의 경리 사원이자 헤더라고 알려진 페르세포네는 이 회사에서 하데스만큼 미스터리한 인물이면서 재미난 소문을 가지고 있었는데(하데스랑 다르게 그녀에 관한 소문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그건 바로 타나토스의 진짜 주인이 하데스가 아닌 페르세포네라는 것이다. 사실 이 소문은 완전히 뜬구름 없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녀는 현실주의자였다. 그녀는 늘 돈이 최고라 여기며 물질만능주의를 맹신하는 신자 중 하나였다. 페르세포네가 오고 타나토스가 저 발전한 것도 하데스가 꼼짝 못 하는 것도 모두 소문이 아닌 사실이었다. 다만 페르세포네와 하데스는 연인이나 결혼을 약속한 게 아니라 친구 사이란 것이다.

 

한 번은 페르세포네와 하데스가 키스했다는 소문이 돌자, 둘은 확연하게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하데스는 두 뺨을 붉히며 쑥스러워했고 페르세포네는 그 소문의 주동자를 찾아 먼지가 안 나올 정도로 흠씬 두들겨 팬 다음 케르베로스에게 먹이로 던져줬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어쨌든 페르세포네는 하데스만큼이나 이 회사에 진심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저승의 돈을 잘 굴릴 수 있을까 생각했고 늘 돈에 쪼들리는 이 타나토스의 주민들을 어떻게 해야 적은 돈으로 잘 굴릴지 생각하느라 머리에서 쥐가 날 정도였다.

 

99년 전의 자신이었다면 조금도 상상도 못 할 모습이었다. 어쩌다 하데스의 꼬임에 넘어갔지, 그녀는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녀는 한때 히키코모리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막 취업전선에 뛰어든 페르세포네는 악몽 음료를 마시고 선글라스를 쓰고 일과 사랑을 동시에 거머쥔 커리어우먼을 꿈꿨다. 하지만 순진한 그때의 페르세포네에게 지옥의 사람들은 조금도 친절하지 않았다. *캐스퍼에서 봤던 이야기가 모두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되자 회사도 관두고 그녀는 집안에 틀어박혀 한동안 우울하게 악몽 음료만 홀짝홀짝 마셨다.

 

* 저승에서 유행했던 로맨틱 코미디로 일과 사랑을, 모두를 거머쥐는 러브크래프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 페르세포네에게 소꿉친구인 하데스가 찾아왔다. 그는 페르세포네가 장례지도사 자격증과 영들에게 친절했던 과거의 일화들을 들려주며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썼다. 남자라면 어린애라도 절대 쉬이 보지 않는 엄마조차도 그의 설득과 회유로 얼굴에 미소를 되찾게 됐고 페르세포네 또한 작은 골방에서 나오게 됐다. 나중에야 그가 그녀를 위해 했던 많은 일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늘 작은 골방과 하데스를 영혼의 단짝처럼 함께 떠올렸고 하데스에게 잠깐이지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어떻게 하데스같이 유약하고 겁많은 겁쟁이가 그런 일을 했는지 지금은 조금도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어떻게 자신을 설득했냐고 물었더니 하데스는 순진하고 정중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당신의 말이나 태도, 예의가 다른 사람들 눈에는 반항적이고 무례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의 착한 성품과 정의로움이 늘 알고 있었어요.”

“…….”

“생각 안 나요? 어릴 때 아빠한테 흠씬 두들겨 맞고 정글짐 아래에서 울고 있는 나를 다른 애들이 겁쟁이에 울보라고 놀렸을 때도 당신만은 날 놀리지 않았죠. 내 까진 무릎에 밴드를 붙여주고 내 손을 잡고 우리 집으로 달려가 화를 내면서 그 무서운 우리 아빠한테도 멋지게 대든 건 내 생에 가장 멋진 순간이었어요. 그때 당신 모습이 얼마나 멋지고 빛나든지. 아까 왜 당신이냐고 물었죠. 누군가를 구하는 건 쉽게 올 수 있다는 게 아니란 걸 아니까. 그때 페르세포네, 당신에게 배운 건 바로 그런 거였어요. 누군가를 구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걸. 겁쟁이고 소심한 나에게 누군가를 구할 기회를 줘서 진심으로 고마워요.”

