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에이드리안 레인폴밸리 엔딩 로그
간만에 방문한 뉴욕은 여전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하게 사람이 선 횡단보도. 초록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며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군상. 누군가 발을 떼면 생각 없이 그를 따라 걷기 시작하는 대열. 이따금 타인과 어깨가 툭툭 부딪혀도 미간 찌푸릴 힘조차 잃어 갈길만 재촉하다 지하철역으로 썰물처럼 사라지는 인형.
4년을 살았으나 내가 속한 적 없던 장소를 돌아갈 곳이 생긴 채로 온 감상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후련하고 좋았다. 긴 방황을 마치고 ‘안정감’을 가지자 많은 게 다르게 보였다. 내가 갇혀서 헤매야 하는 장소가 아니게 된, 관광과 정리를 겸해서 돌아온 곳은 의미가 다를 수 밖에.
장벽 같던 회색 시멘트 건물의 유리창에 아침 햇살이 이슬처럼 드리운 거리를 지나친다. 그러니 이걸 나름 빌딩 ‘숲'이라고 사람들이 불렀구나. 감상을 내비치다가 코앞 카페에서 나와 발걸음을 재촉하는 회사원을 피해 몸을 비스듬히 틀고 스쳐 지나간다. 사람이 오면 이웃이라고 반갑게 인사하는 곳이 아님은 분명히 알고 있으니. 옆 얼굴에 꽂히는 시선은 익숙하게 흘려보내고-미인의 숙명이다.- 카페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계신가요?”
카운터로 가니 처음 보는 직원이 서있길래 정중하게 물었다. 1년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매니저 누나는 무역 회사에 이직했다고 했으니 이제 여기 있을 리 없긴 하지. 이번 방문에는 못 볼 얼굴이 생겨 아쉬움이 올라왔다. 그런 마음을 누르고 달라진 게 하나 없는 내부 인테리어를 훑다가 아직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은 직원에게 다시 시선을 두었다.
“자, 잠시 배달 나가셨는데……. 묵슨, 큼, 무슨 일이세욕?”
얼굴 공격-난 억울하다니까? 공격한 적 없는데!-으로 대화하던 상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라 개의치 않는다. 음이탈은 못 들은 척 여상스럽게 말을 이었다.
“사장님 지인인데, 오랜만에 뉴욕에 와서 인사나 하려고 들렀거든요.”
아침이라 근처 회사에서 단체 주문이라도 들어왔나. 여전히 장사가 잘 되네. 손목을 들어 시계를 한 번 보다가, 어쩔 수 없겠다며 눈썹을 살짝 찡그린 채 웃어버린다.
“디저트 주문 해두고 갈 테니 사장님 돌아오시면 배달 해달라고 전해주실래요? 자주 그랬거든요. 에이드리안이 부탁했다고 하면 아세요. 지금 테이크 아웃할 건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 두 잔이요.”
본인 마실 건 알아서 가져오시겠지. 아니면 집 냉장고에 뭐라도 있을 것이고. 잠시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직원이 휘핑크림을 좋아하느냐고 물어온다. 아주 좋아한다고 방긋 웃으며 대답하니 휘핑크림이 산처럼 쌓이길래, 카라멜 드리즐은 내가 잘생긴만큼 달라고 했다.
잠시 뒤 카페를 나서는 발걸음에 경쾌함이 절로 묻어난다. 한 손에는 음료가 든 캐리어를, 다른 손에는 직원이 준 꽉 찬 카라멜 드리즐 한 통을 들고 익숙한 길을 따라 콘도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카페 방문했다가 새로이 쌓인 재미있는 추억을 되새기느라 비죽 웃었더니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으나 자연스럽게 흘려넘겼다. 드리즐 통은 형이 배달 오면 돌려줘야겠다.
로비로 들어와 보안 직원에게 인사하자 반가움 어린 탄성과 함께 안부 인사가 돌아온다. 1년을 안 봤어도 잊기 힘든 얼굴이긴 하지, 내가. 오래 쌓인 근황 Catch up을 거치고 그 끝에, 다시 레인폴밸리로 돌아간다고 하니 상대가 눈에 띄게 아쉬워했다. 그래도 종종 방문할 거라며 윙크와 함께 너스레를 떨고 주먹 인사 한 번을 나눈 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2201호. 1년만에 왔다고 4년을 산 곳의 번호가 낯설다. 그래도 몸에 익힌 건 무섭다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은 멈춤이 없었다. 할머니 생신 날짜라 익숙하기도 하고.
