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

[더데빌] 완전한 자

논cp / 2019.05.22 업로드

악마는 신을 동경하며 시기했다. 사랑하며 비웃었고, 걱정하며 무시했으며, 따르며 등돌렸다. 어느 옛날 신이 안식을 취할 때에 그의 빛을 몰래 한 움큼 훔쳐 품에 숨겨둔 까닭을 스스로도 알지 못했으나, 악마는 그것을 항상 품고 다녔다. 삼키지 못할, 그렇다고 들킬까 꺼내지도 못할.

악마는 몇 세기에 걸쳐 신과 가장 가까운 인간을 찾았다. 마침내 1960년대 뉴욕의 달이 환히 뜬 밤, 아기 울음소리가 우렁찬 집의 꼭대기에 그가 서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처음 뒤집기에 성공하고, 기어다니고, 가구를 잡고 서다 넘어지고, 첫 걸음마를 떼고, 알파벳을 배우는 것을 전부 지켜보았다.

아이의 여섯 살 생일이었다. 아이는 제게 어울리는 노란색 꼬깔 모자를 쓰고 가족들의 생일 축하 노래를 듣고서는, 보조개가 움푹 들어간 볼을 사랑스럽게 부풀리며 힘껏 촛불을 불었다. 다섯 번의 생일처럼 행복했던 여섯 번째 생일날 밤, 아이의 침실에는 또 하나의 손님이 찾아왔다.

아이는 소리지르지 않았다. 호기심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악마를 쳐다볼 뿐. 그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은 악마는 선한 미소를 지었다.

'선물이란다.'

온통 까맣게 차려입은 남자의 품에서 말도 안 될 만큼 하얀 빛이 튀어나왔다.

'이름이 무어니.'

'그레첸.'

'자, 그레첸. 내 너에게 이것을 주마.'

아이가 손을 뻗어 그것에 닿자마자, 마치 주인을 만난 듯 그것은 순식간에 아이의 피부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침실에는 다시 고요함과 어둠만이 남았다. 악마는 몸을 일으켜 아이의 머리칼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곧 구둣발 소리가 멀어지고 아이의 부모님이 방문을 두드리면 방금의 일이 꿈과 같았다.

아이야, 너의 빛은 신이 빚고 악마가 품은 것이다. 너는 신의 완전함을 일부 얻을 것이나 그것이 네 의지와 상관없이 변질될 날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니, 언젠가 네 앞길에 큰 시련이 있으리라. 부디 그 빛을 잃지 말고 나의 손을 놓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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