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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베_칼날집_모래시계 & 엘빈의 시간여행》

엘빈진 썰

#봄베_칼날집_모래시계

 왠만하면 시간은 잘 찾지 않으려하지만 어쩌다가 베리타엘이 필요할 때가 있겠지. 

 어느날 중간계에서 매우 거대한 화재가 일어남. 규모는 거의 지역 수준. 여러 능력자들이 나섰고 결국 이 소식이 천계까지 전해졌음. 천사장들에게 도움을 청하려하는데 사실 천사장들이 제일 바쁨. 그래서 할일 없는(...) 가브리엘, 우리엘이 감. ㅋㅋ

 우리엘이 공기를 차단해서 화재가 번지지 않게 만들었고 비를 불러옴. 가브리엘은 화재로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고. 그런데 이제 부서진 집, 도로, 물건들은 이들만으로는 되돌리기 어려웠음. 이카엘을 불러오긴 했는데 이카엘은 원천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물론 일반 천사들보단 훨씬 오래 버텼지만) 한계를 드러냈음. 그래서 결국… 베리타엘을 불러옴.

 진은 마침 에카미아의 집에서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었고 진이 도착하자 상황은 너무나도 쉽게 끝났음. 시간과 꿈을 모두 사용하니 순식간에 모든 것이 이전으로 돌아갔음. 역시 최강의 대천사… 

 다들 감탄하는 사이 진은 빠르게 돌아가려하는데 가브리엘이 진에게 다가왔음. 오늘은 네가 다행히 가까이 있었지만 언제 또 이런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다시 천계로 돌아올 생각은 없는거냐 물어봄. 진은 미안하다. 아직은 돌아갈 생각이 없다 대답하고 이카엘은 아쉬워함. 진은 이정도 규모의 일이 뭐 매일 생기는 것도 아닌데다 이러라고 보좌천사가 있는거 아니냐며 필요할때 부르라고 함. 그런데 이제 가브리엘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하고. 진은 좀 고민해보겠다며 다시 에카미아로 돌아갔음. 진이 에카미아를 비워도 보안에는 전혀 문제가 없음. 근데 이제 정신을 잃거나 하면 검은 밤이 오는거.

 진이 돌아오니 엘빈이 맞이해줌. 자네가 일을 하는걸 보다니. 하니까 진은 놀리는거야? 하고 받아침. 엘빈은 수고했다며 부둥부둥 해주고 진은 어리광 피우면서 둘이 같이 소파(침대처럼 좀 넒음.)에 기대앉았음. 진은 일은 이제부터 해야해. 엘빈- 나 좀 도와줘. 자네가 도움을 요청하다니 별 일이군. 무슨 일이지? 너도 알다시피… 난 원래 꿈과 시간의 일을 했단 말이야. 그런데 이제 인간계에는 마법이나 심판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아져서 나는 일을 하지 않고 있는거고. 천사들의 일을 말하는거군. 그래. 아무튼… 그래서 내가 여기에 이렇게 있을 수 있는건데 대천사들이 간만에 나를 찾더라고. 그래서 다녀온건가? 맞아. 가서 복구하는걸 해줬는데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런 일이 또 일어나면 안되니까… 뭔가 방법이 없을까. 진이 묻자 엘빈은 자신의 앞에 누운 진의 머리카락을 가만 쓰다듬다가 앞머리를 걷었음. 아 좋아. 사랑해. 진이 당황하는 사이 엘빈은 진을 가만 보다가 선명한 보라색 눈을 가만 들여다봤음. 그러고 보니 자네 세계에서는 눈에 속성이 담겨있다고 했지. 자네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럼 눈을 통채로 뽑아서 옮기면 힘도 같이 옮겨가는건가? 엘빈의 말은 잔혹했지만 날카로운 질문이었음. 진은 좀 의외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역시 현명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했음. 놀라운 추리이지만 그건 아니야. 이 세계에서 눈이라는 것은 연료를 담는 부품이라고 할까? 쉽게 말하면 봄베 같은거야. 가스와 입체기동장치가 있어도 봄베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거지. 눈을 다치면 가스가 새는거고. 아, 그렇군. 이해했어. 진의 설명에 엘빈은 고개를 끄덕였음. 진은 으음..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는 사이 다시 엘빈이 입을 열었음. 그러면 여분 봄베 같은건 없는건가? 가스가 소진되면 보충하듯이. 엘빈의 말에 진은 가만 생각을 해봤음. 그렇네. 미리 힘을 담아두면 되는거잖아? 역시 엘빈! 최고야. 하면서 막 볼에 뽀뽀해주고 와락 끌어안아줌.





