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누이

매화(梅花).

화산의 매화 누이.

ⓒ 막가롱 님


< 프로필 >

본명: 매화(梅花)

도호: 청매(靑梅)

나이: 향년 90세 전후(사망 나이) -> 21세(환생 나이)

신체: 5자 7치 살짝 넘음(약 173cm) -> 5자 4치 살짝 넘음(약 166cm)

생일: 12월 27일(매화 - 고결, 충실, 인내, 맑은 마음)

배분: 청자 배 / 13대 제자

직위: 화산파 장로(100년 전) -> 화산파 태상장로 선조(100년 후)

별호: 매화 누이, 매화 각시(梅花閣氏), 화산봉화(華山鳳花)

MBTI: INFJ

취미: 매화 구경, 산책

주 무기: 쌍검 (좌 수납 - 홍매검 / 우 수납 - 백매검)

특기: 검무, 매화 검법(이십사수매화검법 中 매화분분 / 매화검결 中 매화만리향), 영약 만들기, 자수

못하는 것: 거절, 무공을 가르치는 것

특징: 1. 주당 (청명과 당보 보다 주량이 세다.)

2. 매화색 겉옷을 자주 입는다.

3. 화산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사랑하고, 무엇이든 잘한다.

4. 배 씨 사건 이후로 심한 PTSD를 겪고 있다.

5. 당보와 의남매를 맺었다.

6. 화산의 사람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누이로 여겨지고 있다.

7. 괴력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무척 세다. 그 청명 마저도 순수한 힘으론 매화를 못 이길 정도.

호: 화산, 가족들(화산 식구들을 비롯한 당보와 동생들), 매화, 매화주

불호: 배 씨 일가

성향: 자신은 도인 보다는 무인에 더 가깝다 생각하지만, 실제론 도인에 더 가까운 성향. (청명과 비슷한 듯 결이 다름)

닮은 동물: 롭이어 토끼

현대ver.: 디저트 카페 사장 or 뮤지컬 배우

< 외관 >

- 과거

머리: 짙은 흑발,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결 좋은 생머리, 주로 머리를 높게 올려 묶은 반묶음을 많이 한다. (+도관) / 때에 따라 자주 머리 모양이 바뀌기도 한다. -> 백발,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결 좋은 생머리, 주로 느슨한 반묶음을 하고 있거나 그냥 풀고 있는다.

눈: 매화색 눈동자, 유순한 눈매, 긴 눈꼬리, 얇은 눈썹

피부: 혈색이 도는 흰 피부

체형: 옷을 입으면 말라보이는 체형이지만, 실제로는 잔근육이 많은 체형이다. 게다가 큰 키가 더해져서 그리 여리여리하게 보이진 않는다. 가슴 75C

특이사항: 1.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분위기나 행동 그리고 눈빛 등이 사랑스러워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류의 사람.

2. 몸 전체에 잔 상처 有

3. 아랫배에 큰 흉터 有(90대 한정)

- 현재

머리: 백발,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결 좋은 생머리, 주로 머리를 굵게 땋아 내린다. -> 짙은 흑발,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결 좋은 생머리, 주로 머리를 높게 올려 묶은 반묶음을 많이 한다. (+도관) / 때에 따라 자주 머리 모양이 바뀌기도 한다.

눈: 매화색 눈동자, 유순한 눈매, 긴 눈꼬리, 얇은 눈썹

피부: 혈색이 도는 흰 피부

체형: 여위고 마른 체격의 몸으로 환생했다. 현재 과거처럼은 아니더라도 무공을 쓸 수 있게 열심히 몸을 단련하는 중. 그래서 과거처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마르고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 가슴 65C

특이사항: 1.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분위기나 행동 그리고 눈빛 등이 사랑스러워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류의 사람.

2. 과거에 비해 몸에 잔 상처가 적음.

3. 환생한 직후부터 3년 간, 언제나 멱리나 어두운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


“ 화산의 매화가 지는 것을 보았니. 화산의 매화는 지지 않는단다. 설사 진다 하더라도, 언제까지고 계속 피어나는 것이 바로 화산의 매화지.”

“오직 나를 위한 것. 그렇기에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 또한, 한번 내게 온 것은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고 주지도 못하는 것. 하여, 오랫동안 온전히 간직할 수 있는 것. ……사랑. 그것은 바로 사랑이란다.”

무협소설 화산귀환의 등장인물.

매화검존 청명의 사저이자, 화산파 십삼 대 장로. 청명은 보통 누님이라 부르지만, 외인이 있거나 공적인 자리에선 사저라 부른다.

본편의 진행 시점에서는 100여년 전에 죽은 사람으로, 마교와의 전쟁 직전에 사망했다. 다만, 현 시대에 한 상인의 딸의 몸으로 되살아났다. (청명과 마찬가지로 원래 몸의 주인인 ‘강화련’으로서의 이전까지 살아왔던 기억은 없다.) 환생하여 다시 청명을 만나기 전까지 청명이 청문과 함께 가장 그리워했던 인물 중 하나. 청문이나 청진, 당보와는 달리 청명이 매화의 목소리를 환청으로 들은 적은 없으나, 청명의 독백이나 회상, 혹은 꿈에 종종 등장한다. 환생을 하고 청명을 다시 만나게 된 후엔, 청명의 끈질긴 설득으로 다시 화산으로 돌아간다.