“이야아아ㅡ!!”
문고리를 잡기도 전에 안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더니 안쪽에서 문이 먼저 열린다.
“어우, 귀 떨어지겠다. 사람한테서 기차화통 소리가 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한다는 말이 지금, 임마!”
반가움에 환하게 웃은 낯이 마주치자 와르르 웃음소리가 터진다. 잘 지냈느냐는 가벼운 안부인사와 함께 팔뚝을 붙들려 집 안으로 당겨졌다. 힘없이 털레털레 따라가니 해파리마냥 흐느적거리는 건 여전하다며 잔소리가 이어졌다. 실없는 농담이 몇 번 오가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손에 들고 있던 카라멜 드리즐 통과 음료 캐리어를 빼앗기고 소파에 앉혀져 간식을 기다리는 신세다.
버나드는 학교 들어가기도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였다. 9학년이 되기 직전에 뉴욕으로 이주를 갔는데, SNS 맞팔로잉을 해둔 터라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더랬다. 뉴욕으로 넘어와서 제일 처음 만난 것도 이 녀석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급히 LA로 돌아와 내 등을 토닥이며 맛있는 걸 잔뜩 사먹여준 친구이기도 했다.
그만한 친구여서 흔쾌히 살던 집을 무상 렌트해주기로 했던 게 1년 전이다. 녀석도 친구 잘 둬서 집값 한 번 또라이 같은 도시에서 그나마 살 것 같다며 좋아라 했고, 나도 믿을만한 사람에게 관리를 부탁해 뉴욕을 떠나며 안심했었다. 할머니가 주신 집이라 신뢰라곤 없는 모르는 사람에게 렌트를 주고 가기에도 신경 쓰였던 터라.
“가구도 다 그대로고 소품도 안 변했네. 인테리어 복잡하다고 다 버릴 거라고 떼썼잖아.”
“네 건데 그래도 어떻게 그러냐? 뭐… , 두고 있다보니까 정 들더라. 없으면 허전할 거 같아서 그냥 뒀다.”
이사 하기 전에 내가 쓰던 접시도 그대로 쓰는 걸 보고서는 킥킥 웃었다.
“거기에서 지내는 건 어땠어?”
“좋았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대답이 나온다.
가기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토록 시골에 살고 싶었지만 계속 미루고 도시에 머물렀던 이유는 외로움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시골이라고 하면 할머니와 함께한 추억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공간이고, 그곳에 할머니가 계시지 않으면 또 슬퍼지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두려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비슷한 처지로 시골에 뛰어드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이웃들이 함께 지내준다고 하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예측 덕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긍정적인 전망이지 현실은 어떨 지 모르는 일이라지만…. 레인폴밸리의 기회를 놓치면 더 나은 기회는 없으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러니 뛰어들 지 않고 어찌 견디겠나.
“잘 됐네.”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 버나드가 건너편 소파에 앉으며 테이블에 쿠키 상자를 올려둔다. 진저쿠키인데 얼마 전에 동생이 주고 갔다고, 너는 참 먹을 복 하나는 끝내준다며 웃는다. 동조하며 하나 집어 입에 밀어넣으니 오독하게 부서지는 식감이 딱 좋았다. 감탄하며 무어라 말을 이어가려던 차에 초인종 소리가 다시 울렸다.
“뭐야, 올 사람 없는데?”
“맞다. 내가 에릭 형 불렀어.”
“일찍도 말한다!”
베어물지도 못한 쿠키를 내려놓고 손을 탈탈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친구를 보곤 손에 들고 있던 쿠키를 그대로 한 입에 밀어넣고 따라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집 주인이 있으니 내가 배웅하겠다는 뜻으로 손을 휘적였는데도 녀석이 굳이 따라나온다. 버나드를 등에 달고 익숙하게 도어락을 풀고 문을 여니 예상하던 사람이 서있다.
반가워 입을 떼려다가도 입 안에 아직 쿠키가 남아 눈웃음으로 말을 대신했다. 와락 안고 등을 팍팍 두드리니 깐깐해보이는 중년 아저씨처럼 보여도 마음은 다정한, 에릭 형이 기쁘게도 마주 안아주었다. 뭘 또 잔뜩 먹고 있느냐며 타박 아닌 타박이 이어지고, 안으로 진입하려는 푸짐한 뱃살에 밀려 현관문에서 비틀거리며 멀어졌다. 그 사이에 살이 더 쪘는데. 그것도 모르고 형은 여전히 내가 허약하다고, 가서 농사 지었다더니 다 거짓말 아니냐고 잔소리였다.
