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르 에고의 규칙

알테르 에고의 규칙 6화

히스클리프

우리 패밀리에게, 당신의 예전 지인이 있거든요. 하지만, 중요한 건 모릅니다.

제가 보고를 받은 것은, 당신이 어렸을 적 쌍둥이 형제와 사별했다는 것 정도.

스노우

…… …오즈의 짓인가…

히스클리프

죄송합니다, 갑자기 무거운 이야기를. 거래를 검토하는 이상, 많은 걸 숨기는 것도 불안해져서요.

스노우

괜찮다, 괜찮아. 이 정도의 성장 과정은, 우리들의 세계에는 흔한 일이라네.

게다가, 그대의 말도 일리가 있어. 젊은이를 그렇게까지 불안하게 할 줄은, 안쓰러운 짓을 해버렸구먼.

…내가 키르슈 페르슈를 원하는 건, 그 정체에도 흥미가 있기 때문이지.

미지의 것에 가슴이 뛰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아니한가?

히스클리프

…… 그러네요.

스노우

그럼, 슬슬 해산하지. 마음이 정해지면 내 성으로 오게나.

…단, 결단은 웬만하면 빠르게 부탁하지. 너무 늦으면, 허브가 시들어버리니 말이야.


카인

보스, 늦네…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스노우

카인? 무슨 일인가, 그런 곳에서.

카인

…여어. 어서오십시오, 보스.

마중 나온 겁니다. 밤인데 당신의 귀가가 늦으니까.

스노우

화이트는…

카인

오늘은 수면제가 잘 듣는 것 같아. 귀여운 얼굴로 자고 있어.

스노우

그런가…

하지만, 다음부터는 마중은 필요 없다네.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가.

카인

포먼트 타운 최고의 공포, 벤티스카 패밀리의 돈 스노우잖아. 잘 알고 있지.

…하지만, 그 날, 알아버렸어. 당신도 우리들과 다르지 않아. 약한 부분이 있는 평범한 인간이라고.

그래서일까, 어째선지 당신을 내버려둘 수 없어서 말이야.

스노우

정말이지. 애송이 주제에, 건방지군…

카인

하하, 그래?

스노우

그래. 경어도, 바로 잊어버리고.

카인

켁, 죄송합…

스노우

상관없네. 그런 자네이기 때문에,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안심하고 화이트를 맡길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네, 카인.

카인

예스, 보스.

당신에게는, 글로리아 자경단을 구해준 은혜가 있습니다.

화이트의 비밀을 공유해주신 그 날부터, 제 각오는 정해져있어요.

스노우

호호호, 믿음직스럽군. 그대는 지옥까지 데리고 갈 것 같구먼.

……

…화이트…

나는, 어떤 수를 쓰더라도, 키르슈 페르슈를 손에 넣을 거다.

그대를 구하기 위해서.


붕배의 의식을 한 다음 날. 샤일록과 아지트에 묵게 된 내가 눈을 뜬 건, 놀랍게도 오후였다.

아키라

죄송합니다, 샤일록! 엄청 늦잠을 자버려서……

샤일록

후후, 괜찮답니다. 저도 방금 전에 일어났으니까요.

받으시죠. 간단한 브런치예요.

샤일록은 웃으면서 품위 있는 접시를 주었다.

그리고, 선반이나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내 옆에 걸터앉았다.

그가 테이블에 늘어세운 건, 김이 나는 와인병과 다양한 형태의 잎사귀, 그리고 작은 나무 열매였다.

아키라

샤일록은 뭘 하고 있었나요?

샤일록

허브 와인을 만드려고 했답니다. 제 취미거든요.

샤일록은 긴 속눈썹을 내리깔면서, 나뭇잎이나 나무 열매, 장미 봉오리를 손끝으로 잘게 찢어 와인병의 입구에 넣었다.

주위에 유랑하는 스파이시하고 화려한 향기에 몸을 맡기고 있자, 왜인지 꿈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버린다.

샤일록

…왜 그러시나요? 아까 전부터, 계속 바라보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만.

아키라

왜인지 그리운 기분이 들어서요. 아는 사람과 만난 것 같은,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내가 머뭇거리면서 말하자, 샤일록은 갑자기 손을 멈췄다. 그도 또한, 무언가를 떠올린 것처럼 중얼거린다.

샤일록

그리운,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 저의 모습을 보고, 말인가요.

아키라

아하하… 기억이 없는 주제에 그립다니, 조금 이상하죠.

샤일록

이상하지 않아요. 저는, 당신의 기분을 알고 있으니까.

아키라

에…?

샤일록

정확히는, 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제가 예전에 상처를 입었다는 이야기는 기억하고 계시나요?

아키라

네. 상처를 입은 전후의 기억이 없다는 이야기였죠?

샤일록

그래요… 아키라와 달리, 제게 사라진 기억은 고작 일부.

하지만, 때로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됩니다.

제 기억은 어디까지가 진짜인가. 이 그리움은, 진짜인가. 자신은, 정말로 샤일록인 건가.