#엘빈의_시간여행

 이걸 보고 싶어서 저 긴 도입을 썼다. 

 진은 최근에 힘을 많이 써서 집에서 며칠째 자는 중. 이따금씩 깨어나서 엘빈이랑 놀다가 다시 잠. 엘빈은 서재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음. 그런데 진의 서재 책상 위에 뭔가 못보던게 있네. 뭐지 하고 가까이 다가갔더니 왠 은색 프레임으로 되어있는 화려한 보라색 모래시계. 호기심 많은 엘빈은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건드리진 않았음. 자기 물건이 아니니까. 그런데 빤히 들여다보면 볼 수록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음. 뭘까… 몽롱한… 나른한… 엘빈은 휘청이더니 서재의 소파로 쓰러졌음.

 엘빈은 정신을 잃고 있다가 뜨거운 공기가 느껴져서 눈을 떴음. 왠… 말 그대로 지옥 같은 풍경.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일단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봐야하니 걷기 시작했음. 멀찍이서 기척이 느껴졌음. 뭐지. 엘빈은 썩 좋지 않은 기분이 들어서 일단 조심스럽게 다가갔는데 새장에 누군가가 갇혀있었음. 허리까지 길게 흘러내린 갈색 장발 머리. 옷은 다 찢어지고 여기저기 핏자국이 가득한… 엉망인 상태. 일단은 더 가까이 가지 않고 멀찍이서 지켜보기로 했음.

 그런데 누군가가 그 새장으로 다가갔음. 금발 머리에 붉은 뿔과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멀리여서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키도 크고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음. 그 남자는 새장 안으로 손을 뻗더니 거칠게 잡아당겼음. 멀찍이서 보니 목줄 같은 쇠사슬. 새장 안의 누군가는 괴로운지 꿈틀거렸고 남자의 손목을 붙잡더니 뿌득, 소리가 날 정도로 꺾어버렸음. 부러진건지. 남자는 미친듯 웃더니 손을 털었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뒤틀렸던 손목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 상태로 돌아갔음. 그리곤 다시 손을 뻗어 갈색 머리카락을 거칠게 움켜쥐어 제게 얼굴을 가까이 하게 했음. “이제 슬슬 본모습으로 돌아오는게 어때, 베리타엘.” 그 말을 들은 엘빈은 멈춰설 수 밖에 없었음. 베리타엘. 진의 본명이었음. 저도 모르게 엘빈은 “...진…!” 하고 작게 불렀는데 새장 안에 누군가는 고개를 번쩍 들어 뒤를 돌아봤음. 보라색의 선명한 눈동자. 저건 분명 진이었음. 그 모습을 본 금발의 남자는 뭐야. 하며 순식간에 엘빈의 바로 코 앞으로 왔음. 엘빈은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몸이 굳었고 남자는 아무것도 없잖아. 라며 다시 순식간에 진에게로 돌아갔음. 남자는 엘빈을 못 보는 것 같았음. 그래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긴 했는지 진이 갇혀있는 철창을 두어번 툭툭, 치더니 그럼, 나 또 올게. 다음에 올 때는 그 잘난 모습을 좀 보여주길. 하며 연기처럼 흩어졌음. 