현재 강호에는 화산의 전성기 시절 활동했던 연단가로 알려져있으며, 그 영약을 제조하는 솜씨가 굉장히 뛰어나기로 알려져있다. 보통 어느 영약이든 어느 정도 불순한 기운이 포함되기 마련이지만, 그녀가 만드는 영약들은 어째서인지 아주 약간의 불순한 기운 조차 찾아볼 수가 없어 그 효능이 같은 영약이라 하더라도 배는 뛰어났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그녀가 만드는 영약들을 그녀의 도호에서 따와 ‘청매단’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으며, 다른 문파나 세가에서도 그녀의 영악, 특히 그녀가 만드는 화산의 자소단은 굉장히 유명했다. 그렇다보니 사실, 그녀는 이백 년 전에 연단법으로 고금제일을 논했다던 ‘약선의 후예’가 아니냐며 현재의 강호까지도 그 이름이 날리고 있다. 당대의 별호로는 ‘매화 누이’라 불렸다. 그리고 현재의 강호에서도 다시 활동을 시작하며 다시 그 별호로 불리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100년 전 시절에는 청명 이전에 ‘화산제일검’이라 불리기도 했었다. 당시, ‘화산제일검’이자 천하제일 후기지수였던 그녀의 별호는 ‘화산봉화’였다. 어쩌면 청명보다도 더한 천재였고, 후에는 청명과 당보와 마찬가지로 ‘존’을 별호로 달았을지도 모른다는 평가가 있으나 모종의 이유로 그녀는 자신의 모든 무위를 포기하고, ‘화산봉화’로서 이제까지의 모든 흔적들을 강호에서 지웠다. 그러다 보니 결국, 더 이상 그녀의 이 별호를 아는 이들은 아주 소수를 제외하곤 없게 되었다. 다만, 그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직전, 우연히 들른 한 작은 마을을 산적들로부터 구한 뒤 ‘매화 각시’라는 별호를 얻게 되었다. 이 별호는 당시 그 마을 사람들이 그녀에게 지어준 별호인데, 평소 즐겨 입던 매화색의 붉은 겉옷을 걸친 채 하늘에서 검법을 펼치던 그녀를 보고 꼭 붉은 혼례복을 입은 아름다운 새 신부가 춤을 추는 것 같다 하여 그 마을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붙였다. 하지만, 그 마을은 산골에서도 아주 깊숙하게 있던 아주 작은 마을이었어서 이 별호가 강호에 크게 퍼지진 않았다. (청명을 포함한 오검 일행도 해남행을 가던 중 들르게 된 마을에서 그녀의 별호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덕에, 무인으로서의 매화의 모든 별호들은 오직 소수만이 알 뿐, 강호에서 전부 잊혀졌다.

청명이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 중 한 명이자 어찌보면 청문보다도 더 따랐고 의지했던 사람. 청문과 마찬가지로 청명을 아들마냥 업어키웠으나, 사실 청문보다도 더 먼저 청명을 업어 키웠다. 그랬기 때문에 매화검존 시절의 청명을, 그리고 지금의 청명을 컨트롤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매화검존 시절 청명과 나이차는 대략 10살 정도. 청문과는 2살 차이로 나이 순으로 따진다면 ‘청문 - 매화 - 청진 - 청명’ 이렇게 된다. 고아였던 청명에게 누나 내지는 어머니 그 중간 정도의 느낌이며, 자신도 청명과 마찬가지로 고아였기 때문인지 처음 청명을 보았을 때 반드시 자신이 지켜야만 하는 아이로 인식해 그 이후로 쭉 청명을 돌보았다. 그랬기 때문에 청명이 청문과 함께 차마 대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청문과 더불어 청명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꼈다. 또한, 청문과 함께 너무나 뛰어난 재능 때문에 홀로 모든 것을 짊어지려는 청명을 무척 안타까워했으며, 그렇기에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길을 제시해주고자 노력하였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청명에게 언제나 가족이 되어주려 노력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과 더불어 청문과 함께 주변에서 청명을 욕하면 청명을 감싸서 청명이 굉장히 따랐다. 사실상 청명의 정신적인 성장에 기여한 최고의 인물 중 하나. 청문이 도인으로서 그리고 어른으로서의 정신적 성장을 기여했다면, 매화는 타인에게 애정을 주는 법과 어른으로서의 정신적 성장에 기여했다. 지금의 청명이 제 사람을 아끼는 법이나 누군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그녀의 힘이 컸다. (물론, 그녀의 가르침과 청명 식의 방법이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청명은 종종 하늘을 보면서 매화와의 기억을 떠올리는데, 이 부분에서 청명이 얼마나 매화를 의지하는지 알 수 있다.

청명에 의하면 평소에는 온화하지만 가끔 아무도 못 말릴 만큼 사차원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한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청명의 시점에서 생각된 것이며, 후에 청문은 청명이 아는 것은 실제의 세 배 정도는 축소된 것이라 한다. 일례로 청문은 이대 제자 시절 종남의 제자들이 청명을 조금이라도 욕했다거나 한다면,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종남으로 처들어가 청명을 욕했던 제자들의 숙소를 전부 부순 뒤 “꼭 그 구름을 가슴에만 새길 필요가 있소? 가슴에까지 새길만큼 귀히 여기는 그 구름. 어디 한번 오늘 밤 내내 눈에도 새겨 보시지요.” 하고 뿌듯하게 돌아오는 매화의 뒤처리 하느라 위장약을 달고 살았다 한다.

추가로, 청문과 함께 한 번 열 받기 시작하면 아무도 못 말리는 이 중 하나로 꼽힌다. 어쩔 때는 청문보다 더 할 때도 있다고…. 일례로 청명은 30년 전 화산에서 도망쳤던 현자배 중 하나인 현당과 현법 일행이 화산에 돌아와서 패악질을 부릴 때 스스로 앞에 나서서 대가리를 깨며 "나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너희들이 장문사형과 누님에게 걸렸다면 지금 두 다리로 서있는 것은 물론 그 눈과 혀까지 뽑혔을 거다." 라고 일갈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화산에서 유일하게 자하신공을 익혔다고 공인된 인물은 청문 뿐이지만, 자하신공을 익히지만 않았을 뿐 깨달은 것은 매화 역시 포함이었다. 그러나, 청문과는 달리 비급으로 전수된 것이 아니라 홀로 수련을 거듭하다가 자연스럽게 깨달음을 얻은 것. 다만, 자하신공의 초입에서 멈추고 그 이상의 깨달음을 얻으려 하거나 익히는 등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자하신공을 펼친 적도 없다. 매화가 이러한 기행을 보인 이유는 다름 아닌 청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당대의 화산에서 청명이 화산제일검이라 불리기 전에 화산제일검으로 불렸던 매화는 대사형임에도 사숙들과 장로들을 포함한 윗배분에게 무재가 없다 평가되어 고민하는 청문을 위해 자신의 깨달음을 숨기고 더 이상 익히지 않았다. (다만, 환생 후 청명에 의해서 비급을 전달 받고 오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자하신공을 확실하게 익혀 펼치게 되었다.)

청명이 “뭣도 모르는 것들이 입만 살아가지곤! 감히 분수에도 안 맞는 것들이 누굴 평가하고 자빠져 있어?! 하여튼,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에도 그렇고…!”라고 말한 것을 보면 미모가 그리 빼어나진 않은 편이라 종종 외모에 대한 무시를 당한 듯. 그러나, 종종 “개중에도 눈이 똑바로 달린 것들은 있다고…, 그래도 분수에 안 맞는 것들이 헤벌레하는 꼴은 못 보지!”라고 하는 것과 ‘사랑스러운 분위기’ 또는 ‘부드러운 분위기’등의 매화 특유의 분위기 묘사가 언급되는 것을 보면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분위기 미인이라 불리는 사람이었던 듯 하다.

