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약

와이트 섬리딩 증후군

우리 처음 만난 장소에서 너와 다시 만나기를 기다려.

Dream by 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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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소재봇

작업할 때 들었던 곡 (같이 들으시면 좋음):


흰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이런 날이면 네가 유독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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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뱉은 숨이 하얀 김이 되어 공중에 흩어진다. 차가운 공기에 얼어붙은 손가락을 감싸 쥐며 발걸음을 달리 했다. 날아갈 수 있음에도 굳이 하늘을 포기한 이유는 너무 서둘러 갔을 때 차마 네가 따라오지 못할까봐서였다. 너는 그렇게 항상 하늘을 우러러보곤 했으니, 이번에도 고개를 든 채 느긋이 세상을 둘러보다 걸어올 터였다. 그러니 나 역시 너의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다가가야 했다.

이제는 폐가가 되어버린 과거의 추악한 욕망에 다다랐다. 너와 처음 만난 장소, 이기적인 욕심이 오갔던 곳, 더러운 펫숍. 그러나 너를 만나게 해준 장소라는 점에서 마냥 끔찍하지도 않게 되었다. 익숙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먼지 쌓인 마루를 밟았다. 벽이 찬 바람을 막아주고 있음에도 빈 자리가 되어 버린 제 곁에 괜히 마음이 시렸다. 너를 만난 것도 이리 추운 겨울이었다.

그렇게 너를 잃을 것이었다면 애초부터 엮이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를 배신한 네가 원망스럽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에도 나는 네가 도무지 밉지를 않았으니 우리의 만남이 마냥 틀린 것은 아니라고, 그리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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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사랑은 바다와 같아서. 모든 사람을 품을 수 있었으며, 때로는 목 끝까지 차오르는 줄도 모르게끔 무섭도록 밀려왔다. 그래서 나는 너의 바다에서 익사할 수 밖에 없었다. 너는 바보같이 여려서 물에 잠긴 나를 두고 차마 더욱 큰 쓰나미를 만들어낼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게 나의 착각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건 한참 후였지만. 어리석은 너는 스스로를 해치며 내게서 모든 물을 앗아갔다. 그 날이 되어서야 나는 처음으로 네게 원망이란 감정을 품었었다.

“야기.”

과거형인 이유는, 그래. 나는 너를 오래 미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면서도 나는 자꾸만 너에게서 과거를 꺼내고, 미래를 그린다. 반복해서 너의 이름을 부른다. 이렇게 외치면 네가 다시 내 곁으로 와줄 것처럼.

야기, 하나에 너의 웃음을 떠올린다.

야기, 둘에 너와 보낸 시간을 떠올린다.

야기, 셋에 네가 흘린 눈물에 섞여보낸 진심을 떠올린다.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나는 이 자리에 서있다.


사사,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해?

고개만 끄덕이지 말구! … 그 날 나는 너에게 구원 받은 거야. 내가 이렇게 히어로가 되어 사람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다, 네 덕이야.

… 그러치 아나.

내게 새 삶을 주어서 고마워. 나는 앞으로 사람들을 지키는 히어로가 될 거야!

기다릴게, 사사.

천천히 갈게,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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