 

하데스의 말은 전부 다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그녀에게 그때의 일을 빚으로 여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 사실 페르세포네는 정의감이니 뭐니 하는 마음으로 하데스를 구한 게 아니었다. 그저 분풀이할 게 필요했다. 누군가를 때리고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니, 어디에다가 악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때마침 하데스가 적임자였을 뿐이었다. 거기다 구원할 용기라니. 낭만주의자 성향이 강한 하데스가 타나토스를 운영하는 건 역시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딴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3시다. 페르세포네는 두 뺨을 짝짝 때리며 오늘도 열심히 타나토스를 어떻게 하면 적은 돈으로 굴릴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머리를 열심히 싸매고 있다.

 

 

1.

 

“하데스, 타나토스는 정말 재미없어. 이렇게 어둡고 음침하고 조용한데 너는 어떻게 이딴 곳을 사들인 거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페르세포네가 말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하네요. 저승에서 어둠과 죽음은 우리의 친구 같은 거잖아요. 그리고 이 어둠 속에서 있는 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일이고.” 하데스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난 아무리 해도 옛날부터 난 이 어둠이 익숙해지지 않아. 좀 더 밝은 곳은 없는 거야?”

“당신은 모르겠지만 사실 이 회사에 숨겨진 아름다움이 많아요.”

“참 많기도 하겠다. 흥.”

 

하데스의 말처럼 타나토스는 어둠과 고요 그리고 죽음으로 가득 찬 곳이지만 이곳에도 아름다움과 밝은 곳은 존재했다. 그러고 보니 페르세포네는 타나토스에서 일한 지는 오래됐지만 잘 알지는 못했다. 늘 자신의 작은 사무실에서 머리를 싸매며 어떻게 해야 타나토스를 잘 운영할지 고민하느라 잘 나오지 않았다.

 

어느 날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에게 정식으로 이곳을 소개해 주겠다면 그녀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리고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보며 풋, 하고 웃음이 터졌다.

 

그녀의 두 눈은 진한 눈그늘이 내려앉았고 머리는 좀 전까지 쥐어뜯었는지 이리저리 뻗쳐 있었다. 페르세포네가 노려보자, 하데스는 흠흠 하며 목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

 

“페르세포네. 오늘은 당신에게 타나토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요. 시간 괜찮아요?”

“또 헛소리하네. 어둡고 고요한 이 공간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넌 정말 옛날부터 재미없는 농담에 능숙하구나.” 페르세포네가 석류 주스를 마시며 말했다.

“페르세포네 당신이 그런다면 그런 거겠죠. 하지만 오늘은 진짜로 소개하고 싶어요. 이곳은 어둠으로 가득하지만, 그 어둠 속에 사랑의 아름다움이 담겨있다는걸.”

 

하데스의 낭만주의적 성향은 이럴 때 지독하게 끈질겨서 페르세포네는 크게 한숨을 내쉰다.

하데스는 나가자며 문에서 한쪽으로 비켜서자, 페르세포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그의 요구에 응했다. 하데스는 어떤 방으로 안내했다. 제일 먼저 그들은 어떤 대기실로 들어서는데. 대기실은 어둠 속에 비친 조명으로 가라앉은 장미와 수없이 많은 사진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 사진들은 삶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순간 포착한 것처럼 담아내고 있었고 사진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미소 지으며 작지만 아름답게 곳곳을 밝게 빛내고 있었다.

 

“이곳은 고인이 된 망자들의 쉼터이자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을 기념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그들은 타나토스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게 되면서 차례로 대기실들을 통과했다. 각각의 대기실은 고인들의 특별한 추억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어떤 방은 아이들 웃음소리가 가득했고, 어떤 방은 가족들의 환영과 따뜻한 품처럼 포근하고 보드라웠다.

 

“네 말처럼 이곳은 정말 아름다워. 어둠 속에서도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니……너의, 낭만주의 성격이 회사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어.”

“당신에게 칭찬받다니, 저도 사장으로 드디어 인정받은 거 같네요.”

“반말 아니거든.”

“저도 빈말 아니에요. 후후. 농담은 이쯤하고, 당신도 알다시피 타나토스는 단순한 장례 업체가 아니에요. 한 사람만을 위한 대기실을 평생 만들 수도 만들어도 엄청난 공간과 시간 그리고 돈이 필요하니 무리란 걸 알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 열심히 머리 굴리고 있죠. 현실 불가능하다고.”

