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aNDaL
ⓒ프로주접러
ⓒ실락원 * 얇은 커튼 직물에 거른 고운 햇살이 창가로 비쳐들고 찻잔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증기가 뽀얗게 공기 중으로 녹아드는 조용한 오후였다. 엘빈과 진은 거실 소파에 배를 깔고 엎드려 나른 한 휴식을 말없이 즐기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엘빈은 정자세로 책을 읽으며 팔걸이에 팔을 걸 치고 앉았을 뿐이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함께 꽤 좋은 시간
ⓒ이온 분수를 모르는 것이 죄라면 지금껏 인간이 제게 지은 죄는 얼마나 무거운 형벌을 달 수 있을까. 오만한 인간들은 꼭 손에 넣지 못할 것을 탐낸다. 일평생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도, 섣불리 닿을 수도 없는 것 들을 억척스럽게 양 손에 움켜쥐지 못해 안달인 종족들. 그 과정에서 그것이 어떤 형태로 찌그러지든, 구제불능인 상태가 되든 그저 가졌
ⓒ파퍼 “나쁘지 않군. 안 그래?” 미케가 말을 건네자 리바이는 조용히 진의 모습을 훑었다.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 정도라면 밖에서 뭘 하는 건 무리다. 빨리 익혔으니 이 정도도 나쁘지 않겠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말이 쏟아졌다. 리바이가 칼을 뽑았다. 진은 그 모습을 보다 검신을 한 바퀴 돌렸다. 어쩔 수 없지. 잠깐 놀아주는 것도 나
ⓒ보미 아주 예상치 못한 사건은 아니었다. 테네만이라는 작자에 관한 소문은 그간 익히 들어온 바였다. 그런 자가 진을 찾는다며 외출 허가 요청이 올라왔을 때 쉬이 도장을 찍어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아니, 어쩌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능력은 탁월했다. 하나의 병사를 키워내기까지 많게는 몇 년까지 걸리는 훈련 기간을 훌쩍 뛰어
ⓒStella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확실한 내 실수였다. 어떤 실수는 낭만을 만나게 하고, 어떤 만남은 미지와의 조우를 일으킨다고들 한다. 그래, 이게 나 혼자만의 문제였다면, 당황하는 일은 없었겠지. 허나, 이건 분명한 내 실수였고, 이미 수습하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와버린 것이다. ‘그래서, 여긴 도대체 어디인거지?’ 엘빈의 목소리가 들리
ⓒ 혼
ⓒ 반장 우아한 악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옷이 스치는 소리, 그리고 대화를 하는 소리가 그득한 이곳은 바로 에카미아에서 열린다는 무도회였다. 다른 지역도 아닌 수도 에글렛에서 열린 무도회였기에 그 크기는 어마무시하게 컸으며 높은 가문의 자제들 또한 그득했다. 높은 가문의 자제들은 각자 가문의 부유함과 명예를 과시하기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