청명은 청문이 끝까지 결혼을 못하고 죽은 게 첫 째는 외모고 둘 째는 매화에게 끝내 차여서라고 생각하고 있는다. 그러나 후에 진실을 알고는 “아이고, 사형! 어찌 복을 제 발로 걷어 차셨소!!”하며 “이 양반이! 우리 누님 그렇게 고생시켜놓고 뭔 할 말이 그렇게 남았수?! 카악! 들어가쇼!!”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누구보다 화산을 사랑한 사람, 그리고 화산의 사람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던 사람.

100년 전 화산. 한창 화산이 강호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던 때의 눈이 펑펑 내리던 추운 겨울의 어느 날. 당대의 장문인은 화산파 대문 앞에 버려진 한 아이를 줍게 되었다. 그 아이는 매화색 눈동자를 가진 갓 태어난 여아로, 품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진 쪽지 하나를 품고 있었는데 바로 이 아이가 ‘매화’였다.

그때부터 화산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매화는 화산의 모든 것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여기며 사랑했다. 그래서 그녀는 화산의 모든 이들에게 자신이 그들을 사랑하고 있단 것을 언제나 표현하였는데,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그리고 눈빛이나 분위기 하나하나에 그녀가 화산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가 녹아있어 화산의 사람들이면 그 누가 되었든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화산의 장문인을 포함한 장로, 그리고 제자들 역시 모두 자신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그녀를 사랑했으며 아꼈다. 화산의 식구들이 얼마나 그녀를 아꼈는지, 장문인을 비롯한 장로들과 나이가 꽤 있는 사숙조들은 언제나 어린 그녀를 ‘아화’라고 애칭으로 부르며 안고 다녔고, 화산의 춤, 노래, 그림 등의 기예는 물론 무학을 제외한 화산의 전통과 그 외의 모든 것들을 전부 그녀에게 가르쳤다. 물론, 여기에는 그녀가 화산과 관련되었다 하면 그 무엇이든 간에 한번 배우는 순간 바로 소화해 내고 제 것으로 만드는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무학을 가르치지 않았던 이유는 첫 째로, 아직 그녀의 나이가 검을 잡기엔 너무 어렸기 때문이었으며 둘 째로는, 그녀가 여아였기에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상 굳이 무학을 전수할 필요를 느끼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그나마 나이가 가까운 사형제들 역시 문파의 어른들의 예쁨을 독차지하는 매화를 질투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그녀라면 예쁨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자신들 역시 그녀를 매우 아꼈다.

하여, 이것은 그녀가 약관이 지나 성년이 되어서도, 그리고 지천명의 나이를 지나 산수가 된 노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언제나 화산을 사랑했으며, 화산 역시 그녀를 사랑했다. 한 마디로, 그녀가 뿌린 사랑이 그대로 그녀에게 돌아온 것이었다.

“화산의 매화가 어떤 사람이었냐고? 사숙, 사고, 사형들 장난해? 딱 들으면 모르겠어? 도호가 아닌 이름으로 불린 것부터가 그녀가 얼마나 사랑 받았는지를 나타내고 있잖아.” - 청명.

“매화 누이”. 그녀는 “청매(靑梅)”라는 도호를 받았음에도 화산의 사람들 사이에서 본명으로 더 많이 불렸다.

그녀가 도호보다도 본명으로 많이 불린 것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로 그 이유는 그녀의 이름이 바로 ‘매화’였기 때문이었다.

화산의 장문인이 그녀를 처음 발견했던 날. 화산파의 대문 앞에 버려진 갓난아이였던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 산고로 고통스러워 눈 앞이 흐려지던 중에도, 창 밖으로 보이는 화산의 설매(雪梅)가 유독 눈에 확연히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보니, 아이의 눈동자 색이 꼭 매화의 색과 같더군요. 그렇기에 이 아이의 이름을 “매화”라 짓게 되었습니다. 부디, 대화산파의 분들이시여…. 이 불쌍한 아이를 거두어주세요. ]

화산의 사람이라면 누구든 매화를 피워내며, 매화를 좇고, 매화를 가슴에 품는다. 그렇기 때문에 화산의 사람이라면 당연히 매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화산의 사람들에게 아이 매화는 화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쉴 새 없이 사랑을 주었다. 거기에, 그녀의 매화색 눈동자는 봄이면 흐드러지게 화산을 가득 채우는 아름다운 매화까지 떠올리게 하니 어쩌면, 그녀는 자신들이 사랑하는 화산의 매화가 인간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어이없는 착각마저 일으키기에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화산의 사람들은 저절로 자신들이 사랑한 화산의 매화를 아이 “매화”에게서 겹쳐 볼 수밖에 없었기에, 이러한 이유로 “매화는 매화지.”라며 화산이 그녀를 도호 대신 본명으로 더 부르게 되었다.

두 번째 이유로는 바로, 그녀의 지론 덕분이었다. “사랑은 반드시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되돌아 오게 되어있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지론이었는데, 사랑 받길 좋아하던 어린 그녀는 이런 지론에 따라서 무조건 적으로 화산에 사랑을 뿌리고 다녔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그 누가 미움 받길 원할까. 사람이라면 누구든 사랑 받길 원한다. 특히나,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해 준다면, 사람은 그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어 버린다. 매화는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 화산을 사랑했고, 자신 역시 화산에게 사랑 받고 싶어했으며 실제로도 그 덕에 사랑을 많이 받았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게, 화산의 사람들은 매화를 사랑했고 그 매화를 떠올리게 하는 매화에게서 사랑을 되돌려 받았으니, 그들이 되돌려 받은 사랑 만큼 그 사랑이 다시 매화에게로 가며 계속 순환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화산은 자신이 사랑하는 매화를 입에 담는 것을 기꺼워 해 그녀를 더욱 매화로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이유로는 그녀가 갓난아이 때부터 계속 화산에서 자랐기 때문이었다.

