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결/웹소설

1화

 

“크아악!”

비명과 함께 곳곳에서 선혈이 하늘로 솟구친다. 아까까지만 해도 함께 잡담을 나누었던 이의 목이며 팔이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것을 본 사내는 벌벌 떨며 짧아진 호흡을 막무가내로 내뱉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난장에 사고는 쉽사리 목전에서 펼쳐진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몸과 함께 뻣뻣하게 굳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였다. 애써 검을 고쳐 쥐었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어쩌다 이런 참극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분명 경사스럽고도 엄숙하게 진행되고 있던 제식이었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이변은 점차 제 몸을 불려 온 세상을 혼돈에 빠트렸고, 지금 이 자리 역시 재해의 이변을 막기 위해 무려 정파와 사파가 한데 규합하여 마련한 제가 아니던가. 바닥에 쓰러진 목 없는 몸뚱이며 어딘가가 썰려나간 시신들은 모두 은은한 하늘빛의 의복을 입고 있었다. 저렇게 놓여 있으니 정말로 누가 정파이고, 누가 사파인지 소속 진영을 알 수 없었다. 그저 악한의 잔악무도한 행태에 무방비하게 당해버린 가엾은 이들일 뿐이었다.

“어찌... 어찌 이런...”

목 뒤가 다 저릿 거릴 만큼 사방에 농후하게 깔린 살기에 사내가 바들바들 떨며 고개를 들자 이 자신을 오시하고 있는 모든 참상의 원흉과 눈이 마주친다.

안 돼. 들으면-

“-멈춰.”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절정에 치달은 공포는 이내 형용할 수 없는 황홀감이 되며 머릿속이 눅진해졌다. 시야가 뭉그러지고, 비명은 아득히 멀어졌으며 어느 샌가 본인이 헤실헤실 웃고 있다는 걸 느낄 새도 없었다.

정신이 퍼뜩 돌아온 건 이미 그 마두의 검에 가슴팍이 썰려나간 뒤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 상황이 다시 눈 앞에 펼쳐지기라도 했는지 가슴을 움켜쥔 채 뜸을 들이는 이야기꾼의 주위에는 어느 샌가 청중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주변의 재촉에도 으으윽, 과장된 신음을 내던 사내가 상체를 확- 일으키더니 움켜쥐고 있던 가슴을 손바닥으로 두어 번 두드리면서 보란 듯이 내민다.

“그때 그 가슴팍을 썰리고도 살아남은 게 바로 이 몸이시다, 이걸세.”

“에끼, 이 양반 또 허세부리는 것 보소.”

“저 양반 지난번에는 가슴을 썰린 게 아니라 다리를 찔렸다고 허지 않았는감?”

“그 전에는 아마 목이었을걸?”

이야기를 듣던 이들 중 하나가 목 긋는 시늉을 해보이자 와하하 웃음을 터트린 청중들 중 몇몇은 흥미를 잃었는지 하나둘씩 흩어지며 자신의 막사로 돌아간다. 그 모습을 보며 기가 찬 듯 이야기꾼이 과장된 몸짓으로 삿대질을 해댄다.

“어어?! 웃통을 까서 보여드려?!”

“어디 한번 까봐, 까봐!”

왁왁 대며 옷을 벗네, 마네 요란을 떨어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나직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래서, 결국 그때 그 자는 어찌 되었습니까?”

“어찌 되었느냐고?”

“그걸 이 양반한테 물으면 쓰나. 이치 간 크기로 보아, 냅다 기절하고 사흘 뒤에야 깨어났을 건데.”

“아니, 이놈이 아까부터 자꾸?!”

다시 싸움이 시작되려하자 질문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듣기 틀렸다고 생각했는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가 짧은 한숨과 함께 자리를 뜨려하자 이야기꾼이 놓칠세라 덧붙인다.

“다들 그 마두가 그날 사라졌다 하지만, 난 언젠가 다시 그 놈이 돌아올 거라고 확신한다네.”

물었던 이가 고개를 돌려 짐짓 가라앉은 눈을 한 이야기꾼을 응시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이야기꾼 옆에 있던 사내가 어서 가보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거든다.

“어쩌면 탄월진의 살귀가 그 자일지도 모른다, 우기는 양반의 말일세. 귀담아 듣지 말게.”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니라니까!”