“그래, 네가 널 상사로 인정하는 건 네가 누구보다 낭만주의 성향이면서 제 주제와 현실 파악 잘하고 있기 때문이야.”

“후후. 이번 건 좀 아팠어요. 대기실은 우리 타나토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이곳에 삶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기억하고 마음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제 나름대로 노력하고 고안해서 만든 곳이죠. 물론 당신 말처럼 내 낭만주의 성격이 회사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겠다고 여기겠지만 그래서 이곳이 더 마음이 쓰여요. 그리고 타나토스에서 인수하면서 알게 된 건 어둠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기회가 더 많다는 거죠.”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와 함께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깨닫기는 했지만, 여전히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하데스 덕택에 아까보다 더 지독하게 머리에 두통이 일었다. 그의 부축을 받으며 그들은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페르세포네에게도 하데스의 말에 공감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생겼는데 그건 바로 그녀도 이제부터 이 어둠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처럼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골칫거리를 한 가지 더 얻게 됐다.

 

 

2.

 

그러던 어느 날, 하데스는 시카고의 유명한 은행원이자 자산가이자 재벌인 마스크 맥도날드의 장례를 맡게 됐다. 타나토스에는 다른 장례센터와 독보적으로 다른 아주 특별하지만 *독특한 시스템이 하나 있는데 이 독특하고 특별한 것 때문에 타나토스가 장례센터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승의 장례 절차와 함께 저승에서도 망자를 위해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그걸 이뤄주고 말고는 그다음 일이었다.

 

* 페르세포네가 말하는 장례 업계 1위의 빛나는 타나토스의 은밀한 비밀에서 인용.

 

아무튼 이번 장례는 다른 장례와 다르게 은밀하고 중요한 비밀을, 하나를 품고 있었다. 마스크 맥도날드는 사후에도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하데스에게 특별면담 신청을 한 것이었다. 하데스는 곧장 페르세포네를 찾아갔다.

 

“페르세포네, 아주 중요한 임무가 들어왔어요. 이건 그간 있었던 어떤 것들보다 특별하고 힘든 업무며 무조건 야근을 강행하게 될 거 같아요.”

“무슨 일인데?”

“마스크 맥도날드가 자신의 재산을 사후에도 관리하길 원해요. 그리고 우리는 이 비밀을 조용하고 은밀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

“그래서 앞으로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데스의 말에 페르세포네는 그러면 그렇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제는 그게 아니잖아.

 

“하데스 네 말대로 마스크 맥도날드의 요청을 이해해야겠다는 것과 동시에 비밀도 지켜야 한다는 건 알겠어. 아까 서류를 보니 마스크 맥도날드가 특별면담 신청을 한 건 아마도 이 때문이겠네. 맞지. 좋아. 하지만 하데스……내가 걱정하는 건 우리가 어떻게 그 돈을 가져오느냐는 거야.”

“아하! 당신이 걱정하는 게 그거라면 걱정하지 말아요. 꿈을 이용하면 되니까요.”

“꿈?”

“네. 타나토스엔 비밀이 한 가지 있어요. 우리 타나토스가 왜 장례 업계 1위인지 알아요?”

“……생각해 보니 네 낭만주의 성격에 이 회사를 이만큼 운영하고 유지하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점이 좀 수상했지.”

“후후. 당신에게만 특별히 알려드리죠. 타나토스는 원래 제 아버지…. (여기까지 말한 그는 칠색 팔색 했다) 은. 그냥 아버지란 호칭도 싫으니, 그라고 부를게요. 그가 운영하던 곳인 건 당신도 알고 있죠. 그는 어느 날 아주 우연히도 이승의 장례가 한참 치러지는 동안 어떤 망자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망자가 아직 장례가 끝나지 않았는데 오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망자는 사랑하는 아내와 작별 인사도 못하고 오게 됐다며 그에게 꿈에서라도 아내를 만나고 싶다며 리라를 키고 펑펑 노래를 불렀죠. 리라 솜씨에 반한 그는 망자와 함께 아내의 꿈으로 들어갔죠. 그리고 아주 우연히도 그는 그들의 사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물건 하나를 건드렸고, 그 물건이 아주 우연히도 그의 주머니에 쏙 들어갔어요.