화산은 속가의 성향이 강한 문파로, 혼인이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혼인한 화산의 진산 제자들은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모두 화산 근처에 터를 잡고 생활해야 했다. 원래부터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는 화산이 가족의 아이라고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매화의 경우 진산 제자의 아이는 아니었으나, 그들이 사랑하는 매화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였고 장문인이 직접 데리고 온 아이였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있어 매화는 여동생이었으며 딸이기도 했고, 후에 들어온 나이 어린 제자들에겐 그녀가 누나이자 어머니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학(15세)이 지나며 더 이상 매화를 ‘아화’라는 애칭으로 부를 수가 없게 되자(물론, 매화는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에겐 그들의 나이가 지학이 지나더라도 계속 ‘아(兒)’를 붙여 애칭으로 부른다. ex. 아명(청명) / 아보(당보) / 아진(청진) 등.) ‘아화’라는 애칭 대신 ‘누이’로 그녀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었다. 이것이 “매화 누이”라고 그녀가 불리게 된 까닭이자 그녀가 도호 대신 본명으로 많이 불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매화 누이.

화산의 제자보단 화산의 매화로 더 많이 각인 된 매화는 자타공인 화산의 살아있는 상징과도 같았다.

매화가 그렇게 각인 된 이유는 역시 그녀의 화산을 향한 사랑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화산의 망둥이 청명이 따르고 그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해서였다.

청명과는 대략 10살 정도가 차이 나는 매화는 청문과 마찬가지로 그를 업어키웠으며, 처음 청명을 보았을 때부터 그를 사랑했다. 그리고 이 마음은 청명이 다 컸을 뿐만 아니라 노인의 나이가 되어서도, 그리고 1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도 계속 이어져 그를 어릴 때처럼 ‘아명’이라 부르며 예뻐한다.

청명이 매화를 따르는 이유는 청문처럼 자신에게 있어 매화는 어머니 내지는 누나와 같았기 때문도 있고, 유일하게 자신을 감싸며 챙기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서도 있지만, 조금 더 꼬집어서 말해보자면 화산 내에서 매화 만큼 권력(?)이 있는 사람이 또 없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어떤 사고를 친 뒤 청문이 그 사실을 알기 전에 매화에게 먼저 가서 이실직고를 한다면, 후에 청문이 알게 되더라도 매화가 그 화를 막아주어서 회초리를 반만 맞을 수 있게 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기에, 청명은 주로 청문에게 혼날 것 같다거나 사고를 쳤을 때 가장 먼저 매화를 찾으며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그밖에도 매화가 청명을 감싼다는 사실이 화산 내에서는 파다하기도 해서, 청명이 얼마나 사고를 치던 그가 파문을 당하지 않게 해주는 명분 중에 하나가 되어주기도 했다.

청명에게 있어 아버지가 청문이라면, 이런 매화는 자상한 어머니의 표본과 마찬가지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청명은 어렸을 때나 다 커서나 유일하게 매화에겐 마음을 놓고 어리광을 부리기도 했으며, 매화 역시 그런 청명의 어리광을 다 받아주었다.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매화가 첫 강호행을 앞둔 어느 날. 한동안 그녀가 화산을 떠나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린 청명이 그녀가 영영 화산을 떠날까 두려웠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매화가 자신의 곁에 없게 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매화에게 크게 울며불며 떼를 쓴 적이 있었다. 얼마나 고집을 부리며, 떠를 쓰는지 그 청문도 아주 쩔쩔매며 크게 고생을 했다.

하지만, 매화는 그런 청명을 혼내지 않고 오히려 품에 안아 들고선 이렇게 말했다.

“아명아, 이 누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있니?”

그러자, 청명은 매화가 다시 자신을 떨어트릴까 싶어 그녀의 옷자락을 꽉 쥐고선 훌쩍이며 그녀의 이름을 말했다. 그리고, 그런 청명의 대답을 들은 매화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 맞아. 이 누이의 이름은 매화지. 화산의 매화란다. 그런데 그런 누이가 어떻게 화산을 떠날 수 있겠니? 아주 잠깐만. 아주 잠깐만 밖에 다녀오는 거란다. 금방 돌아올게. 며칠 밤만 자고 일어나면 다시 이 누이가 네 곁에 있을 거야.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다시 져버린 매화를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 사랑하는 우리 아명아. 이 누이를 얌전히 기다려 줄 수 있겠니?”

청명은 이런 매화의 말을 들은 그제서야, 겨우 떼를 쓰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매화에게 얌전히 있을 테니, 금방 돌아오라는 말의 대답과 함께 약속까지 받고서야 그녀를 보내주었다. 그렇게, 매화를 강호행에 보낸 청명은 정말로 짧은 기간이었지만 매화가 돌아오기 전까지 수련에 열중하며 사고를 치지도 않고 얌전히 있었다. 물론, 매일 수련이 끝나면 해가 질 때까지 대문 앞에서 청문과 함께 매화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말이었다.

이렇듯 매화는 청명을 굉장히 아꼈다. 그리고 매화는 비단 청명 뿐만이 아니라, 제 아래로 들어온 사제들과 사질들 역시 나이에 상관 없이 친동생처럼 여기며 예뻐했다. 그녀는 언제나 품에 직접 만든 당과를 가지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고, 자신의 사비로 용돈을 주기도 하였으며, 늦게까지 고생하는 동생들을 위해 야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그밖에도, 매화는 갖은 방식으로 제 동생들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나타냈다.

특히나 그녀는 항상 동생들의 이름에 ‘아(兒)’를 붙여 애칭으로 불렀는데, 문제는 나이가 지학(15세)이 지난 동생들에게도 그렇게 부르다 보니, 간혹 불평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그녀도 화산 내에서만 또는 그들끼리만 있을 때 그런 식으로 불렀고, 밖에서나 외인과 대화를 하는 등의 공적이거나 하는 자리에서는 그들을 제대로 부르며 동생들을 챙겨주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동생들이 더 이상 애칭으로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며 부탁을 해온다면 아쉽긴 해도 충분히 들어줄 의사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들이 직접 요청해 오지를 않아 매화는 청문의 만류에도 “하지만, 아이들이 아무런 말도 안 하는 걸요…?”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사실, 여기에는 매화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숨겨져 있었다.

