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즈태량

달리 말하자면 -this winter, in other words-

아이네 유즈리하 x 태량 (200일 로그)

Fly Me to the Moon :: Olivia Ong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언제였을까. 문득 책에서 그런 구절을 본 기억이 떠올랐어. 책 표지만 봐도 지루해하는 나한테 그런 말이 와 닿았을 리도 없는데, 왜 굳이 지금 그게 떠올랐을까? 남들이 명언이니 뭐니 떠들어봤자 나는 기다리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걸.

그런데 지금은 싫지 않네. 오히려 이 느낌은 설렘에 가깝지 않을까? 마냥 기다리고만 있어도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아서.

하얀 입김이 나오는 겨울날, 나는 길거리에 서서 기다리고 있어.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져 집으로 돌아가도. 정처 없는 기다림이 아닌 걸 아니까,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어.

그리고 네 모습이 보이는 순간, 나를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어준다면. 그 파란색 눈동자에 오롯이 나만 담긴다면.

나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해질 거야.

달리 말하자면, 네 미소가 나를 설레게 해.

* * *

있지, 넌 나에게 여러모로 ‘처음’이란 걸 경험하게 해준 사람이야. 첫 진정한 친구이자 첫 연인. 처음으로 내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내게 알려준, 예쁘고 강인한 사람.

그 못지않게 ‘유일’이란 걸 가르쳐주기도 했다는 걸, 알려나 몰라? 유일한 사랑, 유일하게 오롯이 나만을 담아주는 눈길. 이기적이기만 했던 나에게, 나보다 다른 사람을 아끼는 방법을 가르쳐줬던, 유일무이한 사람.

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만큼 너를 놓고 싶지 않다는 것일까. 난 항상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사람이니까. 지금 저 회색 하늘에서 한 송이 두 송이 내리는 눈꽃만큼 욕심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거든.

하지만 너를 사랑하니까, 너도 내 옆에서 행복했으면 해. 그래서 네가 날 보고 웃어줄 때마다,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내 손을 잡아줄 때마다.

나도 그 손을 꼭 잡아줄 거야.

달리 말하자면, 그 무엇보다 네가 소중해.

* * *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어. 순간, 이 눈이 하얀색이 아니라 네 머리카락을 닮은 레몬색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

멀리 간 것도 아닌데, 바로 뒤돌아 집 안으로 들어가면 볼 수 있을 텐데, 조금 주책이려나 싶다가도 내가 내 애인 보겠다는데 뭐, 뻔뻔하게 생각해버렸지.

세상 무엇을 봐도 네가 떠오르는 걸, 내가 어떡할 수도 없잖아? 절대 싫은 건 아냐. 생각하다 보면 이 세상이 오직 너로 가득 찬 것 같았거든.

물론 네가 최고지, 아무렴. 이 세상에서 감히 너와 비교할만한 것이 있을까. 세상 모든 값진 것을 준대도 네 머리카락 한 올하고도 바꾸지 않을 텐데.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에 눈송이가 차갑게 녹아들어 기분이 좋으니까, 같이 눈을 보고 싶어졌다. 지금 같이 밖으로 끌어내면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이내 따라와 주겠지. 그러니까 어서 보고 싶다.

달리 말하자면, 너를 눈에 담고 싶어.

* * *

가끔 생각해. 그 카페는 정말 여러모로 기적의 카페가 아니었을까. 그 카페에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운명이니 인연이니 뭐니 하는 소리만 나왔어도 비웃었겠지만. 이젠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하게 되더라.

운명이면 어떠랴, 인연이면 어떠랴. 기적은 맞는 것 같으니 반박은 못 하고.

우리가 만난 지 얼마나 됐더라?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건? 사실 숫자란 건 아무래도 좋아. 그저 기분 좋으니까, 우리 데이트 가지 않을래?

오늘도 내게 네 손을, 네 웃음을 주지 않을래?

In other words, I love you.

달리 말하자면, 너를 사랑해.

달리 말하자면, 나, 유즈리하는 태량을 사랑해.


Written 1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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