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생일 연성

unstoppable girlfriend

케이터 다이아몬드 드림

* 23년도 케이터 생일 축하 글. 선배 겁나게 생일 축하드립니다.

2월 4일. 케이터 다이아몬드의 생일.

시끌벅적한 파티장을 바삐 돌아다니다가 잠깐 구석으로 피신한 케이터는, 제게 걸려온 영상통화를 받자마자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감탄에 피식 웃어버렸다.

 

「세상에, 엄청 예쁘잖아! 아아, 부러워. 우리 학교는 저런 거 안 해주려나?」

 

아까 전 마지카메에 올렸던 제 생일 빗자루를 보고 ‘좋아요’와 열렬한 댓글을 달았던 블라섬은 화면 너머로 보이는 화려한 꽃들 향연에 두 눈을 빛냈다.

케이터는 그 반짝거리는 라임색 눈동자에 시선을 고정한 채, 능청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지? 예쁘지? 나랑 잘 어울려?”

「그래. 너 아님 누가 타고 다니려나 싶을 정도로 어울려.」

“푸핫, 그거 칭찬 맞지?”

 

‘당연하지!’ 단호하게 말하는 블라섬의 뒤로 몇 명의 여학생들이 지나간다. 사람이 적지 않은 걸 보아하니, 지금 상대는 기숙사 복도에서 통화를 건 모양이었다.

아, 주변이 시끄럽긴 하지만 적어도 화면에 행인이 잡힐 일은 없는 구석에서 통화를 받는 자신과는 참으로 다르지 않나. 케이터는 그 차이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지만, 너무 작은 한탄은 수화기에는 잡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블라섬은 제 통화에 관심을 가지는 친구들을 한 손으로 쫓아내며, 케이터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나중에 그걸 타고 버스데이 로드를 날아간다고 했지? 엄청 튀겠네. 찍어서 마지카메에 올리는 건 어때? 엄청나게 반응 좋을 거 같은데.」

“안 그래도 후배들에게 찍어달라고 하려고. 나중에 업로드할 테니, ‘좋아요’ 부탁할게?”

「물론이지! 아, 이왕이면 셀카도 찍는 건 어때? 오늘 잘 차려입었으니, 그 모습에 예쁜 꽃빗자루 타고 나는 걸 하늘에서 찍으면 딱 좋을 거 같은데.」

 

자신 만큼 마지카메 활동에 관심이 많기 때문일까. 블라섬은 아예 적극적으로 뜰 만한 게시글을 만들기 위한 조언까지 해주었다. 케이터는 그 관심이 절대 싫지 않았지만, 다소 무모해 보이는 제안에 어깨를 으쓱였다.

 

“듣기엔 멋있지만……. 그거, 좀 위험해 보이는데?”

「어라, 겁먹었어? 우리 케이터 군은 비행술 실력이 아직 1학년 수준인 건가~?」

“……와, 그렇게 도발하는 건 반칙 아냐?”

 

이런 말까지 들어버렸다면 순순히 물러설 순 없게 된다. 유치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케이터 다이아몬드도 결국 18살 소년인 법이었다. 무엇보다, 약간 위험해 보여서 그렇지 제 비행 실력 정도면 빗자루 위 셀카 정도는 얼마든지 도전해볼 만하니, 이 솔깃한 제안을 거절하는 건 손해 아니겠는가.

 

“좋아, 까짓것 해보지 뭐! 엄청 반응 좋을 거 같기도 하고!”

「그래, 역시 시원시원해서 좋네. 기대할게.」

 

제 의견이 먹혀들어 기쁜 걸까. 블라섬이 가지런한 이가 드러날 정도로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은 꼭 못다 핀 꽃이 활짝 피는 것 같아, 케이터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가 멀미처럼 기습적으로 찾아온 울렁거림을 진정시키느라 잠깐 입을 다문 사이, 블라섬은 또 질문을 퍼부어왔다.

 

「맞다. 내 선물은 열어봤어? 맘에 들어?」

“물론 열어봤지! P브랜드 신상 스냅백이라니, 이거 비싼 거 아냐?”

「뭐어, 싼 가격은 아니지만. 모처럼 생일이니 이 정도는 줘야지.」

 

저건 제가 그만큼 소중한 인연이라는 뜻인 걸까, 아니면 괜찮은 집안의 막내딸에겐 선물에 이 정도 금액을 쓰는 건 일도 아니라는 걸까. 그런 걸 판단하려 해도 제 머리만 아파질 뿐인데, 그는 저도 모르게 상대가 내뱉은 말의 뜻을 살피고 있었다.

 

‘뭐, 블라섬은 관심 없는 사람에겐 냉담하니까. 굳이 따지면 전자겠지?’

 

이런 건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이득이다.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잘 아는 케이터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려는 생각을 단호하게 멈추고,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런데, 내 선물이랑 같이 보냈던 그건 뭐야? 트레이 군에게 전해달라고 한 그거. 역시 트레이 군 여친이 함께 보내달라 부탁한 거야?”