매화는 모르고 있지만, 화산의 제자들 중 거의 모두가 이에 대한 불만을 한 번씩은 가진 적이 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실제로 그 불만을 매화에게 털어놓은 이가 있었다. 바로, 청진과 당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화가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은, 첫째로 그들이 불만을 이야기 하려고 결심을 해도 막상 매화와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며, 둘 째로는 큰 아쉬움이 갑자기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분명, 지학(15세)도 지났으니 이제 그런 애칭을 듣는 것은 남사스러운 일이고, 그렇게 불리지 않아야 마땅한 것인데 이미 예전부터 그녀의 손에 길들여질 대로 길들여진 그들은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의 회로가 “불만 -> 불만과 왠지 모를 아쉬움에 혼란스러움 -> 하지만 남들 앞에서는 그렇게 불리지 않으니 괜찮지 않나?”로 흘러가 결국 제대로 말을 마칠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결심을 한 것에 본전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매화에게 실컷 어리광만 부리며 예쁨을 받다가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탓에 매화는 끝까지 이 사실을 모르게 된 것이었다.

여담으로 한 가지만 말해보자면, 당보는 아예 그녀의 무릎에 누워 손에는 당과를 쥐고서 머리도 쓰다듬어 달라며 실컷 어리광을 부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청명은 ‘청진이 새끼랑 똑같네….’하며,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면서 켕- 하고 웃었다.

이런 매화는 날이 가면 갈 수록 동생들에 대한 사랑이 더 강해졌는데, 문제는 그녀에게 은근 사차원적인 면모가 있단 것이었다. 그녀는 참회동에 갇혀 벌을 받는 동생들이 안쓰럽다며, 몰래 그곳에 비동을 만들어 술이랑 돈을 넣어놓는다거나 아니면, 키 크고 건강해 져야 한다며 밥이나 간식에 매화단을 갈아 넣어 먹이는 등의 기행을 벌였다. 사실, 전자의 경우 주로 참회동에 갇히는 청명이 안쓰러워 시작한 것이었는데, 정작 당사자인 청명은 청진에 의해 그 존재를 새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100년이 지난 후에서야 알게 되고는 울부짖었다.

매화가 개화한 날. 매화가 진 날.

화산에 청문이 들어오고 난 뒤, 매화도 그를 따라 화산의 청자 배 십삼 대 진산 제자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검을 잡자마자 매화를 피운 청명 만큼은 아니더라도, 매화 역시 검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매화를 피워낼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무학에 대한 재능이 일취월장하여 이미 삼대 제자 시절에 혼자서 이십사수매화검법까지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매화의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은 이십사수매화검법 中 ‘매화분분’이라는 기술과 그보다 상위 검법인 매화검결 中 ‘매화만리향’이라는 기술이었다. 그리고 이 기술 만큼은 청명 역시 그녀의 실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청명은 후에 오검에게 그녀를 “봄 바람에 가득 흩날리는 매화 속에서 있는 게,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며 소개하기도 했다.

매화의 무위는 날이 갈 수록 더 강해졌다. 오죽하면 이대 제자 시절에 이십사수매화검법을 완벽하게 펼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매화검결에 이어 화산의 장문인만이 배울 수 있는 자하신공까지 깨달음을 얻었고, 자신만의 초식을 완성시키기까지 한 뒤 무당의 비전 무공이라 할 수 있는 ‘양의신공’까지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매화가 만든 새로운 초식은 총 2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매화우(梅花雨)’였으며, 두 번째로는 ‘매화우희(梅花雨喜)’였다. 그러나 사실, 엄연히 말하자면 매화가 만든 초식은 하나라고 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두 번째로 만든 ‘매화우희’가 바로 ‘매화우’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매화의 ‘매화우’는 굉장히 독특한 기술이었다. 검기가 실린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기술이었으니 말이었다. 다른 매화검법과 마찬가지로 ‘매화우’역시 매화 형상을 한 검기가 피어나지만, 그 검기들은 어딘가에 닿는 순간 사르르- 하고 녹아 없어졌다. 그리고 그 만큼 엄청난 내공과 심력이 소모되는 기술이기에, 어지간한 이로서는 이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여 오직 매화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 해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평범한 이는 사용하지 못할, 오직 매화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매화는 만들었던 것일까? 사실, 그 이유는 굉장히 간단하고도 누군가 듣는다면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라고 있을 만한 것이었다.

매화는 이 초식을 청명을 위해 만들었다. 화산에서 쉽게 사형제들과 지내지 못하며, 겉돌기만 하고 환하게 잘 웃지 않는 청명이 진심으로 웃길 바라며 말이었다. 그러나, 매화가 이 초식을 완성하여 처음 청명에게 보여 준 날.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근처에 아쉽게도 한 사제가 없어진 매화와 청명을 찾으러 왔었고, 그 광경을 멀리서 보게 되었다. 오직 청명 만을 위해 만들었고, 오직 청명에게만 보여주려 했던 초식이었지만 사제에게 들켜버린 매화는 그 순간 기지를 발휘해서 ‘매화우희’를 만들어냈다. '매화우‘에서 하나의 초식만을 바꿔 새로운 초식으로 만든 매화는 사제에게 ’매화우희‘라 말을 했고, 그렇게 ’매화우희‘는 사제의 입에서 다른 사형제들과 사숙, 그리고 사숙조들, 그리고 장문인을 포함한 장로들에게까지 전달되어 당대의 화산에 작은 상징이 되기도 하였다. 물론, 그 덕분에 ’매화우희‘의 원형인 ’매화우‘는 청명과 매화 만의 비밀로 남을 수 있게되었다.

이렇다 보니, 매화는 청명 이전에 천하제일 후기지수라 불리며 동시에 ‘화산제일검’으로도 불렸다. 또, 거기에 용봉지회에서 ‘봉’의 별호까지 얻어내었으니 말은 다 한 셈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모종의 사유로 ‘봉’의 별호를 내려놓고 자신의 무위를 강호에서 지운 다음, 천하제일 후기지수란 말을 청명에게 물려주었다.

이런 그녀가 영약 제조로 강호에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시점은, 그녀의 나이가 어느덧 방년(20세)에 가까워졌을 시점이었다.

방년에 가까워지며 저절로 혼기가 찬 그녀에게는, 혼인을 할 수 있는 문파와 세가로부터 혼서가 마구잡이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무인들에게 있어 영약은 목숨을 걸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 어찌보면 연단법으로 유명세를 떨친 매화는 그 어떤 세가의 금지옥엽 딸보다도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매화는 혼인에 뜻이 없었고 화산의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아끼는 누이가 웬 놈팡이에게 시집을 가는 것을 원치 않아서, 들어오는 혼서들은 모두 거절되었다.

그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물이 밀려오 듯이 들어오던 이 혼서들은 매화의 나이가 적령기를 지나고 나서야 겨우 끊기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끊긴 줄 알았다.