말은 이래도 나한테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아이스박스에 예쁘게 담긴 디저트를 택배로 보낸 형이었다. 보답으로 보내준 멜론 한 통은 스페셜 계절 메뉴로 응용해서 멜론 빙수를 팔았는데, 내 멜론 올라간 건 자기가 다 먹었단다. 그럴 거면 메뉴에는 왜 올렸는지.
“오랜만에 만나서 맥주도 아니고 대낮에 커피? 니들은 미국인이 아니다.”
테이블에 올라간 쿠키와 카라멜 마끼아또 두 잔을 보더니 다짜고짜하는 말이 이렇다. 그러더니 가져온 근처 편의점 비닐 봉투 안에서 에딩거 병맥주 세 개를 떡하니 올리는 게 아닌가. 그제야 쿠키를 다 삼키고 입을 열었다. 어이없다는 어투가 저절로 나왔다.
“대낮에 맥주? 형은 알코올 중독이야. 살 쪘다 했더니 다 술배인가? 내 티라미수는?”
“나잇살이야, 나잇살! 넌 아직 젊어서 모르는 거라니까.”
투덜거리면서도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종이백에서 디저트들을 꺼내준다. 주문한 티라미수와 초콜릿 무스 케이크, 얼그레이 다쿠아즈 몇 개. 맥주만 사왔으면 섭섭했을 거라며 우선 다쿠아즈 하나를 까서 입에 넣었다. 언제 먹어도 맛있다니까. 가기 전에 이웃들 나눠줄 겸 다쿠아즈 몇 박스 사가야겠다. 사과맛도 맛있던데. 그것도 한 상자 사고… .
그렇게 부산스러운 선수 입장을 마치고 셋이 도란도란 거실 소파에 나눠 앉았다. 간식을 먹으며 서로 근황을 나누다 보니 분위기가 자연스레 느긋해졌다. 따사로운 오후의 햇살이 테이블 위로 늘어지자 사람 셋도 똑같이 소파에 몸을 푸욱 파묻고 입만 벙긋거리기 시작한 게 그 즈음이다. 몸이 풀어지니 마음이 풀어지고, 술이 들어가니 알딸딸한 감각 속에서 온갖 주제가 화두에 오른다.
“그래서 그 은행 면접을 보러 갔는데, 면접관이 입을 떼자마자 느낌이 서늘하더라고…”
“마을 행사에 룰렛이 있더라고. 성공하면 두 배라는 거야. 500링을 넣고 돌렸는데, 그게 세 번 성공이 뜨니까 내가 그 맛을 못 잊어가지구,”
“귀농한다더니 왜 도박을 하고 온 거야???”
“너 진짜 조심해야 돼. 그러다 집 하나 둘 팔고 전재산 꼬라박게 만드는 게 도박이라니까? 나 어릴 때 윗집 사는 아저씨가…”
“얼마 전에 마이크 결혼식에 다녀왔었는데 말이야.”
이야기는 정말 방향을 알 수 없게 이리저리 튀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던 까닭도 있겠지만. 어려운 질문만 골라해서 버나드를 벌벌 떨게 한 면접관 얘기, 벨루가 마을의 도박… 아니, 룰렛 설명, 그리고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옛 애인을 만난 일… . 입이 간질거려서 안 하고서는 못 참을 법한 소재들이긴 했다.
물론 가장 인기있는 건 ‘에이드리안이 귀농해서 어떻게 살아남았을 것인가’였다. 그곳에서 만난 소중한 이웃들 얘기도 해줬고 반려동물들 얘기도 당연히 나왔다.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양, 위시에 대한 얘기는 거짓말 하는 거냐는 눈초리로 보다가 유일무이한 보안관 오리, 우디에 대해 말했더니 그냥 소설을 쓰라고 말하면서도 궁금한 눈치였다. 폴라로이드 사진도 꺼내 보여주고 신나서 얘기하다보니 혼자서만 너무 말한 것 같아 머쓱하게 웃으며 멈췄다. 병맥주를 바닥까지 탈탈 털어 마시고 더 없냐며 비닐봉지만 바스락거렸다.