「그건 비밀이야. 하지만 아르길레랑은 상관없는 물건이야.」

“흐응, 그래?”

 

그렇다면 대체 뭘까. 블라섬은 트레이랑 직접 얼굴을 본 적도 없고,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그쪽 학교에 있는 트레이의 여친을 통해 들은 게 전부일 텐데. 설마 인제 와서 ‘우리 케이터 군을 잘 부탁해요~’같은 편지와 함께 선물을 보낼 리도 없고 말이다.

게다가 웬 비밀? 속 시원하게 말해주기도 힘든 걸 굳이 제 선물이랑 같이 보냈다면, 아무래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지 않나.

케이터는 거슬리는 묘한 상황에 저도 모르게 입이 삐죽 튀어나왔지만, 블라섬은 자신을 부르는 친구들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급히 통화를 마무리 지으려 했다.

 

「아, 슬슬 가봐야겠네. 미안, 오늘 기숙사 대청소가 있어서 먼저 끌게. 생일 축하해, 케이터.」

“아하. 괜찮아, 괜찮아! 짬 내서 연락해 줘서 고마워, 블라섬. 선물도 잘 쓸게!”

「그래~, 그럼!」

 

스피커 너머, 블라섬을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많이 바쁜 것인지 케이터를 향해 손을 두어 번 붕붕 흔든 그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바로 통화를 꺼버렸다.

아아. 정신없기도 하지. 여기만큼이나, 저쪽 학교도 시끄러운 모양이다. 하긴, 여학교라고 조용할 거라는 건 편견이겠지. 오히려 상황에 따라선 여학생들이 더 시끄러울 때도 있지 않나.

케이터는 화면이 꺼진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슬슬 인터뷰 시간인가…….’

 

인터뷰어로 누가 올진 모르겠지만, 얼른 끝내고 빗자루로 날아가고 싶다.

아까 전 블라섬과의 대화를 곱씹던 케이터는 꽃으로 만들어진 빗자루를 챙겨 들고 시끄러운 파티장으로 돌아갔다.

 


 

 

플로이드와의 인터뷰가 끝난 후. 당당히 버스데이 로드 위로 날아오른 케이터는 불타오르는 하늘을 바라보며 빗자루에 속도를 올렸다.

 

“와, 케이터 선배다!”

 

아. 저 아래에서 자신을 축하하기 위해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기숙사 후배들이 환호한다.

자신을 보라는 듯 손을 흔드는 사이스와 영상을 찍어주고 있는 에이스, 그리고 손뼉을 쳐주는 듀스와 리들까지.

후한 반응을 보여주는 후배들 사이 껴있는 트레이는 은은하게 웃으며 뒷짐을 진 상태로 웃어 보일 뿐이었지만 케이터는 그걸 서운해하진 않았다. 3년이나 이 학교에서 함께 지내 온 친우라면, 격렬한 환호 같은 게 없어도 마음이 전해져 오는 법이었으니까.

자신을 보는 이들을 향해 손 인사해 준 그는 품속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전면 카메라를 켜서 팔을 높이 든 그는 화면에 담기는 아름다운 노을과 잘 차려입은 제 모습, 그리고 빗자루의 꽃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를 보고 씩 웃었다.

 

‘좋아, 좋아. 마지카메에 올릴 보람이 있겠는걸.’

 

이런 사진이라면 추천 게시물로 뜰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올지도 모르겠다. 제게 쏟아질 ‘좋아요’를 상상하며 표정을 가다듬은 케이터는 자연스럽고 상쾌한 미소를 짓고 촬영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그때.

 

“!”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붉게 물든 하늘에 형형색색의 불꽃이 피어오른다.

갑작스러운 축하 폭죽에 당황한 케이터는 촬영 때문에 당장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제 뒤의 허공을 확인해야 했다.

‘Happy Birthday, Cater!’ 무지갯빛으로 터지는 작은 폭죽 사이 큼지막하게 떠오르는 문구는 케이터의 눈동자와 같은 선명한 초록색이었다.

 

‘아, 설마.’

 

다행스럽게도 사진은 잘 나왔다. 케이터는 한 손으로 능숙하게 앨범을 확인하고 한숨 쉬었다. 딱 놀라기 직전 버튼을 누른 덕분에 놀란 표정은 담기지 않고 하늘에 수놓는 폭죽은 담긴 그 사진은, 어지간해선 건지기 힘든 ‘인생샷’ 그 자체였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고 안도한 그는 이 폭죽을 쏜 것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아래를 보았다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하, 하하.”

 

아까 전까지 뒷짐을 지고 있었던 트레이가, 뚜껑 열린 작은 상자를 든 채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보고 있다.

저 상자는 분명 블라섬이 트레이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던 물건이다.

즉, 방금 그 폭죽은…….

 

‘……못 말린다니까, 정말.’

 

어쩐지 갑자기 도발적인 태도로 셀카를 권유하더니, 이걸 위해 그런 거였나.

하여간, 매정한 건지 다정한 건지 모를 여자친구다. 깜찍한 블라섬의 계획에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은 그는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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