서있던 이는 살짝 목례를 한 후 언쟁을 높이는 사내들을 뒤로 한 채 유유히 자신의 막사로 돌아온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가 귀에 들어와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팔려 듣고 있다 보니 벌써 출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정비할 건 없는 지 확인하던 이가 이야기를 곱씹으며 중얼거린다.

“오늘은 만나려나.”

손 안에 들린 흰 복면을 엄지로 매만진 빈센트가 짧게 한숨을 내쉰다. 손끝이 의미 없이 금실로 수놓아진 문양을 따라 그린다.

거 참. 색이 곱기도 하지.

새하얀 빛은 중립의 색이나, 작위적이다. 땅 위의 것, 그 무엇을 둘러보아도 순백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사람이 만들어낸 어거지이며 쉬이 어느 색에도 물든다. 줏대 없이. 그런 주제에 금까지 섞다니. 이만큼 교만한 그네들을 잘 표현하는 빛깔이 있을까.

속 깊은 곳에서 불현듯 다시 불거진 거부감에 빈센트가 복면을 재빨리 쓰고서 단단히 매듭짓는다. 불쾌하기 그지없는 이것을 눈에서 가장 멀리 치워버리는 방법이 고작 직접 쓰는 것이라니. 숨을 들이킬 때마다 피부에 덕지덕지 달라붙는 감촉에 욕지기가 치민다. 하루빨리 복면을 시원하게 벗어던지려면 오늘이야말로 만나야한다.

“얼굴 비싼 살귀.”

이왕지사 그 비싼 얼굴이 잘생겼으면 좋겠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고, 나무에 열린 사과도 잘 익은 게 따고 싶어지는 법이니. 보기 좋은 멱이 따기도 좋은 거 아니겠어?

복면 위로 보이는 눈이 가늘어지며 예리한 살기를 띤다. 대기하고 있던 향천맹 막사 밖에서 묵직한 북소리가 들린다. 출진을 알리는 소리다. 고개를 든 빈센트가 허벅지에 잘 채워둔 단검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지체 없이 밖으로 나선다.

 

바깥은 달이 풍성하게 떴다.

흐트러진 숨을 잇달아 들이쉰 빈센트가 경공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원시림처럼 높게 자란 고목 사이를 달린다.

“귀술사가 이쪽으로 갔다!!!”

멀리서 들려오는 고함소리를 등 너머로 듣고 있노라니 마치 나무꾼에게 쫓기는 사슴이라도 된 기분이다.

만만한 게 귀술사지.

허나 충분히 납득이 간다. 개개인의 공격력은 대체적으로 별 볼일 없으나, 아군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최고의 조력자를 제일 먼저 치는 건 당연한 전술이다. 대형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얌전히 전방 지원에만 힘썼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꼬리가 붙을 일은 없었을 테지만, 이곳에 온 목표달성을 위해 등에 불붙은 다람쥐마냥 백방으로 뛰어다녔더니 어느 샌가 쓸데없는 꼬리가 많이도 생겼다.

무슨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도 아니고. 이 인기는 수그러들 날이 없네, 어딜 가나. 하지만 과도한 관심은 언제나 부담스러운 법이다.

경공을 하는 와중에도 나무기둥에 미혹진을 생성하는 부적을 붙인 빈센트가 마지막 부적을 붙여 진을 확인한 이후 발동시키는 염을 왼다. 미혹진에 갇히게 될 어중이떠중이들은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자신의 뒷모습을 따라 아주 열심히 이 주위를 맴돌게 될 것이다. 가끔 재수 없으면 진을 친 공간이 왜곡되어 영영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알게 뭔가. 그러게 누가 계속 집적대래?

빈센트가 끈덕지게 따라붙은 여남은 꼬리 개수를 확인한다.

“둘인가...”

미혹진에도 추격 속도가 더뎌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따라오는 꼬리는 그저 그런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모양이다.

눈을 속일 수 없다면 물리적인 방법으로 발을 묶어두는 수밖에. 꼬리를 떼어내기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려 주위를 살피는 빈센트의 등 뒤로 소리 없이 암기가 날아와 박힌다. 경공으로 운신하던 빈센트가 갑작스런 공세에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지며 바닥을 나뒹군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살수는 빠르게 거리를 좁혀 들고 있던 소태도를 빈센트의 등에 있는 힘껏 찔러 넣는다.

“커헉...!”

핏내 섞인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등을 관통한 칼날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와 동시에 복면 위의 가늘게 찢어진 눈에 당혹감이 서린다. 단번에 명치가 꿰뚫린 이가 토해낸 비명은 분명 사람의 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소태도를 쥔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 또한 사람의 살을 뚫고 뼈를 부수는 느낌이 아니었다.