망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무사히 그 망자는 떠난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옷에 걸려있는 작은 브로치를 발견하게 되죠. 그는 이건 아무리 봐도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며 그때 그 망자의 집에 있다는 걸 뒤늦게 생각해 냈죠. 그리고 그는 그 기묘한 일을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어떤 망자로 두 번째 실험하게 됐어요. 그리고 망자의 장례 절차가 이뤄지는 동안엔 이승의 물건이 저승의 물건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죠. 동양에서는 저승 노잣돈이라고 죽은 이가 저승에 잘 도착하라고 돈을 보낸다고 하는데, 그 시스템을 바리데기님에게 부탁해서 우리도 이제는 이승의 물건을 받을 수 있답니다.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유럽 사람들은 그 물건들을 태우거나 버리지 않으니(그들은 골동품, 고풍스러운 물건들은 재활용해서 쓰기에), 그걸 유도하기란 쉽지 않겠지만요.

그 인간이 싫은 것과 별개로 이 꿈 시스템 하나만큼은 아주 유용하고 획기적이죠.”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의 말에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저승의 그 누구도 알아차리진 못한 시스템의 오류를 그의 아버지가 우연히 알게 됐고 하데스에게까지 전승되어 내려온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토록 중요한 비밀을 왜 나에게 발설하는 것일까?

내가 그의 라이벌인 다른 장례 업체에 고발하거나 똑같이 장례 업체를 차릴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하는 건가?

 

“너 사장이나 돼서 그런 위험한 말을 나 같은 사람에게 턱턱 내뱉다간 뒤통수 맞는다.”

“하하. 당신이 내 뒤통수를 친다고 내가 화가 날 거로 생각해 주다니. 역시 당신은 상냥한 사람이에요.”

“쳇. 물러 터졌긴. 너 나중에 뒤통수 맞고 나한테 뭐라 하지 마.”

“네~ 네. 절대 원망 안 할게요.”

 

하데스의 비정상적인 신뢰에 페르세포네는 혀를 짧게 찼다. 페르세포네는 사후 재산을 저승으로 가져오는 가장 큰 산을 넘었으니, 이제는 그의 부동산과 재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때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꿈을 이용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것은 바로 마스크 맥도널드를 가족들 꿈에 등장시켜 그의 재산의 1/3을 태우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게 성공할지 안 할지 모르기에 페르세포네는 나일러스를 찾아가 꿈의 가루를 받아 돈을 받아낼 때까지 가족들을 잠에 빠져들게 할 생각이었다.

 

하데스는 그녀의 계획이 너무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라고 했지만, 마스크 맥도날드는 그녀의 의견에 찬성한다고 했기에 하데스는 마지못해 승낙 서류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스크 맥도널드와 페르세포네가 잠의 가루로 그의 가족들은 악몽에 시달리게 해 그들은 결국 그의 재산인 1/3을 불태웠고 그 돈은 고스란히 저승으로 들어왔다. (저승의 돈은 죽은 이의 유산을 저승에서 활용할 수 있는 특별한 형태의 화폐로 오직 저승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힘과 가치를 가졌다) 그의 재산은 착착 저승의 돈으로 변환한 어느 날 페르세포네는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이 돈을 모조리 타나토스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러려면 문제가 하나 있었다. 우리도 알다시피 마스크 맥도날드는 사후에서 직접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고 싶어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페르세포네는 몇 번이나 마스크 맥도날드의 재산을 빼돌리려고 저승의 부동산을 소개했지만, 그는 이승에서도 은행원이자 자신감이었기에 돈 계산에 빠삭하고 영리한 사람이라 그 돈을 쉽게 빼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의 장례는 이제 이틀 남겨 두고 있었다. 페르세포네는 이 문제를 하데스에게 말해보았지만, 그는 순진한 얼굴로 페르세포네에게 굳이 그의 재산을 탐낼 필요는 없다는 속 터지는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 결국 페르세포네는 혼자서 마스크 맥도날드의 재산을 몽땅 차지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저승 법을 보다가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된다. 그리고 빛나고 영리한 그녀는 이번에도 기가 막힌 계획을 아무도 모르게 생각해 낸다. 페르세포네는 서랍에 들어있는 잠의 가루를 들고 마스크 맥도날드의 재산과 부동산을 몽땅 가져왔다는 사실을 하데스가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모든 작업이 끝난 뒤였다.

 

 

3.