때는, 매화의 나이가 어느 덧 구순(90세)에 가까워지던 때였다. 고강한 무위 덕분에 신체의 노화가 20대에서 멈춘 매화였지만, 그녀가 사실 노강자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기에 그녀에게 혼서를 넣는 이는 더 이상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뜬금없이 혼서가 하나 도착했다.

혼서를 보내온 상대는 바로 호북의 배 씨 일가. 호북 일대에서는 큰 상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집안이었다. 무인들도 아닌 일개 상단 집안에서 구순(90세)를 바라보고 있던 매화에게 혼서를 보내온 것은 당시 화산 전체에 큰 의문을 들게 했다. 특히나, 가장 당황한 것은 당사자인 매화였으며, 그 다음으로 크게 당황한 것은 그녀의 사형이자 장문인인 대현검 청문이었다.

일단, 청문은 화산의 장문인으로서 매화의 혼서를 받자마자 그녀를 불러 자조치종을 물어보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매화 역시 오래 전 강호행을 멈춘 뒤로 화산 밖을 잘 나가지 않았기에, 배 씨 집안과는 접점이 있을 리가 없었으며 짐작가는 일 또한 없었다. 그래서 당사자도 전혀 짐작이 불가능한 영문 모를 혼서 하나로, 화산 전체(+당보)는 뒤집어졌고, 다들 머리를 맞대며 대체 왜 배 씨 집안에서 그녀에게 혼서를 보내왔는지를 예측하기 바빴다.

그렇게, 화산이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고 있을 때. 화산에 폭탄을 던진 배 씨 집안의 가주가 직접 찾아왔다.

화산을 찾아온 배 씨는 아예 작정을 하고 온 듯, 자신의 사주단자와 함께 각종 폐물들까지 잔뜩 가져와 또 한 번 화산의 모두를 놀래켰다.

이에 청문은 언제까지 화산을 찾아온 객을 밖에 서 있게 할 순 없다며, 그를 안으로 들이긴 했지만 그 역시 당황스럽고 경계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굳이 그런 감정들을 내색하지 않은 청문도 어째서 매화에게 혼서를 보냈는지에 대한 답을 듣자 몰려오는 당혹스러움에 순간,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몰라했었다.

“화산의 매화 님의 명성을 듣고 구하게 된 초상화를 본 뒤, 첫 눈에 반하게 되어 혼서를 넣게 되었습니다!”

배 씨의 대답은 그 자리에 있던 청문과 매화 뿐만 아니라, 청명과 청진, 그리고 당보를 기함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재빨리 정신을 부여잡은 청진이 물은 매화의 나이가 몇인 줄은 알고 있냐는 질문에 “사랑 앞에 나이 따위는 상관 없습니다!”하고 말한 배 씨의 답이었다.

청문은 배 씨의 그 말을 듣고, 청명이 사고를 친 것을 들었을 때와 같은 눈 앞이 깜깜해 지는 감각을 느꼈다. 그래서 좋은 말로 배 씨를 설득해 보려 애를 써보았지만, 배 씨는 전혀 굽힐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날 이후로 계속 화음에 머물면서 날마다 화산을 올라 매화에게 구애를 했다.

배 씨는 어떤 날에는 꽃다발을, 또 어떤 날에는 황실에만 납품한다는 유명 비단을, 그리고 또 어떤 날엔 각종 보석을 갖고 와서 아주 그 광경이 장관이라 할 정도로 매화에게 구애를 했다.

그런, 배 씨의 구애에 매화를 비롯한 화산의 모두와 당보는 질색을 했다. 특히나, 당사자인 매화는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의 앞에서 도망까지 치며 온갖 이유들로 그를 거절했다.

그러다, 배 씨의 구애가 어느 덧 3달이 조금 넘어가던 때. 청문은 그런 배 씨와 매화를 보면서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처음에야, 갑작스러운 혼서였고 또 매화와 배 씨의 나이 차가 굉장히 컸기에 세간의 이목이 있어 거절을 하였지만, 아무래도 3달이란 적지 않은 시간이 넘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화에게 구애를 해오는 배 씨를 보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청문은 자신이 귀애하고, 또 화산 전체가 사랑하는 그녀가 이제와서라도 가족의 사랑이 아닌 정인의 사랑을 마음껏 받으며 행복하게 남은 여생을 보내길 바랐다. 그랬기에, 청문은 꽤나 오랜 고민 끝에 매화를 불러 자신의 이런 생각들을 들려주었다.

청문의 생각을 들은 매화는 한동안 답이 없었다. 그저, 가라앉은 눈으로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더니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장문인의 명이라면 따르겠습니다.”라며 답을 내놓았다.

그 뒤, 매화의 혼인식은 빠르게 진행 되었다. 물론, 처음에 화산의 모두는 청문의 결정에 심한 반발을 했다. 하지만, 청문이 그렇게 결정한 이유를 듣고 나서는 모두 하나둘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이상의 반대를 할 수 없던 그들은 그 대신, 혹여나 배 씨 집안에 시집을 가는 누이가 기죽을까봐서 도관임에도 불구하고, 큰 혼례식과 진귀한 혼수 및 폐물들을 준비해 주었다. 또한, 본래 매화는 화산의 진산 제자로서 설령 혼인을 하더라도 화산에 뼈를 묻어야 했지만, 배 씨가 가주인 것도 있었고 또 평생을 도관에서 살아 온 누이가 이제는 편하게 여생을 보내길 바랐기에 화산은 그녀의 하산을 아무런 조건 없이 허락했다.

그렇게, 매화는 혼례식이 끝나자마자 평생을 몸 담았던 화산을 떠나 호북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화산은 점점 떠나가는 매화를 보며 자신들의 누이가 부디 행복하게 살길 바라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배웅을 했다.

하지만, 화산 전체가 매화의 행복을 바란 것인 무색하게도 매화의 불행은 화산을 떠난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화산이 있는 섬서에서 호북에 도착한 그들은, 더 이상 감출 것이 없다는 듯 바로 본색을 드러내었다. 그들은 숲을 가로질러 간다는 명목 하에 매화가 호북의 지리를 잘 모를 것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매화를 더욱 깊숙한 인적 드문 곳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술을 이용해 매화의 움직임을 묶은 다음, 그녀의 단전을 망가트려 내공을 잃게 만들었다.