 주변이 고요해지자 진은 그제야 다시 고개를 돌렸음. …당신은 누구지? 어떻게 그 이름을 알고있는거야. 그리고 루시퍼는 왜 당신을 못 본것 같지? 진의 질문은 날카로웠음. 아까 그 남자가 루시퍼인가. 마왕. 엘빈은 천천히 진에게로 다가갔음. 갈색의 머리카락 사이로 진의 눈동자가 보였음. 루시퍼처럼 역안은 아니었지만 보라색의 눈동자가 충분히 섬뜩했음. 엘빈이 다가가자 진은 약간 경계를 하는 것처럼 몸을 엘빈쪽으로 돌렸는데 목에는 쇠사슬이 달린 가시덤불이, 손목과 발목 역시 가시덤불이 칭칭 감겨있었음. “...진.” 엘빈이 부르자 진이 움찔하며 반응했음. “...내 말에 대답해줬으면 좋겠는데. 당신은 누구고 왜 여기에 있는건지.” 서늘하고 가라앉아있는 목소리였지만 위압적이진 않았음. 정말, 진이었음. “...나는 엘빈 스미스라고 한다. 진 당신하고는…” 진은 기다리라는 듯 손을 들어 엘빈의 말을 멈췄음. 그리곤 한숨을 한 번 쉬더니 고개를 한쪽으로 슬쩍 기울였고, 잠시 멈춰있다가 휘청이더니 새장에 고개를 기대면서 다시 고개를 까딱였음. “남들이 들으면 안될 이야기를 할 것 같아서. 계속 해주겠어?” 진의 요청에 엘빈은 더 가까이 오며 고개를 끄덕였음. 가까이 다가간 진의 상태는 엉망이었음. 가시덤불이 감겨진 목, 손목, 발목은 핏자국과 상처, 멍자국으로 엉망이었고 금속으로 된 가시덤불이었는지 피비린내와 함께 비릿한 쇠냄새가 돌았음. 조금씩 드러나있는 몸 역시 성한 곳이 없었음. 새장 안쪽 역시 마찬가지로 가시덤불 같은 것이 가득했고. “...우리는,” 엘빈이 말을 이으려하자 순간 진의 눈이 커지면서 이채가 돌았음. “계약한 사이구나.” 진의 말에 엘빈은 흠칫하며 반응했음. 여기 있는 진은 그동안 엘빈이 봐왔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음. 차분하고 진중하고. 장난기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음. 하지만 익숙한 느낌이 들었고 이런 진의 모습을 보는 것이 마음이 아팠을지도 모르겠음. 진은 그 몸으로 철창 가까이 다가왔음. 엘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 하나 관찰하듯. “당신한테 생명이 느껴져. 당신은… 인간이군. 거기다 꿈도, 시간도. 인간이 어떻게? 하, 재미있는데.” 진은 혼자 중얼거리며 엘빈을 빤히 응시했음. 엘빈은 그런 진의 모습이 낯설었음. 그때 진이 엘빈의 오른팔을 발견했음. 흥미롭다는 듯 잠시 응시하더니 “서있지말고 앉는게 어때. 난 앉아있는데 공평하지 못하잖아. 나를 좀 더 배려해줬으면 좋겠네.” 진의 말에 엘빈이 천천히 바닥에 앉았음. “당신. 엘빈 스미스라고 했지. 편하게 부르겠어. 엘빈.” 진의 말에 엘빈은 고개를 끄덕였음. 저 꼴을 하고도 당당하게 구는 것이 진 답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정말 낯설다는 느낌. “엘빈, 아까 내 질문에 대답을 다 하지 않았잖아.” 진의 말에 엘빈이 말을 이었음. “그래. 진, 자네 말대로 우리는 계약을 한 사이지. 그것도…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계약을.” 엘빈의 말에 진은 동요했음. 그동안 진은 계약이라는 것을 전혀 해본 적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우리는 에카미아라는 곳에 살고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일상을 함께하며 모든 순간을 공유하고 있지. 나는 그곳에서 잠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이곳이더군.” 엘빈이 말을 하는 동안 진은 조용히 듣고만 있다가 입을 열었음. “지금 당신한테는 매우 강한 시간이 느껴져. 보아하니 시간여행이라도 하는 모양이야.” 진의 말에 엘빈은 의아했지만 모래시계가 생각나서 “그럴지도 모르겠군.” 대답했음. 

 엘빈을 가만 지켜보던 진은 다시 입을 열었음. “괜찮다면 조금 더 가까이 와주겠어? 뭔가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서 말이야.” 진의 말에 의아했지만 이내 엘빈이 수긍하고 철창 가까이 다가갔음. 전혀 겁을 먹지도 경계하지도 않았음. 진은 엘빈이 가까이 오자 보라색의 눈을 번뜩였고 묶인 손을 철창 밖으로 뻗어 엘빈의 손을 잡았음. 순간 공간이 일그러지는 느낌과 함께 엘빈은 속이 뒤틀렸지만 금방 다시 괜찮아졌음. 진은 다시 손을 놓았고 강렬했던 시선을 거뒀음. “당신… 장난 아니구나.” 진의 말에 엘빈은 의아했음. 진이 한 것은 시간동기화에서 파생된 마법인데 상대의 시간에 접촉하는 마법임. 이것으로 진은 미래의 자신의 감정과 일부 동기화하여 엘빈과는 모든 이야기를 다 해도 된다는 것을 확인했고 모든 경계를 풀었음. 

