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나의 이야기
나는 도쿄도 코마에시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는 일본인으로 태어날 때부터 한국어와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도록 배웠다. 어머니의 영향인지 한국어를 하면 한국인처럼 보이고 일본어를 하면 일본인처럼 보인다. 이것도 축복인 것 같다. 어머니는 일본의 무역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계시며, 아버지는 상조회사에 다니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집에는 나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너무 외로운 나머지 어머니를 졸라 고양이를 한 마리 입양하기로 했다. 그 고양이의 이름은 '레오'라고 지었다. 레오는 길고양이 출신이었다. 레오는 흔히들 말하는 치즈냥이었지만 검은색 무늬가 있는 것이 매력인 고양이었다. 내가 레오랑 처음 만났을 때, 나도 어렸지만 레오도 새끼였기 때문에 잠이 참 많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 기분에 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어머니의 권유로 피아노를 처음 접했다. 나는 전체적으로 손재주가 좋았는데 그래서인지 피아노를 치는 게 쉬웠다. 물론 그만큼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재미도 있었던 거지만 주변에서 칭찬도 많이 받다 보니 더욱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아마 이때부터 우리 부모님은 내게 피아노를 시킬까 고민하셨던 것 같다. 어렸던 내 눈에도 그게 보일 정도였으니 꽤 심각하게 고민하셨던 것 같다. 이때 부모님이 내린 결정은 피아노를 시키는 것이었다. 사실 이건 내가 좀 크고 나서 안 건데, 배우는 것 자체로는 손해 볼 것도 없고 취미라도 된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았기 때문에 피아노 학원에 보냈다는 거였다. 당시 학원 선생님은 나에게 항상 더 어려운 걸 요구했고 나는 그걸 대체로 잘 해냈다. 그러면 그럴수록 선생님은 더욱 신나셔서 날 열심히 가르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이때부터 피아노랑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나 보다.
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원에 갔다. 모든 피아노 학원이 그렇듯이 방은 좁고 나와 피아노뿐이었지만 그게 너무 좋았다. 온전히 피아노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그리고 이건 나의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게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피아노에 너무 열중해서 밥을 굶거나, 잠을 안 잘 때도 있었다. 학원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계속 연습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콩쿠르에 나가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더 심해졌다. 연습한다고 밥을 거르고, 한 번 더 악보를 봐야 한다고 잠도 아꼈다. 그렇게 콩쿠르에 나가서 상을 타왔다. 몸은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이러한 생활이 계속되면서 난 안경까지 쓰게 되었다. 이런 내 모습이 걱정을 끼쳤는지 부모님은 내 연습 시간을 정해주셨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은 안 된다고, 그 이상 하면 정말 네 몸이 망가진다며 내 생활패턴을 돌리려 노력하셨다. 처음에는 이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몸의 컨디션이 돌아오기 시작하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는 늘 8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초등학생을 보냈다. 그리고 중학교에 입학을 할 무렵 어머니의 장기 출장 건으로 센다이시 미야기현으로 이사를 갔다.
미야기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는 키타가와 제1 중학교였다.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그쪽으로 입학을 했고 중학교 역시 이전처럼 조용히 다니려고 했다. 낯도 많이 가렸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거는 행동은 절대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입학식 날이 된 나는 조금은 어색한 교복을 갖춰 입고 입학식에 서둘러 갔다. 그곳에서 나는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입학식이 끝나고 반 배정을 받은 후에 옆자리 친구에게 말을 건 것이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 친구는 매우 밝은 친구였다. 처음엔 분명 나와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1학년 내내 지내다 보니 꽤 잘 맞기도 하고 착하고 좋은 친구였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내가 1학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건 이 친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중학교 생활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두꺼운 뿔테안경에 별다른 특징도 없는 나는 당연히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게 너무 행복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삶이 너무 좋았다. 얼마 없는 친구들과도 잘 지냈다. 이 당시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때 오이카와랑 이와이즈미를 알게 되었다. 오이카와는 어딘가 가벼워 보여서 조금 거북했던 나는 어느 날 자신에게 고백한 여자아이를 상냥하고 정중하게 거절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 생각을 조금 고쳤다.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았다. 이와이즈미에 대해서는 별생각 없었다. 늘 열정있고 남자한테 인기 많고, 오이카와를 통제하는 사람. 이 정도의 감상 정도? 이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이 두 사람과 같은 반이 되고 친해지게 될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재미있는 친구들이 생긴 중학교 3학년은 금방 지나갔다. 그렇게 나는 무사히 중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에 대한 고민은 길지 않았다. 집에서 가깝고, 친구들도 많이 진학할 거라 했던 아오바조사이를 가기로 마음먹은 나는 잘 못 굴리는 머리를 최대한 굴려서 시험공부를 했다. 그 결과로 나는 턱걸이지만 무사히 진학할 수 있었다. 사실 음악 쪽으로 추천입학이라는 루트도 있었지만 나는 존재감 없이 살고 싶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진학 시험을 봤다. 이 이후로는 전에 봤던 내용이다. 마츠카와를 만나고 변하고... 뭐, 지금은 아주 즐겁게 지내고 있다.
이후로도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거니까 앞으로도 잘 지켜봐 줬으면 하는 마음이야. 지켜봐 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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