한순간에 모든 내공을 잃게 된 여파로, 매화는 큰 후유증을 앓게 되었다. 매화는 그동안 쌓아왔던 무위는 물론, 건강한 육체를 잃었다. 심지어는 20대에서 멈춘 신체의 노화마저, 그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머리가 완전히 백발로 세게 되어버렸다. 배 씨는 아직 젊은 외양에 머리만 백발의 노인처럼 희게 센 그녀를 보고 “이거야, 원. 완전 노괴가 따로 없군.”이라며 그녀를 깍아내렸다.

그리고, 배 씨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본격적으로 모든 것을 잃은 그녀를 갖은 방식으로 불행에 더욱 빠트렸다. 배 씨는 정신적, 육체적, 성적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그녀를 불행에 빠트렸다. 더군다나, 배 씨는 화산까지 언급하며 매화를 더욱 옭아매기까지 했다.

사실, 배 씨가 이렇게까지 한 것은, 바로 그가 화산에 큰 원한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배 씨는 처음부터 화산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화에게 혼서를 넣었다. 화산의 살아있는 상징이라고도 불리는 매화를 제 손아귀에 넣어 그 알량한 복수심을 채우기 위해서 말이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매화는 이미 이런 배 씨의 속내를 짐작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사실, 어찌보면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사랑도 받아 본 이가 안다고, 평생 화산의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자랐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사랑을 뿌리고 다닌 매화가 과연 배 씨의 감언에 속아넘어갈 수 있을까. 매화는 처음 배 씨를 만난 그 순간부터 배 씨의 말에 어떤 속내가 숨겨진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화가 배 씨의 혼서를 받아들었던 이유는 물론, 청문의 말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 이렇게 해서라도 얻어야만 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화의 속내를 알기 위해선 우선, 청문이 매화에게 배 씨의 구애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떻냐 물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매화는 그때 청문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곧장 배 씨를 찾아갔다. 그리고, 배 씨를 찾아간 매화는 이렇게 말을 했다.

“당신의 구애를 받아들일 테니, 대신 화산의 등을 받쳐주세요.”

당대의 화산은 그 위세가 너무 컸다. 그래서 오만하고 독선적이라 봐도 될 정도였다. 그랬기에 매화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앞으로의 화산을 위해선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여, 매화는 다른 문파나 세가에 비해선 비록 작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름이 있다 들려오는 배 씨 일가의 무력대와 그들을 지금의 위치로 만들어준 상단을 얻고자 배 씨의 청혼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매화는 화산의 누이로서, 그리고 화산을 사랑하는 제자로서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화산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 싶어했다.

그리고 이 마음은 매화가 배 씨의 사술에 쉽게 걸린 이유와도 연관 되어 있었다.

사실, 절대고수 쯤 되는 강자라면 사술은 그리 소용이 없는 편이다. 특히나, 사술과는 상극인 도가 계열의 내공을 가지고 있는 절대고수의 경우는 더더욱 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매화는 사술에 걸린 것일까.

그 일에 대한 해답은 매화가 배 씨의 청혼을 받아들인 후로 내려와야 한다.

매화는 배 씨의 청혼을 받아들인 뒤, 청문에게 마지막으로 화산에서 폐관 수련을 하고 싶다 말했다. 처음에야 청문도 한창 할 일이 많은 이 시점에 갑자기 폐관 수련에 들어가고 싶다 하는 매화에게 의문을 가졌지만, 이내 한 달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다면서 매화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매화는 청문의 허락을 받은 뒤 곧장 자신이 즐겨 찾던 수련 장소로 가서 폐관을 했다.

하지만, 말만 폐관 수련일 뿐. 사실, 매화가 찾은 곳은 자신의 비밀 연단실이 있는 곳이었다. 매화는 어쩌면 자신이 더 이상 화산을 오르지 못할 수 있겠다라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매화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화산을 위해 남기고자 하는 뜻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동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자신의 연단실에서 수 많은 영약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바로 이때. 매화는 선천지기까지 이용하여 마지막 자소단 한 알을 만들었는데, 그녀의 선천지기까지 모두 흡수하여 만들어진 이 자소단은 한 눈에 보기에도 다른 자소단들과는 차원이 달라 보였다.

매화는 마지막 남은 힘까지 모두 짜내어,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모든 영약들을 만든 뒤 단 한 장의 글을 남겼다.

[ 생의 끝에서 자연은 다시 찾아올 봄을 위하여 새로운 생명들을 남기고, 선인은 그 뜻을 남기며, 무인은 자신의 무학을 남긴다네. 그러나 나는 내가 찾은 뜻도 보잘것없어 남기지 못하고, 무학은 가르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 더더욱 남길 수가 없으며, 그렇다 하여 자식을 남기는 것은 내 뜻대로 쉬이 되는 것이 아니니 대신 이렇게라도 화산을 위해 남기고 가려 한다네.

지금부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먼저 간 선인으로서의 말도, 무인으로서의 말도, 연단가로서의 말도 아니네.

그저, 단 한 사람. 화산을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서 전하는 말이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가 혹여라도 부담이 생겼다면 부디, 그 것을 버려주게나.

우선, 짐작하건데 아마 이 곳을 찾은 그대는 처음 이 곳에 들어오자마자 쌓여져 있는 저 영단들을 보고 놀랐을 것이라 생각되네. 그리고 그대가 느낀 그 감정이 당혹스러움일 수도 있을 테고, 경악일 수도 있을 테며, 어쩌면 쾌재일 수도 있을 테지. 화산의 귀한 영약인 매화단 부터, 설매단, 그리고 자소단까지 이렇게나 쌓여져 있으니 말이야.

본디, 영약이라는 것은 그 수가 적고 그 효과가 상상할 수 없는 힘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귀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러나 반드시 명심하게.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가치가 있는 것은 영약이 아니라네. 세상에서 진정으로 가장 귀한 것에 비하면 영약 따위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하찮은 것이니, 부디 이 영약들을 발견한 그대가 내 뜻을 이해해 주길 바라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고, 이곳에 있는 영약들을 만들어 낸 나는 그대가 이 영약들을 아끼지 않고 써주길 바란다네.

그대가 만약 화산의 제자라면 화산을 이끌고 나가는 제자들과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에게. 그리고 만약 그대가 화산의 제자가 아니라면, 그대가 아끼는 이들에게.

이 영약을 받는 이들이 훌륭한 이든 훌륭하지 않은 이든, 선인이든 악인이든, 남은 생이 많은 이든 적은 이든 상관 없네. 그저 그대가 아끼는 이들이란 사실이 변함이 없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

명심하게,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은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세. 그 무엇도 그들의 앞에선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네.