문득 떠올린 것만으로도, 아직도 다리가 떨려버리고.

아키라

하지만… 샤일록에게는, 동료가 있죠. 샤일록을 알고 있는, 이 거리의 사람이나 패밀리가.

샤일록

네. 그들 대부분은, 이전과 변함없이 대해주고 계세요.

…하지만, 보스인 무르는 태도가 변했습니다.

저와 대화하고 있으면, 가끔씩 어딘가 유감스러운 얼굴을 해요.

그렇게 말하는 샤일록의 옆모습은, 인형처럼 아름다웠다.

눈동자는 텅 빈 유리 구슬처럼, 와인 위에서 흔들리는 장미를 비추고 있다.

아키라

유감스럽다니, 어째서…

샤일록

뭐,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오래 교제했기 때문에 눈치챌 수 있을 정도의, 조짐일 뿐이에요.

하지만, 그러네요… 머리가 손상되어 인격이 바뀌어버린 케이스도 있다고 들었으니, 저도 무언가가 바뀌어버린 걸지도.

평소에는 그다지 아무런 기분도 들지 않아요. 저는 저이니, 보스 이외에는 신경쓰는 기색도 없고요.

하지만, 갑자기 어느 순간, 기억의 결함을 떠올립니다. 그건, 결코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에요.

그래서, 당신이 웃는 얼굴로 기억이 없는 자신에 대해 말했을 때는 놀랐어요.

아키라

아하하… 저, 둔감한 걸까요.

샤일록

그게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저와 매우 닮으신 분. 그리고, 전혀 닮지 않은 분.

당신은 신기하고, 어딘가 기분이 좋아요.

샤일록이 나를 보고 웃는다. 그것만으로도, 내 가슴에 있는 유리잔이 가득 차버린다.

잔에서 넘친 것은, 미소가 되어 넘쳐흐른다.

아키라

기분이 좋다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건, 샤일록 덕분이에요.

샤일록

저, 말인가요? 제가, 당신을 도왔으니까?

아키라

네. 게다가, 기억이 없는 저를 받아주시고, 알고 싶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자신의 과거를 몰라도…

당신이 지금의 저에게 흥미를 가져주셨으니, 기억이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었어요.

샤일록

아키라…

아키라

아… 조금 건방졌죠…?

죄송해요. 샤일록과 대화하면, 뭐든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려서…

샤일록

그렇지 않아요. 영광입니다.

우리들은 눈을 마주하고 웃었다. 그때, 문 건너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리케

안녕하세요, 샤일록. 아키라도.

아키라

안녕하세요, 리케. 다시 만났네요.

샤일록

당신이 연속으로 얼굴을 내미는 건 오랜만이네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리케

오늘은 보스에게 받은 특별 지령을 전해드리러 왔어요.

샤일록

무르에게?

리케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와 샤일록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리케

‘키르슈 페르슈를 노리는 자가 있어. 뺏기지 않도록.’

샤일록, 아키라

……

아키라

그건, 역시 벤티스카 패밀리를 말하는 걸까요…?

리케

네, 아마도.

샤일록

방치주의인 무르가, 직접 참견을 하다니…

우리들이 생각한 것보다도, 사태는 심각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샤일록은 얇은 속눈썹을 닫고, 잠시 생각하더니 지시를 척척 내리기 시작했다.

샤일록

우선, 키르슈 페르슈는 이대로 아지트에서 보관합니다. 제가 곁에 붙어서 지키는 걸로 하지요.

아키라는, 죄송하지만 이 사건이 진정될 때까지 어딘가로 피난하고 있어주세요.

리케, 아키라를 당신의 아지트에 맡겨도 될까요?

리케

물론이에요.

아키라

감사합니다, 리케…! 신세 좀 질게요.

샤일록

그럼, 바로 움직입시다. 언제 무엇이 일어날 지 모르니까요.

지시를 내린 샤일록에게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 사람에게 따르고 있으면, 괜찮을 거야. 그런 안심과 함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불안에 갉아먹히고 있었다.

아키라

저기, 샤일록.

샤일록

왜 그러시나요, 아키라.

아키라

제가 할 말이 아닌 것 같지만… 제발, 무리하지 말고, 조심해주세요.

지금까지 나를 지켜준 그의 모습이 떠올라, 무심코 이렇게 말을 걸어버렸다.

샤일록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한다.

샤일록

감사합니다. 당신도, 부디 조심하세요.


아지트를 나온 나와 리케는, 주위를 경계하면서 리케의 아지트로 가기로 했다.

쓸데없는 문제에 휘말리지 않도록, 인적이 드문 뒷골목을 조용히 나아간다.

아키라

…읏!

깜짝 놀랐다… 그냥 새인가…

리케

죄송해요. 이 길은 조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

아키라

아, 아뇨! 저야말로 벌벌 떨어서 죄송해요.

리케는 아까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전혀 동요하지 않아서, 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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