마치 철갑을 깨부수고 오래된 고목을 쪼개는 듯한...

“...! 속았-”

“-그래, 속았지.”

귓가로 나지막이 흘러들어온 감미로운 목소리에 살수가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언제부턴가 목덜미에 드리워진 단검이 그에게 어찌할 겨를을 주지 않은 채 횡으로 목을 긋는다. 살점이 튀는 소리와 검 날에 목울대가 긁히는 소리가 뒤섞이고 이내 살수의 무릎이 푹 꺾이는가싶더니 이내 풀밭에 고개를 처박는다.

빈센트의 모습을 한 채 대신 칼에 꿰뚫렸던 사령이 제 할 일을 마치고 제 주인의 무방비한 등 뒤를 방비한다. 등 뒤에서 나는 쇳소리에 빈센트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하나를 해치우자마자 남은 꼬리 하나가 막 도착한 모양이다. 사령의 손아귀와 대치하고 있는 장검을 본 빈센트의 눈빛이 번뜩인다.

검사다. 드디어 살귀인가.

복면을 꼼꼼히 쓰고 있는 탓에 그 비싼 얼굴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사령이 검사와 대치하고 있는 동안 빈센트가 허공에 인을 그리자 그 모양 그대로 검사가 서있는 바닥에 복잡한 법진이 펼쳐진다. 빈센트가 검사 쪽을 향해 손을 뻗어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주먹을 힘 있게, 천천히 그러쥐자 허공에 그려진 어두운 보랏빛을 띠는 인과 바닥의 진법이 발동하여 일제히 빛나기 시작하더니 여러 갈래의 사슬이 진법에서 튀어나와 검사의 몸을 억류한다. 당황한 검사가 빠르게 그 범위에서 벗어나려했으나 이미 사슬에 묶인 몸은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사슬이 닿은 부분마다 살이 저며지는 것처럼 차갑다.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강한 한기에 검사의 몸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식어가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심지어 주위 공기마저 싸늘해져 하얀 입김까지 서리자 말을 채 끝내지 못한 검사가 눈만 크게 키운다. 지켜보고 있던 빈센트가 수려하게 손짓을 까딱이니 그 움직임에 따라 사슬 두개가 더 튀어나와 검사의 양어깨 죽지를 하나씩 꿰뚫는다. 사령이 비명을 내지르던 것처럼 있는 대로 신음한 검사가 그걸로 모자랐는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손을 바르르 떤다.

적정 거리를 유지한 채 빈센트는 검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잠시 지켜보았다. 뚫린 어깨로부터 흘러나온 피는 관통한 사슬을 따라 흘러내리다 이내 검붉은 피딱지가 되었다. 빈센트가 불러낸 검은 사슬은 명계의 삿된 것들을 붙잡는 데 쓰는 사슬이다. 한번 붙잡은 건 그것이 살아있든, 죽어있든, 육체가 있든, 없든 여부를 가리지 않고 절대 놓지 않는다. 손발을 억류해놓았으니 정말로 당첨이라면, 예의 ‘그것’을 써서 공격해올 것이다. 하지만 검사는 손에 든 검을 놓지 않은 채 고통에 몸부림치며 처음 보는 술수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보였다. 손에 꽉 쥐어져있는 검을 바라보던 빈센트가 속으로 숨을 삼킨다.

이번에도 아닌가.

순식간에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빈센트가 쥐고 있던 주먹을 살짝 틀자 오른쪽 어깨를 뚫고 지나갔던 사슬이 빠르게 감기듯 움직이더니 이내 검사의 뱃바닥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경악에 찬 비명과 함께 검을 쥐고 있던 오른팔이 통째로 날아간다. 잘리는 힘에 의해 허공으로 치솟았다가 힘없이 바닥을 구르는 제 오른팔을 보며 검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허전해진 어깨를 바라보고 다시 떨어져나간 육신을 내려다보길 반복했다. 이래서야 무인으로서의 삶은커녕 평범하게 농사를 짓고 사는 삶도 꿈꾸긴 틀렸다.

“내가 지금 심사가 좀 뒤틀렸거든? 남은 어깨도 날려버리고 싶은데, 그랬다간 이 자리에서 죽을까봐.”