하여, 나는 그대에게 이런 부탁을 남기니…. 부디, 이 영약들을 그대가 아끼는 이들을 위해 써주게나.

대화산파 십삼 대 제자 청매. ]

이렇게, 매화는 선천지기까지 써가며 자신의 모든 것을 화산에 남기고 간 탓에 배 씨의 사술에 걸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

화산의 이들이 배 씨의 만행을 알게 된 것은 매화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매화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너무나도 뒤늦은 때였다.

모든 것을 알게 된 화산은, 그 길로 곧장 배 씨 일가로 갔다. 잔뜩 화가 난 청명을 선두로 청문과 청진, 그리고 다른 화산의 제자들이 그 뒤를 이어 배 씨 일가를 차례로 무너뜨렸고, 결국 배 씨 집안은 멸문하게 된다.

배 씨 집안을 멸문시킨 화산은 매화를 다시 화산으로 데리고 왔다.

하지만, 더 이상 예전과 같이 화산의 매화로서 있을 수 없게 된 매화는 청문에게 파문을 요청한다. 매화의 파문 요청은 가뜩이나 매화가 수모를 겪게 된 것에 강한 원통함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화산의 모든 이들에게 큰 파문을 일으켰고, 그들을 괴롭게 했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파문 요청은 청문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강력한 반대로 끝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매화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화산에서 보내며 청명과 당보의 곁에서 영면에 들게 되었다.

다시 피어난 매화.

100년 후, 청명이 되살아 나고 점점 화산을 일으키던 시점에서 매화 역시 어째서인지 모를 이유로 다시 되살아나게 되었다. 다시 되살아난 매화는 화산과는 꽤나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에서, 산짐승에게 습격받아 죽은 상인의 딸 ‘강화련’의 몸에서 눈을 뜨게 된다. 그러나,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모습 그대로 환생을 한 것에 반해 내공은 단전을 잃기 전으로 돌아가 예전의 무위와 내공이 그대로 느껴지는 상태였다. 그런 매화는 죽었다가 다시 깨어난 것도 모자라, 한순간에 낯선 환경들과 상황들이 들이닥쳐 몰려오니 제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이라 해야할지 매화는 자신을 구해준 의원 덕분에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다시 화산으로 가야한다는 매화의 말에 “그 몸으로 말이오?”라는 의원의 걱정섞인 말이 매화에게는 과거의 PTSD를 불러오게 했다. 잠시나마 잊고 있던 과거의 진득한 일들이 다시 매화를 옭아매기 시작했고, 결국 매화는 그 여파로 잠시 의식을 잃고 만다.

다시 정신을 차린 매화는, 100년 후의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이가 없는 세상. 그리고 자신에 대한 짙은 혐오감으로 화산에 가길 포기하고 근처 아무도 없는 산 속 깊은 곳에서 은둔 생활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매화가 홀로 은둔 생활을 보내던 중. 화산검협이란 청명의 별호와 함께 청명에 대한 이러저러한 소식이 퍼지자, 그 소식을 들은 의원은 장강 근처에 있던 화산 일행을 찾아가 매화의 존재를 알린다.

“혹, 소협에게 잃어버린 누이가 있소? 아니면, 화산에서 찾고 있는 이가 있다든가…. 나는 여기서 조금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약초를 캐며 의원일을 하는 사람이옵네만, 몇 달 전, 한 환자를 발견해 지금까지 돌보고 있다네. 그런데, 그 환자가 아무래도 화산검협 그대나 아니면, 화산과 무언가 연이 있는 듯 해서 찾아오게 되었소. 매화색 눈동자를 가진 여인인데…….”

매화가 자신처럼 되돌아왔다는 사실을 확신한 청명은, 의원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다급하게 그에게 매화가 어디있는지를 물었다. 청진의 흔적을 찾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초조하고 다급하게, 그리고 위태롭게 나오는 청명을 보며 그 자리에 있던 화산을 비롯한 천우맹의 일원들은 다들 이 일이 심상치 않은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게, 현종의 허락을 받은 청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검과 함께 매화가 있는 곳으로 가 그토록 그리워 했던 매화와 재회를 하게 된다.

매화는 청명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되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던 마음을 접고 화산으로 돌아가지만 매화는 한동안 특별한 직책 없이 말 그대로 화산에서 객처럼 지내다 싶이 했다. 사실, 매화는 현종에게 부탁해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해 달라 하고, 인적이 드문 곳에 처소를 하나 마련해 달라 하였으나, 청명이 눈을 뒤집어가며 그 부탁을 반대한 끝에 100년 전 자신이 쓰던 처소가 위치 한 곳에서 아무런 직책 없이 지내게 된 것이었다.

매화가 이런 부탁을 하게 된 것에는 아무래도 과거의 PTSD와 낮아진 자존감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망령도 그녀의 본성은 미처 다 지우지 못했던 것인지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의 잔상들과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면서도, 현 화산의 제자들과 청명을 조금씩 귀애하며 돌보았다. 그렇게 화산이 봉문에 들어간 3년 간, 매화는 조금씩 다시 예전처럼 화산의 제자들을 귀애하면서 지냈다. 그리고 이런 매화의 노력이 현 화산의 제자들에게까지 전해졌는지 그들도 과거의 화산처럼 매화에게 점점 융화되면서 따르게 되었다.

매화와 현 화산의 제자들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기 시작한 것은 천우맹 훈련 때 일어난 한 사건 때문이었다. 그 전에도 매화는 3년 전보다 많이 나아진 덕분에 점차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천우맹의 다른 일원들과도 관계가 뻗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더 이상 세상에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배 씨 일가의 마지막 핏줄을 마주하게 된 매화는 다시 한번 짙은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서 매화에게 있었던 모든 과거의 일을 현 화산의 일원들과 천우맹의 일원들이 자세하게 알게 된다.

하지만, 극적으로 매화는 이 과거의 망령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고, 그 덕에 완전히 예전의 매화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예전의 매화로 돌아온 매화는 그때부터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선조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청명을 도와 화산과 천우맹의 일에 손을 보태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영약을 만드는 일을 도맡는다. 그리고 뿐만 아니라, 청명이 약한 화산의 무위 바깥의 일들을 복원하기까지 해서, 그렇게 매화는 현 화산과 천우맹의 한 축을 제대로 맡게 되었다.


< 청문매화 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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