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간비행

우주로 가자

나는 꿈을 꾸면 네 손을 잡고 우주를 걷는 꿈을 꿔 나는 커튼을 닫지 않아 나는 별이 하늘을 가득 채우는 밤이 좋아 저 성간 어딘가에 네가 있는 상상을 하곤 해

그러나 눈을 뜨면 나는 항상 새하얗고 딱딱한 천장을 마주하지...

내 책상 구석에는 네가 선물해준 한 줌의 우주가 자리잡고 있어 생명체가 살았을 지도 모른다던 화성의 흙 명왕성의 외로움 성운이 담긴 작은 구슬 갓 태어난 별의 불꽃 초신성의 잔해들 작은 우주가 내 방에 있어

해질녘 모래 위로 흩날리는 스파이스가 아름답다던 어느 행성과 발걸음만 옮기면 언제든 일몰을 볼 수 있다는 소행성의 이야기 행성의 모든 생물과 소통할 수 있는 푸른 부족에 대한 이야기 나는 너의 언어로 세상을 접해 그건 사방이 막힌 단칸방의 작은 창문 너머를 꿈꾸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래, 내 단 한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우주로 가고 싶어... 우주로... 

몸속의 모든 원소도 우주의 일부라고들 했으니 어쩌면 떠나는 게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지도 모르지 그러니 차영아, 내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줘.


엄마에게

엄마, 이 편지를 찾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남겨봐요. 있죠, 제가 죽으면 꼭 화장을 해주세요. 안치소는 딱히 자리를 잡지 않으셔도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마, 장례식이 끝날 때 쯔음에, 제 또래의 여자아이가 올 텐데 만약 그 애가 제 유골함을 달라고 하면, 그 아이에게 그걸 주실 수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어느날 갑자기 제가 사라져도 놀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아마 저는 우주로 갈 것 같아요. 그러길 바래왔거든요. 그러니까 엄마, 만약 제가 사라지더라도 너무 놀라거나 슬퍼하지 말아주세요. 대신에, 제가 보고 싶을 때면 가끔 하늘을 올려다 봐 주세요. 그러면 충분할 것 같아요. 저는 거기 있을 거거든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제 엄마로 있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는 행복했어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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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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