“진짜 잘 지내고 온 것 같아서 기쁘긴 해. 너 벨루가 마을 얘기할 때마다 눈이 아주 초롱초롱 해진다. ”
“내 말이. 상태도 전보다 훨씬 좋아보이고. 네가 여기에서 좀 우중충하게 지낸 게 아니잖냐.”
“에헤이~. 우중충까지? 그 때도 얼굴은 반짝반짝 빛났잖아.”
“이 놈의 미친 나르시즘, 하여튼.”
못 말리겠다는 듯 두 사람 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길래, 파하학 호탕하게도 웃어버렸다. 비닐봉지 안이 텅 비어있어 손을 떼고 다시 소파에 푹 몸을 기대었다. 반쯤 누운 채로 빠르게도 흘러간 지난 1년을 되돌아본다. 워낙 재미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 기간이 너무 짧았다. 하지만 이제는 더 긴 시간을 그곳에서 머무르게 될 테니, 아쉬움보다는 기대가 앞서는 건 당연한가.
“그래도 그 말이 맞아. 도시에서는 대체 어떻게 살았나 싶어. … 아니지, 이제야 좀 사는 것 같아.”
문득 벨루가 마을을 떠올릴 때마다 자연스레 입가에 짙게 남는 미소를 느낀다. 정말 그 장소를 좋아하게 되었구나. 새삼스럽게 드는 생각에 빠져 있자니 두 사람에게서도 어쩐지 흐뭇하고 다행이라는 듯한, 똑 닮은 시선이 얼굴을 콕콕 찔렀다. 어째 뭐라도 더 말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입을 달싹인다.
“이리저리 방황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내가 머무를 곳을 가지고 근처를 위성처럼 돌면서… . 나만의 루틴이라는 게 있는. 그런 삶 있잖아.”
“돌아갈 곳이 있는 삶, 그런 거지.”
“바로 그거야.”
말이 나온 김에 두 사람도 초대할 테니 나중에 휴가 한 번 오라고 말을 덧붙였다. 재워줄 곳도 많다면서 말이다. 물론 왔을 때 내 농사를 도와줘야 한다는 조건은 붙었지만. 그래도 내 친구들이니 이웃들도 반갑게 맞아줄 거라며.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지던 대화가 끝난 건 벌써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사장을 찾는 전화 때문이었다. 에릭은 ‘맞다, 나 일하다가 왔지?’하는 표정으로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이 웃겨서 버나드와 킥킥대며 소파를 굴렀다.
“그래도 오랜만에 얼굴 보니 좋았다. 다음에 또 와라. 언제 돌아간다고 했지?”
“내일 아침에.”
“그렇게 일찍? 오랜만에 왔는데 더 안 돌아다니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반려동물도 많고.”
“아유, 그 마을에서도 인기쟁이네.”
실실 웃으며 에릭 형을 배웅하다가, 뒤늦게 생각난 카라멜 드리즐 통을 건넸다. 얽힌 사연도 설명해주자 한참 끅끅 웃어대더라. 일하러 가기 싫다고 현관 앞에서 잠시 덩그러니 서서 버티던 에릭이 결국 가게 걱정을 못 이겨 먼저 떠났다.
“그럼… , 일단 치우고 겸사겸사 내 짐도 챙겨볼까.”
“말했던 옷은 다 바깥쪽에 꺼내두긴 했어. 캐리어 하나에 다 안 들어갈 것 같던데?”
“이상하다, 분명 처음 갈 때도 캐리어에 옷만 잔뜩 싸갔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많지?”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거든? 장신구도… , …아니야, 너 다음에 또 와야 돼. 이거는… 한 번 왔다갔다 해서 될 게 아니야.”
“하… . 옷은 뭐, 남으면 택배로 부치고, 장신구는 기스나면 안 되니까 최대한 가져가 보고…….”
그렇게 팔을 걷으며 다시 저벅저벅 안으로 돌아왔다. 먹은 자리부터 간단히 치우고 구석에 넣어두었던 캐리어 두 개를 꺼내온다. 이곳에 온 목적은 옷과 장신구, 그리고 두고 간 물건들을 챙기기 위함이었다. 앨범이나 다 못 가져갔던 취미용품도 챙겨야 했다. 스마트폰도 다시 개통하고 노트북도 챙겨서.
이제 내가 발 붙이고 살아갈 곳이 생겼으니까.
그곳이 내 물건이 다 있어야 할 곳이니까.
바쁜 하루가 될 거라며 버나드와 잠시 마주 보고 웃었다. 수다도 잔뜩 떨었으니 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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