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외

어쩌다 만났을까요

더티페어 명빵 에유

이즈미는 옆에서 걷고 있는 과묵한 리베리를 흘끔 쳐다보았다. 어쩐지 수도사 같은 옷을 입고(이건 비단 칙칙한 옷의 색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어깨 선을 따라 걸치고 있는 장식 아래에 특이한 문양이 있었기 때문이다.) 등에는 커다란 장총을 하나 멘 모습은……그러니까, 이 도시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특히나 총이라는 것은 어지간한 대기업이 아니라면 라테라노에서 독점하는 무기라는 건 이즈미도 알 정도로 유명했다. 그래서 이제 막 성인이라고 취급받을 나이가 된 쿠란타 소년은 한 눈에 이 낯선 이방인이 라테라노에서 왔음을 직감했다. 리베리 청년은 그 사실을 딱히 숨길 생각도 없어보였다. 사람들이 이방인을 알아차리고 한 번씩 시선을 주고 가는 것을 눈치챌 법도 하건만 총을 다른 모양의 케이스에 숨기거나 옷을 갈아입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한 것을 보면.

어쨌든 다른 사람들은 괜히 남의 일에 엮이기 싫어 은근슬쩍 낯선 방문객을 외면했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한 이즈미는 결국 그가 지난 해 카시미어 스포츠 기사 챔피언 기념품점 앞에 걸음을 멈췄을 때 말을 걸어버리고 말았다. "저기요, 혹시 여기 처음 와요?" 하고. 이름 모를 리베리 청년은 이즈미가 열 걸음 반경에 들어왔을 즈음부터 인기척을 느꼈는지 싸늘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가 뭐 잡아먹나? 찔끔 그런 생각은 들었지만 관성을 얻은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다행인지 청년은 그의 얼굴을 확인하자 표정이 누그러졌다. 싫지만 알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어려보인다 그거지.

여차저차 말을 붙여본 결과, 그는 과거에 라테라노 공증소*의 집행인**이었으나 지금은 단순한 전달자***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에 멘 것은 총이 아니라 석궁이고……. 그렇구나. 어쨌든 카시미어에 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이즈미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이 이 동네를 안내해주겠다고 말했다. 청년은 잠시간의 고민 끝에 수락했다. 그게 이 기묘한 동행이 이루어진 이유였다.

*라테라노의 치안을 담당하는 사법 기관.

**공증소에 속한 치안 담당관들을 통칭

***라테라노 교황청의 외교 특사

다른 영지에 비해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시골길은 아닌 도시를 안내하는 30여분간 이즈미가 이 자의 목소리를 들은 건 열 번을 채 넘지 않았다. 주로 그가 30마디 떠들고 있으면 저쪽에서 아. 하고 감탄사 한 마디 하는 정도. 원래 전달자라는 게 말이 없어야 하는건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으니 흥미가 없는건가. 그런 생각에 한 번 시선을 주었던 것인데, 청년은 눈이 마주치자 말 없이 웃어보였다. 웃을 줄도 알았잖아.

"음……아무튼 도심에서 볼 건 이 정도에요. 저 광장 앞으로 가면 상가랑 주거지가 대부분이고."

"고마워요. 덕분에 혼자 헤멜 걱정은 덜었네요."

"얼마나 머물 생각이었어요?"

"하루나 이틀? 볼 일을 다 해결한 다음엔 이동도시가 다시 움직이기 전에 도착해야하니까요. 덕분에 불필요한 시간을 줄였어요……이즈미?"

이름을 확인하듯 부르는 호칭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제야 아직도 이 리베리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저기, 이름을 아직 안 물어봤어요. 그……뭐라고 부르면 돼요?"

리베리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것도 비밀이야? 30분이나 같이 있었는데. 다소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기 시작할 찰나, 청년이 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안해요, 내 이름이 몇 가지 있어서, 어느 쪽을 알려줄 지 고민했거든요……. 하야토라고 불러요."

"그러니까, 하야토씨?"

확인하듯 되묻는 소년의 질문에 하야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곧 헤어질 인연이지만, 이름 정도는 알아도 괜찮겠지. 사람 인생, 어디서 누굴 만날지 모르는 일이잖아. 내가 형처럼 기사단에 들어가게 된다면 또 여기저기 다닐지도 모를 일이고……. 분명 이름을 물어본 이유는 그런 작은 기대 정도였다. 그 '소소한' 이틀 간 어떤 엉망진창의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직 알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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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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