고작 심사하나 뒤틀렸다고 산 자의, 그것도 패건련 내에서 나름 실력 있는 고수라고 칭해지던 자신의 팔을 통째로 날려버린 빈센트를 바라보는 검사의 눈빛에 깊은 원한과 그 기저에 깔린 본능적 두려움이 한데 엉겨있었다.

“목소리가 아직 나올 때 냉큼 가서 살귀한테 전해. 여기 찾는 사람이 있다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령은 현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다했는지 바닥으로 꺼지듯 사라졌고, 빈센트가 쥐고 있던 주먹을 펴자 검사를 꿰고 있던 사슬 또한 스르륵 진법으로 빨려 들어간다. 검사의 다리가 힘없이 꺾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자, 빈센트가 미간을 찌푸린다.

가서 전하라고 했지 여기 틀어 앉으라고 한 적 없는데.

이래서야 굳이 살려둔 이유가 무색해진다. 걷는 데 차질이 생기지 말라고 굳이 발을 자르는 게 아니라 팔을 잘랐건만.

“지금이야 상처부위가 얼어서 출혈이 덜하지만, 조금 지나면 아마 피가 쏟아질걸. 그러니까, 서둘러.”

“네놈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역겨운 위선자 놈들...!”

쯧쯔, 혀를 찬 빈센트가 경멸을 섞어 안타깝다는 눈으로 사내를 내려다본다.

“죽어 나자빠지기 전에 어서 가서 살귀를 데려와. 남은 팔도 뜯기기 싫으면.”

빈센트가 손을 움직이자 검집에 꽂아둔 사인검이 빠져나와 검사의 뺨을 긁고 지나간다. 직선으로 그어진 붉은 핏줄기가 후두둑- 허무하게 비어버린 사내의 어깨 위로 떨어진다. 상처를 내는 걸로 경고를 대신한 사인검은 빈센트의 손짓에 따라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돌아와 빈센트의 손끝에 머문다.

“이 다음은 목에 구멍이 뚫릴-”

말을 다 끝맺지 못한 빈센트가 숨이 턱 막히는 아찔한 흉통에 상체를 구부리며 가슴께를 짚는다.

미혹진이 깨졌다.

진이 흩어지며 시전자에게 흘러들어온 반동으로 인해 속이 헤집어지는 고통을 억지로 눌러 참은 빈센트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며 주변을 경계한다. 이는 분명 외부에 의한 충격으로 진법이 흐트러진 것이다. 아무리 급하게 친 간결한 진이라지만, 내부에서 열심히 헤매던 녀석들도 부수지 못한 진법이다. 그걸 외부에서 깬 거라면 아주 상당한 실력자다. 게다가 느껴지는 기척으로 가늠컨대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것치고 순간순간 기척을 놓칠 만큼 은밀하다.

저쪽인가.

빠르게 진언을 외운 빈센트가 상황파악을 위해 부적을 꺼내 날리자 저 홀로 타오른 부적이 여러 마리 새의 형상을 갖추더니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쏜살같이 날아간다.

아직도 제자리서 거칠게 숨만 내쉬고 있는 검사를 물끄러미 내려다본 빈센트가 입 꼬리를 끌어올린다. 조롱이 담뿍 담긴 웃음이다.

“이젠 그 다리도 필요 없겠어.”

어디까지 잘라낼 건지 가늠해보기라도 하는 듯 빈센트의 시선이 검사의 다리를 훑는다.

“아님 혀를 뽑아둘까.”

말은 그리 했지만, 더 이상 피를 볼 생각은 없었던 빈센트가 손을 뻗어 엄지와 중지로 귀기가 응축된 쏘기를 날린다. 혀와 입술이 딱 굳어버린 검사가 거친 호흡을 들이 내쉬며 발악한다. 그런 검사에게 보란 듯이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조용하라는 듯 쉿- 소리를 낸 빈센트는 인을 그려 진법으로 은신 후,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실타래처럼 나뭇가지에 얼기설기 엉켜놓은 검은 사슬에 훌쩍 뛰어오른다.

이젠, 좀 쉬면서 살귀가 제 발로 오는 걸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날려 보냈던 새 사령이 주인에게만 들리는 소리로 길게 운다. 방향을 특정해낸 빈센트가 눈을 가늘게 뜬다.

가깝다. 거리는 점점 더 좁혀진다.

기어이 널 만나나보다.

부디 오늘이 마지막 기다림이길. 해보니까 이게 두 번 할 짓은 못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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