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게이트3

[게일타브] 어느 신의 고해

if 게일이 사랑보다 야망을 택했다면

연성창고 by 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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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데 너의 사랑은 언제나 완벽했다.

너는 너의 사랑이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아니다. 분에 차고 넘칠정도로 만족스러워서, 그에 보답하고 싶었다. 너의 사랑에 아깝지 않은 완벽한 나를 주고 싶었다. 너에게 왕관을 씌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너는 그것을 거부하고 지상에 발 붙이고 걸어다니기를 선택했다. 테이를 시작으로 페이룬 전역에 나의 신전이 세워져 나에 대한 찬양과 기도 소리가 울려퍼질 때, 너는 묵묵히 너의 할일을 했었다. 때로는 돕고, 때로는 도움을 받으며, 노래하고 이야기했다. 어쩔때는 남쪽으로, 어쩔때는 동쪽으로 끝없이 발걸음을 옮기며 이야기를 채록했다. 너는 오그마와 밀릴, 데니르 그리고 가끔 리이라에게 감사와 기도를 올리며 네 노트를 채워나갔다. 한때 발더스게이트의 영웅으로 잠깐 유명했던 너는 말년에는 대음유시인이라 칭송 받으며 후세에 그 이름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네가 말년을 맞이했던 실버리문에는 너를 기념하는 동상이 세워지고, 캔들킵에서는 네가 채록에 썼던 노트들을 귀한 장서들로 엄중히 보관중이다.

그래, 너는 끝까지 나에게 기도를 올리지 않았다. 기도는 커녕 내 이름조차 부르지 않았다. 내가 왕관을 손에 쥐고 신으로 승천한 그 이후로부터 단 한번도. 섭섭하기라도 했냐고? 맞아. 섭섭했어. 신이 됐는데 고작 그런걸 가지고 섭섭하다고 하면 너는 어떻게 반응할까. 이제는 상상조차 바래져서 모르겠어.

셀렌, 내 사랑. 그거 알아? 신격이 높아지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 예를 들면 평행우주, 그러니까 내가 A라는 선택을 하지 않고 B라는 선택을 했을 때의 우주를 엿볼수 있게 돼. 그래, 맞아. 나는 내가 신이 되지 않은 세계를 엿보았어.

그곳의 너와 나는 워터딥에 자리잡고 새로운 삶을 꾸렸어. 서로의 키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키스로 하루를 마무리 하는 삶이었지. 때로는 테라스에서 경치를 바라보며 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들기도, 때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삶을 엿보았어. 그 삶의 너는 더 없이도 행복해보였어. 물론 내가 있는 세계의 네가 불행해 보였다는 건 아니야. 너는 주어진 것들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감동을 발견하고 살아갈줄 아는 사람인걸. 너는 불운을 탓할지언정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나는 아주 잘 알아.

……솔직하게 고백할게. 신이 되지 않은 그가 부러웠어. 짧디 짧은 필멸의 삶속에서 너의 목소리를 듣고, 너의 키스를 받을 수 있는 그의 삶이 지독히도 부러웠어. 나는 네 목소리가 더는 기억나지 않는데, 그는 언제나 너에게 이름이 불리고 있어. 그게 참을 수 없이 부러웠어.

내 사랑. 이제는 내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내 사랑. 하나만 물어도 될까? 너는 그곳에서도 나를 기억해? 너의 사랑을 놓친 어리석은 게일을 기억해? 부디 그렇다고 해줬으면 좋겠어. 빛바랜 나의 상상력으로는 그 대답 외에는 더는 상상할 수가 없으니까.


짧막한 해설을 좀 곁들이자면, 가내타브-셀렌은 어린시절 맺은 워락 계약때문에 사후 그녀의 영혼은 포가튼 렐름 세계의 저승이 아닌 파 렐름행입니다. 야망신도 어찌할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것. 덧붙여서 이 글의 게일은 셀렌이 그렇게 뜯어 말렸는데도 왕관해버린 if의 세계입니다. 캐붕 아니냐고요? 하지만 맛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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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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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한 바다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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