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현힐데] 사랑의 발명2. 끝.

대부분은 제 손을 들었다.

“잘 해 줄 자신 있습니다~”

“강 주는 인간적으로 좀 빼죠? 이건 망나니예요.”

“잘 먹일 자신 있습니다~”

“이탈리안도 빠져. 너넨 태생부터 글렀어.”

“잘 관리 할 자신 있다.”

“사이코패스 선공 NPC 빠지십시오.”

“말 한 새끼 누구야.”

좌중은 침묵에 휩싸였다.

그 결연하고 선량한 신전출신 기사단장은 거리감은 부족해도 성적인 부분이나 연애적인 부분에선 햇병아리였다. 능숙한 이들이 차례대로 손을 들었으나 모두 기각당했다.

너무 능숙했기 때문이다. 아미는 너무 능숙한 능구렁이 들이라서 싫다고 소리질렀다.

그 틈을 타, 예현이 손을 슬쩍 들었다.

“나도….”

“대자 아니었냐고.”

“개족보네~”

“그렇지만 힐데를 가장 잘 아는건 예현인것 같기도 행.”

또다시 불거진 대화들은 잠잠해질줄을 몰랐다.

그래서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사랑의 묘약은 마시는 순간 눈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이성적 관심을 갖게되는 미약이 아니었다. 호르몬 체계를 조금 건들어서 상대에 대한 호감도를 올려주는것에 가까웠다. 그 폭이 커서 사랑으로 쉬이 착각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여러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것도 볼만하겠어~“

“그럼 힐데 자괴감에 빠질지도 몰라….”

“순결한 신전기사단장님이시니까.”

“우, 변태같은 발언.”

삐! 경고음을 받은 윤은 어깨를 으쓱이며 연구실로 간다며 자리를 떴다. 남은 자들은 만장일치로 일단 윤은 아닌 것 같다고 배제했다. 아미같은 사람이 가장 나은거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왔지만 가장 중요한건 힐데의 호감도라서, 손을 여기저기서 들어봤자 의미가 없었다. 슈 다이아몬드도 그걸 지적하곤 총총 자리를 떴다. 그의 감정은 그의 것이라며.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었네….”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마법같은 묘약은 아닌가봐.”

“호르몬이 감정을 자극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했으니까 평소보다 주변을 좀 더 아끼는 선에서 끝날수도 있을걸.”

가장 현실성있는 결과가 나왔다.

힐데의 애정은 몹시 이성적이고 희생적이었다. 그런걸 두 배 버프로 받는다고? 그렇다면 그는 먹고 자고 이동하는 것 까지 신경쓸지도 모른다. 맛있는거 드실래요? 제가 사드릴까요? 훈련 도와드릴까요? 다리 아프지 않으세요? 질문폭탄과 함께 힐데에게 제각각 아껴지는 스스로를 생각한 선임들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난 좀 별로일지도….

그리고 그들의 예상은 다른 방향으로 증명되었다.

***

“예현, 잠시 대화 가능할까요?”

고문이 아닌 예현을 부르는 말에 예현이 책상에서 고개를 들었다.

빼꼼, 문 안으로 들어와서 여기저기 꾸벅거리며 인사 한 힐데는 시종일관 예현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쉬다 합시다.”

쉬는 시간을 선언한 후 힐데를 따라나섯 예현은 힐데가 앞장서는 뒷모습을 말간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쓰지 않는 예현 전용 숙소까지 가서야 걸음을 멈췄다. 아예 반차를 낼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잠시, 예현은 앉으라는 듯 의자를 빼주는 힐데의 몸짓에 고마움을 표현하며 자리에 앉았다.

“잠은 잘 잤어?”

대부로서 묻는 말인걸까? 예현은 빙긋 웃었다.

“고문자리에 앉고 나서는 적당히 자요. 하루 일곱시간은 꼬박꼬박.”

“다행이다…. 그럼 식사는?”

“스카를 챙겨야 하니까 잘 챙기는 편이에요. 굶으면 정신이 버티기 힘드니까요.”

힐데는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예현은 착실하게 대답했고, 첨언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러다 찾아온 정적.

힐데는 하고싶은 말이 있는 듯 했다. 예현은 가만히 침묵하다가, 힐데. 하고 불렀다.

“응?”

“괜찮아요?”

“음….”

그는 대답을 하고싶은 듯 했다. 딱히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는듯도 했다. 초조해보였고, 불안해보였다. 이런 불안에 기민한 예현은 의자에서 몸을 조금 빼내어 힐데에게 가까이 앉았다.

“최근에 여기저기 신경쓴다고 들었어요. 피곤하진 않으세요?”

“나는 괜찮은데…. 요즘 좀, 감정이 널뛰는 것 같긴 해.”

망할, 그 약때문이다.

예현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어금니 사이로 연구실을 쳐들어가서 윤의 이마에 딱밤을 놓아주리라 굳은 다짐을 짓씹었다. 힐데는 당황스러워 보이는 얼굴이었고,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는 원래도 정이 많은 편이었는데 사랑에 가까운 감정이 끼어들어 여러 사람에게 샘솟으니 당황스러울법도 했다.

“힐데.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생각해 보세요. 불안해 할 필요 없어요.

“… ….”

“혹시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어요?”

“…왜 그런걸 물어봐?”

“좀전까지 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질문을 했거든요. 애인 있냐고 물어본거 기억나요?”

힐데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소리없이 비명을 질렀다. 나 왜 별 이상한 질문을 다 했냐, 라며 자책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제가 마음에 드세요?”

“… ….”

덜컥 굳은 몸.

“…사실 그랬으면 좋겠어요. 요즘 힐데가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상냥해서 질투가 나던 참이었거든요.”

가만히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음성은 감정에 잠겨 탁했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힐데는 아마, 별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왜이렇게 사람들이 사랑스럽지? 왜지? 라고 생각하다가, 제 대자에게마저 사랑을 느끼니 제 머리가 돌아버린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무언가 이야기하려 한 것에 가까우리라.

그러나 전략적으로 감정을 들추고 건들어서 흔들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가질 수 있다면 그러지 않을 이유가, 예현에겐 없었다.

“대자로 삼아주신거,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가 억지로 떠넘긴 관계인데 수긍해주셨잖아요.”

“억지로 아니야….”

“고마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마음에 든다면요.”

입을 꾹 다문 힐데는 이제 손을 모아 쥐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보이는 귀와 목덜미가 새빨갰다.

“나랑 한 번 만나보는건 어때요?”

예현은 도박을 했다.

그가 도박에 재능이 있느냐면, 그건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이 감정의 줄타기는 명백하게 기회였다.

이미 있던 관계와 충돌하는 사랑의 감정을 헷갈리지 않은 힐데는 양가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이래도 되는걸까? 내가 정말 제정신인걸까? 역시 이런건 물어봐야 하는걸까? 그런데 누구에게? 지금 호감있던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는데 누구에게 남의 이야기를 하지?

차라리, 본인에게 이야기 하는 게 옳지 않을까?

그는 언제나 옳은 선택을 했고, 이번에도 옳았다.

그리고 그 기회는 예현에게 주어졌다.

“나랑 연애할 생각, 있잖아요.”

그리고 예현은, 그런 기회를 놓쳐 본 역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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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고요한 카피바라

    아진짜 최고예요 짜릿하다 너무좋아 직진예현 너무 좋아요

  • 신중한 병아리

    헉 미친.. 저 이거 처음봐요 왜 이런 갓작을 지금 알았지!!!!?!?????

  • 대단한 코알라

    와…. 하긴 외교의 달인이 이정도 밀당을 못할리가… 3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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