 진이 입을 열었음. “그러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인가?” “그렇다고 생각이 드는데.” “미래의 내가 그러던가.” “자네가 과거의 진이라면, 맞아.” 엘빈의 말이 끝나자 진은 묘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음.

 “그럼, 엘빈. 당신이 보기에 지금 나는 어때보여.” “...보고 있기 힘들군.” “그런가. …그럼 나를 좀 위로해줄래?” 진의 말에 엘빈이 의아해하자 철창에 기댄 진이 고개를 기울였음. 엘빈은 그런 그를 지켜보다 왼손을 뻗어 살짝 끌어안았음. 커다란 엘빈의 손이 진의 어깨를 감쌌고 목의 가시덤불이 엘빈의 팔을 파고들었지만 엘빈은 아랑곳하지 않았음. “내가 당신을 안아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이것도 충분히 마음에들어.” 엘빈은 진의 반응이 놀라웠음. 과거의 진이라면 자신을 전혀 모를테고 자신과 있었던 일조차 아무것도 알 수 없었을텐데. 진이라는 존재는. 시간이라는 존재는.

둘은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음. 하지만 진은 이미 엘빈과 수많은 시간을 함께한 듯 그동안 봐왔던 눈빛으로 엘빈을 보고 있었고 반응 또한 예전과 같았음. 둘의 시간이 합쳐졌다는 것은 이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음. 언제 어떤 시대를 살던, 어떤 상황이던 둘의 시간은 언제나 같았음. 그것이 시간동기화. 엘빈은 시간 동기화에 대한 것을 다시 생각해봤음. 이런 것이라면 정말, 자신의 영원을 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진을 끌어안고 있으면서 팔에는 이런저런 생채기가 많이 생겼음. 하지만 그건 금방 사라졌음. 마치 진처럼. 엘빈은 실제로 경험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제법 놀라웠음. 진은 다른 의미로 놀라고 있었음. 평생 혼자 외롭고 외롭고 외롭게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자신이 계약을 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인간이랑. 진은 엘빈이 마음에 들었음. “솔직히 여기에서 어떻게 버텨야하나 고민이 좀 있었는데. 당신 덕분에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보장된 미래의 행복이라. 엘빈 스미스. 금방 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진이 나즈막히 읊조렸음. 엘빈은 잠시 침묵하다가 “자네가 내게 영원을 선물해줬으니. 영원토록 기다리지.” 엘빈의 말에 진이 슬 웃었음. 사랑스러운 얼굴이었음. 그 순간, 엘빈의 눈 앞이 핑- 돌면서 휘청였음. 

 엘빈이 눈을 감았다가 뜨니 서재였음. 아, 꿈이었나. 엘빈은 머리가 아팠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진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음. “...진?” 엘빈이 부르니 진이 아까처럼 슬 웃으며 엘빈의 머리를 쓰다듬었음. “나 왔어. 오래 기다렸지?” “영원치고는 짧았어.” 엘빈의 대답에 진이 엘빈에게 폭 안겼음.

#뒷이야기

두 이야기가 완전 따로 노는 것 같지만… 이어지는 내용이었음. 2에서 나오는 모래시계가 바로 진의 시간과 꿈을 담은 봄베였던거. 진은 이 모래시계를 만들어서 꿈과 시간을 엄청 농축시켜서 담았음. 그래서 여기엔 엄청난 힘이 담겨있는데다가 엘빈까지 잠들게 했던 것. 또 진과 엘빈의 시간은 항상 동기화 되는 중이라서 엘빈이 깨어난 순간 둘의 시간이 한 번 더 동기화. 그래서 진이 그 옛날 지었던 표정으로 막 깨어난 엘빈을 대했던거고. 마지막 둘의 대화 역시… 두 사람 모두 순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아까 그 대화에서 이어지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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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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