 

“아니, 그러니까 제가 이 돈들을 받을 수 없다고요?”

“네. 저희도 몰랐는데 여기 저승 법에 387조를 읽어 보시면 사후의 재산을 저승의 돈으로 변환할 때 이 재산은 모두 저승에 환수된다고 쓰여 있습니다.”

“아니, 이러면 처음에 했던 약속이랑 다르지 않소. 하데스 씨 그렇게 가만히 있지만 마시고 대답 좀 해보세요. 나에게 돈 1원도 나오지 않는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이 어딨소.”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마스크 맥도날드 씨 저희 타나토스는 장례 업계 부동의 1위로 모든 망자의 소원을 들어주지만 그걸 꼭 실행할 필요는 없다고 여기 분명 쓰여 있는데요.”

 

서류 아주 밑에 그것도 아주아주 아주 조그맣게 쓰여 있는 글을 보며 마스크 맥도날드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하데스를 쳐다봤지만, 그는 곤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하데스 역시 옆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마스크 맥도날드의 말에 조목조목 따져 드는 그녀의 경이로운 지식과 실행력에 감탄마저 나왔다.

 

“이런 빌어먹을 퉤! 업계 1위는 무슨. 너희들 고소하고 말 거야!!!”

 

페르세포네에게 달려드는 걸 하데스가 막아섰고 페르세포네는 재빨리 비상 버튼을 눌렀다. 경비원에게 끌려가는 마스크 맥도날드를 보며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힐끔 쳐다봤다.

 

“뭐야, 할 말 있으면 해.”

“언제 나 몰래 그런 계획을 세운 거예요? 처음부터 그의 재산을 목적으로 한 건가 싶어서요.”

“비밀면담 신청을 받은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나는 다만 네 이야기를 듣고 그걸 어떻게 잘 활용해야 우리에게 가장 좋은 방법인지 생각하고 행동했을 뿐이야.”

“그래도 너무 했어요.”

“사장이 이렇게 맥 빠지게 순하니 직원이 악독해야지.”

“제가 나쁜 역할을 당신에게 시킨 거군요.”

“꼭 그런 건 아니야. 그저 내가 지독하게 물질만능주의에 현실주의자일 뿐이야. 여기 근무하는 동안은 네 낭만에 토 달 생각 없어.”

“역시 당신은 상냥하다니까요.”

“우웩. 너 그 소름 돋는 말 그만 해. 이것 봐 내 팔에 닭살 돋았잖아.”

 

페르세포네는 마스크 맥도날드의 장례가 끝나기 전 그로 변신하고 꿈의 가루를 이용해 그의 가족들 앞에 나타나 재산과 부동산을 몽땅 챙겼다. 몇 주간의 노력 끝에, 마스크 맥도날드의 재산은 모두 저승의 돈으로 변환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마스크 맥도날드나 그의 가족이나 지인이 죽은 뒤에도 알려지지 않았다. 마스크 맥도날드는 생전에도 악독하고 돈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였기에 그의 가족들은 그가 이 같은 짓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라며 치를 떨고 먼 곳으로 떠난다.

대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이 비밀을 유지하고 마스크 맥도날드의 재산이 저승의 돈으로 변환되었음을 알리지 않게 된다. 물론 이 비밀은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의 회사 타나토스에 있을 때까지만 유지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다음 행보는(책으로 타나토스 업계의 비밀을 발행함으로) 우리 모두 타나토스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지만, 하데스는 오히려 그녀의 이 같은 행동에 화를 내기보단 유쾌하게 받아들인다.

 

 

 

 

 

 

 


전 분명 멋진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또 병맛을 썼다며…. 크흡!

그래도 열심히 쓰고 있답니다.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아서 매일 글을 올리지 못하겠지만, 성실하게 쓴 단편들이라도 올릴 수 있으니 이걸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제는 왜 그렇게 속에 불을 삼킨 것처럼 속이 뜨겁던지. 한의원 갔더니 스트레스랑 기가 막혀서 그런 거라는데. 나름대로 고민도 스트레스도 안 받고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던지라 더 충격입니다.

그리고 저 처음 알았는데, 기가 막혀가 원래 그 기가 막힌다는 것에서 파생됐다네요. ㅋㅋㅋ 재밌는 사실을 알았답니다. 헤헤.

아, 근데 이것도 2차 창작으로 달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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